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에게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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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2.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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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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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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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분열

DUMMY

그렇게 천축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가 죽었다. 수백 년을 살아온 이의 죽음치곤 허망했다. 허나 죽음이란 그러한 법.


본존의 육체를 일부분 받고 나서야 수명이란 한계을 벗어던진 낙명도 결코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끝났군. 끝났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핫”


어느 사이엔가 위지혁 옆으로 나타난 초승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아아아아아아아흐흐흐아아아아아아아”


웃음으로 시작되었던 그의 절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울음으로 마지막에는 통곡으로 변했다.


“하아아아아.”


“웃는거요? 우는거요?”


초승의 통곡이 잦아지자 초승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위지혁이 물었다.


“크크크크...하하하하. 자네가 끝을 낼 줄이야. 그 죽지 않고 군림하던 낙명을.”


“.......”


“이렇게 될줄 알았다면, 아니.....왜 이제야 나타났나.”


“......미안하군.”


위지혁은 상대의 억지를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다. 항상 위엄으로 가득차고 무거웠던 이의 얼굴에서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고 있자니 그런 마음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하하하.......미안하네. 내가 제정신이 아닌 게지. 이 마을을 해방시켜준 은인에게 말이야. 하하하하.”


초승이 다시 덧없이 웃음을 이어나갔다.


“초승님.”


초승의 통곡과 웃음소리탓인지 마을의 사람들이 전부 모여 위지혁과 초승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한시진이 넘는 그의 통곡과 웃음소리 탓이었다.


“어떻게 된 것이지요? 마을은? 결계는?”


“낙명님은 어디 계신 거요?”


“지진입니까? 그도 아니면 요괴의 습격입니까?”


“분명 최근에 공물을 받아갔지 않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


“나와서 설명을 좀 해주셔야 할 것 아닙니까!!!”


어딘가 모르게 맺힌 것들이 있었는지 소리 높여 묻는 이들도 존재했다.

“그만!!”


초승이 내공을 담아 일갈하자 모두가 멈추었다.


“본존은 죽었소. 낙....명 또한 같이 죽었소이다.”


“그럼?”

“그러면 우리는?”

“허어. 어찌한단 말이오. 풍경 자체가 변한 것이 좀 있으면 온갖 선계의 짐승들이 몰려올 터인데.”

“왜입니까??”

“맞아. 멀쩡하던 그들이 왜 죽습니까.”

“씨발. 죽었어도 다시 살아나서 지켜줘야지. 우리가 뭣때문에!! 뭣 때문에 아이들을 바쳐왔는데.”


“스승님이 죽었다구요??”


하운이 크게 외치자 모두가 멈추었다.


“무슨 말도 안되는.....”


“내 심정은 이해한다만...”


“또 그 말입니까! 이해는 무슨!!!!!”


“크으으윽.”


“아악!”


감정이 격앙되어 내공이 절로 흘러나온 탓에 목소리에도 내공이 담겨 있었다. 내공이 담긴 탓에 주변의 내공이 약한 마을사람들은 견뎌내지 못하고 신음을 질렀다.


“진정해라!! 마을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기라도 할 생각이냐.”


“.......누구입니까. 누가 죽였습니까.”


“.....누구냐니-”


“나다!.”


좋게좋게 넘어가려던 초승을 아랑곳 하지 않고 위지혁이 나섰다.


“뭐?!”


순간 위지혁의 말을 미처 받아들이지 못한 하운이 반문했다.


“나라니까.”


“이...이....미친놈이!!”


채앵!


하운이 검을 뽑았다.


“그만둬라. 이미 낙명 그 자가 죽었거늘, 또 피를 볼 참이냐.”


“이제 아주 경칭도 없이 부르는군요?”


“......너도 이 마을의 문제는 모르진 않을 텐데.”


“하. 그럼. 스승님이 아니었다면 이 마을이 만들어지기라도 했을 것 같습니까?”


“.......그래서 너는 앞으로도 그 짓을 계속 하고 싶었던 거냐?”


“.....”


“언젠가 너에게 아내가 생길지도 모르고, 그 사이에서 자식이 생길지도 모르는데도 말이냐.”


“모릅니다. 그런 건. 지금 중요한 건 저 녀석이 스승님을, 이 마을의 수호신을 죽였다는 거지 않습니까!!!”


하운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이 동조하기 시작했다.


“맞아. 당장 살아남기도 힘들 거라고.”

