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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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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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다시 작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현우에게 가장 눈앞에 놓인 문제는, 바로 연재 중인 작품 ‘전설의 기사가 살아남는 방법’의 완결이었다.

‘이걸 제대로 완결 지어야 해.’

엄청난 심경의 변화를 겪은 지금에 와서야 현우는 알 수 있었다. 필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도, 대단한 포부도 아니라는 것을.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당장의 일에 집중하는 태도였다.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내일로 미룬 것이, 오늘의 실패에 가장 큰 원인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현우의 일은 정해져 있었다.

그는 곧바로 다음 편을 쓰기 시작했다.

‘앞으로 열다섯 편.’

이 안에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 해서든 제대로 된 마무리를 짓는 것이 중요했다.

이미 네 권이 넘게, 110화까지 달려오는 동안, 이 글에는 다양한 문제점들도 존재했고 아직 수습하지 못한 떡밥들도 여러 개가 산적해 있었다.

그것들을 전부 해결하고, 문제점들을 넘어서서, 유종의 미를 조금이라도 거두는 것이 새롭게 다짐한 작가로서의 시작점이 될 터였다.

그를 위해서, 현우는 자신의 글을 1화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니터 한편에는, 철민의 분석 파일을 함께 켜 뒀다.

그렇게 현우는 자신의 글을 처음부터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다.

‘도입부는 역시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어라? 여긴 왜 이렇게 썼지, 내가?’

‘······여기다! 여기가 문제야! 성적도······ 꺾였어!’

분석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현우는 몇 달의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입장에서 자신의 글을 다시 한 번 평가하게 되자, 자신의 글이 어떠한 단점들을 지니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분석을 도와주는 지표로써, 철민의 파일이 귀중하게 쓰였다.

그런데 파일은 그저 현우의 글을 평가해 주는 지표로써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었다.

‘역시 철민이가 글 보는 눈은 나보다 더 뛰어났어.’

그 분석 자료들을 통해서, 현우는 철민의 시야를 배우고 있었다.

현우는 자신의 장점이 디테일과 독특함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 덕에 대사 한 줄이나, 장면 하나, 그리고 독특한 설정 하나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 뜻은 그런 부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고로, 현우의 단점은 거시적인 틀과 패턴을 읽지 못한다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이 단점은 장편이 당연한 웹소설에서 커다란 흠이었다.

거대한 줄기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글이 산으로 가기 쉽다는 뜻이었고, 그 와중에도 현우는 산에 가 버린 글이 산 어느 지점인지조차 파악할 줄 몰라서 허둥대는 경우가 잦았다.

철민은 그런 현우와 정반대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디테일과 오리지널리티에 약한 반면, 철민은 커다란 구조를 볼 줄 알고, 그걸 분석하는 데 능했다.

그러한 그의 능력 덕분에, 지금 현우는 지금 파일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의 글이 어떤 경로로 등산을 했고, 지금 산 어디 중턱 어디 즈음에 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참교육이구만.’

이런 식으로 현우가 자신의 글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되짚어 보자, 어느새 하늘이 파랗게 물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새벽은, 현우에게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뭔가가 보이는 거 같아.’

현우는 지금까지의 문제점들을 체크하고 나자, 자연스럽게 자신이 어느 부분을 고쳐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써 나가야 할지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현우는 밤을 꼴딱 샌 상태였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하나도 오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가상의 스토리가 머릿속을 거침없이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해 볼까.’

현우는 111화 파일을 켜고서, 작업을 시작했다.

타닥. 타닥. 타다닥.

현우의 손은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날 점심 무렵.

현우는 무려 세 편의 원고를 완성하고서 이불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 현우의 삶에는 아주 미세한 변화가 찾아왔다.

작품 ‘전설의 기사가 살아남는 방법‘의 반응이 아주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흘 뒤.

현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연재 사이트 노블큐브의 반응을 확인했다.

최신화의 구매수가 10에서 15로 올랐다.

더 큰 변화는, 따로 있었다.


-요즘 좀 볼 맛나네.

-작가 각성했나? 갑자기 글이 변했는데?

근 한 달 동안 전혀 달리지 않았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는 데에 있었다.

심지어 그 댓글도 하나같이 다 호의적인 댓글들이었다.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지금 현우의 글은 아무리 지표가 개선되어도 수입이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매출이 50퍼센트가 늘어 봤자 천 원이 천오백 원이 되는 수준에 불과했으니까.

그러나 현우는 댓글을 보면서 미소 짓고 있었다.

저 지표가 의미하는 바는, 단지 천원이 천오백 원이 됐다는 것이 아니었다.

‘내 실력이 분명하게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완결 이후의 새로운 작품에선,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현우는 마지막까지 더 치열하게 작품을 분석하고, 고민해 가면서 글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일주일 뒤.

