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에게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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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2.19 07:48
최근연재일 :
2024.02.10 17:1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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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2
글자수 :
106,843

작성
24.01.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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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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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6쪽

서(序)

DUMMY

결말이 정해진 전쟁.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전쟁이 벌어졌다.


아니 전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신선, 선인이라고 불리는 자들의 재림인지, 강림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갑작스레 나타난 그들은 세상을 피로 물들였다.


흔히 무림인이라고 불리는 강호의 무부들로선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매일같이 수십, 수백, 수천의 사람이 죽어나갔다. 마치 하나의 유희에 불과한 것처럼 선인들은 삶과 죽음을 가지고 놀았다.


누군가는 그런 선인들을 향해 외쳤다.


인계에서 선계까지 올라간 당신들이 어찌 그리 악독할 수가 있냐고.


수백, 수천의 무인들이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선인들의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약한 주제에 생을 누리려 하느냐?”


“하루살이에게는 하루살이에게 맞는 본분이 있는 법이다.”


선인, 그들과는 공생은커녕 대화마저 되지 않았다.



수백, 수천의 무림인이 모여 대항했다. 하지만 그들이 보패를 한 번 휘두르면 무림인이라 할지라도 죽어나가기 일수였다.


수십 년의 내공을 쌓은 무인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앞에선 그저 개미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수십 년의 수련밖에 안 한 이들이, 수백 수천 년의 수련을 한 선인들을 어찌 당해 낼 수 있겠는가.


그렇게 갑작스레 나타난 천재지변에 대항하던 이들이 점점 죽어나갔다.


당 나라의 군대가, 몽골의 군대가 아무 의미도 없이 죽어갔다.


무림인들 역시 의와 협을 부르짖으며 죽어갔다.


그렇게 인계의 모든 것이 피로 씻기고, 인계의 반항은 사라졌다. 사람들이 증오와 원한이 쌓였지만 누구 하나 대항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신과 같은 이들에게 아무리 해도 대항할 수 없다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복속, 그도 아니면 은둔.


그렇게 누군가는 신선들의 밑으로, 누군가는 세상의 끝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그것은 중원의 멸망이었다. 그와 동시에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세상의 시작이기도 했다.



* *



“도망쳐!”


말이 울리기도 전에 수십 명의 숨 가쁘게 도망쳤다.


선계와 인계가 겹쳐진 이후 인간에게 있어 안식의 나날이란 존재치 않았다.


인간들에게 있어 안식이란 죽음 이후에나 찾아오는 것이었다.


겹쳐진 지도 378년. 인간은 그렇게 적응해버린 것이다.




‘하아하아.’


누군가의 목소리인지 알 겨를도 없이 그저 소리에 따라 도망치던 청년이 숨을 몰아쉬었다.


살고 싶었다. 항상 쫓길 때마다 누군가가 죽었다. 오늘도 누군가가 죽어나가겠지. 제발 그것이 나는 아니기를.


그저 그 하나의 염원만을 담아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하지만 그에게 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다섯 개의 높은 봉우리. 그곳의 세 번째를 지나치다 덩굴에 다리가 걸린 것이다.


“헉. 헉.”


숨을 몰아쉬는 그에게 사람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휘유. 이걸로 아홉 마리 째인가?”


등에 복숭아나무로 된 목검을 들고 있는 중년의 도사였다.


“으....”


청년은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었음을 깨달았기에 몸을 떨었다.


“살-”


도사가 무언가를 외치기도 전에 검결지로 청년의 아혈을 짚었다.


“미안하지만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다. 어디 보자.”


도사가 청년의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흐음.....건강하기는 한데. 좋아. 쓸만한 재료다.”


도사가 등 뒤의 검을 꺼내들더니 바로 내리쳤다.


우득.


‘끄아아아악.’


청년의 팔뼈가 골절되며 입이 절로 벌어졌지만 소리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저 가슴 속에서만 맴돌 뿐.


