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광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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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해다찬
작품등록일 :
2023.07.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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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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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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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잃어버린 기억

DUMMY

 운보와 무재.


 둘 또한 메이즈 러너 마냥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구조물로 인해 고립됐다.


 물론 남은 이들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기 때문에 패닉에 빠지는 일은 없었지만.


 차라리 패닉에 빠지는 게 나았을까?


 둘은 어색해 미칠 것만 같았다.


 “뭔가 밖이 소란스럽네요···.”

 “그렇네요. 하하···.”

 “하하······.”

 “···크흠.”


 직급으론 무재가 높았지만 그는 경호에 특화되었단 이유로 이른 나이에 특별 채용 당했다. 그런 이유로 나이는 운보가 조금 더 많았다.


 서로 말 걸기를 꺼린 이유이기도 했다.


 애써 먼 곳을 바라봐도 거기가 여기고 여기가 저기다. 서로의 어깨가 닿을 만큼 좁아 작은 움직임에도 모든 신경을 쏟아야 했다.


 게다가 밖은 자꾸 쿵쿵하고 뭔가 키에에엑 하는 바람에 움직임을 통제할 수 없었다.


 “앗.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


 특히 무재는 이 좁은 구렁텅이에 떨어질 때 그의 단단한 몸을 버티지 못하고 구겨진 쇠창살 때문에 허리가 너무 불편했다.


 ‘유호 님···. 제발 빨리 좀···!’


 허리에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기도했다.



 ***



 유호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서린과 함께.


 하지만 이 미친 듯한 물량 공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녀석들은 앞에 있는 놈 하나가 죽으면 그 시체를 뒤로 끌고 간 뒤 다시 앞으로 전진해온다.


 앞뒤에서 그 지랄을 계속해대니 도저히 나아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서린은 화살과 위치를 뒤바꾸는 전략적 싸움에 능해서 이런 물량 공세엔 다소 불리했다.


 그렇다고 유호가 마음 먹고 일직선상의 거미를 순식간에 죽여버린다 해도 그 거대한 사체가 길을 막아 서린과 하경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하경의 빛이 어둠 속에서 자라온 녀석들의 약점이라도 되는지 속도를 늦춰준다는 것이었다.


 “아오. 아오! 아오오!!”


 결국 서린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이 지독한 반복을 끝내버리기 위해선 유호가 직접 입으로 내뱉기 어려운 짓을 해야 했다.


 “유호 님! 앞에 좀 뚫어 봐요! 어떻게든 해볼라니까!”

 “괜찮겠어?”

 “해볼게요!”


 뒤를 막던 서린은 재빠르게 하경을 낚아채고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우앗!”

 “꽉 잡아요.”


 유호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 두 손에 쥔 단검을 꽉 쥐었다.


 [스킬: 암순응(S)]

 [시전자의 시야가 어두워지는 만큼 이동 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유호를 최고의 암살자로 만들어 준 스킬.


 일반적으로 상위 수준의 헌터라면 마력을 감지해 사물의 위치나 상태를 특정한 건 일도 아니기에 오감 중 하나를 포기하는 대신 다른 능력을 얻는 건 꽤나 메리트 있는 일이다.


 게다가 스킬 암순응의 경우 시야를 포기하는 대신 얻는 이동 속도는 상상을 초월.


 이론적으로 두 눈을 감은 채 전투에 임할 정도로 훈련이 된다면 그를 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는 자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리 유호라고 해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력 감지는 어디까지나 추상적 이미지에 불과했으니.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깰 수 있었던 건 암순응의 영향이었을까?


 유호는 반복 훈련 끝에 눈을 감고도 사물의 윤곽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곧 전투에도 응용했다.


 일직선으로 줄지어 오는 거대 거미를 돌파하는 건 정말 눈 감고도 할 수 있었다.


 떼 지어 엄마를 부르는 외침이 들려오니 뒤에 오던 녀석들이 형제들의 복수를 위해 속도를 높였다.


 서린은 그들에게 따라잡히지 않도록 맨손으로 화살을 던지고 위치를 변환했다.


 던진 화살이 사체에 닿아선 안 된다. 벽에 튕겨 바닥에 흩뿌려진 피에 닿아서도 안 된다. 다른 마력이 옮겨붙는 순간 스킬은 발동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실수가 하경의 안위를 좌우한다.


 저거 저거 이빨 봐라. 이 연약한 몸을 찢어발기기엔 충분해 보인다.


 서린은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빈틈을 향해 던졌다. 교차된 다리 사이로. 벌어진 상처 사이로.


 유호도 이를 의식했는지 빈틈이 생길 수 있도록 거미를 처리했다.


 굳이 문제라고 한다면 반복되는 위치 변환으로 하경이 토를 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괜찮아요?”

 “버, 버틸만··· 우욱.”


 난생처음 겪는 멀미에 하경은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유호 님! 잠깐 멈춰···. 왜 멈춰요?”


 거미를 베어 나가던 유호가 자리에서 멈추고 눈을 떴다.


 “키식! 키엑!”


 거미들이 고약한 놈들이라 말하며 물러서기 시작한 것이다.


 “물러간다. 아마 위에서 지시하는 놈이 있을 거야. 여왕거미라든지.”

 “그나마 다행이네요.”


 서린이 하경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 짓은 더 안 해도 되는 걸까?


 잠시 숨을 고르던 사이.


 어둠 끝에서 누군가의 발이 보였다.


 광이 나는 구두부터 시작해서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한 노인네였다. 인자해 보이는 건 덤이다.


 노인네는 랜턴을 살짝 들어 올려 짙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유호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


 “에잉. 길을 잘못 들었군···.”


