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외전
21세기 전세계에 좀비 사태가 터지기 전, 독일의 밀덕 고딩 루카 파이퍼는 바이킹들이 쓰던 나무로 만든 방패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바이킹 소드를 주문했다. 다음 주 밀덕 동호회에서 이걸로 결투 시합을 벌일 것 이었다.
'지난 번 서바이벌 때는 탈락했지만 이번에는 꼭 1등한다!!!'
지난 번 서바이벌 게임 때는 러시아 출신의 다닐라(나타샤와 세라핌의 후손이자 아나스타샤의 사촌)가 1등을 차지했고, 루카는 초반 탈락했던 것 이다. 며칠 뒤, 루카는 화려하게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장식된 둥근 방패를 받았다.
'마음에 들어!!!'
일주일 뒤, 밀덕들이 모였다. 바이킹뿐만 아니라 로마군이 쓰던 장비를 장착한 녀석들도 있었다. 슈바이거 형은 로마군의 사슬 갑옷과 화려한 깃털 장식의 투구까지 쓰고 있었다. 바이킹으로 변장한 어떤 녀석이 바이킹 소드를 휘두르며 외쳤다.
"발할라!!"
그 때, 루카는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다미앵 저 녀석이?'
프랑스인 다미앵(엘랑 예거, 샤를 예거의 후손으로 루카의 학교에 얼마 전 전학옴.)또한 밀덕 모임에 가입한 것 이었다. 다미앵 새끼가 루카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오 루카! 너도 여기 있었냐?"
루카가 말했다.
"난 3년 전부터 활동했네."
루카는 왠지 모르게 다미앵이 싫었다. 그 때, 슈바이거 형이 단상에 올라서 외쳤다.
"아아!! 모두들 주목!! 오른손을 들고 저를 따라해주십시오! 나는 찌질한 밀덕일 뿐이다!"
"나는 찌질한 밀덕일 뿐이다!"
"이건 실제 상황이 아니다!"
"이건 실제 상황이 아니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치운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치운다!"
"아아!! 그러면 이따 오후 2시부터 막고라 시작하겠습니다!"
로마군으로 분장한 녀석들이 모였고, 가장 화려한 붉은색 깃털 모양 투구를 쓰고 있는 슈바이거 형이 백부장 역할을 맡고는 맨 앞 중앙에 섰다. 왼손에는 방패, 오른쪽 허리춤에는 글라디우스를 차고 있는 모습은 정말 로마군 같았다.
"군단!!! 구보로 전진!!!"
슈바이거 백부장이 이끄는 로마 병사들이 왼손에 방패를 들고는 빠른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징 박힌 샌들이 규칙적으로 땅을 두드렸고, 갑옷과 방패가 덜컹거리는 박자를 맞춰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동네 사람들이 죄다 이 광경을 구경 나왔다.
"저거 뭐 하는거임?"
"영화라도 촬영하나?"
한 꼬마가 이 광경을 보고 외쳤다.
"찌질이 밀덕들이다!!"
잘생기고 인기 많은 운동부 녀석들이 여자친구랑 데이트를 하다가 이 광경을 보았다. 루카랑 같은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이 광경을 보고 깔깔거렸다.
"재네 뭐하는거야?"
"너무 웃겨!"
"저러니까 여친이 없지!"
루카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집으로 갈까?'
그 때 바이킹 대장을 맡은 녀석이 말했다.
"바이킹들 다들 모여!!!"
슈바이거 형은 여자들이 자신을 바라보자 잔뜩 고무되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귀갑진을 형성하라!!"
슈바이거 형과 다미앵, 다닐라 등이 맨 앞줄에서 방패를 들었고, 그 뒷줄에 있던 모든 녀석들은 방패를 위로 들었다. 그렇게 앞과 위가 완전히 막힌 상태로 귀갑진을 형성했다. 로마군은 앞을 봐도 위를 봐도 완전히 방패로 꽉 막혀 있었고, 좁은 틈 사이로 햇살과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바이킹 대장이 외쳤다.
"돌격!!!"
바이킹들이 우렁차게 외치며 로마군 귀갑진을 향해 달려갔다. 루카 또한 발할라를 외치며 달려갔다.
"발할라!!!"
바이킹들이 달려가서는 플라스틱 칼로 로마군의 방패를 두들겼다. 슈바이거 형이 외쳤다.
"발 엉키지마!!! 버텨!!!"
"으아아!!!"
슈바이거, 다미앵, 다닐라 등 로마 군은 방패 속에서 엄청난 열기를 느꼈다.
"예전엔 이렇게 어떻게 싸운거냐!!!"
"존나 멋있어 보였는데!!"
루카는 다미앵의 방패를 플라스틱 바이킹소드로 내려쳤다.
퍽!!!
그러자 다미앵이 살짝 방패를 내린 다음 플라스틱으로 만든 글라디우스로 루카의 정수리를 쳤다.
퍽!!
"악!!"
그 다음 다미앵은 잽싸게 다시 방패를 올리고는 씨익 웃었다. 루카는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 새끼가!!!'
루카는 방패로 만들어진 귀갑진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위에서 때리는게 효과적이다!!!'
