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광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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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해다찬
작품등록일 :
2023.07.30 21:12
최근연재일 :
2024.09.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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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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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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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화 암살자는 외로워

DUMMY

 “촛불이에요!”


 강대가 소리쳤다.


 아나르 길드의 모두가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일 때.


 “무슨 말이야?”

 “촛불을 꺼야 된다고요!”


 아나르 길드가 레이드를 하고 있는 이곳은 페리 왕의 침소였다.


 형제와 부모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극악무도한 페리 왕.


 거대한 방 한가운데엔 피로 적셔진 침대 하나와 그 주변을 가득 둘러싼 촛대가 있었다.


 “침대 주변에 있는 저거 말하는 거야?”

 “맞아요!”

 “저걸 왜 꺼야 되는데!”


 재석이 왕이 휘두르는 대검을 피하며 강대에게 물었다.


 “다가가질 못해서 몰랐는데 촛불에 유난히 예민해요!”

 “그럼 저게 꺼질수록 우리한테 유리하단 뜻이지?”


 둘의 대화를 듣던 전투 마법사 희윤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강대의 대답은 필요 없단 듯이 다시 앞을 바라보고 정밀한 마법을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페리 왕은 이를 감지하고 땅바닥이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희윤에게 달려갔다.


 “희윤이 엄호해!”


 길드장인 창운이 능숙하게 팀원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검과 방패를 든 헌터들의 보호 진형이 금세 펼쳐졌고 모두가 희윤의 마법이 준비되길 기다렸다.


 “내가 어그로 끌게!”


 [스킬: 함성(D)]

 [적을 도발합니다. 상대가 분노한 상태일수록 지속 시간이 늘어납니다. ]


 재석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대검을 도끼로 흘린 뒤 페리 왕을 끌고 갔다. 힐러들은 거리를 유지하며 재석을 치유했다. 


 “창운이 형! 뒤로 따라와!”

 “알겠어! 마법은 얼마나 기다려야 해?”

 “지금!”


 쾅!


 엄청난 폭발음에 모두의 시선이 페리 왕의 침대로 집중됐다.


 거친 연기가 사라진 그곳은 희윤의 마나 폭격으로 한 번에 다섯 개의 촛대가 쓰러져 있었다.


 [페리 왕이 광분합니다!]

 [방어력과 회복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공격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건 뭐야아!”


 페리 왕이 갑작스럽게 품위를 잃고 미친 듯이 대검을 휘두르자 재석과 그를 따르던 헌터들이 기겁했다.


 “이야아아아!”


 촤아악!


 창운의 검이 왕의 등을 베었다.


 효과가 있었을까.


 수십 번도 먹히지 않던 공격에 상처는 타들어 가기 시작했고 쉽게 회복되지도 않았다.


 왕이 고통스럽게 울부짖는다.


 “된다! 공격이 드디어···”


 후욱-


 기뻐할 틈도 없이 페리 왕이 무차별적으로 휘두른 검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날아갔다.


 가까스로 공격을 막아낸 창운과 달리 재석은 갑옷과 함께 복장뼈가 으스러졌다.


 “괘, 괜찮으세요?”


 재석이 숨을 들이쉴 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 애절한 눈빛으로 하경의 치유 마법을 갈구한다.


 “으으···.”


 하경이 조심스럽게 재석의 갑옷을 벗겼다.


 [스킬: 루멘토(B)]

 [빛의 힘을 이용해 대상을 지속적으로 치유합니다. 소유한 모든 빛에 하급 치유 효과와 정화 효과가 적용됩니다.]


 하경의 보석 목걸이에서 빛이 흘러나와 재석의 몸을 감쌌다.


 조금 더 집중하자 빛이 가슴 쪽으로 모였고 이내 재석이 피를 토해냈다.


 “크악!”

 “조, 조금만 참아요.”


 시간이 지나자 재석의 호흡이 한결 편안해졌다.


 “후아···. 뒤지는 줄 알았네.”


 재석이 입에 흐른 피를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남은 사람들은 날뛰는 페리 왕의 주의를 끌며 대치하고 있었다.


 “아직도 싸우고 있어?”

 “네··· 이제 공격은 먹히는데, 도통 맞질 않아요.”


 페리 왕이 희윤의 마법을 위협적으로 인지한 까닭에 정밀 마법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재석과 전사 계열 헌터들이 쓰러진 상황에서 유의미한 공격수단인 창운도 대검을 막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하물며 살아남을 수 있기라도 할까?


