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외전 4
엘비스는 할스타인 아저씨의 일을 돕거나 농사를 거들며 돈을 모았다. 어느 날 더스틴이 와서 엘비스에게 물었다.
"너 내년에도 출항할거냐?"
"아마도?"
지난 번처럼 전투 한 번 안하고 보물만 약탈해올 수 있다면 그야말로 꿀일 것 이다.
'이미 항로도 개척되었으니 폭풍만 없으면 괜찮겠지?'
더스틴이 주위를 둘러본 다음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백작님께서 옆 마을에 공성 병기를 주문하셨다는 소문이 있어!"
"고...공성 무기? 그게 왜 필요하지?"
여태까지 바이킹들의 전술은 보물만 얻고 도망가는 전술이었다.
"우리 수도원 가는거 아냐? 공성 무기 뭐 준비했는데? 수도원 문 부수려는건가?"
"공성추, 투석기, 공성포, 이동식 사다리야."
'투...투석기?'
수도원에 투석기를 사용할리는 없을 것 이다.
'전쟁인가?'
더스틴이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귀족들과 함께 군대를 모아서 대규모로 출정하려는게 분명하네! 광전사가 될 기회야! 나는 요새 매일 훈련 중이네!"
그 날 엘비스는 도축업자에게 산 고기를 베면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이미 도축이 된 고기를 베는 것은 쉬웠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도끼를 휘둘러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것 인가?
'그냥 농사나 지어야겠다..'
다음 날, 엘비스는 할스타인 아저씨와 함께 타르를 사러 소나무 숲으로 향했다. 빽빽한 소나무 숲에는 흰 눈이 두텁게 쌓여 있었다. 이제 지긋지긋한 북유럽 겨울의 시작이었던 것 이다.
여기저기 구덩이에서 소나무가 타면서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타르를 제작하는 사업은 점점 대규모로 확장되고 있었다. 할스타인 아저씨가 한 아궁이를 가리키며 이 곳 주인에게 물었다.
"이건 뭐요?"
"투석기로 성벽 너머로 던질 수 있는 수류탄을 제작하라고 백작님께서 지시를 내리셨소!"
그 자는 납으로 만든 수류탄과 왁스칠이 된 여러 무기를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 불을 붙이고 성벽 내부로 발사할 걸세!"
할스타인 아저씨가 무기를 보며 말했다.
"전투가 아니라 전쟁이군."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영지까지 받을 수 있을걸세!"
그 날 엘비스는 집으로 돌아온 다음 지난 번의 받은 도끼의 날을 확인했다.
'전쟁하면 이걸로 사람도 죽여야겠지?'
엘비스가 자신의 턱을 만져보니 이제는 제법 수염이 꺼끌꺼끌하게 올라온 상태였다. 엘비스는 다른 바이킹 전사처럼 이 육중한 도끼를 이용해서 면도를 해보기로 했다. 엘비스는 도끼날을 모닥불에 달구어서 소독을 했다.
'나...나도 다른 전사들처럼 도끼로 면도한다!!!'
"악!!!"
그만 턱이 베여서 상처가 나고 말았다. 엘비스는 천을 이용해서 피를 닦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전쟁은 무슨 전쟁...'
괜히 전쟁 나갔다가 제일 먼저 뒤지면 그건 그야말로 개죽음일 것 이다.
'농사 지어서 착실히 돈 벌고 나중에 내 가게를 차려야지!'
그로부터 며칠 뒤, 여러 차례 전투에 나갔던 바이킹 전사가 병에 걸려 사망하였고 장례식을 치루게 되었다. 엘비스는 포리어, 더스틴, 하워드 등과 함께 바이킹 전사의 시신이 놓여있는 관을 어깨에 이고는 얼어붙은 강을 향해 걸어갔다. 옆에서 다른 바이킹들이 북을 치고 노래를 불렀다. 엘비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시발 존나 무겁네!!!'
얼어붙은 강 위에 작은 돛단배 위에 위대한 바이킹 전사의 시신이 뉘여졌다. 베테랑 바이킹 포리어가 돛단배에 맥주를 부으며 말했다.
"발할라에서 영면하소서!!!"
엘비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발할라는 뭔 놈의 발할라...그냥 병 걸려 죽은거지...'
엘비스, 포리어, 프레다, 더스틴, 하워드, 아스트리드 모두 활을 들고는 절벽 위로 올라갔다. 날씨가 제법 추워서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입기 나왔다. 여기서 다 같이 불화살을 쏘아서 돛단배를 맞추어야 할 것 이다. 하워드가 말했다.
