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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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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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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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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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보내줘

DUMMY

헤이든이 말했다.


“시도는 해봐야죠.”


“가급적 서두르게.”


헤이든이 모닥불 앞에서 책자를 잠시 살펴본 뒤, 르노 전차 정면에 있는 문을 양 옆으로 활짝 열고는, 그 안에 엉덩이를 구겨 넣었다.


“읏차!”


헤이든은 체구가 작은 편이었음에도, 들어갈 때 천장에 머리가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요나스가 말했다.


“슈타이너 상병이었다면 엉덩이가 껴서 못 빠져나오겠군.”


병사들이 다가와서 르노 전차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전차 측면에는 3중대 소속임을 뜻하는 스페이드가 그려져 있었다. 르노 전차의 앞부분 무한궤도는 병사들의 가슴팍 정도 높이였고, 포탑까지 포함한 전체 높이는 병사들의 키보다 50센치 정도 높았다. 헤이든이 전차 내부를 관찰하며 말했다.


“여기 와이어 커터가 있고···이 패달이 브레이크, 이 패달은 클러치, 이게 엑셀레이터, 이게 기어 시프트 레버 같군요.”


한스가 설명서를 읽으며 말했다.


“맞네. 한 번 해보게.”


헤이든이 양쪽에 레버를 만져보고는 말했다.


“아마 이걸로 회전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른쪽 레버를 당기면 우회전, 왼쪽 레버를 당기면 좌회전할 것 같군요.”


니클라스가 말했다.


“야, 이젠 운전병이 전차당 하나씩만 있어도 되는 거야? 대단한걸?”


한스가 초조하게 말했다.


“어서 운전해보게. 빨리 이동해야 하네.”


헤이든이 르노 전차를 앞으로 전진시키며 소리쳤다.


“와우! 기분 엄청 좋아!”


침울하고 지쳐있던 다른 병사들도 표정이 밝아졌다. 루이스가 크게 소리쳤다.


“그 안은 어때? 안 뜨겁냐?”


헤이든이 외쳤다.


“엔진이 뒤에 있어서 안 뜨거워!!”


한스도 전차 내부에 들어가서 안 쪽을 살펴보았다. 오른쪽 차체 벽면에 포탄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포탄들이 여러 개 꽂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책장 안에 두꺼운 책들이 꽂힌 것 같았다. 한스가 포탄을 하나 집어 보았다.


“이걸 여기 장전시켜서 발사하는 구조로군.”


르노 전차는 특이하게도, 전차장이 몸을 빼낼 수 있는 구멍이 윗부분이 아니라 포탑 후면에 있었다. 그 쪽으로 몸을 빼면, 다리는 포탑 안에 들어가 있고, 엉덩이부터 상반신은 포탑과 큐폴라 뒤에서 전면부를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구조였다.


요나스가 말했다.


“그 포탑 한 바퀴 돌려봐!”


하지만 지금은 갈 길이 멀었다. 한스가 말했다.


“일단 빨리 출발하고 도착해서 전차를 살펴보도록 하지. 헤이든! 출발해!”


그렇게 한스 일행은 노획한 르노 전차 한 대와 함께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모든 병사들은 먹을 것, 담배로 주머니가 두둑했고, 전차 노획도 성공했기에 여전히 피곤했지만 기분이 제법 좋아졌다. 아까와는 달리 농담도 하면서 길을 걸었다. 그 때, 오른쪽으로 길을 틀어야 했기에 헤이든이 르노 전차를 우회전 시켰다. 르노 전차의 우측 궤도가 정지하고, 좌측 궤도만 전진하며 전차는 부드럽게 방향을 꺾었다.


니클라스가 감탄했다.


“기가 막히게 빨리 회전하는군!”


“작으니까 빨리 회전하는게 당연하지.”


어느덧 날이 밝아왔다. 한스가 말했다.


“여기서 휴식한다!”


