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광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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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해다찬
작품등록일 :
2023.07.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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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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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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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페르소나

DUMMY

 허공에 바람이 불었다.


 결국 휘두른 단검은 땅바닥에 꽂혀있다.


 정말 어쩌면 좋지?


 유호 헌터가 순식간에 하경 씨에게 접근해버렸다.


 “······.”


 하경 씨의 양팔을 붙잡고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 들리지가 않는다.


 이미 기절한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대상이 공포에 빠집니다.]


 놀란 나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하경 씨가 아닌 왜 유호 헌터가···?


 생각하니 조금은 납득이 가려고도 했다.


 1년 전이면 던전과 시스템이 생기고 5년이 되었을 때인가. 세상의 커다란 변화에 일반인들은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각성자 협회가 생겼다지만 그들이 신도 아니고 천재지변을 어떻게 막을까.


 그저 한낱 작은 균열이었다.


 유호 헌터와 그의 아내는 우연히 주변을 지나가고 있었을 뿐인데.


 손가락 하나가 튀어나와 균열을 찢기 시작했다. 그 크기가 사람 하나 집어 가기 충분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균열은 어느새 허우적대는 팔로 가득 찼고 그 속에서 나는 소리는 가히 지옥과도 같았다.


 악마 같은 놈들은 아내의 팔부터 시작해서 머리, 몸통, 다리까지 붙잡지 않은 데가 없었다. 유일하게 붙잡지 않은 부분이라면 유호 헌터가 쥐고 있는 아내의 오른손뿐이었다.


 ‘도와줘 제발··· 제발 좀 도와달라고!’


 얼마나 무력했을까. 균열이 찢어지며 발생한 마력 파동. 그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유호를 바라볼 수밖에 없던 헌터들은.


 그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을 유호도 알고 있었다.


 알았기에 더 처절하게 소리쳤다.


 버티다 못해 살가죽이 터져버린 오른팔.


 유호는 손을 놓지 않았다.


 몸 절반이 균열 속으로 끌려간 상태임에도, 아내의 손을 잡고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음에도.


 울면서 빌어도 봤고 욕을 하기도 했다. 칼을 쥐고 별 지랄을 다 해봤다.


 한 시간이 지나서야 무언가 놓치는 느낌과 함께 팔이 잘리며 균열이 닫혔다.


 닫히자마자 그곳에 있던 모든 각성자들이 유호 헌터에게 달려갔다.


 균열이 다시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무슨 상관인가.


 몸을 사리지 않고 유호 헌터의 팔이 재생되길 바라는 힐러가 수백이었다.


 팔은 다행히 자라났다.


 하지만 망가진 내면마저 어떻게 할 수 없던 모양이었고 여기까지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뭘 고민해? 당장 써야지.]


 캔딜이 페르소나를 들고 망설이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맞는 말이라서 괜히 짜증이 났다.


 곧 푸른 연기가 내 몸을 감쌌다.


 [분장이 완료되었습니다.]

 [대상의 정신세계로 들어갑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페르소나가 강화됩니다.]



 ***



 강대가 눈을 깜빡이니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유호 헌터의 정신세계였다.


 [엄청 어둡네.]


 “이 목소리는··· 캔딜? 캔딜 맞지?”


 [응? 그럼 캔딜이지. 누구겠어.]


 강대가 인벤토리에서 말하고 있는 캔딜을 꺼내 들었다. 얼굴에 가까이 대고 입이 찢어질 듯 웃는다.


 “왜, 왜 이래 갑자기?”

 “아, 백 년만인가. 오랜만이야, 캔딜.”

 “어어? 어어어?? 내가 기억나?”


 캔딜이 화들짝 놀라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우하하하! 마녀는 잘 있나?”

 “잘 있지! 역시 너일 줄 알았어 강대야!”

 “강대···?”


 강대가 자신의 이름을 듣더니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이내 알아차렸다는 듯이 씩 웃고 고개를 들었다.


 “강대야? 왜 그래?”


 찰박 찰박


 걸을 때마다 물결이 생겼다.


 “어디 가?”

 “어디 가긴. 뭐든 해봐야지. 이 자가 뭐 때문에 이러는지.”

 “그래···. 그래야지.”


 캔딜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대는 딱히 알아주지 않고 손을 뻗어 이곳저곳을 비췄다.


 “캔딜. 뭐가 보이는지 말해줘.”


 [납치, 균열, 눈]


 “음, 눈은 뭐지?”

 “나도 몰라!”


 화르륵


 캔딜이 갑자기 소리치더니 고요한 푸른 불꽃이 되었다.


 ‘왜 저래.’


 이유를 알 수 없던 강대는 쭈그려 앉아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찰박 찰박


 자세히 보니 그냥 물만 있던 게 아니었다. 어둡고 끝이 없는 심해와도 같았다.


 풍덩-


 인지한 순간 강대가 물속으로 빠졌다.


 “우웁! 으으웁··· 음?”


