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광대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바해다찬
작품등록일 :
2023.07.30 21:12
최근연재일 :
2024.09.08 19:3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273
추천수 :
1
글자수 :
107,653

작성
24.09.02 18:43
조회
12
추천
0
글자
12쪽

17화 잃어버린 기억

DUMMY

 캔딜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았을 것이다. 이것이 마녀의 탑이란걸.


 섯불리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점점 뒷걸음질 치는 내 몸을 보면 아무리 애써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왜지? 마녀는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나? 뒷걸음치지 말란 말이야.


 그러고 보면 이상한 게 한 둘이 아니었다.


 과거의 기억은 거의 다 되돌아왔지만 왜 마녀와의 계약은 기억나지 않는 걸까?


 심지어 이 마을은 내가 재판을 당했던 곳이었다.


 그 수많은 던전들 중에 하필이면 이곳에 들어온 걸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도권에서만 매월 수십 여개의 차원문이 등장한다.


 그러니 일어날 확률이 한 없이 0에 가까운 이 상황을 우연이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우연은 개뿔.


 하지만 그 의도를 헤아릴 수가 없다.


 나에게 힘을 준 마녀와 정체불명의 계약. 우연히 들어온 던전. 그곳에 보란 듯이 서 있는 마녀의 탑.


 어디서부터 그녀의 개입이 있었는지 소름이 끼쳐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치만 참아야 한다. 그리운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꼴이 되니까.


 캔딜은 여전히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마녀가 날 찾아온 건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기억이란 건···.”

 “뭔가 짚이는 게 있으세요?”


 어디서부터 잃어버렸는지 되짚기엔 너무나 멀었다. 역시 마녀를 대면하는 수밖에.



 ***



 “네, 네이놈! 정체를 밝혀라!”


 모두의 동의 하에 탑으로 들어갔다.


 분명 모두의 동의가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당신도 있었다.


 나와 단 둘이 남은 부회장은 급격히 겁에 질리더니 패닉 상태에 빠졌다.


 분명 이전부터 나를 불신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탑 안이 이렇게 넓을 줄은··· 아니 그건 알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둘만 덩그러니 떨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캔딜 너가 한 거야? 주인 만났다고 흥분한 거면 얼른 그만 둬.’


 [나 아니라고. 그치만 여기서 꺼내주면 더한 짓 해버릴지도?]


 아무리 캔딜이라도 이런 짓을 저지를 만큼 어리석진 않다. 그렇다면 이것도 마녀의 짓인가?


 탑의 구조를 유호보다 빠른 속도로 바꿀 수 있는 건 역시 마녀밖에 없겠지.


 그녀의 얼굴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타인을 쉽게 희롱하는 미소를 가졌다는 건 확실했다.


 아직도 벽돌에 맞은 팔이 욱씬거렸다.


 모두가 탑의 내부에 감탄하고 있을 때. 나는 전조라고 할 것도 없이 날아오는 벽돌에 맞아 뒤로 날아갔다.


 다른 사람들도 공격적으로 변하는 내부에 대응하느라 바빴고 맨 뒤에 있던 부회장과 함께 바닥 함정에 빠져 고립되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부회장 쪽을 항상 예의주시하던 유호가 손도 쓰지 못했다.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된 후에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할 만큼 마녀의 탑은 견고했다.


 “아무래도 꼼짝없이 갇힌 것 같네요.”


 여차하면 캔딜에게 방법을 갈구하면 되겠지만··· 어라. 저 사람 왜 저래.


 부회장의 상태가 이상하다.


 이곳에 쌓인 해골들을 보고 겁을 먹었나? 아무리 일반인이지만 명색이 부회장인데.


 “부회장 님. 괜찮으세요? 아마 밖에서도 방법을 찾고 있을 거예요. 그게 아니라도 던전을 클리어 하면···.”

 “당신이 만약 악인이라면···.”

 “?”

 “저희 길드와 세상에도 불필요한 존재겠죠.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 존재를···.”

 “예?”

 “네, 네이놈! 정체를 밝혀라!”


 부회장이 목에 있던 목걸이를 잡아 뜯더니 내게 들이밀었다. 그러자 정말 놀랍도록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래도 아이템처럼 보이는데. 민망하진 않을까? 맞장구 쳐줘야 하나?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보다 공감성 수치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부회장은 여전히 땀을 삐질삐질 흘린 채로 질문을 이어갔다.


 “유호 님의 저주는 어떻게 푼 거지?”


 대답을 망설이던 그때.


 구석에 쌓여있던 해골 사이에서 검은 그림자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곧 사람의 형태를 갖췄다.


 “질문에 답하라···. 오직 진실만을······.”


