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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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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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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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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눈을 한번 껌뻑거릴 정도로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라스테인이 살아온 인생 일부의 기억과 죽기 전 마지막 기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기억 전송이구나.... 진짜 내가 라스테인이 된 기분이야.”


고작 일부 기억을 전송받았을 뿐임에도 불편하던 라스테인의 육체가 왠지 모르게 편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그는 내게 남이 아니었다.

그의 평소 성격부터 시작해서 식습관까지.

딱히 생각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올랐다.


“태어났을 때부터 유령을 보았지만.... 불신자가 되었다라. 그런데 직업은 또 묘지기를 하고 있고. 참 기구한 인생이네.”


그가 처음부터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던 건 아니었다.

불신자가 된 건, 어릴 적부터 유령과 대화하던 자식을 걱정한 부모가 유령이 환상이라 거짓말을 한 뒤부터였다.


“만약 그가 유령이 진짜라는 걸 알았다면....”

“라스테인!! 아직도 안 된 거냐! 밖에서 귀족분이 기다리시니까 후딱 해치우라고!”


내가 잠시 기억의 바다에 빠져 있을 때, 지상과 연결된 계단에서 중년 남성이 소리쳤다.


“....하는 것도 없이 라스테인을 이용해 뒷돈이나 챙기던 녀석이 재촉은.”


저자의 이름은 파니볼.

이 무덤 땅의 주인이자,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상경한 라스테인의 능력을 알아채고 불공정 계약을 통해 묘지기로 만든 장본인.

그를 생각하니 라스테인이 이용만 당했던 심정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이가 갈렸다.


“임무만 아니었으면 진짜.... 하.... 그래 지금 중요한 건 마지막 임무를 해결하는 거니까.”


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노인이 있던 자리를 힐끔 바라보았다.

원래 몸으로 돌아가려면 그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기억을 받고 보니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라스테인!!”

“나갑니다! 나가요!!”

“흐흐! 잘 해결된 거지? 어서 빨리 나오라고!”


그가 남긴 마지막 기억.

그 기억 속에서 라스테인은 나와 마찬가지로 사리아 백작을 통해 보물을 위치를 알아내는데 성공했었다.

그리고 지상으로 올라가 노인이 남긴 마지막 말을 전하기도 했었고.


‘.....이 기억이 사실이라면 그 새끼는 분명 나를 죽이려 할 텐데.’


라스테인을 죽인 건 바로 젊은 귀족 칼슨이었다.

순진했던 그가 보물의 행방과 노인의 마지막 부탁을 전하니, 눈빛이 변한 녀석이 그를 숲속으로 끌고 가서 처리했다.


뭐, 이유는 안 봐도 뻔하다.

비밀 유지를 위해서거나, 혹은 녀석이 본인의 아비를 죽였다는 사실이 들통날까 봐 이겠지.

문제라면 나도 그 똑같은 상황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인데.


“헤헤, 칼슨 도련님! 라스테인이 밖으로 나왔습니다요!”

“일은 제대로 끝낸 거겠지?”

“물론입니다요! 제가 단단히 말해두었으니 원하시는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칼슨은 묘지 한가운데서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파니볼의 말에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가까이 오라 손짓했다.


“잠시 모두 밖으로 물러나 있어라. 나 혼자 저 녀석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넌 더 가까이 오도록.”


나는 칼슨과 거리를 천천히 좁히며 힐끔 그의 눈을 쳐다봤다.

머리와 마찬가지로 금색이던 그의 두 눈동자는 탐욕과 욕심이 가득 차오른 상태였다.

내 경험상 이런 녀석은 설득이 힘든 부류다.


“그래, 내 아버님과는 만났느냐?”

“....예. 그분은 백발에 금색의 눈동자를 지니셨으며, 장미의 가시를 표현한 듯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검을 들고 계셨습니다.”

“으하하!! 맞다! 바로 그분이 내 아버님이시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건 어찌 되었느냐!”


결국 그 시간이 다가왔다.

라스테인처럼 진실을 말하고 목숨을 잃느냐, 아니면 거짓을 말하고 임무를 포기하느냐의 문제가 달린 중요한 결정이 필요할 때.


“뭣하느냐! 어서 말하라!!”


칼슨의 재촉에 나는 굳어진 입술에 침을 바르며 슬슬 시동을 걸었다.


“백작님께서 말씀하시길, 가문의 보물을 모리슨 경에 맡겨두었다 하였습니다.”

