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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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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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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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군인들의 깜짝 파티

DUMMY

삽질하는 소리는 규칙적으로 들려왔고, 한스는 대충 그 박자에 맞춰 한 걸음, 한 걸음 원래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소리가 안 들리는 곳 까지 걸어간 다음, 부리나케 독일군 참호 안으로 들어왔다. 이등병 레온이 군용 식량을 먹고 있었다. 한스가 레온에게 말했다.


“이보게 자네. 내가 롬멜 소위를 데려오기 전까지 저 청음 초소로 아무도 가지 못하도록 하게.”


“네? 무슨 일입니까?”


“아무튼 아무도 저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하게. 롬멜 소위 어디 있나?”


한스는 병사들을 이리저리 밀치며 롬멜 소위를 찾으러 뛰어다녔다. 슐츠 중위는 믿을 수 없었다.


“이봐! 왜 밀치냐고!”


그 때, 슐츠 중위와 대화하고 있던 롬멜 소위가 보였다.


“소위님!! 청음 초소 쪽에서 영국 군인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슐츠 중위가 말했다.


“뭐? 수색대라도 보냈나?”


한스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수···수색대가 아닙니다···놈들은 밑에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놈들이 땅을 파고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놈들이 청음 초소를 파는 건가?”


“그···그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아래, 지하 쪽으로 놈들이 땅을 파고 있습니다!”


그렇게 롬멜 소위, 슐츠 중위와 함께 한스는 다시 청음 초소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슐츠 중위는 성큼성큼 청음 초소 안을 걸어다녔다. 롬멜 소위와 슐츠 중위가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슐츠 중위가 표정을 찡그렸다. 그 때, 롬멜 소위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셋은 아무 말 없이 다시 독일군 참호로 돌아왔다. 슐츠 중위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한스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롬멜 소위가 주변 병사에게 말했다.


“막대 하나 가져오게.”


그렇게 롬멜 소위는 한스, 슐츠 중위와 같이 1.5m 정도 되는 쇠꼬챙이를 가지고 다시 청음 초소 안으로 들어갔다. 롬멜 소위는 아까 한스가 소리가 들렸다고 했던 위치보다 훨씬 깊은 곳, 즉 청음 초소 끝까지 갔다. 그리고는 쇠꼬챙이를 여기저기 찔러보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땅이 얼었기 때문에 쇠꼬챙이는 10cm정도 들어가다가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롬멜 소위가 어떤 위치에 쇠꼬챙이를 꽂았는데, 이번에는 쇠꼬챙이가 중간에 걸리지 않고, 계속해서 쑥 들어가갔다! 한스와 슐츠 중위의 얼굴이 둘다 하얗게 질렸다.


‘아니, 이 쇠꼬챙이가, 얼어붙은 땅 속으로 어떻게 쑥 들어간거지?’


롬멜 소위는 서둘러 그 쇠꼬챙이를 빼고, 그 자리에 살짝 표시를 해두었다. 그리고 슐츠 중위, 한스와 다시 참호로 돌아갔다. 슐츠 중위가 말했다.


“이···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놈들은 무슨 목적이지?”


롬멜 소위가 말했다.


“놈들은 우리 독일 전선을 폭약으로 날려버리려고 땅굴을 파고 있습니다. 당장 모든 전선에 이를 알려야 합니다!”


이 사실은 상부에 보고되었다. 한 장군이 말했다.


“먼저 우리가 땅굴을 파서 폭약을 터트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우리도 거꾸로 땅굴을 파서, 독가스를 흘러 넣어서 적군을 몰살시킬 수 있습니다!”


“이미 놈들이 먼저 땅굴을 팠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공병에 따르면 이 정도 땅굴을 파려면 10개월 정도는 걸린다고 합니다. 놈들은 한참 전부터 땅굴을 파왔던 것 입니다!”


“놈들이 올 때, 우리쪽에서 기관총으로 반격하는 것은 어떨까요?”


결국 한 장군이 놀라운 작전을 생각해냈다.


그 날, 독일군 참호에서는 모든 병사들이 부랴부랴 무기, 탄약들을 챙기고 후퇴하였다. 한스와 동료들도 전차를 더 후방으로 이동시켰다. 요나스가 말했다.


“지금 왜 후퇴하는 거야?”


3호 전차의 전차장인 상등병 바그너씨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고작 200m 남짓한 땅을 지키려고 그렇게 많이 죽었는데, 느닷없이 후퇴라니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헤이든이 말했다.


“상부에서는 분명 생각이 있을 겁니다.”