"근데 우리 전부 다 쐈는데 하나도 안 맞으면 어떡하냐? 발할라 못 가는...악!!"
포리어가 하워드를 때리고 말했다.
"불을 붙여라!!"
모두 화살에 불을 붙였다.
"발사!!!"
동시에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가 났다.
타 타다 타
피웅
돛단배와 그 주위에 수 많은 화살이 박혔다.
피웅 피웅 피웅 피웅 피웅 피우
탇 탇 탇 탇 탇
화르르르르르
사람들이 밧줄을 잡아당기며 활활 불이 타오르는 돛단배를 강 쪽으로 끌고 나갔다.
"우! 우! 우! 우!"
강 위를 뒤덮고 있던 얼음이 으드득 으스러지며 배가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고, 돛단배를 끌던 사람들은 모두 기슭으로 올라왔다. 돛단배 전체에 불이 옮겨붙으며 앞쪽부터 서서히 얼어붙은 강 속으로 침몰하기 시작했다.
저녁 노을이 지며 하늘이 벌겋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지겨운 좆같은 침엽수림들이 시커멓고 빽빽하게 지평선을 가리고 있었다. 엘비스는 자신이 약탈하러 갔던 곳을 떠올렸다.
'그 곳은 겨울에도 따뜻하겠지? '
엘비스는 집으로 돌아온 다음 수도원에서 약탈했던 은수저를 꺼내보았다. 바이킹들은 귀족조차도 수프를 먹을때는 수저를 쓰지 않고 그릇을 들고 먹는다.
'다른 지역은 얼마나 발달했을까?'
다음 해, 엘비스는 결국 파리 원정대로 가게 되었다. 공성탑, 공성추, 투석기, 공성포, 이동식 사다리까지 있었다. 항구에서 사람들은 예전과는 달리 초조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올리버 백작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자신의 선박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출정을 위하여 올리버 백작은 거의 전재산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올리버 백작은 황금으로 장식하고 유리를 덮어서 만든 자신의 나침반과 지도를 바라보았다.
'이 나침반만 있으면 대양은 나의 것 이다!!'
"돛을 올려라!!!"
"좌현 노 준비 완료!!"
"우현 노 준비 완료!!"
엘비스는 제법 익숙하게 노를 저었다.
"우! 우! 우! 우!"
엘비스는 대양을 향해 나아가는 수백 척의 롱쉽을 바라보았다.
"우! 우! 우! 우!"
베테랑 바이킹 포리어가 외쳤다.
"이 정도 규모의 출정은 나도 처음일세!!"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오른 거대한 용머리 장식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를 가르고 앞으로 나아갔다. 더스틴이 용머리 장식을 보고 외쳤다.
"지난 번에 만들었던거보다 훨씬 큰데?"
"어지간한 장애물은 박살낼 수 있을걸세!!!"
"거기!! 집중 안하나!"
"우! 우! 우! 우!"
한참 노를 저은 다음 갑판 안에 넣어둔 돌고래 고기를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프레다는 영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망할!! 우리가 주공을 맡았어야 한다고!"
엘비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주공이 아닌 조공인가?'
하워드가 수군거렸다.
"솔직히 우린 주공 맡을 실력은 안되지...아까 다른 지역에서 온 녀석들 봤냐? 개네는 소드도 있다고!"
엘비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조공이면 생존 가능성은 더 높은건가?'
더스틴이 말했다.
"주공으로 가야 보물을 더 많이 얻을텐데 아쉽군!!"
한참 항해한 끝에 마침내 배들이 대륙에 도착했다. 그리고 엘비스가 타고 있는 롱쉽을 포함한 수십 대의 선박들이 강을 따라 진입했다.
"우! 우! 우! 우! 우!"
강 한 쪽에 프랑크 인들이 만든 목재로 만든 작은 탑 위에서 깃발이 휘날리는 것이 보였다. 포리어가 외쳤다.
"방패 대형으로!!!"
이번에는 엘비스 또한 방패를 들고는 즉시 방패 대형을 취했다. 프랑크인의 고함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쉿! 쉬잇! 쉿!!
방패 여기저기에 화살이 박혔다.
탁! 탁! 타악! 탁!!
방패 벽 속에서 동료들이 버티며 내는 소리가 들렸다.
"으으! 으으!!"
"버텨!!!"
"팔에 힘 줘!!!"