“기사 모리슨? 크하하!! 이제야 이해가 가는구나! 아무리 기사직을 내려놓았다 해도 최측근이었던 그자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도련님, 그리고.... 한 가지 말씀을 더 남기셨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웃어대던 칼슨이 나를 쳐다봤다.


“무엇이냐.”

“이왕자가 원하는 건 보물이 아니라 하셨습니다.”

“뭐? 그게 무슨....”

“사실 백작님은 죽기 전 이미 이왕자와 거래를 하셨습니다. 보물을 넘기는 대가로 아드님이신 칼슨 님의 목숨을 보존해주기로.”


두 가지 선택 중 나는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냈다.

임무에는 분명 칼슨을 설득하라 했지,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는 적혀 있지 않았으니까.


“....아버지께서 내 목숨을 대가로 거래를 하셨단 말이냐? 그럴 리가....”

“저는 자세히는 모르나, 몇 해 전부터 이왕자로부터 협박을 받고 계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보물을 넘기시려 했던 겁니다.”

“헛소리하지 마라! 네 녀석이 감히 지금 내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더냐!”


칼슨은 내 거짓말을 고개까지 저어가며 부정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본인이 아비까지 죽여 가며 보물을 얻어내려던 게 헛고생이 되어버릴 터이니.

나는 그런 그를 지그시 쳐다보며 계속 입을 열었다.


“이 미천한 것이 감히 거짓말을 하다뇨..... 맹세코 모두 진실입니다. 백작님께서는 이왕자가 원하는 게 사리아 가문의 몰락이라 하셨습니다.”

“그, 그럴 수는 없다....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하였는데....”

“백작님께서는 도련님에게 이왕자로부터 가문을 지키고 그에게 복수하시길 부탁하셨습니다.”

“......”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칼슨을 내버려 두고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이제 내 역할은 끝났다. 남은 건 급조한 거짓말이 녀석에게 먹히냐 안 먹히냐를 기다리는 것뿐.

통하지 않는다면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봐, 아버지께서는 나를 원망하시지는 않았느냐.”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린 칼슨의 두 눈에는 더 이상 탐욕이 보이지 않았다.


“예. 백작님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문과 도련님을 걱정하셨습니다.”


그 대신 그의 두 눈에 자리한 건 붉게 넘실거리는 적의뿐.

그 적의를 마주하고 있자니 괜스레 긴장이 되었다. 혹시나 녀석이 생각보다 더 멍청해서 내게 검을 휘두를까 봐.


“....고맙다. 하마터면 어리석은 선택을 할 뻔했구나.”


띠링! [임무 알림]

-라스테인의 마지막 염원을 해결하셨습니다. 세 가지 임무를 완벽히 완료하였기 때문에 보상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1. 특수 능력 3가지 [랜덤]

2. 고유 능력 [불신자]

3. 장인이 제련한 흑철 곡괭이


알림 창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이제 설사 칼슨이 나를 죽인다 하더라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이건 내 몸도 아니고 나는 보상만 받고 돌아가면 그만인 사람이니까.


“약속한 돈은 파니볼이라는 녀석에게 전달하겠다.”

“예? 그럼....”

“너는 내가 다시 돌아오는 그 날까지 아버님을 잘 보살펴드려라. 일이 해결되면 무덤을 옮길 것이니.”

“예! 알겠습니다. 그건 제게 맡겨주십시오!”


칼슨은 그 말을 끝으로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내게 고맙다고 하더니 결국 죽이지 않은 것이다.


나는 잠시 기사들과 떠나가는 그를 바라보다 아직도 떠 있는 임무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완벽히 임무를 완료해도 모든 능력을 주는 건 아니라는 거지? 하긴.... 그건 말이 안 되기는 하지.”


직접 영웅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조차 성장하기 전에는 모든 능력을 부여받지 못한다.

아마 묘지기 직업을 가진 오주현조차도 지금쯤이면 기껏해야 특수 능력 두 개 정도 받은 게 끝일 것이다.


“이중에 어떤 걸 골라야 하나. 아무래도 골라야 돌아갈 수 있는 거 같은데....”


솔직히 말해 전부 탐나는 보상이었다. 특히 고유 능력 [불신자]와 흑철 곡괭이는 직접 사용해 봤기에 더욱더 탐이 났다.

특히 불신자 같은 경우에는 언데드에게도 효과를 발휘하기에 잡 괴물을 상대할 때도 좋기는 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택지가 두 개로 좁혀졌다.


“후반 구역이라면 모를까, 초중반 구역에서 내가 불신자를 요긴하게 쓸 일이 있을까? 그에 비해 곡괭이는 당장 무기로 써도 좋을 거 같긴 한데.”