“자아. 죽기 싫으면 도망쳐야지.”


도사가 장난치듯 웃으며 말했다.


‘으으으으.’


청년, 위지혁(尉遲鬩)은 팔을 덜렁거리면서 도망쳤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팔에 격통이 달렸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살수만 있다면 팔이 문제겠는가? 그렇기에 도망쳤다. 비록 도사에게 사로잡혀 죽는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지만 죽음의 공포 앞에서 순순히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하. 생기가 넘치는구나. 좋은 놈이 나오겠어. 자자 더, 더 도망쳐봐라.”


중년의 도사는 영환도사. 강시를 부리는 자였다. 강시는 그의 무기이자 힘. 그것을 만들기 위해 청년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는 원한이 크면 클수록 좋은 강시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없이 열심이었다.


도사의 목검이 다시 한 번 휘둘러졌다.


빠악.


쿠당탕.


위지혁의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서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지혁은 도망쳤다. 오른손과 왼쪽 발만을 사용해서. 서지 못하니 길 수 밖에 없었고 자연히 보통 사람이 걷는 것보다도 느렸다.


도사는 기뻐하며 지켜보기만 했다. 이렇게 죽기 전까지 활발한 놈일수록 강시로서는 더할 나위 없기에 서두르지 않았다.


원과 한이야말로 강시제조에 빠질 수 없는 재료였다. 선골이 없는 인간일지라도 원과 한을 품으면 그 보잘 것 없는 육체가 더없이 강해지기에 강시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도사 장충은 이번에야말로 그냥 강시가 아닌 높은 수준의 강시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살고자 하는 발버둥이 그에겐 그저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한 시진을 넘게 지켜보던 도사가 다시 검을 빼들었다.


빠각!


왼발이 부러졌다. 하지만 위지혁은 여전히 땅에 손톱을 박아 넣어 앞으로 도망쳤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왜 우리만.....인간만 이렇게 살아야 돼.....’


위지혁은 굼벵이보다도 느린 속도로 나아갔다. 처절하기 그지없는 광경.


이제는 그의 마음속에는 생에 대한 갈망보다도 원독이 가득했다.


‘이대로는 죽어도 못 죽어.’


조금씩 나아가던 사내의 손에 무언가가 닿았다. 바스락거리며 사라지는 것이 땅바닥에 있던 종이였다.


오랜 세월 풍화되었던 듯 종이가 부셔지며 바람에 흩날렸다.


수으으읍.


위지혁의 코 속으로 종이 파편들이 흘러들어갔고, 곧 이어 도사도 움직였다.


“자, 다시 만나자고.”


‘으....으....빌어먹을.’


도사가 목검을 들어올렸다.


홰애액.


다 올라간 목검이 위지혁의 심장을 노리고 번개처럼 내려왔다.


콰지직!


오행산의 세 번째 봉우리에서 하나의 생명이 끝이 났다. 허나 끝은 곧 시작이었으니.


그것을 아는 이는 아직 없었다.


작가의말

집안에 일이 있어서 글을 못 올렸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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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최후 24.01.31 70 0 12쪽
14 13화 대결 24.01.30 43 0 11쪽
13 12화 되살아나는 자 24.01.28 38 0 14쪽
12 11화 살아간다는 것 24.01.26 53 0 12쪽
11 10화 천축의 진실 24.01.25 41 1 11쪽
10 9화 이상(異常) 24.01.24 61 1 11쪽
9 8화 사냥 24.01.23 73 1 12쪽
8 7화 천축에서의 일상 24.01.21 61 1 11쪽
7 6화 무공입문 24.01.20 70 2 13쪽
6 5화 천축 24.01.12 75 2 16쪽
5 4화 제천대성 24.01.10 130 2 11쪽
4 3화 혼세암주 24.01.07 127 3 12쪽
3 2화 장이족 24.01.06 150 2 11쪽
2 1화 혈원불사 24.01.06 169 3 12쪽
» 서(序) 24.01.06 244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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