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4. 17일 화요일 유학생활 스물 한 번째날
2012. 04. 17일 화요일 유학생활 스물 한 번째날
오늘따라 왜 이리 일어나기가 힘들었는지 계속 자고 싶었다. 잘 수 있는 최대한 만큼 잔 다음 부랴부랴 씻고 나갔다.
1교시는 이름만 일본과 아시아의 문화교류사이고 실제 수업은 일본과 유럽의 패션교류인 수업. 자기 수업은 타이틀과 달리 일본과 유럽의 패션에 대한 수업이니 들어보고 나중에 천천히 결정하라고 한다. 한국인 유학생 괜찮냐고 날 보면서 얘기하길래 괜찮다고 했다. 쓰잘대기 없는 이야기도 아니고,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없고 사람 자체가 좋으니 안 들을 이유는 없다.
가장 재미있다고 느낀 2교시 비즈니스 일본어 시간, 지난 주 금요일에 신입생 환영히 관계로 휴강이 되어서 일주일만에 다시 만난 다카미 센세, 역시 재밌다. 이 수업에서 머릿속에선 알지만 말을 하며 아주 작은 실수들을 좀 했다. 예를 들어, 내 이름에 ‘상’을 붙인다든가, 역시 난 아직 멀었다. 읽기도 한국어를 읽듯이 한눈에 딱 들어오게 됐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일본에서 듣기, 말하기 훈련은 끝내주는데 독해공부는 거의 하지않는것같다. 뭐 됐다. 그건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나보고 듣기, 말하기가 완벽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완벽하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않는가. 여기서 회화만 최대한 끌어올리자.
점심은 일본에 처음 도착한날 빼고 한번도 가지않는 제2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1식당과 달리 여기는 참 한가하다. 메뉴가 다양하지 않지만 맛은 여기가 훨씬 나은것같은데 말이다.
3교시는 일본의 고전, 지난주에 일본인 전원이 전멸, 대놓고 자던 바로 그 수업이다. 다 포강하고 나 혼자 들어서 교수랑 과외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은아랑 했다. 설마 그럴까, 딱 강의실 문을 열었더니 세상에, 진짜 아무도 없다. 나 밖에 없다. 수업시작 2분전인데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설마, 설마 아무도 안올까. 결국 수업시작하는 종이 쳤다. 그래도 아무도 안온다. 진짜 과외하게 생겼다. 다행이 좀 늦게 일본인 하나가 들어온다. 나밖에 없으니 이 녀석도 당황해서 강의실 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기, 일본의 문학고전 수업 맞죠..?
당연히 맞겠지만 사람 수가 사람 수다 보니 방금 들어온 일본인에게 물어봤다.
“예, 맞아요”
“.........왜 아무도 없는거지”
강의라는건 사람 수가 적으면 적은대로 좋은거니까 좋게 생각하고 교수를 기다리기로 했다. 입장바꿔서 고전이란 수업자체도 딱딱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나는데 하물며 그 고전수업을 지난주에 그 지경으로 재미없게 했으니 일본인들이 다 포강한다해도 이상할게 없다생각했다. 그런데 교수가 너무 늦는다. 일본인이 잠시 나갔다가 들어오더니 옆 강의실이라고한다. 엥? 언제 강의실을 바꾼다는 공지를 했지? 잤나? 게시판에도 그런건 붙어있지 않았다. 아무튼 옆강의실로 가보니 사람이 많았다. 그럼 그렇지.... 과외를 받을 수 있을거라는 잠깐의 기대는 이렇게 끝났다.
여전히 살인적인 졸림이다. 다를바없다. 역시 대놓고 자는 일본인, 왜 포강안했지? 자도 아무런 터치를 하지 않아서 그런가. 나도 조금 집중하려 했고 졸지 않으려고 다들 자는중에 대답도 조금했지만 집중하면 집중하는대로 졸렸다. 결국 나도 KO 당하고 언제부턴가 고개를 떨구며 눈을 감게됐다. 나 역시 거의 들은거없이 수업을 끝내고 말았다.
4교시는 한시간 반동안 공강이다. 이 공강시간에 내일까지인 영어숙제를 끝내려고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 1층 DVD센터에서 희애랑 유선이가 무언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걸 봤다. 유선이가 나도 한번 빌려서 보라길래, 일단 영어숙제는 집에서 하기로 하고 여기서 DVD나 보기로 결정했다. 사카모토 료마를 너무나 좋아하는 나는 ‘사카모토 료마의 생애’라는 DVD가 있길래 그걸 빌려서 틀었다. 총 100분 정도 되므로 공강 90분내에는 다 못보지만 보는데 까지 보기로 했다. 사카모토 료마의 출생부터 암살까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쭉 보여줬다.
