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광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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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해다찬
작품등록일 :
2023.07.30 21:12
최근연재일 :
2024.09.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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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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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잃어버린 기억

DUMMY

 자욱했던 모래먼지가 사라지고 최진운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섰다.


 그곳은 팬들과의 감동적인 재회를 방해받은 유호가 있는 곳이었다.


 기자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린 몇 명을 시작으로 카메라 셔터의 연쇄적 폭발음이 일어났다.


 “최진운이다!”


 카메라 플래시가 둘을 뒤덮다 못해 거의 하얗게 보일 지경이었다.


 “복귀한다는 소리. 다 들린다고.”


 진운이 큰 덩치로 유호를 내려다보며 덧니가 보이게 웃었다.


 유호의 웃는 얼굴은 그림자가 진만큼 어두워졌다.


 “그래. 다 들렸구나.”


 유호가 애써 웃으며 손을 건넸다.


 “지금 뭐하는 거지?”

 “보는 눈이 많아서 그래.”


 진운이 고개를 천천히 움직였다. 강렬한 카메라 플래시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말했다.


 “그렇군. 다음에 얘기하지.”


 진운이 유호의 손을 강하게 쥔 뒤 미련 없이 걸어 나갔다.


 역시 착각이 아니었다.


 중간에 잠시 걸음이 느려졌고 대놓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기자들이 그런 최진운을 찍으려 해서 난 눈을 피하고 고개를 내렸다.


 운보는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이제 슬슬 실력 확인하러 가볼까요?”


 부회장이 뻔뻔한 말투로 내게 말한 뒤 유호에게 손짓했다.


 유호는 정말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고 차원문을 향해 걸어갔다.


 첫 번째로 서린과 운보가 차원문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나와 하경이 따라갔다.


 “이제 들어간다!”

 “진짜? 어디! 어디!”


 유호와 부회장의 발끝이 차원문을 넘었을 때.


 “어서 들어가세요!”


 무재는 차원문 코앞에 있는 유호를 찍으려는 기자들을 막느라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



 “으아앗!”


 휘청


 “오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와. 기자들 힘이 이렇게 센 줄 몰랐습니다.”

 “헌터를 그만둔 사람들이 기자 일을 하는 경우가 꽤 있더군요.”


 떠밀리듯 들어온 무재가 겨우 중심을 잡았다. 그리곤 너무나 조용한 게 이상했는지 뒤늦게 주변을 둘러봤다.


 무재는 곧 다른 사람들과 같은 꼴이 되었다.


 드넓은 벌판. 그 끝 언덕에 서서 아름다운 마을을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지구라는 별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본 적이 있던가?


 인간이 인간을 위해 쌓은 구조물마저 하나의 자연으로 보일 만큼 그것은 생태계로서 존재했다.


 마을 근처에 높게 자란 나무에서 휘날리는 빨간 나뭇잎은 장미를 아득히 뛰어넘었고 한 점의 수채화처럼 보이기도 했다.


 유호는 한쪽 무릎을 꿇어 잔디를 어루만졌다.


 잔디는 마치 솜털처럼 부드러웠지만 그 옆면은 보통의 칼보다 예리했다.


 유호의 베인 손가락에서 피가 방울지다 주르륵 떨어졌다. 상처는 이미 회복되고 난 뒤였다.


 “마력이 짙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였다. 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의 몸은 마력의 농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마력의 농도가 짙은 곳에서는 감각 기관을 발달시켜 마나를 소모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감각 기관을 퇴화시켜 마나를 보존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마력량이 들쑥날쑥 변하게 되면 신체에 큰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감각 기관으로 조절하는 것이라고 추측한다.


 “따흐흑···! 너무··· 너무 아름다워요!”


 운보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은 막은 채 소리쳤다. 하경도 덩달아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눈이 뜨여서 그런지 새삼 유호 얼굴도 더 잘생기게 보였다.


 [아아, 이 서늘하고 묵직한 감각.]


 캔딜은 만약 지금 꺼내면 타오르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사람들이 몬스터인 줄 알고 베어버릴 게 뻔할 것 같다.


