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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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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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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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현우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시내.

그곳에는 여느 시내 거리처럼 카페가 곳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들 중 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현우는 오후 타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푸쉬익.

현우가 에스프레소 머신의 버튼을 누르자 아래로 에스프레소가 추출되었다.

현우는 그것을 능숙하게 받아 내어서 미리 받아 둔 따뜻한 물과 섞어 아메리카노를 완성했다.

그렇게 현우가 한창 음료를 제조 중일 때, 옆에서 주문을 받고 있던 여자 매니저가 현우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이제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네.”

철민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철민의 일을 겪고 난 후, 한동안 현우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 그는 조금씩 낯빛이 돌아오고 있었다.

“응. 네 덕분이지.”

“내가 뭘 했다고.”

매니저, 다영이 뜸을 들이다가 이내 다른 말을 꺼냈다.

“······완결 공지 올라왔더라.”

“응. 그렇게 됐어.”

현우가 대답을 하면서 다영의 표정을 슬쩍 훑었다.

다영이 현우의 친구로 지낸 시간이 십 년이었다. 그에게 주워 들은 게 있어서 지금 현우가 치는 완결이 조기종결이라는 것, 자의가 아니라는 것 모두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영은 지금 현우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쉽다. 최근 부분은 되게 재미있었는데. 반응도 좋았고. ······아! 그렇다고 해서 앞에 내용이 별로라는 건 아니고!”

“됐어. 내가 보기에도 앞부분은 문제점이 많더라.”

현우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최근이 재미있다는 말이 더 크게 와 닿을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다영이 물었다.

“그럼······ 완결 언제 나? 알바 스케줄 다시 주 3일로 맞춰 주려면 미리 알아야 해서.”

현우는 작품이 연재 중일 때에는 주말로 주 2일, 완결을 낸 뒤 차기작을 준비할 때에는 주말에 평일 하루를 끼워서 주 3일 알바를 했다.

작품 수익이 끊기는 부분을 벌충해야 했기에 하루를 더 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제멋대로 식 고무줄 스케줄을 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이곳의 매니저인 다영 덕분이었다.

중, 고등학교 동창이자 현우에게 몇 남지 않은 친구인 그녀 덕분에, 현우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었고, 스케줄도 배려받을 수 있었다.

다영은 현우에게 은인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현우의 생활 패턴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수시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 하는 입장에서, 매번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상한 자리, 힘든 자리도 마지못해 해야 했고, 그럴 때마다 몸과 마음이 축났다. 그렇게 돼 버리면 당연히 글 쓰는 데에도 악영향이 오는 악순환이 찾아왔다.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꼬이곤 하던 패턴이, 이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간신히 안정을 찾은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다영은 당연하다는 듯 그녀가 먼저 현우를 배려해 주려 하고 있었다.

“신경 써 줘서 고마워.”

현우의 감사 인사에 다영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친구 사이인데 뭘. 그래서 언젠데?”

부담 가지지 말라는 듯, 미소 띤 얼굴로 다영이 현우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현우는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알바는 이대로 주말 알바만 할게.”

“왜? 너 혹시 나한테 부담 될까 봐 그러는 거면 걱정 안 해도 돼. 이 누나 그 정도 권력은 가지고 있다.”

“네네. 알고 있습니다요.”

“······그런데 왜?”

“바로 다음 작품 들어갈 생각이거든.”

“어? 벌써?”

다영은 오랜 시간 현우를 지켜봐 왔기에, 그의 글쓰기 패턴도 꿰뚫고 있었다. 완결치고 신작을 준비할 때, 항상 그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는 고민하는 기간 필요 없어?”

“응. 이미 쓰기 시작했어.”

다영이 현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다가 그녀가 현우에게 물었다.

“너, 자신 있나보다?”

“그렇다기보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열심히 해 보려는 거지.”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현우의 눈빛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다영은 그런 현우의 눈빛이, 그동안 보아 왔던 그의 눈동자와는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르겠다고.


그날 밤.

퇴근한 뒤 현우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곧바로 원고 작업 시간을 가졌다.

두 시간여의 시간 동안, 어느새 한 편의 원고가 새롭게 추가되어 있었다.

‘이걸로 열다섯 편.’

신작을 쓰기 시작한지 어느덧 일주일이었다.

현우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지금껏 자신이 써 오던 글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현우는 열다섯 편의 원고를 차분하게 살폈다.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쓴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술술 읽혔다.

다만, 딱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이 빨간색은 뭘 해도 안 지워지네······.’

7화 언저리.

그곳 딱 한 장면에 빨간색 밑줄이 있었다.

전작은 빨간색투성이였던 것을 생각하면, 빨간색 밑줄이 딱 한 부분뿐이라는 건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러나 하나라도 빤히 있는 걸 아는 이상, 현우는 그것을 지워 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현우는 요 며칠 그 부분의 수정에 죽어라 매달렸다.

그런데 어떻게 해도 현우는 빨간 밑줄을 지워 낼 수 없었다,

그리고 몇 번의 시도 끝에, 현우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이 빨간색 장면을 지우려면 글을 통째로 갈아엎어야 한다는 것을.

‘통째로 갈아엎는데도, 내 실력이 지금 이 수준 그대로면 또 생기겠지만.’

