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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
작품등록일 :
2021.03.1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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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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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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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2화

DUMMY

“김철원 씨, 당분간 잘 지내보도록 하죠.”

“미리 말해두는데 수상한 행동은 자제해. 난 널 믿지 않으니까.”

“피차일반이군요.”


나와 이시원의 협상으로 임시 동맹을 맺게 된 두 일행.

우리는 처음 계획을 바꿔 도망이 아니라 허술해진 괴물들의 경계선을 뚫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지금 전력으로 도망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웃긴 일이니까.


“밤이 되기 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전투가 가능한 사람들은 선두에 서시고 일반 직업군은 후방에서 따라오세요.”


지시가 떨어지자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리더인 서진영 대신 일을 마음대로 한 내게 딱히 불만은 없어 보였다.


“저희는 유성 씨만 믿고 따라갈게요.”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오히려 눈을 마주칠 때마다 고개를 숙이는 게 고마워하는 눈치다.

그들 또한 지금이 아니면, 그리고 내 도움이 없이는 3구역을 넘을 방법이 없다는 걸 아는 거겠지.


그때 아무런 말도 없이 내 뜻을 따라주던 서진영이 다가왔다.


“유성 씨.”


그녀는 살짝 불안한 듯 힐끔 이시원을 쳐다보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 진짜 믿을 수 있겠어요? 도망치는 거야 그럴 수도 있다고 해도, 이건 서로 목숨을 맡겨야 하는 거잖아요.”

“뭐, 나쁜 녀석이기는 한데, 보스를 잡을 때까지는 가만히 있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세요?”

“저 자식. 기분 나쁘지만, 저랑 약간 비슷한 점이 있는 놈이거든요.”

-주인님, 굉장한 욕을 스스로에게 하신 거 같습니다.


어쩌면 진짜 그럴지도. 어떻게 보면 자신의 이득만을 바라보는 그런 점이 닮았다는 거니까.

그래도 그 점이 닮았기에 녀석을 믿을 수 있었다.

녀석의 입장에서 우리를 배신해서 얻는 이득보다 함께하는 게 더 큰 이득을 가져다줄 테니까.


나는 무언가 고민하는 서진영의 어깨를 살포시 두드렸다. 그리고는 이곳까지 오며 만들어둔 10개의 포션을 건넸다.


“진영 씨. 일단 이걸 받으세요.”

“어? 이건..... 회복 포션 아닌가요? 2구역에서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유성 씨가 이걸 어떻게....”

“그냥 어쩌다 보니 생겼습니다.”


원래대로라면 포션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능력과 재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하급 포션은 조금 달랐다. 재료 대신 마나를 쏟아 부으면 만드는 게 가능했다.

뭐, 그 방법도 3구역에서는 높은 레벨로 방대한 마나를 가진 나만이 가능한 일이기는 했지만.


“아니 이게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아니고 그게 무슨....”

“그보다 지금 당장 전투 직업군 일부를 뽑아서 그걸 세이프존으로 가져가라 하세요.”


내가 딱 거기까지 말했을 때 놀란 눈을 했던 그녀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부상당한 사람들을 회복시켜서 데려오라는 거죠?”

“계획이 변했으니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합류시키는 게 좋으니까 지금 당장 움직여주세요.”

“하지만....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 사람들이 오다가 리자드맨 무리라도 만난다면....”

“괜찮을 겁니다. 괴물들의 시선을 이쪽에서 충분히 끌어줄 테니까요.”

“일단... 알겠어요.”


이시원이라면 몰라도 서진영 성격상 절대 일행을 버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미리 그들을 불러올 필요성이 있었다.

아마도 보스를 잡게 되면 다시 세이프존으로 가서 사람들을 데려올 여력은 없을 터이니.


-주인님. 뒤통수가 따끔하지 않습니까?

“하아.... 안 그래도 슬슬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었어.”


진서영이 은밀히 지시를 내리는 걸 확인한 뒤에야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에서는 2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오주현이 눈치를 살피며 따라오는 중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가까이 올라 손짓했다.

잠시 망설였던 그녀는 주변에 이시원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내게 다가왔다.


“....오랜만이야. 그때는 고마웠어.”


그녀의 눈빛에 담긴 감정은 반가움과 혼란.

하긴 내가 왜 갑자기 여기서 나타난 건지, 그리고 복면인이 나였다는 사실도 놀라웠겠지.


“그래. 그래서 용건이 뭐지?”

“어... 어?”

“왜 내 뒤를 졸졸 쫓아오는 거냐고. 굳이 눈치까지 살피면서 말이야. 설마 인사나 하자는 건 아닐 거 아니야.”


반가움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내 대꾸에 오주현의 얼굴에 실망이 깃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 굴하지 않고 내게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시원.... 그자를 믿지 마. 그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사람이야. 그 사실을 네게 알려주고 싶었어.”