 “이건 뭐라 말로 표현할 길이 없군요.”


 부회장은 감상평도 부회장 답다.


 서린은 왠지··· 유호와 함께 청순 만화 여주인공이 되었다.


 “저희 여기서 살까요?”


 정신이 돌아온 서린이 모두에게 물었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서린을 바라봤다. 그녀의 질문에 긍정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부정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만큼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너무 오래 감상에 빠져 있었군요. 일단 앞에 보이는 마을로 가보죠. 자··· 잠시만요. 유호 님. 유호 님! 일단 제 말 좀, 유호 님!!!!!”


 부회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호가 활짝 웃으며 그를 안고 언덕을 뛰어내렸다.


 그러자 끼요옷, 하는 비명이 발밑으로 멀어졌다.


 “푸하하! 우리도 얼른 따라가요!”


 서린과 운보가 거침없이 달려갔고 하경은 나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착지했다. 무재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밑엔 넋이 나간 채 다리를 떨고 있는 부회장이 있었다.


 “후아······ 다시는 이, 이러지 마십쇼.”

 “알았어요.”


 유호는 이 상황이 좋은 듯 베실거렸다.


 “자 그럼 오늘의 주인공은 강대 씨와 하경 씨니까 둘이 앞장을 서도록 할까요?”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부회장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더군다나 하경 씨는 앞장서는 게 미치도록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걸은 지 얼마 안 되어 마을 근처에 다다랐을 때.


 미션형 던전답게 상태창 하나가 떠올랐다.


 [미션: 마을 주민들의 흐ㄴ적 ㅇ ㅡ ㄹ··· 쫓······


 치지지지직!


 “으윽!”


 상태창이 미친듯이 흔들리며 생긴 소음에 모두가 귀를 막았다. 그 속에서 유호만이 침착하게 주변을 둘렀다.


 치직···! 치치직······.


 [미션: 잃어버 린 기

억되 찾기]


 기괴한 형태의 미션창. 듣도보도 못한 현상에 대해 처음 입을 뗀 건 부회장이었다.


 “미션이 바뀌었다고···?”




 ***




 의자에 앉아 있던 부회장이 유호를 빤히 바라봤다.


 “유호 님은 믿으실 겁니까? 제 허리쯤 오는 어린애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호랑이를 때려잡았다고 말한다면. 근데 어떻게 된 게 옆에는 호랑이가 쓰러져 있네요? 그 과정을 함께 있던 사냥꾼은 호랑이의 공격에 기절해 못 봤고요.”


 유호는 믿지 못한다는 말 대신 부회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해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러니 저도 유호 님에게 무언갈 부탁하진 않겠습니다. 저도 유호 님을 이해하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해야 합니다. 반드시 제가. 저 아니면 누구에게 이 일을 맡기겠습니까.”


 부회장이 손으로 목걸이를 어루만졌다. 김강대, 그가 악인이라면 자신은 목숨을 바쳐야 할지도 몰랐다.


 [아이템: 군중 속에서 용기를(A)]

 [용기를 낸 당신. 자신보다 강한 대상에게 질문을 하면 진실한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자의 용기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사용 조건: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자.]


 부회장은 이 아이템을 통해 김강대가 악인인지 선인인지 알아낼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가 만약 악인이라면 어떻게 저주를 풀었는지 속셈은 무엇인지를 아주 세세하게 목숨을 바쳐서라도 알아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모든 걸 알아내고 죽은 부회장을 위해 유호가 강대를 처리할 것이다. 그가 악인임이 밝혀진다면 유호도 더 이상 지금처럼 망설이지 않을 거다.


 부회장은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도망친 그를 찾는 데에 서린과 운보를 시킨 것도. 하루빨리 길드에 가입시킨 것도 김강대가 악인임을 규정한 채로 행한 짓이었다. 그래야 실력 확인이란 명목으로 던전에 잡아둘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그날의 위화감. 길드 가입을 권유하던 중 김강대의 모습은 참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아직도 부회장은 그날을 떠올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오줌을 지리진 않았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러니 더더욱 던전에서 처리해야 했다.