그 때,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뭐...뭐야!!!"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온 것 이었다. 결국 막고라는 못하고 경찰에 의해 다들 해산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며 루카가 속으로 생각했다.
'내 조상 중에 바이킹이 있었을지도!!!'
한스 파이퍼 같은 천재적인 전략가가 조상이었던 만큼, 어쩌면 바이킹까지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위대한 전사가 또 나올지도 모른다. 루카는 바이킹에 대해서 조사했다.
'어쩌면 나는 라그나 로스부르크만큼 위대한 바이킹 전사의 후손일지도 모른다!'
루카는 자신의 방패와 바이킹소드를 쥐고는 홀로 외쳤다.
"발할라!!!"
과연 루카의 선조가 누구였나 살펴보자. 9세기 경, 지혜를 뜻하는 엘비스라는 이름의 16살 바이킹이 있었다. 16살이면 위대한 바이킹 전사로 거듭나야 하는 나이였다. 엘비스 또한 빨리 돈을 모아서 무기를 사야 했다.
참고로 이 때 가장 비싼 무기는 바이킹 소드였고, 이는 약탈을 통해서 돈을 모은 바이킹 전사만이 쓸 수 있었다. 대다수는 도끼를 썼지만, 도끼 또한 금속이 많이 들었기에 엘비스는 우선 창부터 구해야 했다. 그래서 엘비스는 랑스킵(바이킹 배)를 만드는 할스타인 아저씨 밑에서 일을 했다. 할스타인 아저씨가 만든 랑스킵은 워낙 품질이 좋았기에 다른 지역 백작도 할스타인 아저씨에게 배를 주문하고는 했다.
엘비스는 거의 완성되어 가는 앞 뒤가 똑같은 이 아름다운 랑스킵을 바라보았다. 첫 무기를 갖게 되면 엘비스 또한 이 배를 타고 항해를 가게 될 것 이다. 랑스킵을 만져보는데 할스타인 아저씨가 엘비스의 대가리를 때렸다.
퍽!!
"악!!"
"일 안하냐!!"
"죄송함다!!!"
그 때, 누군가 외쳤다.
"할스타인! 내 배는 완성되었나?"
올리버 백작이 배를 찾으러 온 것 이었다. 할스타인이 외쳤다.
"제 인생 최대의 역작입니다!"
올리버 백작은 배를 확인하고는 할스타인과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흥정을 하는 동안 엘비스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그동안 짬을 내어 만든 자신의 발명품들을 확인했다.
'나도 돈을 벌면 가게를 차릴 수 있겠지?'
엘비스는 목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이걸 팔면 때돈을 벌 수 있을거야!'
그 때, 올리버 백작이 와서는 엘비스에게 물었다.
"이보게! 그건 뭔가!"
엘비스는 백작이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에 놀라서 입이 굳었다.
"제...제가 만든 발명품입니다!"
올리버 백작이 말했다.
"어떤건지 말해보게!"
엘비스는 자신이 만든 마차 모형을 보여주었다.
"평범한 마차입니다! 하지만 바퀴 옆에 이렇게 칼날이 달려있어서, 마차가 앞으로 달려가면 칼날이 회전하여 적군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건 뭔가?"
"이...이건 성벽입니다! 적군이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올라올 경우, 이걸 밀면!"
엘비스가 막대기를 밀자, 성벽에 설치된 프레임이 앞으로 밀려나왔다.
"이렇게 적군의 사다리를 넘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냥 평범한 수레와 비슷한데 약간의 개량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수레 중심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에 진창에서도 달릴 수 있습니다!"
"허허허!!! 로마 시대에 이것과 비슷한 것들이 만들어졌다고 하더군!"
"로...로마 시대 말입니까?"
"그렇네!"
엘비스는 자신이 기껏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수백년도 더 전에 있었던거라고 하니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올리버 백작은 다른 것을 가리켰다.
"이건 뭔가?"
그릇에는 물이 담겨있었고, 그 위에는 길쭉한 작은 금속이 둥둥 떠 있었다. 엘비스가 말했다.
"이건 발명품은 아닌데,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신기한 물질입니다."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고?"
"네!"
엘비스는 그릇의 방향을 돌리며 흔들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금속은 계속 한 방향만을 가리켰다. 엘비스가 들뜬 표정으로 외쳤다.
"이걸 이용하면 항해할때 정확한 항로를 찾을 수 있을 것 입니다!"
순간 올리버 백작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그 때, 할스타인 아저씨가 황급히 달려왔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일은 안하고 맨날 쓸데없는거나 만들죠!"
올리버 백작은 할스타인에게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여전히 엘비스의 금속을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할스타인이 안절부절하며 외쳤다.
"꿀술이라도 드시고 가시겠습니까?"
"괜찮네."
그렇게 백작이 떠났다. 엘비스는 혹시나 할스타인에게 맞을까봐 눈치를 보았지만, 할스타인은 백작에게 배값을 넉넉히 받은건지 기분이 좋아서는 엘비스에게도 약간의 돈을 주었다. 엘비스는 집으로 돌아가는데, 바이킹 여전사가 미래의 발키리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그 중에서 전쟁과 죽음의 여신의 이름을 딴 키 185센치의 프레다는 이미 여러 차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머쥔 우리 마을의 발키리였다. 프레다는 장대와 훈련용 방패를 들고 있는 14~17세의 여자아이들에게 외쳤다.
