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얻은 폐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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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영
작품등록일 :
2020.0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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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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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DUMMY

[010-xxxx-xxxx]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자 현우는 그것을 받을지 말지 고민했다.

‘출판사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현우는 출판사의 영업 전화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리고 현우의 예상은 정확했다.

다만, 그 상대방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상이었다.


-박현우 작가님? 안녕하세요, 에이스 미디어의 이종욱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현우는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깔렸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끊지 마시고 한 번만 들어 주세요.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사과할 기회를 주시면 찾아뵙고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현우는 매몰차게 전화를 끊지 못했다.

‘······어쩌지.’

김태진 대리가 아니라, 이종욱 팀장이었기에 현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엄밀히 말해서 현우가 유감이 있는 대상은 에이스 미디어라기보다는, 김태진 대리였기 때문이었다.

현우가 통화를 끊지 않고 있자, 이종욱 팀장이 다시 한 번 말했다.


-앞으로 양 측 다 이 업계에서 일할 사이인데, 가급적이면 편한 관계로 남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다짜고짜 계약 이야기부터 꺼냈다면, 현우도 곧바로 거절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종욱 팀장은 계약의 ‘ㄱ’도 꺼내지 않고 오롯이 사과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자 현우는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 사람이 무슨 잘못이야.’

결국 현우가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만나겠습니다.”


한편, 전화를 끊은 이종욱 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편집자가 을인 거군.’

그는 그저 업무적인 판단 하에 계약 종료를 결정했을 뿐이었다. 그것이 이렇게 죽을 일이 되어 돌아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왠지 자신의 처지가 조금 서러워진 이종욱 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


현우의 집 근처 카페

그곳에서 현우는 이종욱 팀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우는 중간 지점에서 만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종욱 팀장이 굳이 현우의 집 방향으로 오겠다고 말한 탓이었다. 현우는 굳이 그것까지 말리지는 않았다.

잠시 후, 이종욱 팀장이 카페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아. 네. 안녕하세요.”

딱 한 번, 현우가 과거 에이스 미디어와 계약을 할 때 본 이후, 만난 적이 없는 관계였다. 그렇기에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함이 감돌았다.

이종욱 팀장의 손에는 쇼핑백이 하나 들려 있었다.

“여기, 홍삼입니다. 요즘 작업량이 상당하신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우선 커피 먼저 시킬까요.”

“그러시죠.”

두 사람은 커피를 시켜서 받아 온 뒤, 자리에 앉았다.

기본적인 인사를 나누고 난 뒤, 할 말이 사라지자 두 사람 사이에 다시 어색함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어색함을 깬 것은 이종욱 팀장이었다.

“빙빙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사과 먼저 드리겠습니다. 계약 종료와 관련해서, 작가님의 심기를 고려하지 못하고 계약 종료를 결정하고 통보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아······ 네. 아닙니다. 계약 종료 결정은 존중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우는 이제 진짜 본론이 나올 차례라고 생각했다.

바로 김태진 대리가 했던 막말에 대해서였다.

그런데, 이종욱 팀장의 이어진 말은 현우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해해 주셔서 정말 마음이 놓입니다.”

그 대답을 듣고서 현우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다라고?’

그리고 한편, 이종욱 팀장은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뭐지? 왜 이렇게 쉽게 화를 푸는 거야?’

둘 다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즈음, 현우가 느끼고 있는 의아함은 서서히 어이없음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 이 말씀 하시러 여기까지 나오신 건가요?”

“······네?”

“그것에 대해서만 사과를 하셔야 하는 게 아닐 텐데요.”

그렇게 말하며 살짝 굳는 현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리고 그런 현우의 얼굴을 본 순간, 이종욱 팀장은 그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만약 단순히 계약 종료 통보로 박현우 작가가 기분 상한 게 아니라면?

그 외에 무언가가 더 존재하는 거라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종욱 팀장은 이상한 점이 분명하게 보였다.

‘이 작가가 단순히 그 이유 하나로 우리를 이렇게 싫어한다고?’

이종욱 팀장은 이 바닥을 이미 몇 년이나 경험했을 박현우 작가가 단순히 계약 종료 통보 하나만으로 이렇게까지 회사에 불만을 품을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과 잘 들었습니다.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 순간, 이종욱 팀장이 다급하게 현우를 붙잡았다.