 그 자는 온몸에 피멍이 든 채 절뚝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진실을 요구했다.


 부회장은 이것을 약자가 진실을 요구했을 때의 대가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내 대답에 따라 자신의 목숨을 바칠 각오도 되어 있다고.


 사실은 나도 이와 같은 상황을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예측했을 뿐이기에 상황의 심각성은 몰랐던 것이다.


 언젠가 필요하다면 저주에 대해 입을 열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국내 최고 길드의 부회장 급 되는 사람이 냅다 목숨을 바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러니 어서 대답하세요.”


 부회장이 독촉하자 그가 다시 움직였다. 여전히 절뚝거리는 발걸음으로 내 등 뒤에 올라탔다.


 그러곤 겨우 진실 따위에 목숨을 건 약자를 우습게 보지 말란 듯이 나의 눈과 입을 틀어막았다. 저항할 수 없었다.


 ‘괜찮아. 나오지 마 캔딜. 정말 괜찮아.’


 그저 진실만을 말할 뿐이다. 그저 진실만을 말하면 모든 게 괜찮을 것이다.


 “그는··· 저주를 풀지 않았다.”

 “뭐?”


 나를 대신한 자의 목소리가 부회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저주가 스스로 포기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를 보고 겁을 먹어서···.”


 부회장의 말문이 막힌 듯했다. 아마 지금 나를 꼼짝 못하게 붙잡고 있는 자가 항상 진실만을 말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드득!


 “으아아악!”


 뼈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부회장이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고통에 면역이 없던 그는 이를 꽉 깨물었지만 자꾸만 신음이 샜다. 그럼에도 질문을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후우···. 유호 님에겐 일부러 접근한 건가?”

 “우연이야.”


 대답을 들은 그는 안심하는 듯 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너는 D급 헌터가 아니지?”

 “D급 헌터였군.”

 “현재는?”

 “광대···?”

 “우웁!”


 부회장이 무언갈 토했다. 가려진 손가락 틈으로 봐선 그게 피인지 어제 먹은 김치찌개인진 잘 모르겠다.



 ***



 쿵! 쿠웅!


 서린의 분노에 찬 발길질에도 벽은 보란 듯이 멀쩡했다.


 이 짓이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유호는 구조물에 반항하는 짓은 이미 포기했다.


 “어떡하죠? 아무래도 부회장 님이 그 사람이랑···.”


 서린이 하경의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유호도 강대를 믿고 싶었지만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던전 클리어를 최우선으로 합시다.”


 그의 판단은 대체로 옳았다. 이곳은 미션형 던전이었지만 탑의 존재를 봐선 수수께끼를 풀 거나 특정 몬스터를 처리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탑의 꼭대기로 예상되는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흉흉한 기운은 클리어 조건이 후자임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저주에 관한 일을 몰랐던 하경은 갑자기 S급 헌터가 던전 클리어를 최우선으로 한다니 의문이 들었다. 비록 입을 여는 일은 없었지만.


 셋은 끝이 없는 계단을 향해 올랐다.


 마음 같아선 당장 꼭대기로 달려가 보스의 모가지를 댕강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하경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아오. 곰팡이 냄새.”


 마을 상태에 비해 탑은 관리가 소홀해 보였다. 마치 마음이 병든 사람의 방처럼 더러웠고 서린의 화를 돋구기에도 충분했다.


 “흐, 흐음.”


 서린의 투정에 하경이 보석 목걸이의 마나 사용을 늘렸다. 그러자 눈에 띄게 많은 빛이 방출되며 퀴퀴한 냄새도 물러갔다.


 “좋은 재주네요.”


 단지 빛이 닿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기에 하경은 작게 웃었다.


 “혹시 모르니까 이거 받아요.”


 서린이 인벤토리에서 화살 하나를 꺼냈다. 희미한 마나가 느껴졌다.


 “이건 왜요?”

 “부적이에요. 저한테 보호받고 있다는.”


 유호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 걸까?


 “서린. 타이밍 좋네. 온다. 우두머리는 아닌 것 같아.”


 그 말에 설렌 서린이 활 시위를 쭈욱 당겼다.


 “얼마만이에요? 이거 해보는 게.”


 그들이 기다린 건 단일 개체에게 아주 효과적인 콤보였다. 물론 이 콤보를 쓸 만큼 상대는 강하지 않겠지만 유호와 함께 하는 전투를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이 짓은 상대가 유호 님 만큼 속도가 같거나 마나에 예민해야 효과가 있어. 효율이 너무 한정적이야.’


 무엇보다 운보는 이 짓을 따라주지 않았다.


 저 멀리 어둠에서 다리 여럿 달린 생명체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길목을 꽉 채울 만큼 커다란 거미였다.


