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독일군
미하엘은 일단 최대한 고도를 높였다. 그리고 6시 방향을 살펴보고 적기가 쫓아오지 못한 것을 확인하였다.
‘휴..살았다..’
그러던 미하엘은 목을 빼어들어 아래 쪽을 살펴보다가, 노르만의 알바트로스를 발견했다.
‘젠장! 저 녀석 뭐 하는 거야!’
멍청한 노르만의 알바트로스는, 자신을 향해 날라오던 솝위드 카멜기의 꼬리를 잡기 위해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 솝위드 카멜기 또한 노르만의 기체를 잡기 위해 반대편에서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두 대의 기체는 8자를 그리고 있었고, 솝위드 카멜기가 그리는 원의 반경이 더 작았다.
이렇게 솝위드 카멜기가 선회력이 좋기 때문에 이것은 알바트로스 입장에서 미친 짓이었다. 이미 솝위드 카멜기는 작은 선회 반경을 그리며 돌고 있었고 조만간 노르만의 알바트로스는 놈에게 꽁무니를 잡힐 일만 남았다. 미하엘은 적 솝위드 카멜기를 향해 빠른 속도로 고도를 낮추며 날라가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그리고 미하엘은 하강하면서 적군의 솝위드 카멜기를 향해 알바트로스의 기관총의 총알을 쏟아 부었다.
탕탕탕 탕탕탕탕
“아아악!!”
솝위드 카멜기의 조종수는 뒤에서 총알이 날라오자 기체를 좌우로 흔들며 피해보려고 했지만 기체가 총알을 맞았는지 꼬리 쪽에서 시꺼먼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미하엘은 솝위드 카멜기의 아래 쪽으로 지나가며 뒤를 돌아보았다.
쿠과광!!콰광!!
하늘 위에서 솝위드 카멜기가 폭발하며 오른쪽 날개가 날아갔다. 미하엘은 자신도 모르게 똥오줌을 지리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시커멓게 타오르는 솝위드 카멜기의 파편이 무인지대로 추락하면서 저고도에 있던 다른 솝위드 카멜기 한 대를 박살냈다.
쿠과광!!콰광!!
그렇게 영국군의 솝위드 카멜기 편대는 미하엘의 알바트로스 편대에 의해 모조리 격추되었다. 지켜보던 독일군이 환호성을 질렀다.
“좋았어!!우리가 이겼어!!”
“완벽한 승리다!!”
게르하르트, 노르만, 요하임은 다시 미하엘의 편대에 V자 모양으로 합류하였다. 그런데 후고의 알바트로스만이 보이지 않았다.
‘게르하르트, 노르만, 요하임 모두 살아 있군! 그런데 후고는?’
미하엘은 등줄기에 소름이 끼쳤다.
“젠장!! 격추된 건가!!”
그 때 미하엘은 구름 속에서 검은 점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저..저것은?”
후고의 기체는 혼자서 한참 멀리 가서 구름 속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저 멍청한 자식!!”
혼자서 이탈해서 벌벌 떨며 똥오줌을 지리던 후고는 그제서야 미하엘 편대를 발견하고 그 쪽으로 가서 합류하였다. 미하엘 편대는 안전하게 착륙한 이후에 정비병들의 환호를 받았다.
“역시 영웅이야!”
“조금 있다가 다시 출격해야 하네!!”
후고는 기체에서 내리고 민망한 듯이 씨익 웃고 있었다.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은 자신이 영웅이라도 된 것 마냥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미하엘은 후고한테 가서 조인트라도 까고 싶었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같이 출격해야 했기에 일단은 참았다.
‘저 멍청한 새끼!!’
한편 독일군은 영국군의 방어선을 향해서 엄청난 포격을 쏟아 붓고 있었다. 독일군은 항공 정찰로 얻은 정보를 이용하여, 영국군의 포병대가 있는 곳에 가스탄을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가스!!가스다!!”
포를 운반하는 말들이 가스를 마시고 몸부림치며 죽어갔다. 영국 포병들이 속으로 생각했다.
‘망할 놈들..이렇게 정확한 포격을!’