병사들은 다시 작게 불을 피우고, 노획한 프랑스 놈들의 군용 음식을 데우기 시작했다. 불현듯 한스의 머리 속에 아까 자신이 죽인 프랑스 병사들이 떠올랐다.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죽이지 않았다면 내가 죽었을 거야.'


한스는 불쾌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숟가락으로 철제 통조림을 긁으며 싹싹 긁어먹기 시작했다. 그 때, 니클라스가 말했다.


“이보게 자네들. 그거 아는가? 다른 부대에서는 기관총 한 정을 노획했다고 포상 휴가를 받았다더군.”


그 말에 한스가 제일 놀랐다.


“아니 뭐라고? 고작 기관총 한 대에 포상 휴가를 받아?”


루이스가 말했다.


“전차 한 대를 격파한 포병도 포상 휴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 헤이든, 에밋, 거너 모두 한 번도 휴가를 가지 못했습니다.”


니클라스가 말했다.


“나도 아직 한 번도 못 갔다왔네.”


거너가 말했다.


“이것은 정말 부당합니다. 우리는 여태까지 많은 전차들을 노획하고 여러 대의 전차를 격파했는데, 단 한 번의 포상조차 받은 적이 없습니다.”


요나스가 말했다.


“슐츠 중위는 정말 고약한 자식이야.”


“그 자식의 콧수염을 다 뽑아버리고 싶어!”


“파이퍼 하사님만 믿고 매번 이렇게 위험한 작전에 나갔는데, 훈장은 커녕 휴가도 못 받는 것은 정말 부당합니다.”


한스는 당혹스러웠다. 장군들이나 슈톰트루퍼보다 부하들을 다루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한스가 말했다.


“돌아가면 내가 꼭 슐츠 중위에게 휴가에 대해서 말해보겠네.”


니클라스가 말했다.


“부탁하네 한스.”


한스가 말했다.


“나도 슐츠 중위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정도면 다른 장교들에 비해서 최악은 아니라고 들었네.”


요나스가 투덜대며 말했다.


“맨날 우리 공로를 가로채니까 친절한거지. 아 한스. 그 MP18은 어때?”


한스가 말했다.


“생각보다 좋은 총이네. 왼쪽으로 무게가 쏠리긴 하지만. 엄청나게 유용할거야.”


요나스가 말했다.


“그거 내가 들고가면 안될까? 자네는 아까 쏴봤잖아. 권총도 있고.”


요나스는 독일 최초의 기관단총인 MP18을 탐내고 있었다. 한스가 대답했다.


“뭐 안될 것 없지. 그렇게 하게.”


병사들이 교대로 보초를 서며 휴식을 취했다. 다시 해가 저물고, 병사들은 르노 전차를 호위하며 행군하였다. 앞서가는 병사들은 땅을 관찰하며 혹시나 움푹 패인 곳이나 무른 지형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다행히 겨울이라 땅이 단단해서 전차를 운전하기 더 쉬웠다.


이번에도 혹시나 모를 오인 사격을 피하기 위해 에밋과 거너를 먼저 앞으로 보냈다. 그들이 이번 전차 노획 작전이 성공했으니, 한스 일행에게 포를 쏘지 말라고 전달할 것 이다. 한스는 르노 전차에 독일 깃발을 꼽았다.


잠시 뒤, 노획 작전의 성공 소식을 들은 독일 병사들이 르노 전차를 구경하기 위해 달려 왔다. 포병 벤이 말했다.


“아니, 뭐가 이렇게 작아?”


슈타이너 상병이 말했다.


“난 들어가지도 못하겠구먼.”


슐츠 중위도 르노 전차를 보고 왔다. 그리고는 말했다.


“뭐 신형 전차라고 해서 기대했건만 별거 아니군.”


한스와 같이 작전을 마치고 온 동료들의 표정이 울그락푸르락해졌다. 한스가 슐츠 중위에게 말했다.