 “키시시. 키에에엑!”


 거미는 탑에 살며 자신보다 강한 상대는 만나본 적 없다는 양 돌진해왔다.


 그에 따라 유호도 맞부딪힐 기세로 달려나갔고 서린은 화살에 과도한 양의 마나를 부여한 뒤 손을 놓았다.


 그러면 상대는 판단할 것이다. 지금 달려오는 녀석은 허수. 뒤에 날아오는 화살이 진짜라고.


 “키시식! 키식식!”


 속지 않는다. 멍청이들. 이란 뜻이다.


 거미는 수많은 다리를 이용해 속도를 줄이고 자세를 낮췄다. 그 반동으로 탑이 흔들리며 돌 가루가 휘날렸다.


 쓸모없이 마나가 듬뿍 들어간 화살은 허무하게 날아갔고 녀석은 이제 앞에서 달려오는 건방진 멍청이를 야무지게 뜯어먹을 생각이었다.


 [스킬: 의도된 흔적(A)]

 [당신의 흔적이 남은 물건과 위치를 뒤바꿉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 그 매서운 속도는 곧 서린에게 옮겨졌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 단순한 사고방식을 가진 많은 몬스터들이 이 방식에 반갈죽을 당해왔다.


 서린이 엄청난 가속도를 이용해 거미의 몸통을 찢으며 날아갔다.


 그 뒤는 이제 유호의 몫이었지만 거미는 이미 삶의 의지를 잃었다.


 “키에엑···. 키에···.”


 엄마···. 엄마라는 뜻이다.


 “와···.”


 하경은 서린이 위치를 바꿀 때 생긴 화살을 주우며 감탄했다.


 이곳은 B급 던전. 그 중에서도 최하위.


 거미 따위 유호가 단칼에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이보다 더 높은 던전에선 마나에 예민한 몬스터들이 많았다. 당연히 그 놈들은 이런 식의 수 싸움은 예상하지 못할 것이고.


 그럼 만약 페리 왕을 무찌를 때도. 우리가 수싸움에 능했다면 고전을 면할 수 있었을까? 하경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 이거 아성체네?”

 “그럼 이게 아직 다 안 컸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아무런 시스템 창도···.”


 시스템 창은 참 친절하다. 발생하는 몬스터의 척도에 따라 알맞은 말을 딱딱 골라서 해주니 말이다.


 강한 몬스터가 나오면 강한 몬스터가 나온다고 말해준다.


 [강한 몬스터가 나옵니다! 조심하세요!]


 그 말은 즉 시정잡배 버러지 잡몬스터들은 이딴 경고 문구가 나오지 않는다.


 [이 정도는 각오했잖아. 한 잔해.]


 시스템은 친절했다. 주제파악 못하는 약골에게만 불친절할 뿐.


 “에이씨. 귀찮게 됐네. 얘 같은 애들 더 나온다는 거잖아요.”

 “서린아. 귀찮은 정도가 아니겠는데?”

 “네? 왜요?”

 “거미가 알을 낳으면 그 안에 또 몇 개의 알이 있는지 알아?”

 “아니요.”

 “적게는 수 백 마리. 그리고 이곳의 마나 농도를 고려하면······.”


 이야기를 듣던 하경의 팔뚝에 닭살이 돋았다.


 수천 마리의 새끼 거미를 상상해서가 아닌 뭔가 엄청난 존재에 의해 탑이 흔들리며 살이 떨렸기 때문이었다.


 “키에에에에에엑!!!”


 아이고, 내 새끼. 라는 뜻의 외침이 탑 꼭대기 부근에서 울려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시무시한 광대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19화 잃어버린 기억 24.09.08 6 0 12쪽
18 18화 잃어버린 기억 24.09.04 11 0 10쪽
» 17화 잃어버린 기억 24.09.02 13 0 12쪽
16 16화 잃어버린 기억 24.08.30 15 0 12쪽
15 15화 대서특필 24.08.30 14 0 13쪽
14 14화 두 가지 조건 24.08.30 10 0 13쪽
13 13화 은인 잡아라 24.08.30 11 0 14쪽
12 12화 은인 잡아라 24.08.30 9 0 13쪽
11 11화 은인 잡아라 24.08.30 10 0 12쪽
10 10화 페르소나 24.08.30 11 0 12쪽
9 9화 페르소나 24.08.30 10 0 13쪽
8 8화 페르소나 24.08.30 14 0 12쪽
7 7화 페르소나 24.08.30 14 0 13쪽
6 6화 페르소나 24.08.30 16 0 12쪽
5 5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17 0 12쪽
4 4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17 0 12쪽
3 3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23 0 14쪽
2 2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24 0 13쪽
1 1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29 1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