 창운은 대검이 방패에 부딪혀 온몸이 울릴 때마다 지쳐갔다.


 공격을 막고 또 막고.


 팀원들의 어그로로 남은 촛불에 다가가려 하면 왕은 미친 듯이 쫓아왔다. 그러면 다시 힐러의 도움을 받아 공격을 막았다.


 정신이 온전치 않다. 주요 딜러의 존재만 믿고 보조 헌터만 끌어모은 탓이었을까.


 ‘이 짓을 얼마나 반복해야 하지? 던전 경험이 적은 박하경을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광범위 치유 스킬만 있으면 우리만으로 어찌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차라리 날 도울 재석이 같은 녀석을 하나 더···.’


 긴 시간 일방적으로 녀석에게만 유리한 공방이 오갔다. 창운은 차라리 검과 방패를 집어던지고 녀석이 내리치는 검 밑에 대자로 누워 이 지겨운 싸움을 끝내고 싶었다. 그런 절망적인 생각만 떠오를 때, 주변이 어두워지며 왕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창운은 설마 하는 마음에 침대 쪽을 쳐다봤다.


 벌벌 떠는 강대가 보인다.



***



 [스킬: 암살자의 발걸음(C)]

 [일정 시간 기척을 완전히 지웁니다.]


 모두가 페리 왕을 상대할 때 강대는 가망이 없음을 직감하고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C급 스킬인 암살자의 발걸음.


 기척을 완전히 지워주지만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라 암살이 아니라면 거의 무용지물인 스킬.


 강대는 그런 스킬을 가지고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어쩔 땐 용기를 내 다섯 걸음까지. 재사용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으며 최대한 가만히 있었다.


 자신이 죽거나 팀원들이 죽거나. 혹은 모두가 살거나.


 흐르는 땀이 눈 안에 들어가도 강대는 눈을 감지 않았다. 페리 왕의 발소리가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것 같아도 이를 꽉 깨물고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뒤에선 자신과 마찬가지로 목숨을 건 팀원들의 악착같은 포효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들려온 건 창운의 목소리였다.


 다 찢어지고 갈라진, 사막 속 조난자의 마지막 같은 그 목소리가 가슴 아프게 들려왔다.


 그러니 더욱더 침착해야 한다.


 앞으로 단 두 걸음. 신중에 신중을 더해 계산한 마지막 걸음 수.


 남은 재사용 시간 5초.


 4초.


 3초.


 2초···.


 쨍그랑!


 강대는 눈앞에 있는 촛대 두 개를 먼저 쓰러뜨리고 반대편에 있는 촛대를 향해 단검을 날렸다. 빗나가는 일은 없었다.


 “해, 해냈··· 크헉!”


 강대가 팀원들을 바라보려 한 순간 눈앞엔 어째선지 페리 왕의 대검이 있었다.


 어째서?


 분명 먼 거리였을 텐데. 벌써 이곳까지 달려오는 건 말이 안 되는데. 정답은 간단했다.


 녀석은 검을 손에 놓으면서까지 촛불이 꺼지는 걸 원하지 않았던 것이고 그 덕분에 날아온 대검은 강대의 옆구리를 찢으며 벽에 박혔다.


 “맹세를 지키러 온 것이 아니었느냐!”


 이어 페리 왕이 자신의 몸을 찢어발기기 시작했고 두려움에 떨며 소리쳤다.


 [페리 왕이 무력해집니다.]


 시스템 창에 뜬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창운과 재석이 눈 깜짝할 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스킬: 낙하(B)]

 [대상의 위로 빠르게 이동합니다. 낙하할 시 추가 가속도가 붙으며 비례해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창운은 페리 왕의 미간을 뚫었다.


 [패시브: 지독한 집착]

 [공격한 부위를 다시 공격할 경우 치명타가 적용됩니다.]


 재석은 페리 왕의 오른쪽 다리를 잘라버렸다.


 [축하합니다! 페리 왕이 쓰러졌습니다.]


 페리 왕은 비명을 지르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쓰러졌다.



 ***



 던전 클리어 후.


 “강대 씨!”

 “하, 하경 씨···.”


 하경이 덜 익은 삼겹살을 자른 것 마냥 두 동강 날 뻔한 강대에게 달려와 치유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팀원들은 강대의 상태보단 상위 던전의 보상이 무엇인지가 더욱 중요했다. 아니면 전혀 신경 쓰지도 않거나.


