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급 기밀
외전이 너무 길어져서 본편으로 돌아가자. 1940년 12월 크리스마스, 오토와 동료들은 여전히 집행유예 부대원으로 복무하고 있었다. 소련군은 강력한 공업생산력으로 자신들의 땅을 되찾기 위하여 엄청난 전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 동료들은 언덕 위에서 소련군의 항공기를 기만하기 위하여 바퀴 달린 인공 가옥들을 위치시키고 있었다. 바닥에 바퀴가 달려있고, 널빤지로 마치 가옥같이 만들어둔 이 짝퉁 집들은, 얼핏 보면 탄약보관소나 무기보관소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이다.
비르타넨이 와서 외쳤다.
"짝퉁 전차들 다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판떼기를 잘라서 하늘에서 보면 마치 짝퉁 전차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굳이 정성들여 만들 필요는 없고, 비행기가 날아오는 시점에서 얼핏 보았을때 대충 전차들처럼 보이게 하면 된다. 그렇게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널빤지를 이용하여 마치 독일군의 진지처럼 보이도록 완벽한 위장을 마쳤다.
"됐다!! 흑사병(소련군 Il-2 공격기) 퍼지기 전에 튀자!!"
혹시나 소련군의 공격기가 이 광경을 발견한다면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 대가리 위에 PTAB 대전차 항공 폭탄을 쏟아부을 것 이다. 오토와 동료들은 모두 마대 자루 썰매를 타고는 잽싸게 언덕을 따라 미끄러져 내렸다. 사방에 뿌옇게 눈이 일었다.
"빨리 가자!!!"
그렇게 오토 일행은 복귀한 다음 오두막에서 몸을 녹였다. 잠시 뒤, 슈바이거 집행유예 부대 소대장이 와서 호통을 쳤다.
"지금 뭣들하고 있나!!! 무기 안 챙겨!!!"
오토가 말했다.
"기관총을 녹이고 있습니다!!!"
슈바이거는 오토를 쳐다보지 않고 더 만만한 병사 출신 집행유예 부대원들을 향해 외쳤다.
"소련군 대지공격기가 곧 있으면 올 것 이다!!! 이런 나약한 자세로 로스케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슈바이거는 철저하게 강약약강인 성격이었던지라 장교 출신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건드리지 않고 병사 출신 집행유예 부대원들을 상대로만 엄포를 놓았다. 슈바이거는 의학 지식이 있는 소련군 출신의 바실리 녀석은 소대에서 유용하게 써먹어야 했기 때문에 바실리 또한 건드리지 않았다.
슈바이거가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쌍안경을 내밀며 말했다.
"빨리 가서 보초 서게!!"
참다못해 중대장 출신의 헤어만이 외쳤다.
"지금 2시간 동안 작업하다 왔습니다!! 몸을 녹이지 않으면 동상에 걸려서 손가락을 절단해야할 것 입니다!!!"
슈바이거는 담배를 꺼내서 씹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새끼들이 말을 안들어? 집행유예 부대에서 죽을때까지 썩게 해주지!!!'
그 때, 오토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제가 보초 서겠습니다."
소련군 출신의 바실리 또한 자진했다.
"저도 보초 서겠습니다!"
그렇게 오토는 바실리 녀석과 함께 쌍안경을 들고는 소련군의 항공기가 올 경우 무전을 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진공관이 얼어붙으면 무전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오토의 임무였다.
"으갸갸...으갸갸갸갸..."
그 때, 1시 방향에서 항공기들이 비행해오는 소리가 들렸다.
위이잉 위이이이이이잉
오토가 쌍안경을 눈에서 적당히 땐 상태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실리 말했다.
"Il-2 같습니다."
'역시!!!'
오토가 벙거지 장갑을 낀 상태로 타닥타닥 무전을 보냈다. 하늘에는 Il-2 공격기가 편대를 이루어 비행해오고 있었다.
위이잉 위이이이이이이!!!!
트트트 트트트트 트트트트
영하 30도로 얼어붙은 하늘에 비행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Il-2 공격기들은 집행유예 부대원들이 만들어둔 짝퉁 전차들을 포착하고는 고도 610m부터 하강하기 시작했다.
위이잉 위이이이잉
Il-2 조종사는 천천히 하강하며 타겟으로부터 300미터 쯤 거리에서 폭탄을 투하하고는 다시 고도를 상승시켰다.
쿠과과과광!!!
폭발과 함께 위장 가옥의 목재 파편과 눈 가루들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폭탄 투하를 마친 후, Il-2는 RS-82 로켓을 발사하고는 고도를 상승시켰다. 로켓탄이 흰 자국을 남기며 지상을 향해 날아갔다.
