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9.21 19:05
연재수 :
325 회
조회수 :
148,987
추천수 :
2,630
글자수 :
2,113,051

작성
24.07.25 18:49
조회
131
추천
2
글자
16쪽

84화. 7년의 밤 (7)

DUMMY

제갈민이 본 것은, 종이였다. 정확하게는 종이에 적힌 암어(暗語).


딱 한 번, 제갈세가의 신기비연이 하오문의 암어가 적힌 첩지를 입수한 적이 있다. 물론, 제갈세가에서 해당 암어를 해독할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기 위해 염천호가 일부러 흘린 것이다.


그 결과는─ 실패였다.


‘하오문의 백단은 제갈세가에서조차 해독할 수 없는 암어’라는 소문이 호사가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고, 염천호는 삽시간에 흑도에서 그 누구도 감히 무시하지 못할 거물로 올라섰다.


제갈민 역시 그때 입수한 암어를 풀어보는 일에 도전해본 적이 있다.


물론, 실패했고 말이다.


그야, 그건 사실 ‘암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언어’로서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첩지에 적힌 건─ 아니, 그려진 것은 지나치게 단순했다.


“점하고 선. 점 몇 개랑 선 몇 개 그어진 게 전부인 암어는 천하에 오직 염라왕 어르신의 백단뿐이에요. 이게 왜 여기 있죠?”

“그야, 그 ‘백단’을 염천호에게 내어 준 사람이 바로 서동천이니까.”

“···!”


제갈민은 긴장한 얼굴로 되물었다.


“당신도··· 알고 있나요? 백단의 정체를?”

“알고 자시고··· 네가 지금 보고 있지 않나? 네 눈 앞에 있는 그게 바로 백단이다.”

“···이 종이가요? 이거 사실 암어가 아니라 부적이에요? 아니면 진법? 도술?”


검랑은 제갈민의 손에서 종이를 뺏어 들었다. 그리고 안쪽 탁자를 가리켰다.


“그거 말고, 이것 말이다.”

“이게 도대체 뭔데요?”


그것은 마치 커다란 물레같이 생긴 쇳덩이였다. 실은 걸려 있지 않지만, 대신 철로 된 실─ 그러니까 구불구불한 철사가 주변이 달려서 기계와 기계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다.


“···기관진식 같은 건가요?”

“이건··· 전신기(電信機)라는 물건이다. 사용자가 원하면, 천하 그 어디든 그 즉시 글자를 날려 보낼 수 있는 기계지.”

“···.”


제갈민은 피식, 웃었다.


“에이, 장난치지 마세요. 그런 게 어딨어요? 농담도 좀 그럴싸한 농담을 해야 믿는 척이라도 하지!”

“···.”

“···.”


고집스럽게 검랑과 눈싸움하던 제갈민은, 기어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진짜 여태까지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일은 다 겪어본 사람이라니까요?! 나이는 좀 어리지만, 별의별 해괴한 일들은 다 겪어봤다고요!! 검랑은 백련성화가 타고 다니는 나비 가마 본 적 있어요?! 나비로 만들어진 옥좌 같은 거? 이게 진짜 말로 설명할라면 설명이 안 돼! 직접 봐야만 안다구요!! 내가 그런 거까지 봤다고!! 근데 무슨 기계장치 따위가 뭘 해요?”

“···.”

“장난치지 마시라니까? 아니, 당장 요 문 바깥까지도 뭘 날려 보내긴 어려워 보이는구만, 뭘! 천하 어디로든 맘대로 글자를 날려보낼 수 있다고요? 그것도 즉시로? 그게 되면, 그게 되면··· 되면···?”


그게 되면 도대체 뭘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던 제갈민은 말끝을 흐렸다.


그게 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천하를 아우르는 거대한 정보망의 구축.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빠른 정보 전달.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첩보를 전달할 수 있는 보안성.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이루어지는 의사소통까지.


