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으로 능력 무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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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작품등록일 :
2021.03.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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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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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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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DUMMY

“캉캉!!”


익숙한 절미의 목소리. 그리고 무언가 부드러운 게 볼을 핥는지 간지러운 느낌까지.


“으음.... 돌아온 건가.”

“캉캉!!”


눈을 뜨니 지하 세이프존이었다.

절미는 계속 경계를 하고 있던 건지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핥았다.

나는 그런 절미를 쓰다듬어주고 제일 먼저 손에 차고 있던 시계를 확인했다.


“....한 시간? 고작 한 시간이 지났다고?”


혹시 시계가 고장 난 건 아닐까.

급히 가방을 열어 예비용으로 챙겨온 시계의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니 이것 역시 똑같았다.

날짜는 떠나기 전과 그대로였고, 시간 또한 고작 1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그곳에서 최소 10시간은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럼 그곳과 여기의 시간 차가 10배 정도 난다는 소리이려나.”


그래야만 지금 상황이 납득이 된다.

뭐, 나중에 다시 상세 열람을 사용했을 때 확인해보면 되는 문제기는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내고 우선 직업창을 불러왔다.


『서기관』

이름: [강유성]

직업 등급: [영웅]

고유 능력: [기록을 적는 자], [불신자]

특수 능력: 영웅 백과사전 [열람 가능], 괴물 포....


역시 꿈이 아니었다.

분명 바뀌었다. 하나밖에 가질 수 없는 고유 능력이 두 개로 늘어나 있지 않은가.

생존 게임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봤지만 절대로 고유 능력이 여러 개였던 사람은 없었다.


“이거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한 능력일....”


바로 그때였다.


[등급 상향]

-기록 변경으로 인하여 라스테인의 등급이 E로 상승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영웅 백과사전의 추가적인 경험치가 부여됩니다.

-라스테인의 고유 능력 [불신자]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불신자]

-불신자가 발동한 상태에서는 살아 있는 생명체를 제외하고는 사용자보다 2등급이 높지 않은 이상은 어떠한 타격도 줄 수 없습니다.


띠링! [영웅 백과사전 Lv.4 -> 영웅 백과사전 Lv.5]

-Lv.6부터는 E등급 영웅의 기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상세 열람 사용하기 완료]

-영웅 백과사전의 기초 사용법을 모두 습득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사용자를 돕는 책의 자아가 깨어납니다.


수많은 알림이 눈앞을 가린 것은.



* * *



“그러니까.... 네가 영웅 백과사전 그 자체고, 앞으로 나를 돕는다는 거지?”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아무도 없는 허공에 말을 하였다.


-예, 주인님.


그런데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라 책이었다.

허공에 떠 있는 영웅 백과사전이 내 질문에 답한 것이었다.


“....아 진짜 적응 안 되네. 그 얼굴 좀 어떻게 하면 안 될까?”

-죄송하지만, 그건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알림에서 영웅 백과사전에 자아가 생겼다 한 뒤에 책에 변화가 생겼다.

표지 부분에 괴상한 얼굴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그 얼굴이 꼭 한국의 전통 탈처럼 괴상한 생김새였다.


“하.... 그래서 네가 뭘 도와줄 수 있는 건데? 아! 혹시 너 이 망할 생존 게임의 주최자가 누군....”

-주인님, 제가 아는 건 책의 사용 방법뿐입니다. 그러니 다른 걸 물으셔도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목소리에 흔들림이 없고 침착하다. 그런데 왠지 재수가 없다.

꼬박꼬박 내게 주인님이라 부르기는 하지만, 괴상한 생김새 때문인지 아니면 이 녀석이 책이기 때문인지 괴리감이 느껴진다.

절미가 말을 하였어도 이보다는 괜찮았을 것이다.


“이봐, 이름은 계속 영웅 백과사전이라 불러야 하나?”

-이름을 지어주셔도 됩니다. 제게 이름을 지어주시겠습니까.

“으음.... 그럼 앞으로 영백이라 부를게. 영백아, 괜찮지?”

-예, 앞으로 저는 영백입니다. 주인님.


절미에 이어 두 번째 소환수 영백.

아니, 영백이는 원래 사전에서 자아가 부여되었을 뿐이니 소환수라 할 수 없으려나.


“영백아, 지금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넌 계속 이대로 따라다니는 거냐?”

-능력을 해제하시면 저는 사라집니다. 다시 능력을 불러오시면 저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이대로 둘게. 책에 대해 물어볼게 있으니까.”