"더 빨리!!! 세게!!! 적에게 틈을 보이지 마라!! 일격을 가해!!!"
엘비스는 아스트리드라는 이름의 동갑의 여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스트리드는 벌써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작은 땅이 있었고, 시를 잘 지었다. 아스트리드는 농사를 지울 수도, 룬 문자를 쓰는 시인이 될 수도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아스트리드는 발키리를 꿈꿨다. 프레다가 외쳤다.
"고작 방패 처녀 따위에 만족하지 마라!! 제군들은 가장 선두에서 적의 목을 날려버리는 발키리가 되어야 한다!! 알겠나!!"
"네!!!"
아스트리드의 길게 땋은 머리가 휘날렸다. 프레다가 외쳤다.
"제군들도 뛰어난 발키리가 되면, 수도승을 강간할 수 있을 것 이다!!!"
아스트리드가 검술을 잠시 멈추고는 멈칫했다.
"네?"
프레다가 외쳤다.
"남자들이 하는 일은 여자들 또한 할 수 있다!!"
그 때, 한 여자 아이가 외쳤다.
"홀수라서 한 명이 모자랍니다!!"
둘씩 짝을 맞추어 대련을 하는데 한 명이 남았던 것 이다. 그 때, 프레다는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던 엘비스를 보고 외쳤다.
"이봐!! 너!!!"
"히익!!"
"여기로 와서 대련을 하도록!!"
그렇게 엘비스는 아스트리드와 대련을 하게 되었다. 엘비스 또한 훈련용 방패와 검을 들고는 말했다.
"살살 할게!"
순간, 아스트리드의 눈에서 불꽃이 보였다.
"봐줄 필요 없어!!"
아스트리드가 나무로 된 훈련용 검을 크게 휘둘렀고, 엘비스는 잽싸게 방패로 검을 막았다. 하지만 나무로 된 방패는 우지끈 절반으로 부서지고 말았다.
쩌억!!
그 때, 누군가가 프레다에게 귓속말을 했고 프레다가 외쳤다.
"오늘은 이만!!"
그렇게 대련이 끝났다. 미래의 여전사들은 모두 동물 뿔로 만든 컵을 이용해서 꿀술을 한잔씩 마셨고, 엘비스가 돌아가려고 하는데 아스트리드가 외쳤다.
"엘비스! 꿀술 안 먹을래?"
그렇게 엘비스는 아스트리드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엘비스가 말했다.
"시인이나 상인도 괜찮지 않아?"
아스트리드가 말했다.
"난 프레다처럼 훌륭한 발키리가 되고 싶어."
엘비스는 순간 아스트리드가 프레다처럼 수도승들을 끌고 가는 광경을 상상했다. 그건 왠지 어울리지 않았다.
"무기도 제법 비싼데 상인이 되는건 어때?"
아스트리드가 말했다.
"여자라고 무시하는거야?"
아스트리드가 엘비스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난 꼭 너보다 먼저 항해를 나갈거야!"
그 때, 프레다의 집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프레다가 갑자기 오늘 훈련을 일찍 끝낸 이유가 있었던 것 이다. 프레다의 집 앞에는 프레다가 재물로 바친 동물의 고기가 문 앞에 걸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지?'
엘비스는 아스트리드와 함께 프레다의 집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바라보았다. 프레다의 남편이 프레다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 원한다면 이혼은 받아들일게. 그게 법이니까."
프레다는 자신의 남편이 귀찮아서 이혼을 신청했던 것 이다. 프레다가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프레다의 남편이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내가 결혼 전에 주었던 지참금은 돌려주겠지? 아 지금 당장 줄 필요는 없고 한달 뒤에 줘도 되고 아니면 6개월에 걸쳐서 나누어서 주어도 괜찮..."
프레다는 바이킹소드를 꺼내든 다음, 자신의 대문에 걸려있는 고깃 덩어리를 한 번에 베었다.
스윽!
고깃 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졌고, 프레다가 자신의 남편에게 말했다.
"이게 지참금이다."
프레다의 남편은 대답도 하지 않고 쏜살같이 도망갔다. 그렇게 엘비스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고 올리버 백작의 바이킹들이 배를 타고 서쪽으로 항해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수근거렸다.
"서쪽에 넓은 영토가 있다는게 정말일까?"
"설령 있다한들 찾기 힘들걸세! 망망대해에서 소금물을 먹다가 죽겠지!"
엘비스는 집에서 나무 주걱을 이용해서 밀가루, 소나무 껍질, 모래를 섞은 빵을 굽고 있었다. 제 때 꺼내지 않으면 귀중한 빵이 모조리 타버린다. 참고로 엘비스네 집은 고기를 먹지 못한지 오래 되었다.
'고래 고기 먹고 싶다...'
그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엘비스가 나가보았다.
"누구십니까? 헉!!"
올리버 백작이 엘비스를 방문한 것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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