“그래. 그렇지. 내일이 되면 내목이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할 판인데...”

“저 놈 때문이야.”

“그래. 애초에 처음부터 이방인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어!”


누군가가 돌멩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타악. 탁.


초승과 장이족들이 돌멩이를 튕겨냈다.


“그만두지 못하겠소.”


장이족들이 살기등등한 얼굴로 활을 겨누었다. 초승과 장이족들의 대응에 마을사람들이 기가 죽은 채로 물러났다.


“어찌할 것이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


초승이 하운에 동조하는 마을 사람들을 살폈다. 하나같이 나이를 한참 먹은 이들이었다. \


‘후.....그래.’


초승은 마음속으로 납득할 수 있었다. 늙었기에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들. 수십년을 이렇게 살아온 이들이 쉽게 변할 수 있겠는가? 하루아침에 칼을 들고 밖의 외적들과 싸워야 할 판인데.


하지만 그래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초승 또한 한번 포기했던 것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 있었다.


“앞으로는 선택할 수도 없는 아이들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삶을 되찾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오?”


“..!!”


“우리가 본존이라는 자에게 상납하기 위해서만 아이들을 만들었던 것이오? 아니지 않소.”


“.....”


모두가 말을 잊었다. 그사이 초승이 말을 이었다.


“모두 떠올려 보시오. 첫 아이를 얻었을 때를.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아이들을 바치기 위해서 낳고 키워왔다는 말이오?”


초승은 모두의 인간성에 희망을 걸었다. 초승 자신도 위지혁과 대화하고 나서야 떠올릴 수 있었던 인간다움.


“웃기지마!”


하운이 바로 반발했다.


“밖에서는 모두가 죽어나갈 것이 뻔하니까 모두가 합의를 보았던 것인데. 그걸 이제 와서 위선으로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초승과 하운이 상반된 주장으로 마을 사람들이 양분되었다. 대부분 늙은 쪽은 하운을, 비교적 젊은 쪽은 초승을 지지했다.


“아무래도 저를 지지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군요. 사형.”


하운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쯧.”


자신이 끼어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잠시 지켜보던 위지혁이 혀를 찼다.


“목숨이야 언제나 아까운 법이지. 하지만 남의 목숨, 그것도 자식 목숨을 팔아 연명하고 싶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금수나 할 일이지.”


“뭐?!!”


위지혁의 통렬한 말 한 마디에 하운이 놀라 외쳤다. 하운 뒤에 있는 이들 중 몇몇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 내가 틀린 말을 했나? 너나 네 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함께 살고자 하는 게 아니야. 남이 어찌 되든, 오로지 자신만 살고자 하는 거지.”


“너.....”


“눈에 힘이나 빼지? 잘하면 튀어 나오겠군.”


“이 빌어먹을 자식이!!!”


분을 참지 못한 하운이 바로 달려들었다.

“짖지 말라고. 짜증나니까.”


캉!!


맹렬하게 달려들던 검이 위지혁의 보검에 가로막혔다.


끼기기긱.


불꽃까지 만들어내며 검 사이에 힘겨루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끼이이이익.


당연하게도 하운의 힘으론 위지혁을 당해낼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밀려난 하운이 입을 씰룩이고는 발차기를 날렸다.


“죽어!!”


꽝!!


분명 급소에 들어갔을 터인 일격이다. 허나 들리는 소리부터가 연약한 사타구니에 적중한 일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크윽!!”


하운이 급하게 발을 거둬들이고는 정강이를 매만졌다.


“빌어먹을 괴물녀석.”


급소까지는 단단하지 않을 거라고 지레짐작한 하운이었다. 그렇기에 자신 있게 날린 일격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거라면 어떠냐.”


위지혁의 눈에 공세가 이어졌다.


“느려.”


위지혁은 완벽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낙명과의 싸움 전 간간히 벌어지던 대련에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초승 또한 놀랐다. 좀 전에 자신과 싸우던 모습과도 전혀 다른 모습. 마치 낙명과 본존과의 싸움에서 한 꺼풀 벗어던진 듯한...


싸움을 지켜보는 그의 뇌리 속에 낙명이 말했던 말이 지나갔다.


‘확실히.....아직은 서툴러. 무겁다고 하는 게 더 맞겠군. 그럼에도 좌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군 그래.’


