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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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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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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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로마군 이야기

DUMMY

로마군이 전성기를 구가할 무렵,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농가에 데키무스라는 이름의 17살짜리 쓸모없는 녀석이 있었다. 데키무스는 농사일보다는 이것저것 잡다한 것을 만드는 일을 더 좋아했다.


'이렇게 투석기를 만들면 투사체가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을거다!'


마구간에 숨어서 자신의 발명품을 한창 제작중인데,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보니 로마군이 와서는 신병을 모집한다고 공고를 했다. 마을 청년들이 수근거렸다.


"입대하면 금화 세 닢을 준대!"


"복무 기간을 끝내면 토지도 준대!"


데키무스는 로마군의 글라디우스와 스큐툼을 보았다. 정말 멋있기 그지없었다.


'호...혹시 입대하면 투석기도 볼 수 있는건가?'


입대 신청한다고 다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데키무스는 친구 루키우스와 함께 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루키우스 녀석은 군대에 관심이 많았기에 쓸모있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다.


루키우스가 말했다.


"로마군이면 기병이지! 난 기병대에 들어가고 싶네!"


데키무스는 루키우스와 함께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관이 말했다.


"로마군은 농민 출신을 환영하네! 특기는 있는가?"


'트...특기?'


"자네들 사냥을 할 줄 아는가?"


"모릅니다!"


"사냥감 도축을 할 수 있는가?"


"없습니다!"


"대장장이 출신인가?"


"아닙니다!"


면접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데키무스와 루키우스를 바라보았다. 루키우스가 말했다.


"지...질문있습니다!"


"뭔가?"


"기병대로 입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병대로 들어가려면 키가 크고 체격 조건이 좋아야하네."


데키무스와 루키우스는 키가 크지는 않아서 기병대는 탈락이었다. 데키무스가 수근거렸다.


"보병이 나아. 기병대하면 말똥 치워야할거야."


면접관이 전혀 기대하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글을 읽을줄 아는가?"


데키무스와 루키우스가 대답했다.


"네."


"글을 읽을 수 있으면 진급에 유리하게 작용할걸세."


데키무스가 물었다.


"그...그러면 전공만 세우면 십부장, 오십부장...아니 나중에 백부장도 될 수 있는겁니까?"


면접관이 엄청나게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으면 진급에 있어서 다른 병사들에 비해 수월하기는 할걸세. 다음!"


데키무스와 루키우스는 벌써부터 백부장이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신체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고 데키무스가 말했다.


"백부장이 되면 봉급도 많이 받겠지?"


"일반 사병 월급의 15배일세! 하지만 중요한건 봉급이 아니라 뇌물이지!"


"뇌...뇌물?"


"휴가를 가고 싶으면 병사들이 뇌물을 바쳐야 하거든! 그 뇌물로 벌어들이는 돈이 쏠쏠하다고 들었네! 하지만 내가 백부장이 된다면 뇌물 따위는 받지 않을걸세!"


데키무스는 로마 군단병이 받는 연봉을 계산해보았다.


'연봉은 225 데나리우스니까 도박만 안하고 성실하게 모으면 꽤나 짭짤할 것 같군...'


그렇게 데키무스와 루키우스는 로마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데키무스는 입대하면서 받은 금화 3잎과 임금을 잘 보관하기로 했다.


'돈을 잘 모아두면 나중에 고향에 돌아가면 농사말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겠군! 퇴직금도 상당하니까...'


데키무스는 네로 황제의 얼굴이 동전을 바라보았다.


'이제 갑옷이랑 글라디우스, 스큐툼도 받겠지?'


그렇게 데키무스와 루키우스는 다른 신병들과 함께 훈련을 받게 되었다. 데키무스와 루키우스는 새로 지급 받은 훈련용 목재 글라디우스와 스큐툼을 손으로 들어보았다.


'왜...왜 이렇게 무거워!!!'


훈련용 글라디우스는 비록 훈련용이었음에도 엄청나게 무거웠다. 교관이 외쳤다.