예전이야 포격 때 대피호로 숨어있다가 튀어나오면 그만이었지만 전쟁이 가면 갈수록 양측 포병의 포격은 정교해진 것 이었다. 한 영국군 장교가 전화기를 집어 던지며 외쳤다.
“젠장!!통신선이 모두 끊겼어!!”
지금은 포격이 워낙 심해서 통신선을 재가설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영국군들은 대피호 안에서 방독면을 쓰고 두려움에 떠는 채로 이 포격이 끝나기만을, 혹은 끝나지 않기를 기다렸다. 몇 병사들은 바지에 똥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어제 전투 때 도망가서 살아남았던 한 병사는, 포격이 끝나고 다시 달려올 적군을 생각하며 겁에 질려 있었다.
몇 시간에 걸쳐 이뤄지던 포격은 갑자기 더욱 거세어져 갔다. 한 고참이 중얼거렸다.
“몇 분 있다가 시작일세. 준비하도록.”
쿠과광!!콰광!! 쿠와왕!!
1분 전부터 거세어진 포격은 지표면을 박살낼 것처럼 우렁찼다. 몇 시간 동안 초연하게 버티던 병사들도 너무나도 엄청난 포격 소리에 귀를 막고 입을 크게 벌렸다.
“4분 정도 뒤에 오겠군..”
대피호 속에 영국군은 모두 자신들의 소총을 챙겼다. 한 신병이 오줌을 지린 채로 귀를 막고 울부짖었다.
“으아악!!으아악!!”
쿠과광!!콰광!!
마지막 포탄이 터지고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휘파람 소리와 함께 모든 병사들은 대피호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런데 아까부터 비명을 지르던 신병, 벤자민은 귀를 막고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맥스 상병이 벤자민에게 외쳤다.
“벤자민! 빨리 나와!!”
“못 합니다!! 못 해요!!”
퍽!
맥스 상병은 벤자민의 철모를 개머리판으로 쳤고 벤자민은 대피호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벤자민이 끝까지 외쳤다.
“안 나갑니다!!왜 하필 우리 부대가 여기 있을 때 전투입니까! 다 뒤질 겁니다!”
“이 새끼가!!”
맥스 상병은 벤자민의 멱살을 잡고 대피호 밖으로 끌어냈다. 이미 교전 참호에는 다가올 독일군을 향해서 병사들이 빽빽하게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맥스 상병은 벤자민을 자기 옆에 세우고 말했다.
“여기서 놈들이 올 때 쏘기만 하면 된다!!”
벤자민은 참호 밖으로 얼굴을 내밀지 못한 채 하늘을 향해 허공으로 소총을 겨누고 벌벌 떨었다. 맥스 상병은 더 이상 벤자민을 신경 쓰지 않고 다가오는 뿌연 안개를 바라보았다. 영국군의 참호는 크게 두 개의 라인으로 나뉘어 있었고, 지금 벤자민과 맥스 상병이 있는 곳은 첫 번째 라인에서도 제일 앞에 있는 교전 참호였다. 벤자민이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
“으아악!!아악!!!”
독일 포병이 뿌려주는 그 뿌연 안개는 점점 자신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먼 곳에서 함성소리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와아아 와아아!!”
벤자민이 허공을 향해 소총을 쏘았다.
탕!
“아직 쏘지 마라!! 놈들이 오면 쏴!!”
맥스 상병이 속으로 생각했다.
‘보슈 놈들 나타나기만 하면 네 놈들 대갈통을 날려주겠어!’
맥스 상병은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며 안개를 유심하게 노려보았다.
잠시 뒤, 그 안개 속에서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달려오는 독일군이 아니라 마름모꼴의 철갑 괴물, 티거였다.
“보슈놈들 전차다!!”
영국 기관총 사수는 한스의 전차를 향해서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드득 드드드득 드드득
기관총에 백 발 넘는 총알을 맞은 티거는 천천히 좌측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공포에 몸이 굳어버린 한 영국군이 외쳤다.
“아..안돼..”
