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광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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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해다찬
작품등록일 :
2023.07.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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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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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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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페르소나

DUMMY

 “강대야, 화났니?”

 “건들지 마요. 괜히 뜨거운 것 같으니까. 그리고 화 안 났어요.”


 캔딜이 침대에 돌아누운 나를 툭툭 건드릴 때마다 옷이 탈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자꾸 확인하는 바람에 생각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진짜 화 안 났네.”

 “그렇다니까요.”


 생각을 확인한 캔딜은 잠잠해졌고 나는 다시 생각에 빠졌다. 캔딜의 말처럼 이제 내가 기댈 곳이 강화 뿐이란 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는 건 두렵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마저 사라진다면, 만약 이게 썩은 동아줄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어?”


 나는 침대에서 다급하게 일어나 캔딜을 바라봤다.


 “왜, 왜! 안 건드렸잖아! 물 뿌리지 마아!”


 캔딜이 멍하니 벽지를 태우다가 황급히 얼굴을 가렸다. 온몸이 불인데 소용이 있을까?


 “······그게 아니라 저 방금 두려움을 느낀 것 같았는데.”

 “응? 그러게. 이제 뭐가 좀 보인다.”


 그냥 뿌려버릴까.


 “뭐가 보이는데요?”

 “네가 울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리고?”

 “······.”


 캔딜은 갑자기 랜턴 속으로 들어갔고 대답이 없었다. 마나가 닳는 속도도 더뎌졌고 불꽃은 더욱 움츠러들게 되었다.


 무엇을 봤기에 저러는 걸까. 나의 미래는 아니겠지.


 “상태창.”


 나는 앉은 채로 광대 걸음에 손가락을 뻗었다. 강화를 하려면 역시 광대 걸음이었다.


 “캔딜 씨, 그거 제 미래는 아니죠?”

 “···화르륵.”

 “긍정적인 대답으로 알게요.”


 [끝마친 공연으로 패시브 ‘광대 걸음’을 강화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꿀꺽


 탁, 타닥, 타다다다닥!


 [야야! 왜 연타하고 지랄이야아!!]


 잠잠하던 캔딜이 유리를 마구 두드리며 머릿속으로 소리쳤다.


 [마나 소모가 줄어듭니다.]

 [이동 속도가 빨라집니다.]

 [더욱 은밀해집니다.]

 [공포 지속 시간이 늘어납니다.]


 ·

 ·

 ·


 [모든 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끝마친 공연: 45번]


 강화 한 번에 끝마친 공연 10번, 총 스무 번을 누른 끝에 강화가 멈추었다. 캔딜의 걱정처럼 과도한 투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 마음 한 켠에 있었지만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더욱 은밀해진다는 문구를 본 나는 확신했다.


 이걸 만약 끊임없이 강화를 할 수 있다면? 혹여나 그게 아니더라도 이 패시브를 끝까지 강화한다면? 수준 높은 은신과 빠른 이동 속도를 대가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패시브: 광대 걸음]

 [특유의 발걸음으로 은신과 순간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순간 이동 시 조건에 따라 대상이 공포에 걸립니다.]


 단조로운 설명 문구. 나는 심장이 빨라지는 걸 느낀다.


 겨우 손가락을 스무 번 움직이는 동안 내 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다.


 “아··· 아아···!”


 광대 걸음이 되기 전 암살자의 발걸음은 완전한 은신이 가능한 대신 지속 시간이 매우 짧은 스킬이었다. 한 마디로 애증이란 단어가 참 잘 어울린다.


 물론 강한 헌터가 사용한다면 전투 중 변수를 만들거나 단일 적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등 아주 쓸만한 스킬이겠지만 그만큼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큰 문제다.


 하급 던전은 약한 몬스터들이 무리지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혼자서 성장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팀을 만들어 레이드를 하기엔 퇴출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리고 초보자 땐 보스 몬스터가 등장해도 치명상을 줄 실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암살자들은 처음에 많은 돈을 투자해 레벨을 올리거나 좋은 아이템을 얻는 수밖에 없다.


 S급 암살자인 유호 헌터도 팀 전투를 꺼린다고 직접 말한 적이 있다. 헌터들이 나오는 유명한 티비 프로그램이었다.


 “유호 헌터님, 국내 유일한 S급 암살자 헌터시죠! 제가 자라나는 암살자 유망주들을 위해 질문 몇 개를 가져왔는데요. 첫 번째 질문입니다.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픈 문제죠. ‘암살자가 팀 전투에서 활약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입니다.”

 “아···.”

 “하하, 유호 헌터님이 깊게 고민하고 계시네요.”


 유호 헌터가 특유의 차가운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인터뷰 내내 무심히 단답을 하던 태도와 달리 매우 신중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질문한 여성도 설레는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렸다.


 “저는 암살자로서 팀 전투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유호 헌터가 입을 뗐다.