눈빛을 보니 진심이다. 그녀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는 이시원을 경계한다고 해야 정확할까.

나는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을 통해 그 사실을 단번에 알아챘다.


“하아.... 그 말을 내게 하는 이유가 뭔데? 이시원은 네가 속한 일행의 대장이 아니었나.”

“나는 3구역을 마지막으로 그한테서.... 빠져나올 생각이야. 더 이상 그 사람한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를 도와줘.”


의외의 상황에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상대방이 모르는 패를 나만 알고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나는 우리 일행을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바빠.”

“그, 그야.... 우린 친구잖아.”

“친구라... 하긴 친구가 힘들다는데 그냥 지켜보는 것도 조금 그렇긴 하지. 또 네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무작정 거절하기도 그렇고.”

-주인님, 웃음이 나오려고 합니다. 이건 제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영백이가 뭐라든 나는 얼굴에 가면을 만들었다.

눈은 힘을 풀고 이해한다는 눈빛을, 입은 살포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게 또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 눈치도 봐야 하고.... 적당한 이유가 필요할 거 같은데.”

“내... 내가 뭘 하면 되는데?”

“으음.... 뭐가 좋으려나.”


오주현은 지금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생각보다 더 손쉽게 걸려들었다.

그녀를 끌어들이기 위해 내뱉을 대사를 생각하던 내가 멍청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주변을 다시 한번 살핀 뒤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건 귓속말이 목표였다기보다는.


“그래. 그게 좋을 거 같은데? 이따 내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그럼 책임지고 서진영 일행에 넣어줄게.”

-주인님, 현재 표정이 매우 비열하십니다. 그 악독한 표정을 누가 볼까 두렵습니다.


그 잠시를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버린 내 표정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 * *



중앙을 목표로 움직인 지 3시간이 막 지났을 무렵.

우리를 따라온 리자드맨 무리와 몇 차례의 전투를 겪은 후에야 중앙 경계 지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드디어 중앙 지역이구나. 오랜만에 여길 다시 오니까 기분이 이상한데.”

-축하드립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뒤를 힐끔 쳐다봤다.

사람들은 전투 때문인지 많이 지친 상태였다.

하긴, 따지고 보면 오늘 아침부터 줄 곳 전투를 치른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

하지만 경계에 발을 디뎠다 해서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위이이잉-!


“젠장. 저 녀석들이 왠지 안 보인다 했더니 전부 여기에 있었구나.”

-주인님, 엄청난 숫자입니다.


귓가를 시끄럽게 만들 정도로 커다란 붉은 구름.

늪의 주인 덕분에 경계에 서식하던 괴물들이 도망치며, 그 빈자리를 붉은 파리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가.


“주변에 붉은 파리가 떼로 깔려있으니 절대 흩어지지 마세요. 아직 밤이 되려면 시간이 남았으니 지금부터는 천천히 움직일 겁니다.”

“유성 씨, 그 정도로 충분할까요? 차라리 능력을 사용해서 녀석들을 몰아내는 건....”


서진영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됩니다.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또다시 리자드맨과 싸워야 할 겁니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말이죠.”


리자드맨은 한 번 물은 사냥감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경험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나는 붉은 구름을 통과하기 위해 일행들을 촘촘하게 간격을 좁혔다.

이시원도 그 사실을 아는 건지 별다른 말은 없었다.


“휴우.... 그럼 가보죠. 제발 무사히 지나가길 기도하며.”


선두에 섰던 나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붉은 구름에 발을 디뎠다.


위이이잉-!!


“으으.... 이러다 전부 죽는 거 아니야?”

“아이 씨! 재수 없게 그런 소리는 왜 해! 우린 그냥 닥치고 따라가기만 하면 돼.”

“하지만 위험한 건 사실이잖아..... 내가 알던 사람도 저 녀석들한테 피가 전부 빨려서 죽었었는데....”


사람들은 구름의 한복판에 들어오니 불안해진 건지 조용해도 모자랄 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서진영이 그런 그들을 다독이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


“다들 지쳐서 그런 걸 겁니다. 그리고.... 딱히 틀린 말도 아니고요.”

“하아.... 유성 씨, 진짜 괜찮을까요? 사실 저도 구역을 넘을 기회라는 말에 혹해서 동의한 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불안해요.”

“불안해도 어쩔 수 없죠. 저희는 편법을 이용한 거니까.”


평소와 달리 그녀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세이프존을 지키지 못한 순간 이미 정해졌던 결과였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안전한 장소도, 그렇다고 일행들을 먹여 줄 식량 공급처도 없으니까.


“어? 야! 너 너무 떨어져서 걷는....”

“으아아악!! 도, 도와줘!!”


