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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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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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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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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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22화



‘잘 지내고 계시려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김신욱 과장은 일부러 현우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슬럼프에는 휴식 또한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한 달이라는 시간은, 김신욱 과장에게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여타 작가들에게 한 달이라는 휴식기는 아주 잠깐 쉬는 시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현우가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달려온 탓이었다.

‘안부 연락이라도 한 번 드려 봐야 하나.’

김신욱 과장이 휴대폰을 쥐고서 고민을 할 즈음이었다.

우우웅-.

김신욱 과장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현우에게서 온 전화라는 것을 확인한 김신욱 과장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작가님.”


-안녕하세요, 과장님. 오랜만이네요.


“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네, 저는 잘 지냈습니다.


현우의 목소리가 밝아 보이자 김신욱 과장은 안심할 수 있었다.

‘나쁘게 지내시진 않은 모양이네.’

그런데 곧바로 현우가 본론을 꺼내자, 김신욱 과장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원고를 봐주셨으면 해서 연락 드렸어요.


“원고를요?”

김신욱 과장은 허를 내둘렀다.

“결국 안 쉬셨나보네요 작가님.”


-네, 그렇죠 뭐.


멋쩍은 웃음소리가 김신욱 과장의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순간 김신욱 과장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아무 이유 없이 원고를 보여 주실 분은 아닌 거 같은데.’

기존의 원고들은 거기서 거기라는 걸 이미 답해 준 상태였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한 달이나 흘렀다. 김신욱 과장이 생각하는 현우는 거기서 제자리걸음인 상태라면, 굳이 원고를 보여 줄 사람이 아니었다.

“혹시 막힌 걸 뚫으신 건가요?”


-나름대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젠 과장님의 확인을 받고 싶어서요.


김신욱 과장은 깜짝 놀랐다.

이 정도로 자신감에 넘치는 대답이라니, 김신욱 과장은 원고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차올랐다.

“보내 주시면 바로 읽어 볼게요.”


-네, 메일로 보낼게요.


통화를 끊은 김신욱 과장이 메일함으로 들어가자, 때마침 현우가 보낸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철민 - 나 혼자만 대마도사(가제)]


김신욱 과장은 곧바로 첨부파일을 열어서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한 시간 후.

“······세상에.”

김신욱 과장은 옆 자리의 이 대리를 불렀다.

“이 대리.”

“네?”

“잠시 원고 하나 봐줄 수 있어?”


*


-엄청 재미있습니다, 작가님!!


“그런가요?”


-네! 전작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한 달 만에 이렇게 성장하시다니 진짜 놀랐어요! 옆 자리 직원에게도 보여 줬는데, 그 친구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어요!


김신욱 과장의 한껏 들뜬 목소리를 들으며, 현우는 씨익 웃었다.


-인간관계가 풍성해져서 보는 맛이 훨씬 더해졌어요. 특히 20화!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 부분 때문에라도 독자들이 이 소설 계속 볼 거예요!


김신욱 과장이 20화를 콕 집어서 말하자 현우는 속으로 ‘역시‘라고 생각했다.

‘역시 파란색 밑줄은 재미있는 부분을 알려 주는 게 맞았어.’

김신욱 과장의 말까지 듣자 현우는 확신이 섰다.

모니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말은, 이번 글은 모니터가 재미있다고 인정했다는 뜻이었다.

현우가 자신감을 가지고서 김신욱 과장에게 말했다.

“그럼, 이 소설로 이번 공모전 나가보겠습니다.”

현우의 말에 수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잠시 후, 생각을 마친 듯한 김신욱 과장이 대답했다.


-공모전 도전해 보시려고 전작보다 나은 글에 집착하셨던 거군요.


“네. 맞습니다.”


-이 소설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해 보죠, 공모전.


“감사합니다. 뒷내용도 최대한 빨리 써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코멘트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보내 주시는 대로 최대한 빨리 읽어 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기분 좋게 통화를 끝마쳤다.

그리고 일주일 뒤.

공모전의 막이 올랐다.


*


“야, 축하한다. 성적 괜찮게 나오고 있더라?”

“아. 감사합니다, 형.”

작업실 형의 축하에 대훈은 웃으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렇게 웃는 대훈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가식적이었다.

현재 대훈의 작업실은 축제 분위기였다.

작업실의 큰 형, 서정진 작가가 공모전 베스트 1위를 달리고 있었고, 대훈 또한 3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훈은 만족할 수 없었다.

‘3등이면 우수상이잖아······.’

공들인 작품이고, 재미있다고 자신하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으로 공동수상이 3명이나 되는 우수상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대훈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그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3위. 영웅 - 검의 절대자가 되었습니다

······

6위. 철민 - 나 혼자만 대마도사]


‘이건 또 뭐야?’

가뜩이나 이름 때문에 거슬리는 대상이 갑자기 튀어나오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전작까지의 성적으로 봐서는, 절대 공모전의 이 순위에 랭크될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작품을 연재 중인 상태였다.

그렇기에 이 작가가 공모전에 참가할 거라곤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심지어 최근 성적이 야금야금 상승세를 띠고 있었다.

‘······짜증나네, 진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시작했기에, 대훈에게 있어선 시작하기 전까지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공모전이었다.

