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에게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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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2.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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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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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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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혼세암주

DUMMY

검들이 노리는 곳은 일목요연했다. 위지혁의 몸을 금방이라도 뚫을 듯이 날아드는 검들.


푸캉!! 캉!!


분명히 몸에 적중했을 터인 검들이 몸에 부딪치자마자 금속성 소음이 날카롭게 귀를 울렸다. 위지혁의 육체는 분명 인간의 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뭐...뭣?!!”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수많은 세월을 들여 담금질한 보패가 아니었던가. 비록 이제 막 영성이 깨어나기 시작했다고는 하나, 명색이 보패였다.


‘내 보패가 저런 인간의 몸 하나를 뚫지 못한다고?’


혼세암주가 깜짝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수많은 세월을 거쳐 연기기를 벗어났고, 부단히 노력하여 결단기를 벗어나기 직전에 이르렀다고 자부할진데, 그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보패가....


보패가 한낱 인간에게 막힌다니 꿈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치 자신의 수련이 모두 부정당하는 모욕감에 그는 천지가 뒤집힌 듯한 심정이었다. 상실감과 커다란 충격에 단단한 땅을 굳게 딛고 있는 발이 마치 구름을 탄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가 그렇게 넋을 잃고 있는 사이 위지혁이 다가왔다. 들어 올려진 위지혁의 손에 금방이라도 잡힐 것 같았던 혼세암주의 신형이 한순간 사라졌다.


절정의 이형환위였다.


인계에서 무인들에 의해 펼쳐지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절기.


무림인이 아무리 고수라고 해봐야, 결국은 인간의 기술.


눈의 착시를 이용한 수법에 가까운 무림인들의 이형환위와는 달리 남겨진 잔기로 환영이 만들어져 공격해오는 자를 속이는 고절한 수법. 진정한 이형환위였다.


아무리 그가 충격을 받았다고 한들, 그가 수많은 세월을 들여 닦아온 정력(定力)과 익힌 선도의 비법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의식하지도 않은 채 자연스레 펼쳐진 것이다.


눈앞의 혼세암주의 흐릿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가짜라고 직감한 위지혁이 눈을 돌려 혼세암주를 돌아보았다.


위지혁의 굳은 의지가 담긴 눈동자가 마치 자신을 꿰뚫어본다는 느낌에 오싹함을 느낀 혼세암주가 몸을 흠칫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일 뿐. 드높은 자존감이 공포를 허락지 않았다. 선계인들이란 그러한 것.


자신(自信)과 자존(自尊) 그것이 선계인들의 기본적인 성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그는 애써 공포를 지우고 움직였다.


캉!! 카앙!! 푸캉!!!!!!!


위지혁의 몸에서 몇 번이나 불꽃이 튀어 올랐다. 마치 금속과 금속이 마주치는 것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공격을 펼치고 있는 혼세암주였지만 속은 말이 아니었다. 막 깨어나기 시작한 보패의 영성을 좀 더 갈고 닦으면 원영으로 갈 수 있다는 확신까지 들었던 그가 이런 일을 마주할 거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 부근의 제왕처럼 군림해왔던 자신이....


하급 선인들이나 노니는 선인계에서 벗어나 진선계까지 도달하는 것을 꿈꾸었던 과거가 마치 거짓말처럼 지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도대체 뭐지 이놈은?’


영문을 알 수 없는 혼세암주는 눈앞의 위지혁이 그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보였다.


‘혹 기억이나 힘이라도 잃고 인계나, 선인계로 떨어진 진선이라도 되는 것인가?’


그의 머릿속에서는 진선계의 전설과도 같은 말이 스쳐 지나갔다.


동두철신(銅頭鐵身)


요괴 출신의 고등한 선인들이 가지는 권능. 인간 출신의 선인들과는 달리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능력으로 그 단단함에 구리로 된 머리와 쇠로 된 몸이라고 일컫는 권능이었다. 말 그대로 전설 속에서나 있을 이야기였다.


혼세암주 그 자신 또한 혼돈에서 태어난 요괴가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지금 겪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일에 온갖 상상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이 경공을 펼칠 때마다 바로 꿰뚫어보는 것이 아닌가. 비록 쫓아오지 못한다고는 하나, 위지혁의 눈이 바로 자신을 쫓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오싹함에 몸을 떨었다.


눈동자가 왠지 모르게 오싹했다.


왠지 모르게 불처럼 이글거리게 보이는 눈동자가 불길하기만 했다.


공방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을까.


알 수 없는 공포가 스멀스멀 스며들었던 혼세암주의 이성이 차츰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수십의 공방 속을 거치며 깨달았다.


그 자신도 눈앞의 인간을 어찌할 수 없지만, 인간 또한 자신을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을.