“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스는 슐츠 중위에게 동료들에게 포상 휴가를 줄 것을 슐츠 중위에게 요청했다. 슐츠 중위가 말했다.


“자네들은 전차를 노획할 때마다 매번 휴가를 갔다 오려고 하는가? 그런 식이면 전선에 남아 있는 병사가 없겠군. 다섯 대 정도는 더 노획하고 갔다와도 되지 않겠나?”


한스는 화가 나는 것을 꾹 참았다. 앞으로도 병사들을 이끌려면 휴가던 포상이던 무언가를 받아내야 했다. 한스가 말했다.


“제 동료들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휴가를 갔다오지 못했습니다. 저는 휴가를 가지 못해도 좋지만, 제 동료들은 가족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어합니다.”


한스의 말에 슐츠 중위는 놀란듯이 한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알았네. 휴가증을 써주도록 하지.”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한스의 동료들은 포상 휴가를 받게 되었다. 뮐러 병장이 말했다..


“이 휴가증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갖고 다니게. 휴가증을 잃어버렸다가 탈영병으로 몰려서 헌병한테 즉결 처분을 받기도 하네.”


한스의 동료들은 휴가를 갈 생각에 다들 들떠 있었다. 요나스가 말했다.


“난 집에 가기 전에 장에 가서 음식을 사야해.”


“왜?”


“군에서는 음식이 잘 나오니 걱정 말라고 내가 가족한테 편지를 썼거든. 그랬더니 먹을 것을 좀 가져다 달라고 하더라고.”


“후방에 비하면 우리 정도야 잘 먹은거지.”


니클라스가 지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난 그냥 가서 잠이나 실컷 잘거야. 맥주 조금 마시고. 휴가 내내 잠만 잘거야. 난 그 정도 자격은 있잖아?”


휴가를 가지 않는 병사들이 그들에게 인사했다.


“잘 다녀오라고.”


슐츠 중위는 한스에게도 휴가증을 써주었다. 한스는 휴가증을 주머니에 놓고 도심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이번이 한스에게는 두번째 휴가였다.


‘난 어디로 가지···’


한스는 대충 아무 도시에나 내려서, 여관에서 휴가 기간 내내 묶으면서 맥주나 마시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열차에서 내려서 길을 걸어 가는데, 한 남자가 말이 타고 쏜살같이 지나가면서, 한스에게 더러운 진흙탕 물을 잔뜩 튀겼다.


“어이쿠!”


그 남자는 사과도 하지 않고 앞으로 가버렸다. 한스가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저···빌어먹을 자식이!!”


한스는 여관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씻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터덜터덜 걸어갔다. 저 쪽에 헌병이 보였으나, 한스는 무시하고 갈 길을 갔다. 그 때, 헌병이 군복을 입은 꾀죄죄한 한스를 불러 세웠다.


“이봐! 거기 서!”


그 헌병은 한스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고 얼굴은 상처 하나 없이 멀끔했다. 한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전투 한 번 치뤄본적 없는 애송이가...'


그 헌병이 한스를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재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첩 내놔!”


한스는 군말없이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어 보여주며 말했다.


“휴가를 나왔습니다.”


헌병이 말했다.


“휴가증은 어디 있지?”


한스는 주머니를 뒤졌다. 그런데 휴가증이 잡히지 않았다. 헌병은 한스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어? 있었는데?”


헌병은 한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탈영병이로군.”


한스는 기가 막혔다.


“아닙니다! 휴가증이 있습니다!”


한스는 가방을 내려놓고 그 안을 뒤져서 휴가증을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헌병은 휴가증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한스에게 수첩과 휴가증을 돌려주더니 사과도 없이 제 갈 길을 갔다. 한스는 그 헌병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휴가 첫날부터 기분이 잡치는군···’


옷에 흙탕물이 묻어서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한스를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나는 목숨걸고 최전선에서 근무하는데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


한스는 아무 여관에나 들어가 몸을 씻고 대충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휴가 끝날때까지 여기서 잠이나 자야겠군.’