이 모든 게 염천호가 보여준 것이다.


“···이게 정말 ‘백단’이라고요? 이 기계장치가?”


문제라면─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만들어냈다는 거죠?”

“이건, 우리 시대의 지혜가 아니다.”

“···그건 또 무슨···?”


검랑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건 서동천이 미래에서 가져온 기술이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이상하지만··· 그는 ‘과거’에, 아주 먼 미래까지 시간을 보내며 백련교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방법을 찾은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략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이후의 미래라고 하더군.”

“···.”

“그 시대에는, 지금의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기 어려운 기술들이 우후죽순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물론, 그 시작은 우리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지. 가령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검랑은 쇠로 만든 찻잔 두 개를 실로 연결한 물건을 집어 들고 한쪽을 제갈민에게 건넸다.


“그걸 귀에 대보아라.”

“···.”


검랑이 시키는 대로 제갈민이 그 쇠 찻잔을 한쪽 귀에 대자, 검랑은 다른 쪽 쇠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내 목소리가 들리겠지.”


신기하게도, 검랑이 매우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음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찻잔을 통해 들려왔다. 이건 어떤 현상인지 제갈민도 곧장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실을 통해서 소리가 전달되는 거군요. 소리의 진동이··· 실을 통해서.”

“그렇다. 전신기란 기계는 이 단순한 현상을 고도로 발달시켜 만들어낸 기술이다. 나도 자세한 설명은 못 한다. 나로서도 사용만 할 줄 알지, 원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물건이니까.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검랑은 쇠 찻잔들을 받아서 탁자에 내려놓고 말했다.


“인간은 언젠가, 저 백련교의 이능에 못지않은··· 아니, 그를 한참이나 초월하는 지혜를 갖출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

“각설하고, 너는 지금부터 이걸 익혀야 한다.”


제갈민은 꿀꺽, 침을 삼키고 되물었다.


“백단─ 아니, ‘전신기’의 사용법과 이 ‘암어’를요?”


검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암어’는··· 모수부호(某數符號)라는 것이다.”

“모수? 숫자라는 뜻인가요?”

“글쎄? 무슨 의미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서동천이 그렇게 불렀기에 아는 것이다.”


제갈민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불평을 토했다.


“기왕 알려줄 거면 확실히 좀 알려줄 것이지. 왜 매번 그렇게 알려주다 마는 건지 원.”


칭얼거리는 제갈민을 잠시 쳐다보던 검랑이 말했다.


“서동천이 운명을 비틀고 이 ‘전신기’라는 걸 이 시대에 전하는 데에, 그가 가진 명운의 삼분지 일이 쓰였다. 하마터면 그는 ‘운명의 때’를 맞이하기도 전에 「회귀」라는 선택지를 잃어버릴 뻔했다고 하더군.”

“···.”

“역사를 비틀고, 운명을 거스르는 일에는 필연적으로 대가가 따른다. 정해진 흐름을 무시하고 원인도 없이 결과부터 만들어내는 것은, 반칙이니까. 서동천이 아카샤에 도달해 반쯤은 인과율에서 벗어난 존재라고 해도··· 그는 엄연히 필멸자다.”


제갈민은 내밀었던 입술을 밀어 넣고 조신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불평 한마디쯤 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가 정말 많은 걸 희생했다는 점은, 제갈민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검랑이 가르쳐 줄 건가요? 이거?”


검랑은 고개를 저었다.


“이 옆 방에 서동천이 남긴 설계도와 사용법이 적힌 서책이 있을 거다. 너 스스로 그것을 보고 익히도록.”

“···피, 뭐예요. ‘탐랑’을 지도하느라 바쁘다는 거예요?”

“물론 그렇긴 하다. 나의 가장 큰 사명은··· 탐랑을 인도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검랑은 잠시 말끝을 흐리더니 크흠, 헛기침을 내뱉고 말을 이었다.