"귀관들은 앞으로 4달간 훈련을 받을 것 이다! 2달의 훈련 과정을 이수하면 검투사를 상대로 실전 전투 훈련을 받게 될 것 이다!! 그 때까지!! 이 훈련용 글라디우스를 자신의 팔처럼 다루도록!!"


데키우스와 동료들은 짚으로 만든 사람 모형을 찌르고 베는 훈련을 받았다. 교관이 외쳤다.


"더 빨리!! 전진하고 찌르고 방패 뒤로!!!"


"전진하고 찌르고 방패 뒤로!!!"


"찌르고 바로 방패 올린다!!"


훈련용 글라디우스로 찌르기를 하는 훈련을 받고 나니 팔근육이 후들거렸다. 검술 훈련이 끝나고, 대형을 만드는 훈련을 받게 되었다. 데키우스는 목재로 만들어진 자신의 훈련용 스큐툼을 바라보았다. 훈련용이었기에 딱히 장식도 되어있지 않았지만 4개월만 버티면 진짜 스큐툼을 다루게 될 것 이다.


교관이 깃발을 휘둘렀다.


"방어 진형으로!!!"


데키무스와 동료들은 허둥지둥 방어 진형을 만들었다. 데키무스는 맨 앞에 훈련용 스큐튬(방패)를 들고 있었고, 뒷줄에 있는 녀석들이 자신들의 방패로 천정을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진형을 짜니 앞과 위가 모조리 방어되었다. 데키무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이렇게 하면 고지대에서 화살을 쏴도 맞지 않겠군...악!!!'


교관이 데키무스가 들고 있는 방패를 발로 걷어찼고 데키무스가 밀려났다.


"이따위로 해서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냐!!!"


데키무스는 양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안정적인 자세로 스큐툼을 들었다. 그 이후로도 훈련이 계속되었다. 교관이 깃발을 흔들었다.


"원형 진형으로!!"


데키무스와 동료들은 잽싸게 원형 진형을 만들고 스큐툼으로 방어했다. 교관은 훈련병들이 들고 있는 스큐툼을 발로 걷어찼다.


퍽! 퍽! 퍽!!


"윽!"


"이 따위로 하면 실바티쿠스(숲에 사는 사람들, 즉 야만족이라고 비하하는 표현) 상대로도 지겠다!!! 쐐기 진형으로!!!"


다음은 방패(스큐툼)를 다루는 훈련이었다. 교관이 외쳤다.


"스큐툼을 방어용으로만 쓰는 녀석은 멍청이다!! 적군이 근접했을때 스큐툼으로 놈들의 발등을 으스러뜨릴 수 있다."


교관은 훈련용 스큐툼 하단으로 바닥을 찍는 것을 보여주었다. 데키무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게 저렇게도 쓰일 수 있군!!'


엄청나게 힘든 훈련이 끝나고 드디어 1주일이 지났다. 온 몸의 근육이 찢겨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냥 농사나 지을걸..."


데키무스는 화장실에 똥을 싸러 갔다. 이 당시 로마 화장실은 다 같이 얼굴을 마주보고 똥을 싸는 구조였고 다른 훈련병들 또한 궁둥이를 까고 똥을 싸고 있었다. 한 훈련병은 똥을 싼 다음, 끝에 스펀지가 있는 막대기로 뒷처리를 하고는, 이를 물에 헹구고는 변소에 걸어두었다.


데키무스는 이 막대기를 들고는 다시 물에 확실히 헹군 다음 자리에 앉아서 똥을 쌌다. 데키무스는 과연 자신이 제대로 된 직업을 고른 것인지 계산을 해보기 시작했다.


'퇴직금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20년 넘게 버텨야 하잖아...진급을 하면 봉급이 오르기는 해도 솔직히 빽이 없으면 힘들텐데...'


데키무스는 입대 전까지만 해도 자신도 백부장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훈련을 받아보니 자신은 그저 평범한 훈련병 중 하나였던 것 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을 세울 수는 있나?'


화장실에서 똥을 싸고 있는 다른 동료들이 이야기했다.