현우는 125화. 최종화의 원고를 탈고했다.


‘······걸어 볼까.’

최종화까지의 원고를 한꺼번에 메일로 보낸 뒤, 현우는 김태진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대리님. 저 박현우입니다.”


-아 네 작가님. 안녕하세요.


“방금 완결편까지 원고 넘겨서 연락드렸습니다.”


-완결편까지요?


대리가 살짝 놀란 말투로 물었다.

“네.”

잠시 후, 다시 대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확인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작가님. 완결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축하하는 말이 오가는 것치고는 두 사람 사이에는 왠지 모를 어색함이 감돌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우는 김태진 대리가 자신을 불편해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사실 오늘의 연락은 이걸 확인하기 위해 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현우는 불편하더라도, 상대방이 먼저 말을 해 주길 바랐다. 그러나 김태진 대리는 먼저 말을 꺼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현우가 먼저 계약에 대한 말을 꺼냈다.

“대리님. 혹시 차기작에 대한 계약은 생각이 있으신 건가요?”

현우로선, 사실상 ‘죄송하다’는 대답을 염두에 두고 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수화기 너머로 무거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현우의 귓가로 들려온 것은, 김태진 대리의 다소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작가님. 굳이 그걸 제 입으로 말씀을 드려야만 합니까? 보면 몰라요? 아, 개짜증 나네.


뒷말은 워낙 혼잣말 식으로 조그맣게 투덜거려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욕설에 가까운 말이었다.

순간 현우는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네?”

그런데 김태진 대리는 더욱 거세게 불만 어린 목소리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작가님 컨택해서 저 많이 깨졌습니다. 다른 플랫폼에 프로모션은 들이밀지도 못하지, 종이책은 찍어 내기도 민망할 부수밖에 안 나가지, 작가님한테서 나오는 적자가 얼마인지 아세요? 근데 차기작이요? 인간적으로 양심이 있으셔야죠.


“대리님.”

현우가 큰 목소리로 김태진 대리를 불렀다.

그리고 김태진 대리도 아차 싶었는지, 수화기 너머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무리 작품이 망했다고 해도 출판사 측에선 절대 작가에게 날 선 소리를 낼 수 없는 게 업계 불문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현우가 다시 입을 뗐다.

“제가 출판사 쪽에 손해를 입혔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 제대로 수정해서 내고 싶다고 분명히 제 의사 말씀드렸는데 이번엔 될 거라면서 대리님이 빨리 연재하자고 재촉했습니다. 아닙니까?”


-아니, 그건······.


“제 말 자르지 마세요.”

다시 김태진 대리의 목소리가 멎어 들었다.

현우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차기작을 무조건 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서로 의견 확인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물었던 겁니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한숨 쉬면서 양심, 개짜증 운운하는 거 보니까 앞으로 다시는 저를 안 본다는 뜻으로 해석하겠습니다.”

현우가 이렇게 세게 나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지, 김태진 대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남 탓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내 글 망한 거, 내 역량 부족이 가장 크죠. 하지만 편집자인 대리님도 제 글에 책임이 없지는 않은데 편집자로서의 책임까지 저에게 전가하시는 건 굉장히 보기 안 좋습니다.

정론이었기에, 김태진 대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정론에 말문이 막혔기에, 수화기 너머 김태진 대리의 얼굴을 잔뜩 붉어져 있었다.

“그쪽 의사는 잘 알았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고, 잘 지내세요.”

현우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전화를 끊은 뒤, 현우는 일종의 후련함을 느꼈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 사람이랑은 더 안 엮이는 게 좋았어.’

담당자인 김태진 대리 때문에라도 현우는 에이스 미디어를 떠나는 것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이전부터 느끼고 있었고, 심지어 이번에 글을 분석하면서 그가 글 보는 눈까지도 별로라는데 확신을 가지게 됐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

다시 연재부터 시작해서, 출판사를 찾는 일부터 시작하면 그만이었다.

예전이라면 소속을 잃는다는 사실이 엄청나게 두려웠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의 현우는 덤덤했다.

철민이 안겨다 주고 간 변화와, 그 변화를 소화시키기 시작한 열흘간의 시간이 현우를 믿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현우는 열흘 전의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는지도 몰랐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할 때였다.

그리고 무엇을 할지도 이미 정해 놓은 상태였다.

그것은 당연한 작업이었다.

바로 신작 준비.

지난 열흘간 현우는 작품의 완결에만 집중했던 게 아니었다.

현우는 철민의 USB에 있는 파일들과, 해당 소설들을 꾸준히 정독해 왔다.

새로운 시각으로 다양한 글들을 읽으면서 다양한 사고를 하자, 자연스럽게 소재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소재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흔했다.


[귀환자의 헌터 일기]


현우는 곧바로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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