“하.....하핫!!”


그의 입가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좀 전까지 역력하게 떠올라있던 곤혹스러운 얼굴빛은 이미 사라진 채였다.


“역시나!! 한낱 인간 따위가 나를 어찌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혼세암주는 되찾은 자신감으로 강하게 검을 내질렀다.


캉!!


하지만 자신감은 그저 자신감일 뿐. 역량을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똑같은 상황이 보여주고 있었다.


“칫. 그놈의 몸뚱아리하고는.”


혼세암주는 그때가 되어서야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보패의 상태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검중 하나를 들어 검을 살폈다. 검을 비스듬하게 들어 외눈으로 검신을 살피고는 검을 눈앞 정중앙에 놓고 검날까지 꼼꼼히.


물론 위지혁은 혼세암주가 그렇게 잠자코 있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만은 않았다.


“그래. 그렇게 가만히 있어라.”


휘익.


위지혁의 우악스러운 주먹이 혼세암주의 관자놀이에 명중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내 허깨비처럼 모습이 사라졌다.


‘칫.’


위지혁이 속으로 혀를 찼다. 저 이상야릇한 몸놀림을 어찌하기 전까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진 않았지만 저 불쾌한 낯짝에 한방 먹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있을 곳이 생겼다는 안도감.


장이족들은 위지혁에게 굳이 많은 말을 걸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의식주는 물론 그의 기분과 뜻을 헤아려 맞춰준다는 것을 위지혁 또한 알고 있었다.


난생 처음 겪는 평온한 나날이 끝났다는 실망감과 울분.


누가?


바로 눈앞의 선계인이었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된 연유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단단해지고 힘이 강해졌다는 것을 영환도사와의 싸움 속에 깨달았기에 자신있게 나섰지만 상대는 녹록치 않았다.


‘어떻게 한다.’


상대의 몸놀림을 막지 않고서는 아무리 자신의 힘이나 강인한 육체라고 해도 어찌할 수 없었다.


위지혁이 고민을 하는 동안 멀리 떨어져 있는 혼세암주는 혼세암주대로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질(疾)!!”


몇 개의 부적을 꺼내든 혼세암주는 자신의 검에 법술을 부여했다.


검의 내구도와 검날의 날카로움은 물론, 상대의 기까지 빨아들이는 법술까지 동원했다.


“자아. 간다!”


‘......’


위지혁의 고민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세암주가 다시 달려들었다.


푸캉.


‘칫. 도대체 뭐야. 이러고도 놈의 가죽하나 베어내지 못하다니.’


서로가 비슷한 고민을 품은 채 다시 싸움이 이어졌다.


이미 위지혁이 걸치고 있던 옷은 더 이상 옷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누더기가 되어버린 채였다.


혼세암주의 칼질 아래 한낱 피륙이 버터내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

검광 앞에 위지혁의 몸이 훤히 드러났지만 상처하나 없었다.


전혀 숨지도 않고 달려드는 위지혁을 계속해서 보고 있던 혼세암주의 마음 안에 다시금 불꽃이 피어올랐다.


오만이란 이름의 불꽃이.


태어나면서부터 선골이란 특권을 부여받은 이들의 성정이 어찌 쉬이 가라앉을 수 있을까.


오만은 곧 오기로 변했고, 오기는 아집으로 변했다. 검 놀림이 음습하게 변해갔다. 대놓고 전신을 노리던 검 끝은 신체의 말단부위와 급소들을 노려오기 시작했다.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발끝, 오금은 물론 사타구니 안쪽까지.


“쳇.”


노렸던 모든 부위에서도 성과를 얻지 못한 혼세암주가 혀를 찼다. 그리고 곧 검을 움켜잡고 검을 휘둘렀다.


“이건 어떠냐!!”


말과 동시에 검광이 위지혁의 눈으로 쏟아졌다.


“큭.”


위지혁이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뒤로 물러났다.


“하. 핫...하하..하하하하. 그럼 그렇지. 한낱 인간 따위가 어찌!!”


“빌어먹을..”


“크하하하하.”


“아프잖아!!”


“그래. 아프겠지.....응?”


눈이 베였는데 아프다고? 뭔가 이상했다. 보통 인간이라면 눈이 베이자마자.....발광을 하고도 남을 터인데.


그랬다. 분명 그래왔다. 여태 모든 인간은 눈은커녕 손발만 베여도....


‘설마...’


“빌어먹을 자식. 얍삽하게 바로 앞에서 빛을 뿌리고 지랄이야. 눈 아프게.”


“.......괴물같은 놈.”


기가 질린 혼세암주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잠시 그가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위지혁은 연신 눈을 비볐다.


