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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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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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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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19화



-작가님. 5000구매입니다! 대박입니다!


김신욱 과장의 말에 현우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적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과장님.”


-아닙니다. 작가님께서 수고해 주신 거죠. 원고 다 읽어 봤는데, 시원시원하고, 걸리는 부분 없고, 신경 써서 쓰신 게 느껴졌습니다. 재미있어요! 이후 연재될 부분도 저한테 주신 부분까지는 구매수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실 것 같습니다


“너무 비행기 띄워 주시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하하. 이 속도로 이 퀄리티를 내신다는 게 항상 놀라울 따름이에요!


“재미있다니 다행이네요. 뒷내용도 최대한 빨리 써서 넘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기분 좋은 덕담을 주고받으며 통화를 끊었다.

통화를 끝마친 현우는 기지개를 쭉 켰다.

‘5000이라······.’

높은 판매량이라 뿌듯한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전작보다 더 잘 팔았다는 게 중요했다.

그 자신이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이다, 철민아.”

현우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키보드와 모니터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해낼 수 없는 일들이었다. 특히 모니터의 역할이 컸다. 모니터는 현우의 글이 산을 탈 때마다 귀신같이 그것을 붉은색으로 지적해 줬고, 그 덕에 현우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하며, 원고가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보물이야, 정말······.’

현우는 어느새 이것들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현우가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제 성적도 확인했겠다. 힘내서 다시 써볼까.”

현우가 다시 키보드를 붙잡았다.


열흘 뒤.

CNA미디어 사무실.

김신욱 과장은 초조함에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고 있었다.

‘아직이신가······.’

초조함의 원인은 바로 회귀자가 다 해먹는 법의 연재분이었다.

‘슬슬 비축분이 다 떨어져 가는데······.’

박현우 작가와 연재를 시작한 이후, 그는 단 한 번도 김신욱에게 연재 펑크와 관련한 걱정을 시킨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믿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김신욱 과장은 요즘 들어 처음으로 그와 관련된 걱정을 하는 중이었다.

‘지금이라도 연재 속도를 늦춰야 하나.’

열흘 전에 받은 비축분이 마흔 편이 넘는 분량이었다. 일반적인 연재 패턴이라면 적어도 한 달가량은 원고 걱정은 없어야 했다. 그러나 유료 전환 기념 연참에, 지금도 하루 세 편씩 연재를 하고 있는 터라 열흘 만에 마흔 편이 연재된 상태였다.

‘적어도 내일에는 원고가 들어와야 펑크가 나지 않을 텐데.’

그렇게 김신욱 과장이 초조하게 박현우 작가의 원고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덧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우웅-.

김신욱 과장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박현우 작가님]


김신욱 과장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작가님.”


-네, 과장님. 지금 원고 보냈습니다. 확인해 봐주세요.


김신욱 과장이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가 곧바로 메일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박현우 작가가 방금 전 보낸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김신욱 과장이 곧바로 메일의 첨부파일을 클릭해서 들어온 원고의 분량부터 체크했다.

“육, 육십 편이나 쓰셨네요?”


-네, 딱 백육십 화 끊어서 보내드리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하하 다행입니다. 혹시 막히셔서 작업이 늦어지시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습니다.”


-아. 혹시 펑크 나실까 봐 걱정하셨던 건가요? 제가 일차적으로 쓴 부분이라도 먼저 보내드릴 걸 그랬군요. 오늘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수정을 하느라 한꺼번에 보내드리게 됐던 건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어찌 됐든 늦게 보내 주신 건 아니니까요. 작업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김신욱 과장이 통화를 끊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럼 그렇지.”

역시는 역시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박현우 작가가 늦을 리가 없었다.

김신욱 과장은 퇴근을 미루고서 곧바로 원고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재미있는데?’

하루에 여섯 편 꼴로 쓴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빠진 원고였다. 김신욱 과장은 원고를 다 읽은 뒤, 기분 좋게 퇴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열흘 뒤.


-원고 보냈습니다.


김신욱 과장은 메일을 확인하고서 헛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는 일흔 편.’

지난번보다 열 편이 더 많았다.

당연하게도 원고는 크게 흠 잡을 곳이 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열흘 뒤.


-원고 완결까지 넘겼습니다.


“······완결이요?”

김신욱 과장은 들어온 원고를 확인하고서 아예 벙 쪄 있었다.

이번에도 들어온 원고는 일흔 편이었다.


[회귀자가 다 해먹는 법. 완결.]


‘······한 달 만에 이백 편을 썼다는 거네.’

깔끔하게 삼백 편, 딱 떨어지는 편수로 완결이 난 원고를 보면서 김신욱 과장은 할 말을 잃었다.

결국 그가 할 말은 뻔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작가님. 이제 절반밖에 연재 안 된 상태라 이런 말씀 드리기 어색하지만, 완결 축하드립니다.”


“너 하루에 여섯 편씩 연재하면서 주말마다 이렇게 카페 나와도 돼?”

다영이 음료를 만들고 있는 현우에게 걱정스럽다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

그러나 현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응. 완결고까지 넘겼거든.”

“아, 귀환자의 헌터 일기? 그건 완결 친 거야? 그럼 이제 세 편만 쓰면 되는 거네?”