커다란 대맥의 흐름에서 만들어진 오류이고, 실력 부족으로 생긴 오점이라는 뜻이었다.

저 빨간 부분을 고치려면, 현우가 실력을 더 쌓아야 했다.

그러나, 그 실력을 쌓겠다고 연재를 차일 피일 미룰 수는 없었다.

실력을 쌓는 가장 빠른 방법 또한 연재였으니까.

고민하던 현우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연재 들어가자. 독자들 반응을 보면 뭐가 문제인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마지막 점검을 마친 뒤, 결단을 내린 현우는 연재 신청란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연재 신청란에 기입해야 할 모든 정보들을 기입한 뒤, 한 가지 부분만을 남겨 둔 뒤, 현우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었다.

현우는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연락처에서 한 사람을 찾아냈다.


[수민]


‘실례는······ 아닐 거야.’

현우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실례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 뒤,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통화 연결음 이후, 수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응, 수민아. 통화 돼?”


-네. 무슨 일이세요?


“다름이 아니고,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현우는 그녀에게 자신이 부탁하고 싶은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곧바로 흔쾌히 대답해 줬다.


-오빠도 좋아하겠네요.


“그런가.”


-당연하죠. 그렇게 해 주세요 오빠. 오히려······ 제가 부탁드릴게요.


“······그래. 허락해 줘서 고마워.”

감사 인사를 끝으로 통화는 끊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현우는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봤다.

‘내가 감당할 수 있겠지?’

스스로에게 묻는 게 아니었다.

오래된, 그리고 지금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친구에게 하는 질문이었다.

현우는 조심스럽게 연재 신청란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란을 채웠다.


[필명 : 철민]


성을 떼고 이름만 깔끔하게 떼어다가 쓴 철민의 필명을 그렇게 현우는 자신의 작품의 작가명에 기재했다. 그 후 현우는 작품 연재 신청 버튼을 클릭했다.


*


에이스 미디어 사무실.

김태진 대리는 다른 부서 직원의 질문에 아침부터 깜짝 놀라야 했다.

“대리님. 현우 작가님 신작 연재 들어가시나 봐요.”

“네?”

“오늘 노블 큐브에서 경력 확인 연락 왔거든요.”

김태진 대리가 의문을 품었다.

‘벌써 연재를 들어간다고?’

김태진은 본능적으로 쎄한 감각이 느껴졌다.

작가가 이렇게 빠르게 차기작에 돌입한다는 것은, 보통 두 가지 경우를 의미했다.

엄청나게 자신에 차 있어서, 당장이라도 시장에 선보이고 싶은 작품이 있거나, 생활고에 쪼들려서 똥줄이 바짝 타고 있거나.

당연하게도, 김태진이 지금까지 겪어 온 박현우는 후자에 속해야 했다.

그럼에도 김태진은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는 왜 자신이 불안한지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에이. 남에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인거지 뭐. 내 쪽에 있었으면 정반대였을 거야.’

김태진은 이내 그런 상념을 지워 버리고서, 직원에게 말했다.

“뭐, 전작을 보면, 그것도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담당했던 작가의 뒷담화를 까는 김태진 대리를 보며, 직원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글러먹었구만 이 인간은.’


며칠 뒤.

현우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환자의 헌터 일기

작가 : 철민

······]


현우는 조회수를 체크했다.

그리고 모니터 한편에는 엑셀 파일이 떠 있었다.

전작의 연재 당시에 체크해 둔 조회수 자료였다.

“두 배라······.”

5화 연재 기준. 전작 대비 두 배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잘 풀리고 있는 건가······?’

현우의 전작이 망해 버렸지만, 처음부터 망해 버린 것은 아니었다.

현우의 전작은 중반부부터 폭삭 주저앉아 버렸는데, 이를 반대로 말하면 중반부까지는 꽤 괜찮은 성적을 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쓴 이 글에, 현우가 가지는 기대치는 생각보다 컸기에, 현우는 이 글이 잘 가고 있는지 아주 조금 긴가민가했다.

‘원고를 수정해 봐야 하나.’

하지만 잠시 후, 현우는 그런 생각을 금세 접었다.

‘이대로 가자.’

성적을 보고 순간적으로 흔들렸지만, 현우에게 있어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다시 현우의 정신을 맑게 만들어 줬다.

바로 지금 이 글이, 적어도 지금의 그에게 있어서는 최선이라는 사실이었다.


또다시 며칠 뒤.

다영이 에스프레소 샷을 내리는 동안, 옆에서 현우가 잔에 따뜻한 물을 따르고 있는데 그녀가 현우에게 물었다.

“글은 잘 써져?”

“응. 그럭저럭?”

“올~”

“읽고 있어?”

다영이 에스프레소를 잔에 부으면서 대답했다.

“당연하지!”

현우가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어때?”

그의 질문에 다영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어서 정말로 기뻤다.

“지금까지 네가 쓴 글들 중에서 제일 재미있어.”

그녀의 어조에는 확신이 들어가 있었다.

그 진심을 느꼈기에, 현우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는 어느 정도 근거도 존재했다.

‘세 배.’

9화 기준, 현우의 글은 전작 대비 세 배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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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5 20.03.02 4,945 1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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