그런데 그 공모전이, 조금씩 찝찝해지기 시작했다.


공모전이 시작된 지 일주일.

여전히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글은 서정진 작가의 길드 마스터로 살아남는 법이었다.

그러나 공모전에서 가장 화제가 집중되고 있는 글은 다른 글이었다.

바로 철민 작가의 나 혼자만 대마도사였다.


-와 이 작가 진짜 안 쉼?

-이번 작 진짜 개꿀잼 ㄷㄷ


전작과 마찬가지로 하루에 두 편씩 작품이 연재되자, 독자들은 열광했다.


*


다영은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와. 꿀잼이다, 진짜.”

그녀는 지금 현우의 나 혼자만 대마도사를 읽고 있었다.

이것을 읽기 직전, 그녀는 회귀자가 다 해먹는 법의 오늘 연재분 또한 막 읽은 참이었다.

‘어떻게 한 작품 만에 이렇게 성장할 수가 있지?’

회귀자가 다 해먹는 법도 재미는 있었지만, 이것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순식간에 나 혼자만 대마도사 최신 화 두 편을 다 읽은 다영은 순위를 보다가 위 등수에 있는 대훈의 글을 발견했다.

다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것을 읽어 봤다.

‘······이게 왜 현우 거보다 더 위에 있는 거지?’

재미는 있었지만, 굳이 따지자면 현우의 글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재미있다는 느낌이 집중된 것도 초반부에 한정된 이야기고, 중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재미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현우의 글은 꾸준하게 더 재미있어지고 있었다.

적당히 읽다가 대훈의 글을 꺼버린 다영은 태현에게 톡을 보냈다.


-읽어 봤냐?

-? ㅇㅇ

-어때?

-졸잼. 난 웹소 안 읽는 사람인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음. 전작보다도 훨씬 낫더라. 현우 실력 겁나 늘었음.


태현의 답장에 다영이 실실 웃으며 스마트폰을 두드렸다.


-그치? 그치?


그런데 그때, 태현에게서 의외의 톡이 왔다.


-그런데 그거 보다가 위에 대훈이라는 사람 글도 보이길래 읽어 봤는데, 그건 진짜 왜 현우보다 더 위에 있는지 이해불가. 그건 뒤로 갈수록 재미없어지더만. 읽어 봤냐?

-ㅇㅇ. 나도 비슷하게 생각함.


태현의 반응을 보며, 다영은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짜 저 사람 거가 재미가 없고, 현우 글이 재미있는 거면, 조만간 알아서 글들이 제 순위 찾아가겠지.’

다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현우에게 톡을 보냈다.


-오늘 연재분도 재미있더라. 태현이도 전작보다 훨씬 재미있대! 오늘도 건필해!


다영이 톡을 보내자, 곧바로 답장이 왔다.


-응, 고마워 ㅎㅎ 덕분에 열심히 할 힘이 난다


현우의 답장을 받은 다영이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며칠 뒤.

다영의 바람은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 대마도사의 20화가 연재된 시점이었다.


-와 진짜 개꿀잼 ㅠㅠ

-작가놈아 빨리 다음편 내놔라

-와 사이다 꺼어억


현우가 파란색 밑줄을 발견한 20화는, 평소의 연재분보다 네 배나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 반응들 또한 하나같이 호평 일색이었다.

그리고 그 편이 연재된 다음 날.


[3위. 영웅 - 검의 절대자가 되었습니다

4위. 철민 - 나 혼자만 대마도사]


현우의 글은 대훈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다.


타닥 타다닥!

작업의 열기로 가득한 현우의 자취방.

그곳에서 현우는 치열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한참 동안 일정한 자세로 뚫어져라 모니터를 응시한 채, 키보드를 두드리던 현우는 손가락에 열기가 느껴지고 나서야 숨을 몰아쉬며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후우.”

‘잠깐 쉴까.’

현우는 믹스 커피를 타며 중얼거렸다.

“오늘도 세 편인가.”

하루 종일 키보드를 두드려서 써내는 분량은 열 편가량이었다.

그러나 그중 일곱 편 분량 정도를 날려 버리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남기는 양은 세 편뿐이었다.

하지만 현우는 그럼에도 최근의 하루하루가 보람찼다.

치열하게 쓰는 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다시 파란색을 찾아야 해.’

지금 현우의 목표는 글에 다시 한 번 파란색 밑줄을 띄우는 것이었다.

파란색 밑줄의 강력한 효과를 체감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도, 파란색 밑줄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걸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현우의 실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다양한 시도 끝에, 현우의 원고에도 다양한 재미가 담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롯이 현우의 실력이 되어가고 있었다.

‘슬슬 잡힐 것 같기도 한데······.’

최근 며칠 동안의 노력 끝에, 현우는 간신히 실마리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어떻게 해서든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에피소드를 짜고 있었다.

새롭게 들어간 에피소드의 내용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리고 판도 적절하게 깔리고 있었다.

“이 에피소드에서 절정 부분이면, 어쩌면.”

판이 다 깔리고, 포텐이 터지는 부분에서, 어쩌면 다시 한 번 기대하는 수준의 재미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고서 현우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다시 키보드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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