이것이 그 무언가란 말인가? 이제 와선 물어버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허나 초승은 확신했다. 확실히 위지혁에겐 시선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단순히 기연으로 얻은 힘뿐만이 아니라 숨겨진 잠재력과 재능까지 더해 범부들과는 달라도 전혀 달랐다.


“우와아아아아앗.”


계속해서 자신의 초식이 빗나가자 하운은 마치 절규하듯이 소리를 지르며 덤벼들었다. 그러던 도중 큰 빈틈이 생겨나자 위지혁이 순식간에 접근해 그의 목덜미를 잡고 다리를 걸어 바닥에 넘어트렸다.


콰당.


“크으으으윽.”


“짖지 말라니까. 짐승처럼 계속 짖기만 해서야 나를 잡을 수 있겠나?”


“빌어먹을. 빌어먹을!!!!”


하운이 바닥에 쓰러진 채로 바닥을 연신 두드렸다.


“애초에 네놈을 데려오지만 않았어도!!”


“그래, 그러면 여전히 네놈이나 낙명은 시체를 파먹으며 살아갔겠지.”


“네놈이 뭘 안다고!!”


“짖지 말라고 했잖아.”


콰앙.


위지혁의 주먹 한방에 하운이 혼절했다. 하운에게 동조했던 이들은 마치 자신의 머리가 부셔지는 듯한 느낌에 몸을 움찔할 정도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이오.”


하운이 기절하자마자 위지혁이 말했다.


“어떻게...라니?

“무슨 소리야.”

“우리를 죽이기라도 한다는 거냐?”


하운의 편에 섰던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무슨....말인가.”


웅성거리던 이들 중 한 명이 나서서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말이오. 이제 더 이상 마을을 좀먹던 본존은 죽었지 않소.”


“......”


“지금 중요한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 그것이 중요할 것일 텐데.”


“.......모르겠네.”


“하.”


위지혁이 냉소했다. 그에게 있어선 그저 편한 길로만 살아온 돼지들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계속 그렇게 죽은 낙명과 본존을 애타게 불러보시구려.”


위지혁은 바로 돌아섰다. 그런 그에게 초승이 작게 물었다.


“자네야말로 앞으로 어찌할 것인지 생각은 해둔건가?”


“살아야 하지 않겠소.”


“......”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소.”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후우.....정말 어려운 말만 하는구나. 네놈은.”


“그렇지. 인간 따위가 할 말이 아니지.”


“?!”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 갑작스레 들려왔다.


“누구냐!”


옆으로 다가올 때까지 전혀 알지 못했기에 초승의 반응은 격했다.


“진정해라. 딱히 너에게 볼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읍.”


딱히 상대가 무엇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위압감에 초승은 입을 열 수 없었다.


“당신이군.”


“......”


“여기가 당신이 말했던 곳과는 평화로운 곳인가?”


위지혁이 차갑게 물었다.


“이만하면 평화로운 곳이지 않느냐? 한낱 인간에게 말이다. 오히려 과분한 곳이지.”


뿌드드득.


위지혁의 손이 절로 움켜졌다.


“무슨 속셈이지?”


“속셈이라.....나는 그냥 궁금했을 뿐이다. 선계를 뒤흔들었던 선인의 백을 얻은 네 녀석이 행하는 바를.”


그 말을 들은 위지혁의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작가의말

핸드폰으로 썼던 것을 수정했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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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단(丹) 24.02.03 44 0 12쪽
» 15화 분열 24.02.01 85 0 11쪽
15 14화 최후 24.01.31 70 0 12쪽
14 13화 대결 24.01.30 44 0 11쪽
13 12화 되살아나는 자 24.01.28 39 0 14쪽
12 11화 살아간다는 것 24.01.26 53 0 12쪽
11 10화 천축의 진실 24.01.25 41 1 11쪽
10 9화 이상(異常) 24.01.24 61 1 11쪽
9 8화 사냥 24.01.23 73 1 12쪽
8 7화 천축에서의 일상 24.01.21 61 1 11쪽
7 6화 무공입문 24.01.20 70 2 13쪽
6 5화 천축 24.01.12 75 2 16쪽
5 4화 제천대성 24.01.10 130 2 11쪽
4 3화 혼세암주 24.01.07 127 3 12쪽
3 2화 장이족 24.01.06 150 2 11쪽
2 1화 혈원불사 24.01.06 170 3 12쪽
1 서(序) 24.01.06 244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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