 전 세계가 손도 못 쓴 정체불명의 저주를 푼 D급 헌터. 말만 들어도 오싹한 기시감이 전신을 감싼다.


 그가 악인이라면.


 악인이라면···.


 이러면 안 되는데. 어째서. 왜. 미션이 바뀐 거지?




 ***




 부회장은 여전히 예상하지 못한 현상 때문에 자신의 안위를 걱정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꾸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이런 식으로 미션이 변한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마치 외부인이 개입한 것처럼요···.”


 모두가 무재의 말에 동의했다.


 미션이 바뀔 때 발생한 소음과 어색한 글자 배열. 기존 미션과 연관성이라곤 1도 없는 모습이 정말 누군가의 개입으로만 보였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애초에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


 그나저나 부회장은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 걸까?


 “가만히 좀 있어요!”


 서린이 부회장에게 소리쳤다. 유호는 그런 부회장의 팔을 슬며시 잡았다. 마치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부회장의 혼잣말은 멈추지 않았다.


 “외부인? 개입? 그렇다면 역시 이 자가···. 아니. 아니야.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걸 수도 있어. 언어를 치환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일 수도···. 포탈 주변 공간의 어긋남도 이와 같은······.”

 “저 부회장님?”

 “흐우아앗!”


 하경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부회장에게 다가가자 경기를 일으키며 놀랐다.


 곧이어 정신을 차린 듯 머리카락을 가다듬고 이야기했다.


 “아. 괜찮을 겁니다.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현상일 수도 있고 보고됐다 하더라도 극소수라 그런 걸 겁니다. 포탈 주변 공간의 어긋남 현상처럼요. 아시다시피 헌터들은 불완전한 바벨탑으로 언어의 약점을 극복했으니 아마 그에 따른 오류일 겁니다.”


 우다다다 논리정연한 말을 이어 놓으니 더욱 도라이 같이 보였다.


 하지만 불완전한 바벨탑이 원인일 것이라 예상하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패시브: 불완전한 바벨탑]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바벨탑이 당신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줍니다.]


 모든 헌터가 각성할 때 가장 처음 얻는 패시브. 말 그대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준다. 심지어 말하는 사람의 의도나 까다로운 말장난도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때문에 연구자들은 완전한 바벨탑으로 인류가 언어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설마 이런 일이 저희한테만 일어난 건 아니겠죠?”

 “위험하진 않을 것 같아요.”


 하경도 크게 걱정하진 않는 모양이다.


 “저희에겐 유호 님이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여차하면 그만두면 되고요.”


 우린 부회장의 말대로 미션을 진행하기로 하며 마을로 들어섰다.


 아름다운 폐허였다.


 바뀌기 전 미션의 내용이 마을 주민들의 흔적을 쫓는 거였으니 사람이라곤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집을 하나하나 들여다봐야 하나?


 “감이 안 잡히네요. 잃어버린 기억이란 게 뭔지. 하경 씨는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요?”

 “아니요. 저도 잘···.”

 “굳이 전 미션과 연관 지어 보면 이곳에 살던 주민이 기억 그 자체 아니었을까요?”


 뒤에서 들려온 무재의 대답에 나와 하경이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오.”

 “으음.”

 “왜, 왜요?”


 사람에겐 응당 그 사람의 이미지에 기대하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재는 꽤나 반전적인 인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역시 2인 1조로 나눠서 집을 하나씩 조사해야 할까요?”

 “선택은 두 분에게··· 아. 그럴 필요 없겠네요.”


 말을 멈춘 유호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끝엔 인지부조화가 올 정도로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돌탑이 우뚝 서 있었다.


 왜 보지 못했을까.


 “이런 게 있었나요···?”


 하경이 물었다. 캔딜이 너무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대답하진 못했지만.


 [주인님! 주인님이다! 주인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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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은인 잡아라 24.08.30 10 0 13쪽
11 11화 은인 잡아라 24.08.30 10 0 12쪽
10 10화 페르소나 24.08.30 11 0 12쪽
9 9화 페르소나 24.08.30 10 0 13쪽
8 8화 페르소나 24.08.30 15 0 12쪽
7 7화 페르소나 24.08.30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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