트드등
위이이이이이이잉
소련군 조종사는 기체를 살짝 기울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연료 탱크에 맞았다면 분명 작게라도 폭발이나 화염이 있어야 할텐데 폭발은 보이지 않았다. 소련군 조종사는 다시 고도를 낮추며 두 번째로 RS-82 로켓을 발사했다.
트드등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로켓을 발사한 이후, Il-2 항공기들은 지그재그로 저공 비행을 하며 기관포를 쏟아부었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한편, 이 곳으로부터 1km 정도 떨어진 고지에서 자리잡은 오토와 집행유예 부대원들은 대공포를 준비해둔 상태로 이 엄청난 소리를 들으며 낄낄거렸다.
"병신들..."
"저것도 구분 못하냐..."
"쓸데없는 소리 닥치고 다들 준비해!!"
오토와 동료들이 있는 대공포 주위에는 모래 주머니로 방벽이 쌓아져 있었고, 평소에는 위에 그물을 얹어놓고는 완벽하게 위장해두었었다. 집행유예 부대에는 이러한 대공포가 2문 준비되어 있었고, 한 대공포는 오토와 바실리가 맡았으며, 다른 대공포는 비르타넨과 데니스가 맡았다.
잠시 뒤, 소련군 II-2들이 복귀하기 시작했다.
위이잉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준비해!!!"
"온다..."
오토는 대공포를 발사할 준비를 했다. 오토의 옆에는 바실리 녀석이 방위각을 조절하기 위해 핸들을 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쌍안경을 들고 있는 헤어만이 외쳤다.
"각도 160도!!! 거리 3400! 고도 2400!!"
바실리가 핸들을 돌렸고 대공포가 돌아갔다.
"고도 측정 완료!!!"
"장전!!!"
"장전 완료!!"
"발사!!!"
기지로 복귀하는 소련군 항공기를 향하여 오토와 동료들이 대공포를 발사했다.
탕! 탕! 탕! 탕! 탕!
시커먼 하늘에서 대공포탄이 폭발할 때마다 천지를 뒤흔들었다.
퍼버벙!!!! 쿠르릉!! 쿠릉!!!
오토는 계속해서 대공포를 발사했고, 포탄 탄피가 금속성 소음을 내며 튕겨나왔다.
틍! 트등! 트등!
한 Il-2에서 파편이 날아가더니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구우우우우우우우
점점 저고도로 내려오는 박살난 항공기에서 나는 소음은 마치 대가리 위로 포격이 집중되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Il-2가 대공포가 있는 쪽으로 미끄러져온다면 오토와 바실리는 프로펠러에 갈릴 것 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토는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며 하늘을 향해 계속해서 대공포를 발사했다.
탕! 탕! 탕! 탕! 탕!
쿠릉!! 퍼버벙!!!
지상에 착륙한 Il-2는 거대한 눈보라를 일으키며 흰 눈밭을 쓸고 오고 있었다.
드드드 드드드드드 드드드
눈밭을 긁으며 Il-2는 점점 대공포 진지 쪽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천만 다행히 Il-2의 날개 끝이 키가 대단히 큰 침엽수에 부딪치고는 이리저리 회전하다가 폭발했다.
쿵!!! 쿵!! 쿵!!!
쿠과광!!!!
다른 II-2는 동료의 죽음에 열이 받은건지, 오토 일행의 대공포가 있는 곳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했다.
두두두두두두두
Il-2 전면에 두 개의 기관총이 번갈아가면서 동시에 불을 뿜었다. 대공포를 둘러 싸고 있는 모래 주머니에 총알이 박혔다. 쌍안경을 들고 있던 헤어만이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며 잽싸게 엎드렸다.
"으아악!!!"
하지만 오토는 Il-2를 향하여 계속해서 대공포를 발사했다.
펑! 펑! 펑!!
그렇게 한 대의 Il-2의 좌측 날개 절반이 날아가더니 결국 침엽수림으로 추락하였다.
두두두두두두두 쿠구궁!!!!!
거대한 불꽃이 침엽수림을 뒤덮었다. 비르타넨이 환호했다.
"워우!!!"
비르타넨의 환호를 시작으로 모두 다 같이 환호를 했다. 그렇게 슈바이거 집행유예 소대는 소련군의 Il-2 두 대를 격추시키는 어마어마한 전공을 세웠다. 다들 오두막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고 쉬는데, 파울이 말했다.
"이거 잘하면 형기 감면되겠는뎁쇼?"