헤이든은 1호 전차 티거의 훌륭한 조종수였다. 사실 전차장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조종수였다. 헤이든은, 한스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늘 적 전차와 교전할 때, 티거의 가장 강력한 장갑을 비스듬히 놈들 쪽으로 돌리는 역할을 알아서 잘 수행했다. 그 덕분에 한스는 적 전차의 위치를 관찰하고 중요한 명령을 내리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한스는 나중에 전차가 늘어나게 되면, 헤이든에게 전차장 역할을 맡길 수 있을 거라고 늘 생각했었다. 어쩌면 요나스나 바그너 상병보다 훨씬 유능할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애국심에 도취되어 있는 것이 유일한 헤이든의 단점이었다.


최전선 참호에는 신병 몇이 혹시나 남겨 둔 물건이 있나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잘 살펴보면 비스킷 상자나 통조림이라도 주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병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왔다.


“뭐야! 아직도 다 안 나갔어? 빨리들 나가라고! 그래야 우리가 작업을 할거 아냐!”


그제서야 병사들은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공병들이 지뢰매설작업을 할 수 있도록, 그들 모두 황급히 달아났다. 공병들은 최전선 교전참호, 지원참호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예비참호에 영국군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병들은 솜씨가 정말 좋았다. 통조림, 비스킷 상자, 담배갑, 술병이 가득 담긴 박스 등에 교묘하게 지뢰가 터지도록 설치하고 있었다. 영국놈들은 독일군의 철모, 권총, 무기 따위를 전리품으로 수집하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독일군 철모, 권총도 영국놈들이 들어올리면 폭발하도록 지뢰를 설치해 두었다.


한 보병이 공병에게 말했다.


“이봐. 지뢰가 설치된 곳은 어떻게 알아채는 거야? 네놈들 하는 솜씨로 봐선 절대 구분이 안될 것 같은데?”


한 공병이 말했다.


“참호에서는 구분이 어려운데 야외에서는 그래도 할만해. 땅에서 유난히 볼록한 부분을 조심하라고. 흙이 인위적으로 흩어져 있는 곳도 주의하는 것이 좋을 거야. 눈이 내리면 더 구분하기 쉽지. 지뢰가 매설된 곳만 눈이 새하얗지 않고 지저분하니까.”


다른 공병도 조언해주었다.


“풀 잎에 이슬을 잘 관찰하라고. 어떤 풀에만 이슬이 안 맺혀있거나 풀이 꺾여 있다? 그 밑에 깜짝 선물이 있다는 뜻이지. 혹시 비어 있는 민가가 있으면 서랍을 열 때도 조심하는게 좋아. 액자, 의자 같은 것도 물론이고. 심지어 신발에도 놈들은 지뢰를 설치하지.”


한 이등병이 불평을 털어놓았다.


“내가 어제 변소를 보수했다고! 근데 이렇게 떠난다고?”


독일군은 여러 나라 중에서 가장 정성들여 참호를 만들었기에, 전략적으로 후퇴한다고는 해도 병사들 입장에서는 참호를 떠나는 것은, 크게 사기가 저하되는 일이었다. 이번 작전은 극비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일반 병사는 물론 부사관들도 상부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한 장군이 롬멜 소위에게 작전을 설명하며 말했다.


“영국놈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네.”


영국 군인들 또한 공병을 제외하고는 지금 진행되는 작전에 대해서 일반 병사들은 아는 것이 없었다. 며칠 뒤, 영국 공병들은 450톤의 폭약을 보급받았다. 그리고 1년에 걸쳐 파둔 땅굴마다, 엄청난 양의 폭약을 묻어 두었다. 한 영국 장군이 말했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지도를 써야겠군.”


그 날 오후 2시 30분. 24개의 초대형 지뢰 중에 5발을 제외한 19개가 폭발했다. 미리 대피한 독일군들이 철제 통에 담긴 스프를 먹다가, 이 폭발 소리를 듣고 귀한 고기 스프를 모조리 참호 바닥에 엎질렀다.


길다랗게 구불구불 이어지던, 지그재그 모양의 참호 균열 위로 여기저기서 버섯 구름이 피어 올랐다. 지진이라도 나는 것 처럼. 사방 수 km 까지 어마어마한 진동이 느껴졌다. 병사가 여기저기 매달아 놓은 쥐 시체들이 좌우로 흔들렸다. 탄피들이 덜덜거리며 굴러다녔다. 땅 위에 자갈이 여기저기 팝콘처럼 통통 튀어 올랐다. 생쥐 무리가 쏜살같이 어딘가로 도망갔다.


지금은 비어 있는 독일군의 참호 대피호가 폭삭 무너졌다. 포격이 올 때마다 병사들은 그 안에서 벌벌 떨며 혹시라도 무너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 그래도 용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던 지지대가 순식간에 내려 앉았다.