“그것도 완결 쳤고, 두 번째 작품도 완결 쳤어.”

덤덤한 현우의 말에 다영이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가 싶어서 되물었다.

“······그거 백오십 화 정도밖에 연재 안 된 거 아냐? 벌써 완결 치긴 이르지 않아?”

“삼백 화까지 써서 넘겼으니까 걱정 마.”

“······헐.”

다영의 반응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현우는 손님에게 음료를 건넸다.

“맛있게 드세요.”

손님에게 인사한 뒤 돌아서는 현우에게 다영이 은근한 말투로 그를 불렀다.

“야.”

“응?”

“완결까지 쓴 거. 나 보여 주면 안 돼?”

“응. 나중에 연재되면 봐.”

“치사해!”

다영의 투덜거림에 현우가 피식 웃었다.


*


두 번째 작품을 완결 낸 후, 현우는 드디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평일에는 적당한 산책을 하면서 컨디션 회복에 주력했고, 주말에는 평소처럼 카페에 출근해서 사람들을 겪었다.

그렇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자, 현우는 작업에 파묻혀 있느라 손상됐던 컨디션이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즈음, 어느 날.

현우는 여느 때처럼 믹스 커피를 한 잔 타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를 켠 현우는 소설을 읽기 위해 노블 큐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때, 홈페이지 전면에 팝업창이 하나 떴다.


[제 8회 전국 웹소설 공모 대전 참가자를 모집합니다!]


모니터를 가득 채운 팝업창은 현우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대회의 모집 안내였다.

바로 웹소설 공모전.

‘벌써 이 시기인가.’

무려 노블 큐브와 와이 북스, 업계 최상위권 두 개 플랫폼과, 수많은 출판사들이 공동으로 모여서 주최하는 업계 최대 규모의 공모전이었다.

그 규모만큼, 상금도 어마어마했다.

‘올해는 상금 더 올랐네.’


[대상 - 1억 5천만 원.

최우수상 - 7천만 원

우수상 - 3천만 원

장려상 - 1천만 원]


공모전 참가 작품의 유료화로 인한 수익에, 상금까지 추가된다면,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해 볼까.’

자연스럽게 현우는 관심이 일었다.

돈도 돈이지만, 명예도 따라오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우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서자. 지금은 당장 글을 쓸 때가 아니잖아.’

현우는 당장 차기작 작업을 들어가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턱대고 글을 썼다가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글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현우는 철민의 필명을 이어받은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현우는 가급적이면 자신의 필명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유의미한 행보를 보이고 싶었다.

그 방법은, 매 순간 전작보다 더 의미 있고, 더 나은 글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회귀자가 다 해먹는 법 또한, 전작을 완결 친 당일에 바로 쓰기 시작한 탓인지 전작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밖에 되지 못했다. 성적 또한 그랬다.

‘그래. 이번 공모전은 마음 비우자. 일단은 실력 먼저 쌓는 걸로.’

현우는 결정을 내리고서 노블 큐브를 뒤지기 시작했다.

‘완결작들 중에 안 본 게 있으려나······.’

최근 연재된 글들을 먼저 다 읽은 현우는 자연스럽게 완결작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러던 도중, 현우는 영웅이라는 필명을 발견했다.


[영웅 - 이세계에서 돌아왔다.]


그 필명을 본 현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리고 이내 그는 못 본 척 그 아래 글을 클릭했다.


*


현우는 더 나은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차기작 준비에 매진하며,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던 즈음이었다.

언제나처럼 평일동안 소설을 읽고, 쓰며 보내던 현우는 주말이 되자 카페에 출근해서 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날씨부터 꿉꿉하더니, 하루 종일 일진이 좋지 않았다.

‘오늘 진짜 왜 이러지.’

습한 날씨 탓인지, 그날따라 손님의 컴플레인도 잦았다.

현우는 유달리 불쾌지수가 높은 하루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알바가 하기 싫어지네.’

정말 오랜만에 알바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현우는 일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퇴근 시간이 다가올 즈음이었다.

“나 먼저 들어갈게.”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

일찍부터 출근해 있었던 다영이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먼저 퇴근했다.

그녀가 퇴근한 이후, 현우는 혼자서 얼마 남지 않은 마감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이제 끝인가.’

오늘 하루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자 현우는 슬슬 긴장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즈음이었다.

카페 근처로 묵직한 엔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직후, 카페 앞에 스포츠카 한 대가 멈춰 섰다.

이어서 스포츠카에서는 남녀 한 쌍이 내려서 카페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현우는 반사적으로 인사를 하며 문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를 바라본 순간, 현우가 곧바로 얼어붙었다.

거의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 또한 카운터에 서 있는 현우를 보더니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내 들어온 사내가 씨익 웃으면서 카운터로 다가갔다.

“이야. 박현우! 오랜만이다?”

조롱기가 다분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를 들은 현우의 표정이 굳어 들었다.

“그러게. 오랜만이네, 이대훈.”

보기 불편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대훈의 얼굴을 보며, 현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하루 종일 있었던 찝찝한 날씨와 불쾌한 일들은, 어쩌면 모두 이 순간을 위한 전조였을 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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