엘비스 또한 최대한 팔에 힘을 주고는 방패를 양 손으로 받치고 버텼다.
쉬잇! 쉿!! 쉬잇!!
다른 배에서 누가 맞은건지 비명 소리와 함께 물에 첨벙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악!!"
첨벙!!!!
"악!!"
"으아!!!"
"끄으!!!"
신병 바이킹이 호기심에 방패 위로 고개를 들었다가 머리에 정통으로 화살을 맞았다.
퍼억!!!
한 명이 쓰러질 때마다 방패 벽에 구멍이 생겼고 중심으로 더욱 뭉쳐야 했다. 방패벽 뒤에 있던 궁수들이 일어선 다음 프랑크 군이 있는 방향을 향해 활을 발사했다.
피웅! 피웅!! 피웅!!!
엘비스가 타고 있는 롱쉽에서 이미 두 명이 활을 맞고 전사한 상태였다.
"으아아!!! 으아아아아!!!"
"좌현으로!! 상륙 대비하라!!!"
그 때, 프랑크군이 투석기를 사용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프랑크군은 두꺼운 가죽으로 된 벨트 사이에 지름 15cm 정도의 거대한 돌덩이를 끼워넣은 다음 불을 붙였다.
"발사!!!"
털커덩!!
쇠사슬이 풀리며 지렛대가 올라갔고 육중한 소리와 함께 가죽 벨트 사이에 끼워진 돌덩이가 끌려가다가 하늘 위로 올라갔다. 지렛대가 수직으로 올라가더니 벨트 끝에 끼워져있던 돌덩이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기 시작했다.
첨벙!!!
거대한 돌덩이가 강물에 빠지며 물이 치솟았다.
"으아아악!!!"
그리고 계속해서 불 붙은 돌덩이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첨벙!! 첨벙!!
그리고 한 돌덩이가 롱쉽의 선미를 때렸다.
우지끈!!!!
롱쉽의 선미가 우지끈 부러지며 순식간에 롱쉽 전체에 불이 옮겨 붙었다. 롱쉽에 타고 있던 바이킹들이 모두 강물로 뛰어내렸다.
"으아악!!!"
엘비스는 온 몸에 힘을 주어 방패를 들고 버텼다. 그 때 화살이 엘비스가 들고 있는 방패에 정확히 맞았다.
타악!!!
화살은 방패를 뚫고 들어왔다.
"으윽!!!"
엘비스는 최대한 방패로부터 얼굴을 멀리 떨어트렸다. 그 때, 돌덩이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휘익!!
그 돌덩이는 엘비스 옆에 있던 하워드의 방패에 떨어졌다.
퍽!!!
방패가 우지끈 부러지며 하워드가 뒤로 자빠지더니 강 속으로 풍덩 빠졌다.
"헤쳐모여!!"
엘비스는 잽싸게 방패를 움직여 구멍을 막았다.
마침내 롱쉽의 선수가 강기슭에 도달했고 다들 무기와 방패를 들고는 달려가기 시작했다.
"돌격!!!"
"으아아!!!!"
엘비스는 왼손에 방패, 오른손에 도끼를 들고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로 달려갔다. 프랑크 군 또한 완전 무장을 한 상태로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포리어가 방패와 도끼를 들고 달려가며 외쳤다.
"발할라!!!"
피웅!!!
그 때 화살이 포리어의 가슴을 정확히 관통했다.
퍼억!!
거대한 포리어가 방패와 도끼를 떨어트리고는 바닥에 엎어졌다. 엘비스는 경악한 표정으로 똥오줌을 지리며 저 앞에서 달려오는 프랑크군의 어깨와 머리 사이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퍼억!!!
엘비스의 방패에 피가 흩뿌려졌다. 그 때, 좌측에서 프랑크군이 소드를 들고는 엘비스를 향해 달려왔다. 엘비스가 방패를 이용하여 프랑크군의 소드를 막았다.
우지끈!!!
나무로 된 방패가 절반으로 쩌억 갈라졌다. 그 때, 아스트리드가 창으로 프랑크군의 가슴팍을 찔렀다.
"억!!!"
아스트리드가 프랑크군을 발로 차서 자신의 창을 다시 빼내었다. 여기저기서 고함 소리와 칼, 도끼 소리가 들렸다.
"으억!!!"
"끄억!!!"
"으아!!!!"
퍽!!!
드그덕 드그덕 드그덕 드그덕
"기병대다!!!"
프랑크군 기병대가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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