마지막 5교시다. 말이 5교시지 이게 끝나면 6시 10분이 되버린다. 시간표를 내면서 까지 이걸 들어야하나 하던 일본과 유럽 수업. 교수의 말을 알아먹기가 조금 까다로울뿐이지만 역시 좋은 수업이다. 하지만 늦은 시간이었고 발음이 새는 교수의 말을 계속 듣기가 힘들었는지 집중 할 수가 없었다. 고맙게도 힘든 시간인걸 아는 교수가 좀 일찍 끝내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주에 신입생환영회때 가입신청한 보드게임동아리로 빨리 달려갔다. 나의 부활동 첫걸음이다. 내가 상상한 것처럼 모두 재미있게 게임을 하며 웃으며 친해질수 있는것일까, 활동적인 곳일까, 많은 기대를 하며 ‘실례합니다~’ 하며들어갔다.
게임을 하고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당연히 나에게로 왔다/
“아, 입부 희망이세요??”
“아뇨아뇨, 신입생환영회때 이름이랑 전화번호를 써서 가입신청 했어요”
긴장한 탓인지 일본어가 버벅버벅 나왔다. 당연히 유학생임을 알아챈 부장정도로 되어보이는 여자가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봤다. 중국?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한국유학생은 처음이라고 한다. 즉, 여긴 한국인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어를 쓰지 않으니 잘 된 일이라고 할 수있었다. 다들 너무 익숙한 게임을 하고있었다. 건양대 1학년때 일루션 만화동아리에서 그렇게 재밌게 했던 타뷸라의 늑대랑 비슷한 걸 하고있었다. 물론 룰도 알고 있었다. 그때가 참 재미있었는데 그리웠다. 내가 가장 재미있는 늑대인간이 걸렸고 내가 속한 늑대인간팀이 이겼다. 그 이후에 숫자놀이 쿠쿠라는 게임, 원카드랑 비슷한 우노게임 등등 교실을 쓸 수 있는 7시 반이 벌써 다 되버렸다. 부활동은 내가 상상한 바로 그대로 였다. 너무나도 즐거워 더 있고싶었다. 다같이 저녁을 먹으러 간다해서 나도 따라갔다. 사먹는 돈이 들지만 이런돈은 써야한다. 더 써서라도 일본인들과 같이 노는게 엄청난 공부니까.
자전거를 달려서 꽤나 멀리 온 레스토랑에 왔다. 일본어발음으로 내 이름은 ‘욘빙’이 되는데 ‘욘사마’의 욘이라고 외우기 쉽게 소개하니 날 욘사마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 창피한 닉네임을 어찌해야하나, 기분나쁘진않지만 다른사람들이 들으면 큰일일텐데.
식사시간은 잡담으로 꽤나 길어졌다. 오늘 9시부터 아라가키 유이가 나오는 법정코미디 드라마 ‘리갈하이’가 첫방송되서 그걸 봐야하는데 시간은 벌써 9시를 훌쩍 넘겼다. 그래도 끝날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물론 이쪽이 훨씬 낫지만, 리갈하이는 꼭 보고싶었으므로 주말에 다운받아봐야겠다. 오늘 난 일본인들보다 중국인 3명과 확실히 친구가 됐다. 식당에서도 조용히 게임을 하며 놀았다. 한국얘기가 의외로 잘 먹혔다. 역시 얘들이 궁금해하는건 군대. 그리고 ‘개새끼’의 정확한 발음 알려달라길래 리얼하게 이야기해주며 써주기도 했다. 이런 욕은 어디서 듣냐고 물어보니 드라마 등에서 본다고 한다.
동아리 사람들과 헤어져서 집에 돌아오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벌써부터 다음 활동인 목요일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정말 잘 찾아서 가입한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해야할일이 남았다. 제기랄, 아까 공강시간에 해치웠음 될 영어숙제를 해야한다. 바로 자고싶었는데... 화요일 공강엔 꼭 영어숙제를 해치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밤 11시가 넘어 들어왔으니 아버지의 카카오톡이 엄청 와 있었다. 결국 오늘은 통화를 못하고 그냥 넘어가야겠다. 영어숙제는 대충 끝냈다.
오늘의 지출 – 점심 라멘 300엔, 저녁 레스토랑 499엔 총 – 799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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