 그러더니 태연한 말과 함께 벽으로 쏘옥 들어갔다. 따라서 유호의 칼끝은 수상한 노인네를 잡지 못한 채 벽에 박혔다.


 [탑의 관리자를 놓쳤습니다.]



 ***



 부회장의 상태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죽을 각오로 얻어낸 대답에서 내가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 것 같았다.


 근데 더 중요한 건 그의 상태다. 눈이 가려져서 자세히 알 순 없지만 당장 하경의 치유가 시급하단 건 알 수 있었다.


 하다못해 질문이라도 못하게 저 입을 꿰매버려야 할 텐데.


 “마, 마지막으로···.”


 좀 닥치라고 제발.


 “광대라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이지···?”


 호기심이 결국 사람을 죽이고 마는 건가. 그가 죽으면 나는 유호에게 죽임을 당하는 건가.


 몸을 속박하던 자가 내 생각을 읽는 게 느껴졌다. 아주 깊숙이.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려는 걸까?


 “중립국의 왕자가 있었다.”


 아무렴. 그 이야기를 하려면 어째서 중립국의 왕자가 독살을 당해야 했는지를 알아야겠지.


 .

 .

 .

 .

 .

 .


 다행히 광대에 대한 건 전생의 이야기에서 그쳤다. 부회장이 이야기를 듣던 중 한계에 다다랐는지 아니면 이것이 내 전생이라는 걸 깨달은 건지 도중에 멈춘 덕분이었다.


 또 전생과 현생에 대한 연관성은 듣지 않았으므로 대가도 크게 치르지 않았다. 뼈 부러지는 소리가 여러 번 나긴 했지만 그게 어딘가. 솔직히 더 부러질 뼈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요즘은 의학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해서 아마 괜찮을 거다. 영구적인 트라우마는 뭐 어쩔 수 없겠지만.


 눈과 입을 막던 손이 서서히 풀렸다. 그리고 그자는 다시 해골 사이 그림자로 들어갔다.


 움찔움찔


 부회장이 움찔거린다. 그의 대의명분은 아주 잘 알았지만 미련해 보이는 건 왜일까?


 내가 재판을 당할 때 물론 돌을 던지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그걸 들켰을 땐 내가 맞은 만큼의 돌을 맞아야 했지만.


 차라리 돌을 던지란 말이야. 살려달라고 빌란 말이야.


 인벤토리에 있던 붕대를 꺼냈다. 헌터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모든 게 돈이었으므로 포션도 먹지 못하면 사용했던 거다.


 해골에서 얻은 뼈다귀를 부목으로 사용하고 진통 효과가 있는 약초와 함께 붕대를 감았다.


 그런데도 너무 아파해서 아예 약초를 입에 물려주었다.


 그러자 숨결이 차츰 부드러워졌고 부회장은 잠에 들었다.


 [큭큭. 꼴 좋다.]


 캔딜은 내가 누군가에게 꼼짝없이 당한 게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인벤토리에서 캔딜을 꺼내주었다.


 “왜, 왜! 꼴 좋잖아.”


 랜턴 속에 잔뜩 쫄은 불꽃이 항변했다.


 “그게 아니라 여기서 좀 꺼내줘. 이대로 두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아 그런 거였어? 알았어. 잠시만. 후아압!”


 캔딜이 기합을 넣었다. 탑은 잠잠했다.


 “크흠. 아 오랜만이라서. 진짜. 다시.”


 다시 해도 마찬가지였다.


 “허, 참! 어이가 없네. 뚜껑 좀 열어 봐. 참나. 하 진짜.”


 몸이 덜 풀렸나. 랜턴에서 기어 나온 캔딜이 헛웃음을 치며 몸을 풀었다.


 “흐으으읍!!”


 마침내 된 걸까? 강렬한 기합 후 캔딜은 미소 지으며 다시 랜턴으로 들어갔다.


 “화, 화르륵···.”

 “진짜 장난하지 마.”

 “화륵, 화르르르륵······.”

 “응?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장난은 그만둬 주세요.”

 “아 안 되는 걸 어떡해!”


 캔딜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훌쩍거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나도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유호 일행이 던전을 클리어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 뒤 나와 부회장을 찾아내겠지.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


 “어떻게 좀 해 봐!”

 “몰라! 몰라! 몰라아아!”


 캔딜은 정말 몰랐다. 아무리 장난을 친다 해도 한 시간 째 냉전을 유지할 만큼의 장난꾸러기는 아니었다.


 갑자기 마나가 빠르게 닳았다.


 “야. 몸집 부풀리지 마라.”

 “싫은데?”


 나는 더 이상 다툴 힘도 없어 그냥 마나 포션으로 병나발이나 불었다.


 다 마신 병을 신경질적으로 벽에 던져버렸다.


 병은 통통 튀어 천장에까지 부딪혔다. 그리고 정확히 병이 부딪친 그 위치에서 무언가 쑤욱 하고 튀어나왔다.


 “광대님. 누님께서 만남을 원하십니다.”


 정장 차림의 노인은 천장에 선 채 말했다.


 [탑의 관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캔딜은 난데없이 쌍욕을 박기 시작했다.


 아. 현기증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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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은인 잡아라 24.08.30 9 0 13쪽
11 11화 은인 잡아라 24.08.30 10 0 12쪽
10 10화 페르소나 24.08.30 11 0 12쪽
9 9화 페르소나 24.08.30 10 0 13쪽
8 8화 페르소나 24.08.30 14 0 12쪽
7 7화 페르소나 24.08.30 14 0 13쪽
6 6화 페르소나 24.08.30 16 0 12쪽
5 5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17 0 12쪽
4 4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17 0 12쪽
3 3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23 0 14쪽
2 2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2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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