어차피 사전은 내 고유 능력이기 때문에 나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다.

더군다나 추가적인 마나 소모나 물리력 또한 없으니 그대로 둔다 하여도 방해가 되지는 않을 테고.


나는 시험 삼아 녀석을 대동한 채로 지상으로 올라가 봤다.

문을 열고 늪을 통과하는데도 역시나 녀석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옆에 떠 있었다.

정말이지 저 괴상한 얼굴만 아니라면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일단 세이프존은 점령했으니 당장 급한 불은 껐는데....”


3구역의 세이프존은 제일 먼저 들어선 이가 3일 동안 주인이 된다는 규칙이 존재했다.

주인이 되면 세이프존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관리하는 능력을 얻게 되는데, 나는 그 능력을 이용해 문을 닫아버렸다.

이제 3일 동안은 내 허락 없이 이곳에 그 어떤 이도 들어갈 수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 계획대로 움직일까, 아니면 먼저 오주현을 만나러 갈까.”


그녀가 그립거나 반가워서 만나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내 목표는 그녀의 일행 중 있을 영웅들, 그들을 통해 책의 레벨을 올릴 생각뿐이었지.

하지만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나는 눈을 가늘 게 뜨고 늪지대 사이로 보이는 높은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2구역을 떠올리게 만드는 저 건물들 중에 하나가 분명 10개의 세이프존 중 하나였다.

문제는 과거에 직접 가본 적이 없어 뭐가 그녀가 있는 세이프존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들어가는 순간 함정이라도 발동되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그래도 일단 가까이만 가볼....”

-주인님, 누군가를 찾으시는 것이라면 탐지 능력을 가진 영웅의 힘을 빌려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혼잣말을 내뱉던 도중 갑자기 들려온 영백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녀석이 옆에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걸 내가 몰라서 그러겠냐. 고작 그런 일로 능력을 낭비하기 싫을 뿐이야.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생존에 도움이 되는 능력이라고.”

-그렇다면, F등급 영웅인 ‘깊은 숲의 레인저, 가린’을 추천 드립니다.

“가린? 확실히 괜찮은.... 어?”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춰 서고 영백을 쳐다봤다.


“....가린을 추천하는 이유는?”

-가린 영웅의 특수 능력은 총 6개입니다.

“그건 나도 알....”

-그중 검에 대한 능력이 2개, 신체 강화 능력이 1개, 이동에 관한 능력이 2개, 은신에 관한 능력이 1개 존재합니다.


영백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확신했다.

녀석이 내게 그냥 아무나 추천해 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 3구역에서 필요한 능력을 가진 영웅을 찾아 추천한 것이다.


“....일단 생각은 해둘게. 그런데 설마 너 책에 기록된 모든 영웅의 능력을 아는 거냐? 어떤 게 내게 필요할지도 알고?”

-주인님, 제가 책 그 자체입니다. 제가 저 자신을 모른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기괴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영백.

생김새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능력은 확실히 쓸만하다.

아무리 나라 해도 모든 영웅의 능력을 세세히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영백만 있다면....


“크르르르...!!”

-주인님, 늪의 종족인 리자드맨입니다. 숫자는 총 12마리로 주변에 무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괴물이 나타나자 이제는 상황을 정리해서 보고하기까지 한다.


“내비게이션도 아니고 이게 뭔.... 일단 녀석들부터 처리하고 이야기하자.”


다행히 녀석들 사이에는 정찰병으로 보이는 괴물이 없었다.

그에 나는 곧바로 검을 꺼내 들고 녀석들 사이로 파고들어 한방에 진형을 무너트렸다.


“키에에엑-!!”

“근처에 또 있을지도 모르니까 빨리 끝내자! 에너지 드레인!!”


구역을 처음 넘어왔을 때와는 전투 양상이 확연히 달랐다.

확실히 지휘하는 상위 계급 리자드맨이 없던 탓이 컸다.

지금 녀석들은 내게 석상 괴물보다도 못한 녀석들이었다.


푸화아악!!


한 놈, 그리고 또 한 놈.

과거로 돌아와 처음 고블린을 학살할 때가 떠오른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그 당시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것.

이벤트 구역에서 경험치를 독식한 탓에 3구역의 괴물들이 너무 우습게 보일 정도였다.


“끼, 끼에....”


콰직!!


나는 마지막으로 도망치려던 리자드맨의 두개골을 부서트리고 영백을 쳐다봤다.

녀석은 여전히 재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3분 21초가 걸리셨습니다. 가린의 능력이 있었다면 최소 1분을 단축하셨을 겁니다.