“작가님, 잠시만요.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뭡니까?”

“······저희 회사에 감정이 안 좋아지신 게······ 단순히 계약 종료 때문이 아니셨던 겁니까?”

그제야 현우도 상황 파악이 끝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 이 인간도.’

“저는 공적인 일도 이해 못하는 속 좁은 인간이 아닙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시는 겁니까?”

이종욱 팀장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에이스 미디어 사무실.

김태진 대리는 오늘 오후 내내 기분이 찝찝했다.

‘······에이. 아닐 거야.’

그는 아닐 거라고 불안감을 떨쳐 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불안감은 점점 더 그를 죄여 왔다.

김태진 대리는 애써 그것을 억누르면서 일에라도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나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렇게 오후를 버틴 결과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후······.”

‘오늘은 술이라도 한 잔 해야겠다.’

현재 시간은 다섯 시 반, 삼십 분 뒤부터 친구들과 퇴근의 해방감이라도 만끽해야 이 찝찝함을 떨쳐 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태진 대리는 톡으로 친구들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즈음이었다.

벌컥!

사무실 문이 열리고서 이종욱 팀장이 들어왔다.

워낙 거칠게 문이 열렸던 터라 사무실 안에 있던 직원들 대부분의 시선이 이종욱 팀장을 향했다.

그리고 잔뜩 굳어 있던 이종욱 팀장의 얼굴을 본 그들은 곧바로 사고가 터질 것을 직감했다.

‘큰일 났다.’

‘아이고오······.’

그리고 그것을 느낀 것은, 김태진 대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는 그런 불편한 감각을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진하게 느껴야 했다.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온 이종욱 팀장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종욱 팀장이 김태진 대리의 지척에 다가온 순간, 이종욱 팀장이 소리쳤다.

“너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이종욱 팀장이 고래고래 소리치자, 사람들이 다들 깜짝 놀랐다. 김태진 대리가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티, 팀장님. 왜, 왜 그러세요?”

순간적으로 잔뜩 굳은 그는 말까지 더듬어야 했다.

그러나 김태진 대리는 그렇게 물어 놓고도 찔리는 구석이 있었다.

“박현우 작가!”

그리고 이종욱 팀장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 김태진 대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뭐? 작가한테 회사에 입힌 손해가 얼만 줄 아냐고 따져? 종이책이 민망한 부수밖에 안 나간다고 디스를 해? 하!”

이종욱 팀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주변의 사람들이 다들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종욱 팀장이 기가 막히다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너 계약 종료 이야기도 작가님 입에서 먼저 나오게 했다며? 그런데 차기작 계약 어떻게 되냐는 작가님 물음에 뭐? 그걸 굳이 제 입으로 말을 해야 합니까아? 개짜증? 양심? 아주 상전 나셨어? 그치? 작가님께서 네 의중 알아서 파악해 주셔야 하지? 그치? 야, 김 대리. 너 미쳤냐?”

김태진 대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너였냐? 네가 자동으로 주워 담을 수 있었을 박현우 작가 차기작 계약 저 멀리 걷어찬 놈이 너였어! 난 그것도 모르고 어우!”

그쯤 되자 사무실의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기 바빴다.

그것을 느낀 김태진 대리가 본능적으로 무언가 변명을 하려고 했다.

“아, 아니······ 팀장님, 그게······.”

“내가 그 작가 컨택했다고 너한테 뭐라고 했냐? 원고 제대로 판단 못하고, 편집 못한 걸로 뭐라 했지? 그런데 작가님한테 가서 작가 컨택 잘못해서 네가 깨졌다고 말했더라? 그건 또 무슨 헛소리냐? 아주 작품 망한 거 작가 탓으로 다 뒤집어씌우려고 작정을 했지, 네가?”

사무실 사람들은 다들 벙 찐 표정으로 이종욱 팀장과 김태진 대리를 번갈아 보고 있었고, 대표가 먼저 퇴근한 사무실에서 이종욱 팀장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직원들은 눈에 분노가 가득한 이종욱 팀장을 감히 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종욱 팀장은 그렇게 한참을 김태진 대리를 갈궜다.

“하······ 어쩌다 이런 놈이 들어와 가지고.”

‘······죽고 싶다.’

김태진 대리는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하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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