좌측에 TIGER라는 글자와 함께 더듬이처럼 움직이는 포가 기관총이 있는 영국군의 토치카를 겨냥했다.
“으악!!”
펑! 슈웃 콰광!!
기관총이 거치되어 있던 영국군의 토치카가 박살이 났고, 전차 뒤에 숨어있던 슈톰트루퍼가 뛰쳐나와서 참혹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슈톰트루퍼의 화염방사기가 이미 박살 난 영국군의 토치카에 빼곡하게 화염을 뿜어댔고 기관총 사수의 시체는 시꺼멓게 그을렸다. 한 슈톰트루퍼는 날카롭게 갈아 놓은 삽으로 영국 병사들의 턱과 어깨 사이를 내려쳤다.
“아악!! 으아악!!”
“살려줘!!”
그렇게 돌격대는 화염 방사기, 수류탄, 기관단총 등으로 영국군의 교전 참호의 한 지점을 파고들어 잔인하게 초토화시켰다.
“으아악!!”
“내 눈!!”
쿠과광!!
다른 돌격대원들이 한창 싸우고 있을 때, 피셔 상사는 기관총이 거치된 영국 토치카를 향해 측면으로 접근하였다. 그 영국 기관총 사수는 측면에서 피셔 상사가 접근하는 것도 모르고 정면에 보이는 독일군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대고 있었다.
드득 드드드득
피셔 상사는 막대형 수류탄을 잽싸게 토치카 안으로 집어 던졌다.
콰광!!쿠과광!!
이렇게 돌격대가 교전 참호, 지원 참호를 차례로 점령하고 있을 때, 한스의 전차 소대는 영국군의 예비 참호를 확보하고자 앞으로 전진하였다. 작전대로 켈러 소위의 2소대가 두 줄로 나뉘어 전차 소대보다 앞서서 예비 참호의 요새화된 시가지를 향해서 전진하였다.
한스가 속으로 식은 땀을 흘리며 전면 관측창을 바라 보았다.
‘젠장..2소대가 잘 해줘야 하는데..’
그 때, 피셔 상사를 포함한 돌격대가 달려왔다. 그들은 2소대보다 앞서서 시가지로 진입했다. 한스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좋았어!”
피셔 상사는 자신의 돌격대와 함께 두 줄로 나뉘어 전방을 살피며 앞으로 전진하였다. 잠시 뒤, 피셔 상사는 건물 모퉁이까지 확실히 살펴본 다음에 총을 머리 위로 들고 흔들며 한스의 전차 소대에게 앞으로 전진해도 된다고 신호를 보냈다. 그렇게 한스의 전차 소대는 천천히 전진하며 시가지로 진입했다. 한스는 관측창을 통해서 시가지의 구조를 살펴보았다.
‘여긴 골목이 많아서 정찰을 했다고 해도 언제 놈들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한스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만약 매복한 영국군이 있다면 분명히 티거를 제일 먼저 노릴 것이 분명했다.
‘나라면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면 나를 제일 먼저 저격하겠지..’
그 때, 피셔 상사는 사거리에서 전진을 멈추었다. 그리고 철모를 자신의 소총 위에 걸쳐놓고 건물 모퉁으로 빼끔 내밀어보았다.
타앙!
피셔 상사의 철모가 바닥에 놔뒹굴었다.
‘저격이로군..
피셔 상사가 철모를 다시 쓰고는 팔로 X자를 그리며 한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저격수! 저격수가 있다!”
한스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젠장! 저격이 있으면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 수 없는데!’
한스가 프란츠에게 외쳤다.
“적 저격수!”
프란츠는 뒤 따라오는 전차들에게 저격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 신호기를 조작하였다. 다행히 바깥으로 나가서 신호기 색상을 변경할 필요는 없었다.
‘저격수도 있는데 설마 날 내보내진 않겠지?’
프란츠는 뜨겁고 시끄러운 티거 안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한스의 눈치를 살폈다. 한편 다른 돌격대가 거울을 이용해서 적군 저격수가 있는 건물의 위치를 발견하고 피셔 상사에게 말했다.
“좌측 교회 건물 3층에 저격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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