미리 대피해 있던 독일군에게 이 폭발은 예상치 못한 시간대에 이루어졌다. 병사들이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폭약이 터지면서 하늘로 피어오른 버섯 구름은 현재 독일군이 후방에 새로 파둔 참호까지도 자욱하게 먼지를 뿌렸다.


“지독한 자식들!!!”


이윽고 폭발이 끝났다. 하지만 독일군은 쥐죽은 듯, 가만히 있었다. 한 독일 병사가 말했다.


“놈들이 우리 참호로 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잠시 뒤, 영국군이 우르르 몰려오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그들은 이미 독일군이 폭약을 매설해 둔 참호를 먼저 점거할 것 이다. 한 공병이 증오를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내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봐라.”


잠시 뒤, 영국군이 점거한 참호 여기 저기서 폭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맨 뒷 쪽에 있던 독일 병사들까지 무기를 들고 쏜살같이 교전 참호로 달려갔다.


롬멜 소위가 외쳤다.


“돌격!!! 돌격해!!!”


롬멜 소위는 호루라기를 불며 앞으로 진격했다.


“돌격! 앞으로!!!”


병사들을 이끌고 제일 선두에 서서 진격하는 위험한 임무는 마땅히 하루살이 소위가 해야 할 일이었다. 롬멜은 소총을 들고 끊임없이 소리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폭약이 터지면서 참호에는 여기저기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이전에 포탄이 터지면서 생긴 구덩이보다 10배 가량은 컸다. 뮐러 병장이 병사들을 이끌고 폭약이 만들어 준 구덩이를 향해 돌격했다.


“저 구덩이를 점령해!!!빨리!!!”


거대한 구덩이의 깊이는 2m 정도 되었다. 병사들은 대충 구덩이에 반쯤 올라타서 소총을 겨냥하고, 기관총이나 저격총을 설치했다. 그렇게 병사들은 구덩이에 매달린 상태로 적진을 향해 총을 쏠 준비를 했다.


스톰트루퍼 피셔 하사도 이번 작전을 위해 와 있었다. 피셔 하사는 목에 걸린 줄에 수류탄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그리고 몇 병사들을 이끌고 앞으로 달려갔다.


“공격!!!! 공격!!!”


피셔 하사는 재빨리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막대기가 달린 거울을 위로 올려 영국군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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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전차 탈출 작전 +7 20.12.27 2,230 68 11쪽
73 독 안에 든 쥐 +4 20.12.27 2,215 70 11쪽
72 독일 최강의 장전수 +6 20.12.26 2,320 77 11쪽
71 도망자 +3 20.12.25 2,315 78 11쪽
70 호랑이 교관 +4 20.12.25 2,361 86 11쪽
69 전차병 훈련 +10 20.12.24 2,301 85 11쪽
68 고급 레스토랑 +8 20.12.24 2,371 76 11쪽
67 프랑스제 담배 +4 20.12.23 2,321 77 11쪽
66 죽음 앞에 짐승 +1 20.12.23 2,334 67 11쪽
65 스테판 +3 20.12.22 2,410 67 11쪽
64 미친 작전 +7 20.12.21 2,418 69 11쪽
63 한 병사의 이야기 +1 20.12.21 2,448 71 11쪽
62 황당한 작전 +7 20.12.20 2,473 70 11쪽
61 전차 회수 작전 +3 20.12.20 2,477 77 11쪽
60 전차장의 판단 +5 20.12.19 2,512 72 11쪽
59 한스 파이퍼 기갑 부대 +3 20.12.19 2,586 69 11쪽
58 장갑차 +9 20.12.19 2,526 74 11쪽
57 괴링 +9 20.12.18 2,537 78 11쪽
56 휴가를 보내줘 +4 20.12.18 2,533 72 11쪽
55 MP18 +5 20.12.17 2,538 71 11쪽
54 르노 전차 +9 20.12.16 2,572 76 11쪽
53 행군 +7 20.12.16 2,605 71 11쪽
52 손바닥 +9 20.12.15 2,644 71 11쪽
51 재밌는 이야기 +8 20.12.15 2,741 81 11쪽
50 머카나키 통조림 +4 20.12.14 2,782 82 11쪽
49 총력전 +1 20.12.13 2,790 68 11쪽
» 영국 군인들의 깜짝 파티 +2 20.12.12 2,759 82 11쪽
47 비전투 손실 +5 20.12.12 2,761 74 11쪽
46 다시 참호로 +20 20.12.12 2,886 76 11쪽
45 2차 세계대전 +5 20.12.11 3,061 7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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