"전공을 세우면 포상으로 받는게 꽤나 짭짤하다고 들었네!"


"포상이 뭔데?"


"은으로 만든 컵이나 금으로 만든 펜던트 같은거지!"


"제아무리 농민 출신이어도 무예만 뛰어나면 포상을 받고 백부장이 될 수 있는거야!"


데키무스는 열심히 훈련을 받기로 했다.


'농사나 짓는 것 보단 훨씬 낫겠지!'


다음 날 데키무스는 동료들과 함께 투석구를 빙빙 돌려서 작은 발사체를 멀리 던지는 훈련을 받았다. 교관이 외쳤다.


"로마군은 근거리, 중거리, 원거리에서 모두 강해야 한다!!! 이걸 제대로 맞추기만 한다면 적의 뼈를 부러뜨리고 내장을 뭉갤 수 있다!!"


데키무스, 루키우스와 다른 훈련병들은 모두 슬링을 하나씩 집었다.


"실전에서는 납으로 만든 발사체를 이용할 것 이다!"


교관은 슬링을 오른손으로 빙빙 회전시키다가 몸을 틀어 발사체를 최대한 멀리 던지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휘릿! 탁!!


'우와...'


데키무스 또한 슬링을 이용하여 발사체를 던지는 훈련을 받았다.


'이걸로 적 사령관을 죽이면 포상을 받을 수 있겠지?"


다음 훈련은 필룸을 던지는 훈련이었다. 교관이 시범을 보인 다음 훈련병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질문있나?"


루키우스가 외쳤다.


"교관님! 질문해도 될지 허락받아도 될지 여쭈어도 될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뭔가!!"


"필룸을 던진 것을 적이 노획하게 되면 적이 역으로 우리에게 필룸을 던질 수 있지 않습니까?"


"좋은 지적이다!"


교관은 실전용 필룸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이 필룸을 한 번 던지면 가운데 부분이 휜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이걸 노획하고 나서 다시 아군에게 던질 수 없다! 그러므로 마음껏 던지도록!! 실전에서는 필룸 두 개를 소지할 것 이다!"


데키무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일회용 무기나 다름없는데 전투때 저걸 두 번이나 던진다고? 과연 로마군이다!'


4개월의 지긋지긋한 훈련이 끝났고, 데키무스와 루키우스는 군사 선서를 하였다. 데키우스는 입 모양으로 대충 군사 선서를 하면서 자신의 글라디우스, 스큐툼, 갑옷을 받을 생각에 들떴다.


'드디어 내 글라디우스를 받는다!!'


그런데 데키무스와 루키우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기랑 갑옷을 돈 주고 사야한다고?'


데키무스는 갑옷, 글라디우스, 스큐툼(방패), 투구 등을 구입했다. 심지어 필룸까지도 돈을 주고 구입해야 했다. 훈련병 시절 동기였던 그나이우스가 말했다.


"이거 한번 던지고 적한테 돌려달라고 말해야하는거 아니야?"


티베리우스가 말했다.


"원래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법이지."


데키무스와 동료들은 들뜬 마음으로 자신들의 갑옷을 입어보았다.


'이제 나도 로마군이다!!'


데키무스는 붉은색 튜닉을 입고는 가죽 샌들을 신었다. 가죽 샌들에는 여기저기 금속 징이 박혀있었다. 그 다음 눈, 코, 입, 귀만 나온 투구를 써보았다. 안쪽에는 양털 안감이 덧대어져 있어서 겨울에도 따뜻할 것 같았다.


데키무스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플레이트 장식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허리띠를 맸다. 이 플레이트 장식은 단순히 불알을 보호하는 용도가 아니라 로마군의 상징이기도 했다. 갑옷을 모두 입어보니, 제법 무겁기는 했지만 상당히 잘 만들어져서 하중이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었다.


데키무스와 함께 같은 분대(로마군은 그 당시 8명이 한 분대를 이루었다.)에 배속된 친구들은 갑옷을 입고 행군하는 연습을 해보았다.


"덱스(오른발)! 씬(왼발)! 덱스(오른발)! 씬(왼발)! 정지!!"