 “그, 그렇군요···! 다음 질문은···”

 “하지만 언젠가 팀 전투를 해야 할 때가 온다면 암살자는 길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암살자의 목표는 강한 단일 개체가 되어야 합니다. 빠른 속도로 상대의 빈틈을 먼저 노리거나 만들어야 하죠.”

 “그렇군요! 역시 유호 헌터님···”

 “그리고 자신의 스킬이 팀에 득이 되도록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지 못할 거면 힐러나 지키세요. 그게 팀 전투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여성이 벙찐 표정으로 유호 헌터를 바라봤다. 묵묵하기로 소문 난 그가 자신의 말까지 자르고 적극적으로 말하다니. 오늘 방송은 대박 날 것을 확신했고 그 예상은 물 흐르듯 적중했다.


 유호 헌터의 팬카페도 당연히 난리가 났다. 다른 헌터들도 유호 헌터의 말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미친 유호가 왜 저기 나옴?

 -유호 말 저렇게 많이 하는 거 개오랜만이네

 -활기차던 유호 그립읍니다ㅠㅠ

 -질문한 사람 치킨 시키면 닭다리 세 개 와라

 -걍 내가 콤보 시켜줌ㅋㅋ


 그리고 질문을 한 나는 닭다리가 세 개씩 오는 일은 없었지만 이런 조언이 필요 없어졌다.


 왜냐면 이제 나에겐 은신과 순간 이동이 패시브니까! 그간의 노고는 물거품이 아닌 위로 올라가기 위한 추진력이리라.


 내가 무릎을 꿇고 숭고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으니 랜턴이 들썩거렸다.


 “내 말 맞지! 내 말 맞지! 야 뚜껑 열어. 넌 진짜 뒤졌다.”

 “아앗, 아아악!”


 내 생각을 읽은 캔딜이 불꽃 싸대기를 날리기 시작했다.


 비유가 아니라서 마나 소모로 탈진했다.



 ***



 “일어나렴. 강대야.”

 “어, 엄마?”

 “내가 왜 네 엄마야. 정신 못 차리네.”


 진짜 때리고 싶다.


 “또 기절할래?”

 “아, 생각 좀 읽지 마요.”


 캔딜이 위협적인 포즈를 취하다가 랜턴으로 쏙 들어갔다.


 “근데 너 왜 기뻐한 거야?”

 “네? 생각 읽었으면 알 거 아니에요.”

 “모르겠는데. 은신이랑 순간 이동 때문은 아닐 거고.”


 이 화녀가 도대체 뭐라는 거지?


 “그거 때문인데요.”

 “···푸하하!”


 내 대답을 들은 캔딜이 멍한 표정을 짓다가 유리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웃어댔다.


 “아, 눈물 나게 웃기네.”

 “그거 모순인 거 아시죠?”

 “아가야. 내가 9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탑에 살면서 은신이랑 순간 이동 얻고 좋아하는 천치는 본 적이 없단다. 응?”

 “탑에 사니까 못 봤겠죠.”

 “새끼가.”

 “아 때리려고 좀 하지 마요! 뜨겁다고!”

 “안 뜨겁다며. 아무튼 내 주인님은 그런 것쯤 눈 감고도 한다 이 말이야.”

 “마녀가 주인이에요?”

 “응.”

 “그러니까 눈 감고도 하겠죠.”

 “그런가···? 너희는 이게 어려워?”

 “어려운 게 아니라 스킬이 없으면 하지도 못해요.”

 “나약하구나 인간이란 건. 이러니까 900년 동안 탑을 들어온 인간이 없지.”


 캔딜이 좁은 랜턴 안에서 한숨을 쉬자 역시 또 휘청거렸다.


 “아, 그렇지. 탑을 지켰다면서 왜 공격 능력은 없어요?”

 “왜냐면 난 탑의 마력을 이용해서 놈들을 물리쳤거든. 그렇다고 네 몸뚱이를 조종할 순 없잖아.”

 “으음. 되긴 한다는 거네요?”


 캔딜은 표정이 확실하지 않아 섬세한 구분은 힘들었지만 왜인지 미친놈이라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한번 해봐요.”


 이젠 확실해졌다.


 “미친놈. 더러워. 안 해.”



 ***



 일주일 뒤.


 나는 벽에 걸어둔 캔딜을 들고 바깥으로 나섰다.


 “이제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어요.”

 “뭐? 싫어!”


 대뜸 소리 지르는 캔딜을 마구 흔들었다.


 “으아아아아!”

 “캔딜 씨 때문에 일주일 동안 쓴 마나 포션이 얼마인지 알아요? 인벤토리에 안 들어가겠다고 고집부리고! 맘대로 뚜껑 열고 나오고! 자는데 자꾸 떠들고!”

 “아, 알았어! 그만 흔들어어어어!”


 쏘옥


 [이제 됐냐?]


 “말도 되도록이면 적게 하고요.”


 [와. 너는 진짜. 너는 애가 너무 나빴다. 내가 900년 동안 얼마나 심심했는데.]