한편, 돌격대 지도자 하이에는 특수 작전을 계획하고는 이를 제안하는 보고서를 슈코르체니에게 제출했다. 이 보고서의 우측 상단에는 Streng Geheim(일급 기밀, Top Secret)라고 직인이 찍혀 있었다.
슈코르체니는 보고서를 들춰보았다.
'??'
좌측 뺨에 흉터가 있는 슈코르체니의 두 눈이 번뜩였다. 슈코르체니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나도 이걸 생각 안해본 것은 아니네. 다만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돌격대 지도자 하이에가 말했다.
"이것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최정예 특수 부대를 보내야겠군. 생각해둔 녀석이라도 있나?"
하이에가 다음 서류를 내밀었다. 그 서류에는 오토 파이퍼와 스테판, 헬무트 등등이 있었다. 슈토르체니가 말했다.
"개인적인 이유로 이들을 고른건 아니겠지?"
순간 하이에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개인적인 이유를 고려하였다면 이들을 절대 뽑지 않았을 것 입니다."
"만약 이 임무에 성공한다면 이들은 명예롭게 자신의 부대로 복귀할 수 있겠지. 알겠네."
하이에가 경례를 하고는 슈코르체니의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슈코르체니는 하이에가 올린 보고서를 읽어보다가 책상 옆으로 치워두었다. 그 보고서의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소소 사살 작전]
한편, 빌헬름 3세가 총동원령을 선포하고, 독일 제국은 전시 경제 체제로 돌아갔다. 생필품이 각 가정마다 배급되었고, 아이들까지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에밀라 또한 자신의 가족의 명예 회복을 위하여 공장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공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손톱도 짧게 자르고 작업복을 입어야 했다.
그리고 에밀라가 공장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기자들이 취재했다. 에바 브라운이 바빴기에 에밀라는 오토의 여자친구인 밀리나와 함께 공장에서 근무를 하기로 했다. 경호원들이 주위에서 밀리나를 경호하고 있었고, 일단 오늘만 근무하고 이 모습을 촬영하여 독일 주간 뉴스에 보도될 것 이었다.
밀리나는 비록 하루만 일을 하는 것이지만 열심히 하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에밀라는 그렇게 밀리나와 하루 종일 서서 총알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30분쯤 하니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에밀라가 속으로 생각했다.
'좀 있으면 쉬겠지?'
근데 한참이 지나도 휴식 시간은 오지 않았다. 에밀라는 흘끗 시계를 바라보았다.
'10분 밖에 안 지났어?'
에밀라는 눈치를 보다가 뚱뚱한 관리자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쉬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쉬는 시간? 점심 때까지 쉬는 시간은 없수다!!"
'???'
기기가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 공장에서는 전차를 생산하고 있었고, 크레인으로 전차 포탑이 들어올려지고 있었다. 에밀라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화장실로 도망갈까?'
에밀라가 밀리나에게 말했다.
"촬영도 끝났으니 오전만 하고 돌아갈래?"
밀리나가 열심히 작업을 하며 당차게 말했다.
"아뇨! 오늘이라도 끝까지 하고 싶어요!"
한참동안 윙윙거리는 소리 속에서 작업을 했다. 에밀라는 다시는 이런 봉사활동 따위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난 못해!!'
그 때, 등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악!!!"
젊은 여자가 일을 하다가 그만 기계에 앞치마가 걸려서 몸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누가 도와줘!!!"
지금 에밀라가 가장 가까웠다. 하지만 여자의 몸은 순식간에 기계에 빨려들어가며 피가 튀기기 시작했다. 에밀라는 자신도 모르게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에밀라는 공장 화장실로 달려가서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런데 화장실 냄새가 그야말로 고약했다.
"싫어!!!"
에밀라는 그렇게 공장 밖으로 도망나왔다. 이번 일이 소문으로 퍼지면 사람들에게 욕을 먹겠지만 그딴거는 알바 아니었다. 그냥 집에 가서 목욕하고 이 기름 냄새나는 빌어먹을 작업복도 버릴 것 이다. 그리고 이 신발을 신고는 절대로 집에 들어가지 않을 것 이었다.
그 때, 밀리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같이 가요!!"
밀리나도 도망나온 것 이었다. 그렇게 에밀라와 밀리나는 경호원들의 차를 타고는 돌아가기로 했다. 에밀라와 밀리나 둘 다 완전히 겁에 질린 채로 흐느꼈다.
"흐흑..흐흐흑..."
"으허엉...."
"괜찮겠지? 흐흑..."
"허엉...흐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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