유령 혹은 언데드 계열 괴물에게 최고의 방어를 자랑하는 능력과 바위조차 쉽게 쪼개버리는 무기.

검이 아니라는 건 아쉽지만, 곡괭이는 영웅이 사용하던 무기이다 보니 그 이름값을 하는 녀석이었다.

라스테인의 기억 속에서도 그 무기를 이용해 괴물들을 사냥하고는 했었다.


“어이, 라스테인! 으하하하!!”


그때 파니볼이 시끄럽게 떠들며 내게 다가왔다.

녀석은 두둑한 돈주머니를 얻었기 때문인지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잘 했어!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하면 돼! 그렇게만 하면 내가 어? 돈도 챙겨주고 나중에는 집도 사줄게!”

“....고작 이것만 주는 겁니까?”


그가 내게 건넨 돈이라고는 은빛이 도는 동전 1개.

이쪽 세상에서 쓰는 은으로 만든 화폐였다. 가치는 대략 은화 하나당 지구 돈으로 10만 원쯤 하려나.

그럼 이 고생을 하고 내가 받은 일당이 고작 10만 원이라는 건데.


“뭐? 이 자식이 오늘 뭘 잘못 먹었나! 빈민촌에서 은화 하나에 사람 목숨까지 왔다 갔다 하는 거 몰라? 목숨값이라고!”

“여기가 빈민촌은 아니지 않습니까.”

“싫으면 도로 내놓던가! 짜식이 기껏 챙겨줬더니....”

“좋습니다. 돌려드리죠.”


나는 미련 없이 파니볼에게 받았던 동전을 다시 주었다.

그는 돈이 굳었다는 생각 때문인지 재수 없게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쳐다봤다.


“흐흐, 마음대로 해. 준다는 걸 안 받으면 너만 손해니까.”

“방금 전에 분명히 은화 하나가 목숨값이라 하셨죠?”

“음? 그거야.... 빈민촌에서는 그렇긴 하지. 거기야 워낙 거지들만 사는 동네니까.”

“그럼 나는 목숨값을 지불한 거다? 그러니까 나중에 딴말하지 마라.”

“뭐? 이 자식이 돌았나! 어디서 말을 함부로....”


파니볼이 화를 내며 한 발자국 다가온 그 순간.


퍼억!!


“어억!! 왜, 왜 이래!!”

“걱정마 죽이지는 않을 거니까. 딱 라스테인이 억울했던 만큼만 때려줄게.”


나는 손에든 곡괭이를 이용해 녀석을 실컷 패기 시작했다.

파니볼은 그런 내게 제발 살려달라며 애원했지만, 그가 남긴 기억 때문인지 손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퍼억! 퍼억!


“끄어..... 제, 제발.....”

“하아.... 이제야 조금 속이 풀리네. 10년 동안 묘지기로 써먹으면서 준 임금이 금화 하나도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냐?”

“히익!! 그, 그건 공정한 거래를 통해서....”

“그래? 그럼 나도 공정하게 해줄게. 10분만 더 처맞자.”


그렇게 10분을 더 팬 후에야 나는 손에서 곡괭이를 내던지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파니볼은 고통 때문인지 이미 기절한 직후였다.


“하아.... 내가 떠나면 죽었던 라스테인은 어떻게 되는 거지? 미래를 바꾸었으니 다시 이 몸으로 살아가려나.”


딱히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왕이면 그러길 바랬다.

10년 동안 바보처럼 살던 그가 지금부터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았으면 했다.


“....내가 더 이상 신경 쓸 문제는 아니야. 나도 그만 돌아가야지. 임무 보상으로 불신자를 선택한다.”


나는 고민 끝에 결국 고유 능력인 불신자를 선택했다.

지금 당장은 쓸데가 없다 해도 분명 나중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띠링! [선택 완료]

-라스테인의 고유 능력 ‘불신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잠시 후 상세 열람이 해제됩니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하루가 끝이 났다.

나는 돌아가기 전 차가운 흙에 몸을 누이고 지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한 밤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에는 밝게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떠 있었다.


“반짝이는 별이 영웅이라면 나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 빛조차 집어삼키는 어둠.

상세 열람이건 뭐건 닥치는 대로 이용해서 나는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괴물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 누구도 넘지 못했던 ‘경계의 문’을 넘어서고 생존 게임의 주최자를 꼭 직접 확인하리라.


“...주최자를 만나면 꼭 물어보겠어.”


어째서 우리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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