“···나로서는 서동천이 남긴 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아무리 보아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더군.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가르칠 수는 없다. 네가 단순히 전신기의 사용법과 모수부호를 해석하는 방법 정도만 익히고 말겠다면··· 내가 가르쳐주마. 하지만, 너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사람이란 걸 알고 있다.”

“헤에···.”


의외의 평가에 제갈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검랑을 쳐다보았다. 검랑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맺었다.


“이 방과 그 옆방을 여는 법은··· 이걸 보고 익혀라. 이제부터는 이곳을 포함해 서동의 어디든 자유롭게 드나들어도 좋다.”

“오? 정말요?”

“그래.”


검랑의 가면 아래로 입술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너는 단지 ‘탐랑’의 운명에 휩쓸린 외부인이 아니라··· 나와 같은 운명의 인도자니까. 아마도 나로서는 갈 수 없는, 나보다 더 먼 곳까지 그를 인도하게 될 테지.”



* * *



득구는 검을 내렸다.


“···무슨 짓이지?”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냥 손에서 검을 놓아버렸다.


“···.”


자신을 쳐다보는 검랑의 눈을, 공허한 눈으로 마주 보던 득구는 바짝 마른 입술을 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득구는 제 눈을 가리켰다.


“오늘로 100일쨉니다.”

“···알고 있다.”

“100일째, 이 병신 같은 눈깔이 돌아오질 않았다고요.”

“그래, 알고 있다.”


득구가 쌓여있던 우울과 분노를 터뜨렸던 그날로부터 벌써 한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제갈민의 격려와, ‘아가씨를 구하자’는 목표를 되새기며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은 득구였지만··· 그의 시력은 아직도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쭉··· 생각을 해봤습니다. 씨발, 내가 대가리는 좀 모자라지만, 생각이란 걸 해봤다고요.”

“···그래.”

“그래서 내린 결론이 뭔 줄 압니까?”


검랑은 고개를 저으려다, 목소리를 내서 말했다.


“···모르겠군.”

“결론적으로··· 난 지금 「탐랑」이 아니라는 겁니다. 정확하게는, ‘반쪽짜리 탐랑’이라고요.”


검랑은 이전, ‘그날’에 있었다는 일들을 떠올렸다.


“‘천중’이란 자에게 ‘탐랑의 능력’을 빼앗겼기 때문에··· 네 시력이 회복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냐?”

“바로 그겁니다. 정확하시네요, 아주.”

“···비꼬지 말아라. 난 네 편이다.”

“···내 편?”


득구는 이를 드러내고 짐승처럼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말은 똑바로 합시다, 예? 내 편이 아니라 ‘탐랑’ 편이겠죠! 씨발, ‘탐랑’이 아닌 나따위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딴 소릴 지껄이십니까? 예? ‘탐랑’이 아니면, 씨부랄 득구라는 새끼는 그냥 백련교 놈들한테 대굴빡 오지게 깨진 병신인데?”

“···.”

“한현보의 노비 새끼 한 놈에 불과한 나를, 당신이 도대체 왜 편을 들어줍니까? 당신이 도대체 뭔데요?!”


검랑은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주먹을 바르르 떨었다. 물론, 득구는 그것을 볼 수 없었다.


“난··· 나도 맘을 다잡아보려고, 애 많이 썼다고! 씨발, 아가씨는··· 우리 아가씨는!! 나보고 ‘구하러 오라’고 그랬단 말이야!! 약속했다고!!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어. 그런데, 그런데···!”


득구는 분노와 증오에 가득 찬 표정으로 제 눈을 마구 짓눌러 대며 소리쳤다.


“병신같이···!! 빼앗겼단 말이야!!!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지도 모르고··· 천중 같은 쓰레기 새끼한테···!! 난··· 씨바아알!!”