데키무스와 친구들의 벨트에 달려있는 플레이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로마뽕에 다들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영원한 승리만이 있으리! 영원하라! 영원한 군단이여 승리만이 있으리! 오 로마여! 오 로마여!"


그런데 그렇게 걷다보니 벨트 때문에 살갗이 아팠다.


"이거 좀 아픈데?"


그 때, 마니우스 십부장(데카누스, 분대장)이 왔고, 모두 차렷 자세를 취했다. 마니우스 십부장이 신병들에게 말했다.


"쉬어."


마니우스 십부장 뒤에는 노새 두 마리와 함께 노예도 둘 있었다. 이제 이 노예들은 마니우스 십부장의 분대 밑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게 될 것 이었다. 마니우스 십부장이 말했다.


"앞으로 열심히 해보자고."


마니우스 십부장은 딱히 까다로워보이는 인물은 아니었기에 다들 속으로 안심했다. 마니우스 십부장이 말했다.


"헝겊을 벨트 밑에 덧대면 살이 쓸리지 않고 귀중품도 그 안에 보관할 수 있네."


잠시 뒤 데키무스와 동료들은 A자 형태의 작은 텐트를 쳤다.


"어우 배고프다!!"


근데 노예들이 아직 요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왜 요리를 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노예가 대답했다.


"요리할게 없습니다."


그나이우스가 말했다.


"본부 가서 받아오면 되잖아!"


노예가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어색하게 씨익 웃고 말했다.


"돈이 있어야 사올 수 있습니다."


"뭐라고?"


알고보니 식량도 모조리 병사들이 돈을 주고 사야했던 것 이다. 데키무스는 이걸 알고 기겁을 했다.


'앞으로 식량도 우리 돈으로 사먹어야 하는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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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 다시 501 중전차 대대로 +153 22.11.22 281 2 13쪽
820 관등성명 +24 22.11.21 129 3 13쪽
819 당근과 채찍 +13 22.11.20 133 3 11쪽
818 외전)로마군 이야기 8 (完) +2 22.11.19 109 2 12쪽
817 외전)로마군 이야기 7 +5 22.11.18 88 2 12쪽
816 외전)로마군 이야기 6 +4 22.11.17 114 2 11쪽
815 외전)로마군 이야기 5 +4 22.11.16 97 2 12쪽
814 외전)로마군 이야기 4 +4 22.11.15 100 2 12쪽
813 외전) 로마군 이야기 3 +11 22.11.14 104 2 13쪽
812 외전)로마군 이야기 2 +44 22.11.10 154 2 12쪽
» 외전) 로마군 이야기 +16 22.11.09 123 2 12쪽
810 룰렛 +31 22.11.08 192 3 15쪽
809 휴가를 간 오토 +303 22.11.07 374 4 12쪽
808 바이킹 외전 5 (完) +19 22.11.06 114 2 15쪽
807 바이킹 외전 4 +18 22.11.05 112 2 11쪽
806 바이킹 외전 3 +19 22.11.04 141 2 17쪽
805 바이킹 외전 2 +16 22.11.03 103 5 13쪽
804 바이킹 외전 +20 22.11.02 143 3 14쪽
803 훈장과 계급장 +277 22.10.26 370 4 12쪽
802 유리지뢰 +29 22.10.25 136 4 13쪽
801 지상 최대의 암살 작전 +24 22.10.24 134 3 12쪽
800 석탄 폭탄 +39 22.10.23 182 3 15쪽
799 일급 기밀 +46 22.10.22 181 5 13쪽
798 뇌 비우고 쓰는 외전) 두 조종사 이야기 3 +16 22.10.20 139 3 16쪽
797 뇌 비우고 쓰는 외전) 두 조종사 이야기 2 +25 22.10.19 127 3 11쪽
796 뇌 비우고 쓰는 외전) 두 조종사 이야기 +8 22.10.18 143 3 12쪽
795 머리 비우고 쓰는 외전) 나타샤 이야기 +73 22.10.18 24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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