 숨이 막히는 줄 알고 발버둥을 치다가 괜찮다는 걸 깨달았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이자 겁을 먹은 캔딜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유호라는 놈은 도대체 어디에···.


 “푸하!”


 뒤로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강대가 고개를 들었다.


 바닥은 다시 발을 디딜 수 있게 되었고 축축했던 몸도 금세 말랐다.


 “······도와줘.”


 뒤에서 희미하게 유호의 목소리가 들리자 강대가 뒤를 돌았다.


 그의 팔과 다리는 쇠사슬로 묶여 있었고 오른팔은 떨어져 나가 너덜거렸다.


 가슴팍엔 거대하고 붉은 눈깔이 열심히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대상의 정신력이 현저히 낮습니다.]

 [발휘할 수 있는 힘이 강해집니다.]



 ***



 파지직!


 강대의 손이 붉은 눈에 닿으려 하자 전류가 흘렀다.


 [강력한 저주입니다.]


 광란 상태가 된다는 건 이 저주 때문이었나?


 “재밌는 장난을 쳐놨네. 그치 캔딜?”

 “끼익··· 끼이익···.”

 “넌 항상 불리할 때마다 그 소리 내더라.”

 “화, 화륵···!”


 강대가 다시 붉은 눈에 손을 집어넣으려 힘을 줬다.


 파지지직!


 “크아악!!”


 그러자 유호가 괴롭게 비명을 질렀다.


 붉은 눈은 마치 신난 것처럼 씰룩거렸다.


 “재수 없게.”


 파직! 파직! 파직!


 조금 열 받은 강대가 주먹을 쥐고 기다란 팔을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럴 때마다 유호는 더욱 괴로워하며 피눈물을 흘렸다. 피눈물은 물로 된 바닥에 떨어지며 청명한 소리를 내었다.


 뾰족한 손톱을 숨긴 강대가 손등으로 얼굴에 흐른 피를 닦아주었다.


 조금은 연민의 감정이 든 걸까?


 “안 되지, 안 돼···. 멋대로 눈을 뜨면 안 되지.”


 가슴팍에 거대한 붉은 눈이 스르륵 감기자 반대로 유호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팔다리가 뜯어져라 당기고 있던 쇠사슬이 느슨해지며 유호 헌터의 발이 땅에 닿았다.


 잘린 오른팔은 여전히 쇠사슬에 의존한 채 움직였다.


 후욱-


 어둠 속 어딘가에 이어졌을 쇠사슬이 길게 늘어지며 유호의 오른팔이 사납게 허공을 그었다.


 “···어라.”

 “푸하하! 닿겠냐?”


 유호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거나 말 거나 강대는 언제 생겼는지 모를 기다란 나무에 박쥐처럼 매달려 유호를 비웃었다.


 얇고 긴 다리와 팔짱을 낀 모습 때문에 더욱 박쥐처럼 보였다.


 촤라락!


 그런 강대를 향해 오른팔이 쇠사슬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하지만 강대와 나무 모두 사라지고 난 뒤였다.


 유호는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잠깐 눈을 깜빡인 것뿐인데 이 자가 왜 자신의 어깨에 걸터앉아 있는 건지.


 “크학!”


 강대가 웃으며 유호의 두 눈을 가리자 방향을 바꿔 날아오던 오른팔이 공중에서 멈췄다.


 “눈 떠 이 새끼야. 모르는 척하지 말고.”


 가슴팍의 붉은 눈이 파르르 떨렸다.


 “아, 알고 계셨습니까아···?”


 그리고 유호의 가슴팍에서 떨어져나왔다.


 뎅구르르


 “캐, 캔딜 님도 계셨네요. 하하, 도대체 언제부터··· 으아악! 이거 놔주십쇼!”


 강대가 동그란 눈깔을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탱탱볼처럼 늘어나는 게 여전히 손맛이 좋았다.


 “으아아! 저도 이제 다 큰 저주란 말입니다! 주인님한테 이를 겁니다아!”


 화르륵


 캔딜은 자신도 당했던 짓을 보고 왜인지 어지러워져 한껏 움츠러들었다.


 “일러.”

 “네?”

 “이르라고. 오랜만에 마녀 좀 보게.”


 붉은 눈이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캔딜은 저게 땀이 아니라 눈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죄, 죄송합니다. 광대님. 아시잖아요. 주인님 성격··· 꾸엑.”


 강대가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단 듯이 혀를 차고 붉은 눈을 바닥에 던졌다.


 “캔딜. 어떡할까?”

 “저주를 안 풀어주겠다는데 죽여야지 뭐.”

 “네에에에에? 캔딜 님까지 왜, 왜 그러세요! 주인님이 이놈 죽기 전엔 절대 오지 말라고 하셨단 말이에요!”


 그 말에 강대가 빵 터졌다. 캔딜도 마찬가지였다.


 “야. 붉은 눈.”

 “왜 그러세요···?”