* * *



늪지대에서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일까.

번들거리는 피부로 늪에 숨어 있다 기습하는 리자드맨?


“끼이이!! 크에에엑!!”

“아이 씨... 옷 젖게 왜 꼭 물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거야? 이제 거의 다 말랐나 했더니....”

-빨리 정리하시고 차분히 옷을 말리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아니다. 방심하지 않는 이상 포위되지 않을 테니 녀석들은 더 이상 내게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도시를 점령한 늪지대에서 진짜 두려운 것은.


위이이잉-


힘차게 날갯짓하며 내 주변을 돌아다니는 저 붉은 파리.

몸부터 시작해 날개까지 붉은색으로 물든 파리였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녀석들이 리자드맨보다 훨씬 까다롭게 느껴졌다.


“오주현 일행도 그렇고 나도 3구역에 넘어온 지 별로 안 되었는데... 붉은 파리가 왜 이리 많은 거지?”


웃기게도 저 파리도 괴물의 한 종류였다.

인간이 늪에서 죽으면 언데드로 변하고, 그때 오염되어 떨어져 나가는 살점에서 탄생하는 놈들이었다.


녀석들은 사람 주변을 돌다 기회가 생기면 피를 빨아먹고는 했다.

그러니 붉은 파리가 많다는 것은 죽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주인님, 붉은 파리라 부르는 것의 정확한 명칭은 흡혈 거머리입니다.

“....나도 알아. 그냥 파리처럼 생겨서 파리라고 부르는 거지. 그보다 이 건물인 거 같은데....”


고개를 들어야만 끝이 보이는 높은 건물.

오주현 일행이 숨어 있는 세이프존이 이곳일 확률이 높았다.

다만, 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건 아닐 경우 때문인데.


만약 저 건물이 세이프존이 아니라면 최소 3구역보다 두 등급이 높은 괴물들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그게 임무에도 명시된 3구역의 함정이었다.


-주인님, 무모한 행동입니다. 지금이라도 탐지 능력을 가진 영웅을 선택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안 된다고 했잖아. 그리고 그 영웅이 가진 능력 중 내가 원하는 탐지를 얻을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주인님께서 원하신다면 탐지 능력을 얻을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뭐?”


내가 원하는 능력을 얻게 해준다?

그 믿기지 않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영백을 강하게 붙잡았다.


“만약.... 다른 능력을 원한다면? 그것도 가능해?”

-추천은 하지 않지만 가능합니다.


거짓말이 아니다. 애초에 녀석이 내게 들킬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마냥 믿기에도 너무 말이 안 되어 잠시 고민하던 나는 실험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가린 영웅을 선택할게. 내가 원하는 그의 능력은 위장술이다. 가능해?”


위장술은, 나무와 반쯤 부서진 건물들로 어둑한 이곳에 최적화된 기술.

영백이 가린을 추천했던 것 또한 분명 이 능력 때문일 탓이 크다.


-주인님, 검 관련 능력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검에 관련된 기술은 나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어. 단지 육체가 받쳐주지 못해 쓰지 못하는 것뿐이야.”

-그렇군요. 그럼 영웅 가린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어, 선택.”


[선택 완료]

-상세 열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관계로 가린의 모든 능력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스킬은 [위장술 Lv.1]입니다.

-깊은 숲의 레인저 직업의 영향으로 험지에서 이동 속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진짜였다. 진짜 영백의 말처럼 위장술이 획득되었다.

그 놀라운 결과에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영백을 쳐다봤다.

그냥 괴상한 웃음만 짓는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그 무엇보다 내게 필요한 능력을 지닌 녀석이었다.


“영백아! 그러면 앞으로 내가 원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거지? 더 높은 등급의 영웅이라 해도?”

-그건 아닙니다.

“....어?”

-영웅 백과사전은 5레벨이 오를 때마다 원하는 능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방금 그 능력을 사용하셨기에 10레벨이 되셔야 합니다.


뒷목이 당겼다. 피가 거꾸로 돌아서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영백이 가진 능력이 아니라 애당초 원래 그리 할 수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한마디로 녀석에게 속아 아까운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이다.


“....왜 말 안 했냐?”

-물어보시지 않아서 대답을 못 해드렸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몰랐던 걸 내가 어떻게 알고 물어.... 하....”

-얼굴이 구겨지셨습니다.

“...그래 너 때문이야. 전부 너 때문이라고.”

-저로서는 주인님께서 분노하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분노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 뿐입니다.


역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영백이 저 자식은 재수 없는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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