바로 그때, 후방 대열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끝자락에서 걷던 사람 하나가 기회를 노리던 붉은 파리들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저 사람은....”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걸 보니 이시원 일행 쪽 사람이었다.

나는 도와주려는 서진영을 제지한 후 가만히 서 있는 이시원을 쳐다봤다. 마침 녀석도 나를 보고 있었다.


“하하! 설마 왜 안 도와주냐는 뻔한 질문을 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정말 실망일 거 같은데....”

“설마 그럴 리가. 오히려 네가 도와주겠다고 나설까 봐 걱정하던 차인데.”

“그거 다행이군요. 역시 김철원 씨는 저와 닮은 점이 있습니다.”

“그거 욕이지?”

-주인님, 욕이 분명합니다. 당장 칼을 꺼내 목을 베셔야 합니다.


거드는 영백이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기회다 싶어 오바하기는.

나와 이시원이 다시 걸음을 옮기자, 서진영이 조금 화난 얼굴로 내 팔을 잡아당겼다.


“유성 씨. 이대로 지켜만 볼 거예요? 사람들이 전부 지친 상태라 이대로라면 계속.....”

“어쩔 수 없죠. 저 정도 피해는 이미 각오했던 일입니다.”

“네? 그럼 그냥 죽게 내버려 두자는 거예요?”


서진영의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내게 화난 눈치였다.

그녀는 혼자라도 움직일 생각인지 잡았던 내 팔을 놓아주며 입술을 깨물었고,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가지 마세요. 선두인 저희가 흔들리면 더 위험해집니다. 뒤에서 리자드맨이 쫓아온다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니시죠?”

“그래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어요.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해야죠.”


그녀의 두 눈은 평소보다 더 반짝이며 신념에 차 있었다.

그건 내가 서진영의 장점이자, 생존 게임에서 최악의 단점이라 생각하는 정의감 혹은 인정.

또한 처음에 그녀의 일행을 선택할 당시 망설였던 이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가 전투 사제란 직업을 얻은 게 우연은 아닌 거 같다.

전투 사제는 언제나 전장의 선두에 서서 아군을 격려하고 희생하는 존재였으니까.


나는 결국 그녀의 뜨거운 의지에 패배를 인정했다.


“알겠습니다. 저들을 도와주도록 하죠. 대신, 서진영 씨는 계속 앞으로 가세요. 저 혼자 가겠습니다.”

“그건.....”

“저희 목표가 무엇인지 잊지 마세요. 생존하려면 결국 구역을 넘어야 한다는 걸.”

-주인님, 왜 그런 미친 짓을.... 헙! 제 입에서 말이 헛 나왔군요.


그래, 평소의 나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미친 짓이지.

나는 서진영을 뒤로하고 홀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 후방으로 움직였다.


“영백아.”

-예, 주인님.

“이게 다 투자다.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라고.”

-미친 짓이 투자란 말입니까? 그건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만.


영백이에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다른 이가 본다면 영락없는 미친 짓이 맞을 테니까.


하지만 이건 일종의 투자였다.

내가 구역을 넘다 혼자라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준호 아저씨를 비롯한 과거의 인연들처럼 나를 도와줄 사람에 대한 투자.


‘그걸 생각하면 절대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 서진영은 꽤 괜찮은 패거든.’


생존 게임은 살아 있다면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시스템.

나는 그녀의 가치에 투자한 것이다. 서진영이 지금보다 더 성장해 나를 도와줄 순간이 오는 그 날을 위해서 말이다.


“자, 그럼 어디 오랜만에 벌레 새끼들 좀 청소해 볼까. 준비해라, 영백아.”

-이럴 때만 저를 찾으시는군요. 역시 주인님께서는 악덕 영주가 잘 어울리십니다.

“그래서 뭐?”

-....전투 보조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주인님의 충실한 종이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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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21.04.11 1,438 22 14쪽
41 40화 21.04.10 1,530 19 13쪽
40 39화 21.04.10 1,581 21 14쪽
39 38화 21.04.09 1,581 20 13쪽
38 37화 +1 21.04.08 1,601 23 13쪽
37 36화 +2 21.04.07 1,634 23 16쪽
36 35화 +1 21.04.06 1,627 22 15쪽
35 34화 +1 21.04.05 1,694 21 15쪽
34 33화 21.04.04 1,823 21 15쪽
33 32화 21.04.04 1,882 27 15쪽
32 31화 21.04.03 1,893 23 15쪽
31 30화 21.04.03 1,944 24 15쪽
30 29화 21.04.02 1,952 24 16쪽
29 28화 +2 21.04.01 2,013 21 15쪽
28 27화 +1 21.03.31 2,049 21 15쪽
27 26화 +1 21.03.30 2,094 24 15쪽
26 25화 +2 21.03.29 2,099 22 13쪽
25 24화 21.03.29 2,183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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