또다시 자해라도 하려는 건지, 득구가 몸부림치며 무릎을 꿇고 엎어졌다. 그것을 본 검랑은 급히 검을 내팽개치고 득구의 몸을 붙잡았다.


“진정해라! 진정해···! 진정하란 말이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진정해!! 내가 모든 걸 다 망쳤어···! 내가!! 나 때문에!! 형님도!! 아가씨도!!! 씨발, 구정삼 할배도!! 나 때문에 죽은 거야!! 내가··· 내가 병신같은 놈이라서···!”


득구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울기 시작했다.


“차라리 날 비난해···! 날 비난해줘! 쓰레기 같은 놈이라고! 날 욕하란 말이야! 씨발··· 나는··· 이걸 감당 못 해···! 못 하겠다구···!”

“···.”

“진여송이 맞았어···. 그 새끼가 맞았어···! 난··· 난 가치가 없어. 살아있을 가치가···!”


그때, 다른 방에서 제갈민이 뛰어왔다. 득구는 스스로에게 비난을 퍼붓느라 그 발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검랑은 제갈민이 온 것을 알았다.


그녀는 눈을 들어 제갈민을 한 번 쳐다보고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은··· ‘득구’가 아니다.”

“···?!”

“용서를 구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핏줄은 구해주길 바라요(不思求恕, 而血脈冀得救).”


득구는 흐느끼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그 무엇도 볼 수 없었지만, 똑바로 검랑을 향해 있었다. 그간, 반향정위를 통해 사물을 분간하는 훈련만큼은 게을리하지 않았던 덕분이다.


“아마도 하남제현은··· 그 서찰의 마지막 두 글자를 보고 너를 그렇게 부르기로 했겠지만··· 네겐 다른 이름이 있다. 아니, 진짜 이름이.”

“···.”

“날 때부터, 기적이 필요했다. 하늘의 도우심이 없었다면··· 아마 산모와 아이가 모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어리석은 산모가··· 어리석은 짓을 한 대가였다. 그러나 아이는 마치 하늘이 그를 바랐던 것처럼··· 그 운명을 지키고자 했던 것처럼 살아남았다.”


검랑은 파르르, 떨리는 손길로 득구의 뺨을 쓸었다.


“그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겨우내 녹지 않던 눈과 얼음이··· 그 비에 씻기듯 녹아내렸다. 그 달디단 봄비 아래에서, 산모는 처음으로 그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검랑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 이름을 불렀다.


“한천우(韓天雨).”

“···!”


검랑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득구는 그런 검랑의 소매를 붙들었다.


“자··· 잠깐, 잠깐만!! 다, 당신··· 당신 설마··· 당신이···.”

“나는 ‘검랑’이다. 그리고··· 네 편이다. 이 세상이 너를 비난하고 대적하게 될지라도··· 나는 네 편으로 남아 있을 사람이다.”

“아니, 그게··· 아니···!”


검랑은 득구의 손을 뿌리치고, 소리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득구는 황망한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어디··· 어디 갔어? 어디 갔어요?! 자, 잠깐만··· 나랑 이야기 좀 해!! 나랑···!”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두 사람을 지켜보던 제갈민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한 소협.”

“어디··· 어디 간 거야···!”

“한 소협.”


득구는 제 어깨를 붙잡은 제갈민의 팔을 붙들었다.


“제, 제갈 소저. 그 여자··· 검랑! 어디 갔어요? 네? 어디 갔냐고요!”

“‘검랑’은···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준비···?”

“물론, 한 소협도요.”


득구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도대체, 무슨 준비가··· 더 필요한 거예요? 내가··· 내가 뭘 더 해야···!”


제갈민은 무어라 말을 하는 대신, 득구의 눈을 쓰다듬었다. 제갈민의 부드러운 손길에 득구는 두 눈을 감았다.


“···긴 밤이죠?”

“···네.”