그렇게 한스는 잠에 골아떨어졌다. 한참을 자다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고, 한스는 술집에 가서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여기 맥주 한 잔이랑 소시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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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45 보스만
    작성일
    20.12.18 01:47
    No. 1

    전쟁에서 지는 나라는 다 이유가 있는데 이 소설은 지는 이유들을 잘 보여주네.

    찬성: 7 | 반대: 0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0.12.18 08:27
    No. 2

    그나저나 그 소세지가 남았을지와 소세지 재료와 품질은? 군도 그런데 후방은... 1918년에는 아사자들도 속출한다는데요. 병사들이 가장 목표로 노리는게 식량창고라고 하니 답은 없죠. 애초에 국력을 무시한 전쟁을 하고, 전략과 장기전 계획 없는 지도부가... 물론, 독일 영토와 전쟁환경탓도 있으나...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ㅎㅎ 휴가도 받아서 다행이네요. 슐츠도 뭔가 아는군먼! 철십자 훈장만 받는다면! 1급은 모르고 2급은 받겠죠? 아, 르노 FT-17에 어떤 이름 붙일건가요? 레오파르트? 마르더? 더불어, 프랑스 전차들의 전차장 출구들이 약점인데 큐플라를 통한 상부 출입 방법을 주인공이 생각할지 궁금하네요! ㅎㅎㅎ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di******..
    작성일
    20.12.18 13:20
    No. 3

    슐츠 때문에 철십자 훈장은 제법 나중에 받게 됩니다 ;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遊郞
    작성일
    21.01.27 12:04
    No. 4

    솔직히 지금까지 전공 생각하면 방탄훈장도 이상하지 않은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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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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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전차 탈출 작전 +7 20.12.27 2,230 68 11쪽
73 독 안에 든 쥐 +4 20.12.27 2,215 70 11쪽
72 독일 최강의 장전수 +6 20.12.26 2,320 77 11쪽
71 도망자 +3 20.12.25 2,315 78 11쪽
70 호랑이 교관 +4 20.12.25 2,361 86 11쪽
69 전차병 훈련 +10 20.12.24 2,301 85 11쪽
68 고급 레스토랑 +8 20.12.24 2,371 76 11쪽
67 프랑스제 담배 +4 20.12.23 2,321 77 11쪽
66 죽음 앞에 짐승 +1 20.12.23 2,334 67 11쪽
65 스테판 +3 20.12.22 2,410 67 11쪽
64 미친 작전 +7 20.12.21 2,418 6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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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전차 회수 작전 +3 20.12.20 2,477 77 11쪽
60 전차장의 판단 +5 20.12.19 2,512 72 11쪽
59 한스 파이퍼 기갑 부대 +3 20.12.19 2,586 69 11쪽
58 장갑차 +9 20.12.19 2,526 74 11쪽
57 괴링 +9 20.12.18 2,537 78 11쪽
» 휴가를 보내줘 +4 20.12.18 2,533 72 11쪽
55 MP18 +5 20.12.17 2,538 71 11쪽
54 르노 전차 +9 20.12.16 2,572 76 11쪽
53 행군 +7 20.12.16 2,605 71 11쪽
52 손바닥 +9 20.12.15 2,644 71 11쪽
51 재밌는 이야기 +8 20.12.15 2,741 81 11쪽
50 머카나키 통조림 +4 20.12.14 2,782 82 11쪽
49 총력전 +1 20.12.13 2,790 68 11쪽
48 영국 군인들의 깜짝 파티 +2 20.12.12 2,758 82 11쪽
47 비전투 손실 +5 20.12.12 2,761 74 11쪽
46 다시 참호로 +20 20.12.12 2,885 76 11쪽
45 2차 세계대전 +5 20.12.11 3,060 7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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