 강대는 그런 팀원들을 나름 이해하려 노력했다.


 아나르 길드는 이름 있는 대형 길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어디서 무시당하진 않을만한 중견 길드다.


 창운과 재석의 손발이 척척 맞았고 강력한 전투 마법사인 희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최근엔 B급 치유 스킬을 가진 하경이 들어와 상위 던전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 이 순간, 상위 던전을 클리어해버린 것이다.


 그러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겠지.


 강대가 자꾸만 흘러나오려는 내장을 손으로 꾸역꾸역 막으며 헛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활약이 컸다.


 “뭐, 뭐가 좋다고 자꾸 웃어요! 상처 벌어지잖아요.”

 “하아. 수고 많았어요. 하경 씨.”

 “수고는 강대 씨가 다 했죠.”


 하경이 흐뭇하게 웃으며 강대를 바라봤다.


 어느 정도 살이 붙은 강대는 희경의 부축을 받으며 팀원들에게 걸어갔다.


 왁자지껄 분위기가 좋아 보인다.


 “미친! A급 성기사?”


 재석이 빛나는 직업북을 들고 흥분하며 소리쳤다.


 [직업: 타락한 성기사(A)]

 [페리 왕은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검술과 독실한 신앙심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어째서 자신의 부모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는진 아무도 모릅니다.]


 “기사 직업이면···.”

 “이건 창운 오빠한테 어울리네.”

 “타락해서?”


 재석이 농담을 던지자 모두가 기분 좋게 웃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농담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좋아. 그럼 이건 내가 가지는 걸로? 모두 불만 없지?”


 창운이 직업북을 들고 물었다.


 “그럼. 오빠 아니면 누가 가져.”

 “드디어 우리 길드에도 A급이 나오는구나! 이러다 막 S급도 나오고 대형 길드 따라잡는 거 아니야?”

 “재석아. 그건 어렵겠는데.”


 창운은 냉정하게 말했지만 흘러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대부분의 대형 길드는 S급 직업을 가진 헌터가 있거나 적어도 매우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나 스킬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이 있을 수 있다. 운 좋은 신생 길드가 대형 길드들을 제치는 경우가 몇 안 되지만 있긴 있으니.


 우리 아나르 길드도 방금 A급 직업 없이 상위 던전을 클리어했다.


 이젠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럼 여기서 사용해볼까?”


 그 말에 모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창운을 바라봤다.


 직업북은 자꾸 어두워졌다가 찬란해지기를 반복했다.


 [직업: 타락한 성기사(A)]

 [계승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원래라면 ‘전직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나오겠지만 지금처럼 같은 계열의 직업일 경우 계승이란 말이 나온다.


 역시 창운에게 딱이란 소리였다.


 창운은 침을 꿀꺽 삼키고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자 직업북이 촤르륵 열리며 사라졌고 허공에 남은 빛이 창운의 팔로 스며들어 온몸을 감쌌다.


 빛은 전신을 감싸는 갑옷의 형태를 띠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축하합니다. ‘타락한 성기사’의 계승이 완료되었습니다.]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스킬 ‘낙하’가 ‘추락’으로 각성합니다.]


 [스킬: 추락(A)]

 [체력을 소모하여 검을 생성한 후 대상의 위로 빠르게 이동합니다. 추락할 시 추가 가속도가 붙으며 비례해 공격력이 증가합니다. 대상을 맞춘 검만큼 체력을 회복합니다.]


 “와···.”


 창운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A급 직업도 모자라 A급 스킬까지. 이후 배분한 보상까지 모두 귀한 것들이었다.


 아나르 길드 전체가 창운과 더불어 길드의 폭발적인 성장에 기뻐하며 축하했다.


 “길드장님. 축하해요.”


 강대가 창운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의 목소리에는 은근히 자신의 몫을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 강대 씨! 수고 많았어요.”


 창운이 잊을 뻔했다는 듯 주섬주섬 무언갈 꺼내기 시작했다.


 강대의 눈빛이 밝아졌다.


 “자··· 이거랑, 이거. 강대 씨 거예요.”

 “네? 이, 이게요?”


 EX급 경험치북과 금화 한 주머니. 그리고 등급이 낮은 장신구들.


 강대가 놀란 듯 되물은 건 창운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 과분하고 감사해서가 아니라 레이드를 성공에 이끈 것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끝이에요?”