“하지만 우리 다 알고 있잖아요. 언젠가 밤이 지나고, 태양이 떠오를 거란 걸. 그때가 되면, 찬란한 빛이 우리 모두를 밝게 비출 거라는 걸.”


그때가 오면, 아마도 검랑과는 함께 할 수 없게 되리라. 제갈민은 쓰라린 마음을 차곡차곡 접어서, 가슴 한편에 잘 묻어두었다.


“나는··· 한 소가주님이 한 소협의 비밀을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소가주님은 그냥 이름 모를 고아였던 한현보의 노비 득구를 자신의 아우로··· 친구로 삼기로 했던 거예요.”

“···왜요? 도대체··· 왜?”

“한 소협이 좋으니까요.”

“···!”

“친구란 건, 그런 거잖아요. 그냥, 좋은 사람. 이유도 모르고, 설명도 못 하지만··· 함께 있고 싶은 사람.”


득구는 결국,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득구의 머리를 끌어안고, 제갈민은 말했다.


“한 소협은···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에요. 소가주님에게, 성채 아가씨에게··· 그리고 나에게. 그러니··· 그러니까···.”


제갈민은 결국 뒷말을 찾지 못했다.


다만, 득구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체온으로 전해지는 따듯함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따스하게 자신의 마음을 감싸주고 있다는 것을.


무엇하나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지만─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닷!!!!!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극랑전(極狼傳)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9 88화. 늑대가 나타났다. (2) 24.08.08 115 1 12쪽
298 88화. 늑대가 나타났다. (1) 24.08.07 113 3 12쪽
297 87화. 회기서문(回其西門) (2) 24.08.06 124 2 15쪽
296 87화. 회기서문(回其西門) (1) 24.08.05 127 1 13쪽
295 86화. 자각(自覺) (4) 24.08.02 135 1 14쪽
294 86화. 자각(自覺) (3) +2 24.08.01 127 2 13쪽
293 86화. 자각(自覺) (2) 24.07.31 126 2 14쪽
292 86화. 자각(自覺) (1) 24.07.30 140 3 14쪽
291 85화. 불비불명(不飛不鳴) (2) 24.07.29 115 1 14쪽
290 85화. 불비불명(不飛不鳴) (1) 24.07.26 137 1 12쪽
» 84화. 7년의 밤 (7) +1 24.07.25 132 2 16쪽
288 84화. 7년의 밤 (6) 24.07.24 143 2 13쪽
287 84화. 7년의 밤 (5) 24.07.22 117 2 16쪽
286 84화. 7년의 밤 (4) 24.07.19 142 2 15쪽
285 84화. 7년의 밤 (3) 24.07.18 121 1 12쪽
284 84화. 7년의 밤 (2) 24.07.17 143 2 14쪽
283 84화. 7년의 밤 (1) 24.07.16 120 3 14쪽
282 83화. BAD END. (4) +2 24.07.09 160 3 14쪽
281 83화. BAD END. (3) 24.07.08 125 3 13쪽
280 83화. BAD END. (2) 24.07.05 141 1 14쪽
279 83화. BAD END. (1) +2 24.07.04 142 4 14쪽
278 82화. 유산(遺産) (4) 24.07.03 133 2 15쪽
277 82화. 유산(遺産) (3) +2 24.07.02 141 4 14쪽
276 82화. 유산(遺産) (2) 24.07.01 147 3 12쪽
275 82화. 유산(遺産) (1) 24.06.28 149 3 13쪽
274 81화. 운명이 부르는 소리 (4) 24.06.27 149 2 15쪽
273 81화. 운명이 부르는 소리 (3) 24.06.26 136 2 13쪽
272 81화. 운명이 부르는 소리 (2) 24.06.25 133 3 15쪽
271 81화. 운명이 부르는 소리 (1) 24.06.24 159 3 14쪽
270 80화. 꽃무리 모두 진 겨울에야, 매화꽃은 홀로 곱게 피어난다. (3) 24.06.21 147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