 “마녀가 안 놀아줬어요?”


 [놀아줬는데?]


 꺼내서 물 뿌려버릴까.


 [알았어 알았어! 그나저나 어디 가는데?]


 “헌터니까 던전으로 일하러 가죠.”


 [용사 같은 거구나. 근데 너 사람을 싫어하잖아.]


 “싫어하는 부류가 있긴 한데 그게 뭔 상관이에요.]


 [용사는 혼자 안 다녀.}


 “전 혼자 다녀도 돼요. 그리고 말 좀 그만 하라니까요?”


 [쳇, 쪼잔하긴. 한마디만 더 해도 돼?]


 “···뭔데요.”


 [내 말을 이렇게 잘 들어준 사람은 네가 세 번째야.]


 “뭐, 뭐예요. 참 나. 허. 첫 번째는 마녀일 거고. 두 번째는 누군데요?”


 [두 번째는 광대.]


 “네? 저 놀리는 거죠.”


 [아닌데. 한 800년 쯤에 탑에 들어온 놈이었어.]


 “에이, 거짓말. 전에는 탑에 들어간 인간은 없다 그랬잖아요.”


 [아 걔는 인간이 아니야.]


 “진심이에요?”


 [탑에 들어왔으니까 인간이 아니겠지. 순간 이동도 못 한다는 인간이란 게 어떻게 들어오겠어.]


 “어떻게 생겼는데요? 혹시 이렇게 생겼어요?”


 나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가면을 꺼냈다.


 [이름: 김강대(분장)]


 다시 광대 가면을 썼을 때 가면이 녹아내리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일은 없었다. 오른쪽 눈을 시작으로 푸른 연기가 잠시 내 몸을 감쌀 뿐이었다.


 [어? 맞아! 근데 네가 왜······.]


 “나중에 얘기해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나는 금세 분장을 해제했다.


 [야아···.]


 하지만 캔딜은 자신의 기분보다 신경 쓸 건 없던 모양이다.


 [오랜만이다 광대야!!]


 “아 좀 닥쳐요!”



 ***



 [마나가 회복됩니다.]


 던전에 도착하기 전부터 마나 포션 한 개를 써버렸다. 나는 자기를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뭐가 저렇게 기쁜 걸까. 애초에 내가 맞긴 한 건가?


 [아 확실하다니까!]


 “그러니까 왜 확실하냐고요!”


 캔딜은 내게 반갑다는 소리와 알지도 못하는 탑에서의 얘기를 지껄였다. 나는 생김새만 같지 그 광대가 아니라고 말해도 캔딜은 그저 확실하다고만 말했다.


 이런 무의미한 대화가 가는 길 내내 이어졌다. 다행히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고 ‘아, 헌터구나’ 같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D급 던전에 도착했다. 왜인지 소란스러웠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러니까 갑자기 왜 못 들어간다는 건데!”

 “규정입니다.”

 “말 같지도 않은 규정 집어 치워! 고작 D급 던전 보상을 반으로 나누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안전을 위한 일이니 지켜주십시오.”

 “내가 겨우 D급 던전에서 뒤질 것 같아? 퉤! 무시해도 적당히 무시해야지.”


 헌터 한 명이 정장을 입은 남성과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가까이 다가가던 순간 한 여자가 내게 다가왔다.


 “저기요. 헌터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혹시 일행 있으세요?”

 “아니요.”

 “등급은 어떻게 되세요?

 “D등급입니다.”


 대답을 들은 여자의 표정이 어딘가 쑥스러워 보였다.


 “그, 그럼 저랑 같이 던전 들어가실래요? 배분은 7대3으로 해드릴게요. 어때요?”

 “?”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D급 던전을 같이 들어가겠다고? 굳이?


 “아니요. 저는 혼자 가겠습니다.”

 “네? 아, 상황을 잘 모르시는구나. 지금은 혼자 못 들어가요. 저 사람 때문에요.”


 상황을 이해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위 길드에서 협회가 허용했단 이유로 패악을 부리는 건 가끔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저렇게 싸우고 있는 거군요.”

 “그러니까 저랑···”

 “강대 씨?”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하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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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두 가지 조건 24.08.30 11 0 13쪽
13 13화 은인 잡아라 24.08.30 11 0 14쪽
12 12화 은인 잡아라 24.08.30 10 0 13쪽
11 11화 은인 잡아라 24.08.30 10 0 12쪽
10 10화 페르소나 24.08.30 11 0 12쪽
9 9화 페르소나 24.08.30 10 0 13쪽
8 8화 페르소나 24.08.30 15 0 12쪽
» 7화 페르소나 24.08.30 15 0 13쪽
6 6화 페르소나 24.08.30 16 0 12쪽
5 5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18 0 12쪽
4 4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18 0 12쪽
3 3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23 0 14쪽
2 2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24 0 13쪽
1 1화 암살자는 외로워 24.08.30 29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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