 “그게 사실. 유감이지만 보상이 질은 높은데 양이 적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어, 어쩔 수가 없다뇨! 분명 계약서엔 일정 등급 이상 던전의 보상은 기여에 따라 분배한다고 되어있잖아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길드 전체의 성장을 버릴 순 없잖아요. 길드장으로서의 책임을 이해해 주실래요 강대 씨?”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정당하게 해주세요.”


 강대가 눈을 부릅뜨며 확고하게 말했다.


 창운은 한숨을 쉬었다.


 “근데 보자 보자 하니까.”


 얘기를 듣던 재석이 다가와 강대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커헉!”

 “이 눈치 없는 새끼야. 너 혼자 던전 클리어했어? 좆도 도움 안 되는 암살자 새끼가!”


 내동댕이쳐진 강대는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도움이 안 된다뇨! 제가 목숨 걸고 촛불 끄지 않았습니까? 덕분에 보스도 잡았고요! 근데 이건 너무하잖아요!

 “푸핫! 지랄하고 있네. 목숨은 너만 걸었냐? 너 아니었어도 보스 잡을 수 있었어.”

 “쓰러져 있다가 막타 친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뭐?”


 퍽!


 재석이 쓰러진 강대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주먹질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봐. 다시 말해봐!”


 강대는 얼굴로 날아오는 주먹을 막기 위해 허공에 손짓했다.


 길드를 위해 목숨을 건 결과가 이거다.


 무력하고 입안이 너덜너덜. 피가 듬뿍.


 전사의 주먹이란 이런 것이다. 막으면 팔이 부러지고 막지 않으면 피투성이가 된다. 누군가 말려주는 수밖에 없다.


 근데 왜 아무도 말리지 않는 거야, 라고 강대는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모두가 지쳤고 괜히 나서고 싶지 않아 했다. 그리고 이건 강대가 선택한 것 아닌가? 꾸역꾸역 길드에 남아있었으면 이 정도는 감수하란 말이야.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폭력은 창운이 재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나서야 멈췄다.


 “후우··· 형. 이 새끼 나가면 신고할 텐데 그냥 여기서 죽여버릴까? 어차피 던전이잖아.”

 “재석아.”

 “응?”


 짝!


 창운이 재석의 뺨을 때렸다.


 어안이 벙벙한 재석.


 그러거나 말거나 창운은 무표정하게 강대의 단검을 천으로 감싼 뒤 재석의 목에 상처를 냈다.


 “혀, 형···?”

 “이건 아이템 분배에 불만을 품은 김강대가 너와 말싸움 도중 그은 거야. 그래서 넌 우발적으로 애를 이렇게 팬 거고. 알아들었어?”

 “아···.”


 재석이 A급 직업을 얻은 창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힐러가 몇 명인데 던전 클리어하고 뒤졌단 말을 조사원이 퍽이나 믿겠다.”


 순한 양이 된 재석은 곧 하경에게 다가가 출혈만 멈춰달라고 말했다.


 하경은 희윤의 손에 입이 막힌 채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강대 씨. 제 말 들려요?”


 단둘이 남은 창운과 강대.


 강대가 목소리에 반응하듯 피를 울컥 토해냈다.


 “으···. 들리긴 하나 봐요? 그나저나 재석이가 원래 저런 애긴 한데, 오늘은 유난히 화가 많이 났네요. 알다시피 죽다 살아났잖아요. 아 그건 강대 씨도 마찬가지지만.”


 창운이 강대의 머리카락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그러게 왜 그랬어요. 그동안 말 잘 듣더니. 아무튼 이건 예상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기도 하니까 돈은 좀 챙겨서 보내 줄게요. 근데요. 나가서 신고 같은 건 하지 맙시다. 귀찮으니까. 당신만 불리한 거 알죠? 알아들었을 거라 생각할게요. 혹시 못 알아듣겠으면··· 그땐 진짜 죽어보던가.”


 철퍼덕


 그대로 손을 놓아버린 창운이 유유히 걸어 나갔다.


 홀로 남겨진 강대는 다시 울컥울컥 피를 토해냈다.


 끌려간 하경이 몰래 던져준 보석 목걸이를 너덜너덜한 입에 넣고 신음한다.


 바닥을 기어 흘린 포션을 핥아먹는다.


 반드시 죽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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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은인 잡아라 24.08.30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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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페르소나 24.08.30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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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페르소나 24.08.30 15 0 13쪽
6 6화 페르소나 24.08.30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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