 “아니, 웃기잖아. 저놈이 죽는 게 빠를지 네가 죽는 게 빠를지 정말 몰라서 그래?”


 붉은 눈은 ‘그럼 모르겠냐 시발아’라고 말하고 싶었다.


 “알 것 같을지도요···?”


 하지만 주인님의 절친인 사람한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절친이 아니라고 해도 이 미친놈은 이길 수가 없다.


 “알 것 같으면 행동으로 옮겨.”

 “네···.”


 붉은 눈이 통통 튀어 유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알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계 언어로 욕을 섞기도 했다. 물론 저주를 푸는 덴 불필요한 욕이었다.


 “캔딜. 붉은 눈이 돌아가면 마녀가 여기로 올까?”

 “안 올걸.”


 어떻게 하면 마녀를 볼 수 있을까.


 강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만큼 마녀도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광대님. 다 됐습니다.”


 다 됐다는 말에 유호를 바라봤다.


 저주가 해제되고 텅 비어있던 가슴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두껍고 얇은 핏줄들이 모여 심장을 이루었고 뼈가 자라났다. 뼈에선 근육이 생기고 곧 말끔한 피부도 자랐다.


 “크허어···!”


 유호가 숨을 몰아쉬었다.


 유호는 피눈물이 굳어 쉽게 눈을 뜨지 못한 상태로 가슴을 더듬거렸다.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은 듯 안심하며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울었다.


 [대상의 정신력이 회복됩니다.]

 [힘이 제한됩니다.]


 강대는 한쪽 무릎을 꿇고 유호를 일으켰다.


 분장 상태라 거칠어진 손으로 굳은 피를 닦아주었고 유호는 힘겹게 눈을 뜰 수 있었다.


 “···채라야. 정말 채라 맞아···?”


 유호가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을 원하진 않았다.


 목소리까지 들어버리면 평생 이곳에서 살고 싶어질 것만 같았다.


 “미안해···. 도저히, 도저히 안 떠올라서. 너무 보고 싶었는데 네 얼굴이 전혀 안 떠올랐어···.”


 강대가 아내 모습을 한 채 붉은 눈을 째려봤다.


 붉은 눈은 의도한 건 아니라는 듯 땀 흘리며 몸 전체를 흔들었다.


 ‘의도 했을지도···.’


 “고마워···. 정말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유호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아내의 얼굴을 새기려 고개를 들었다.


 창백함은 어디 가고 사랑스러워 못 참겠다는 남자의 얼굴만 남았다.


 [대상의 정신력이 완전히 회복됩니다.]

 [정신세계에서 추방당합니다.]


 강대는 또 뒤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탁하기만 했던 물속은 만화에나 나올 법한 호수처럼 한없이 맑아졌다.


 강대가 숨을 조금씩 내쉴 때마다 생기는 물방울 속에선 유호의 행복했던 과거를 엿볼 수 있었다.


 저주에 걸리기 전 유호와 참으로 어울리는 기억의 파편들이었다.



 ***



 우다다다다다


 내부 통제를 마친 후.


 “유호 님!! 어디 계십니까아! 저희가 왔습니다!! 흐어엉!”


 한 남자가 대형 몬스터 전용 밧줄을 붕붕 휘두르며 숲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키에에엑!”

 “쿠악, 쿠아악!”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밧줄에 곳곳에 있던 함정과 몬스터들이 찢겨나갔다.


 “야! 그거 휘두르고 다니지 말라고 미친 새끼야!”

 “흐어엉어!”

 “너 조용히 안 하면 그땐 진짜··· 어?”


 둘은 쓰러져 있던 나무를 따라가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유, 유호 님··· 읍읍!”


 활을 든 여성이 다짜고짜 소리 지르려는 남자의 입을 막았다.


 ‘함정인가?’


 손가락을 입에 넣어 강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흩어져서 유호 헌터를 찾던 자들이 일제히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자신들의 두 눈을 의심했다.


 유호 헌터가 낯선 남자의 허리를 붙잡고 울고 있었다.


 ‘결국 다 죽여버린 건가?’

 ‘왜 울고 계신 거지?’

 ‘이젠 연기까지···!’


 저마다 드는 생각은 달랐지만 유호의 저주가 풀렸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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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두 가지 조건 24.08.30 11 0 13쪽
13 13화 은인 잡아라 24.08.30 11 0 14쪽
12 12화 은인 잡아라 24.08.30 10 0 13쪽
11 11화 은인 잡아라 24.08.30 10 0 12쪽
» 10화 페르소나 24.08.30 12 0 12쪽
9 9화 페르소나 24.08.30 10 0 13쪽
8 8화 페르소나 24.08.30 15 0 12쪽
7 7화 페르소나 24.08.30 15 0 13쪽
6 6화 페르소나 24.08.30 16 0 12쪽
5 5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18 0 12쪽
4 4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18 0 12쪽
3 3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23 0 14쪽
2 2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24 0 13쪽
1 1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30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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