순신간에 행해진 여러 번의 검놀림에 머리카락 일부분이 잘려진 채로 눈에 들어간 탓이었다.


간신히 눈가에서 빠져나온 머리카락 조각들이 손에 묻어나오자, 그것을 본 위지혁이 바람을 불러 날렸다.


후욱.


순식간에 흩어진 머리카락의 파편들이 바람에 날아가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수십, 수백, 수천의 위지혁으로.


드넓은 장이족의 마을이 채워져 갔다. 한 사람의 그림자로.


“이.....이게 뭐야!!!!!!!”


수백이 아니었다. 족히 수천은 될 숫자였다. 그 하나하나 위지혁의 모습을 한 분신들이었다. 단지 온전히 인간의 모습이라곤 할 수 없었지만. 마치 몸 대부분을 덮고 있는 체모 덕에 얼핏 보면 인간이 아니라 원숭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는 모습이었다.


수천의 위지혁이 공간을 메웠기에 혼세암주의 몸 또한 위지혁의 분신 바로 옆에 위치할 정도였다. 위지혁의 분신이 바로 손을 뻗어 그의 몸을 붙들었다.


터억.


“으.....으아아아아. 놔. 이거!!”


혼세암주가 있는 힘껏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는 단단히 붙잡힌 손아귀를 풀어낼 수 없었다.


‘으.....이놈들 하나하나가 힘이.’


아무리 영기를 돌려서 벗어나려고 해도 그를 붙잡은 손이 하나씩 더해질 뿐이었다.


“으.......으아아아아아.”


“시끄러.”


터억.


어느새 다가온 위지혁이 혼세암주의 입을 틀어막았다.


“으.....으읍.”


“이곳저곳 잘도 쑤셔주던데. 이제는 내 차례지.”


‘그.....그만둬.’


앞으로 속으로 외쳐도 그 목소리는 위지혁에게 닿지 않았다. 억센 손이 그의 입을 꽉 틀어막고 있었기에.


“자.”


콰직.


“으그....”


혼세암주의 비명이 소리를 이루지 못하고 손안에서 흩어졌다.


다리를 시작으로 사지가 위지혁의 주먹질 몇 방에 부러져 축 늘어졌다.


“끼그.긋.”


그것이 시작이었다. 혼세암주의 죽음은.


“아아아아아악.”


위지혁이 턱을 풀자마자 혼세암주가 소리를 질렀다.


‘아파.아파아파아파.으.....으아아아아아아.’


수없이 닦아온 정력(定力)따윈 아무 소용도 없었다. 위지혁이 주먹질에 혼세암주는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바닥을 벌레처럼 기었다.


퍼어억.


위지혁의 허벅지가 기분나쁜 파열음을 내며 터져나갔다.


“으갸아아아아악.”


그렇게 혼세암주가 죽어가는 동안 위지혁과 혼세암주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분신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수명이 다한 것처럼.


기분나쁜 장면이었으나 위지혁의 눈에는 그런 것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지금 관심사는 그저 눈앞의 선계인이었기에.


“자 다음은 팔이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단말마가 끝없이 이어졌다.



***


“하아하아.”


기괴하게 꺾인 시체를 앞에 둔 위지혁이 숨을 몰아쉬었다.


그가 숨을 몰아쉬는 이유는 지쳤기 때문일까....그도 아니면 선계인을 잡아 죽였다는 기쁨 때문일까....


그렇게 숨을 몰아쉬는 그의 앞에 인영하나가 나타났다.


“여전하시군요. 투전(鬪戰)의 패불(敗佛)이시여.”


“....!!”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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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남섬부주 24.02.04 51 0 11쪽
17 16화 단(丹) 24.02.03 43 0 12쪽
16 15화 분열 24.02.01 84 0 11쪽
15 14화 최후 24.01.31 69 0 12쪽
14 13화 대결 24.01.30 43 0 11쪽
13 12화 되살아나는 자 24.01.28 38 0 14쪽
12 11화 살아간다는 것 24.01.26 52 0 12쪽
11 10화 천축의 진실 24.01.25 40 1 11쪽
10 9화 이상(異常) 24.01.24 61 1 11쪽
9 8화 사냥 24.01.23 72 1 12쪽
8 7화 천축에서의 일상 24.01.21 60 1 11쪽
7 6화 무공입문 24.01.20 70 2 13쪽
6 5화 천축 24.01.12 74 2 16쪽
5 4화 제천대성 24.01.10 130 2 11쪽
» 3화 혼세암주 24.01.07 127 3 12쪽
3 2화 장이족 24.01.06 149 2 11쪽
2 1화 혈원불사 24.01.06 169 3 12쪽
1 서(序) 24.01.06 242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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