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에게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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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2.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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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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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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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사냥

DUMMY

천축이라는 거대한 마을은 평온했다. 허나 평온하다고 해도 그것은 밖에 나가지 않고 가만히 살아갈 때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인간은 한 곳에서 웅크리고 살아갈 수는 없다. 의 식 주에서 식을 떼어놓고는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 인간이기에.


결계 내부의 인간이 먹을 만한 식량을 생산할 곳은 없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바깥으로의 왕래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천축의 사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밖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좋아. 모두 준비되었겠지?”


“오오.”


바깥에서의 식량에 의존한다. 비틀려지고 망가져버린 이 세계에서. 그만큼 힙겹고 힘겨운 일이기에 천축의 무인들은 모두 단련했다.


모인 그들에게서 역전의 용사들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패기가 흘러나왔다.


“좋아. 나간다.”


낙명에게 반쯤 전권을 위임받은 초승이 명을 내렸다.


그가 발걸음을 옮기자 수십의 무인이 뒤를 따랐다. 그 중에는 물론 하운과 위지혁도 포함되어 있었다.


“오늘의 사냥은 동쪽의 호계동(虎溪洞)이다. 모두 조심하도록.”

호계동이라는 이름답게 그곳에는 범이 살고 있었다. 단지 그 범이 인계의 그 범과는 다른 것이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추오(騶吾).


어지간한 무인보다도 빠르기를 가진 호랑이였다. 특히나 거대한 몸의 무게뿐만이 아니라 압도적인 속력까지 더해져 가해지는 호랑이의 손톱은 어지간한 무인의 도검이나 호신공 따윈 종이처럼 찢어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초승이 출발 전에 단단히 경고하며 나선 것이다.

북쪽과 서쪽은 강대한 요괴의 영역이라는 본존의 계시가 있었던 만큼 동쪽 말고는 딱히 선택지가 없었다. 남쪽이야 변변찮은 사냥감이 없으니 남은 것은 동쪽뿐이었다.


물론 그만큼 얻는 것도 있었다.


추오의 고기는 딱히 누린내도 없고, 살도 많아 식량으로서의 가치가 높았다. 거기다 특히나 질긴 가죽은 옷으로 쓰기에도 적절했다.


단지 한 마리 잡는데도 여러 명의 무인이 붙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어지간하면 정면으로 공격을 받아내려 하지마라. 최소한 피하는 것이 무리라면 피해를 가장 적게 받을만한 곳으로 받아내라. 머리보다는 몸통, 몸통보다는 사지, 다리보다는 팔.”


조금이라도 전투 능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지만.....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처참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말에 반박하거나 거부의 눈빛 따윈 없었다. 그것이 그들이 처한 상황이고, 그들이 선택한 삶이었다.


인계에서의 옛일은 모두 옛일 일뿐. 천축의 일원들이 천축 나름대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숲과 풍경이 일치하지 않는 묘한 곳에 초승이 멈춰 섰고, 뒤 따르던 이들도 자연스레 멈추었다.


잠시 기다리자 풍경이 일그러지며 작은 길이 나타났다.


“자 가자. 마을의 식량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오늘 중으로 빠르게 치고 돌아온다.”


초승이 외침을 시작으로 모두가 재빠르게 경공술로 달려 나갔다.


“엇, 츠츳.”


얼마 지나지 않아 후열에서 간신히 뒤따르던 위지혁이 발이 꼬여 감탄사를 토해냈다.


처음 시운전하는 경공이기에 바로 적응하기에는 무리였다. 감각이란 것이 어디 하루 아침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이던가.


직진거리에서 달려 나가는 것은 좀처럼 문제가 없었지만 중간 중간 굴곡 있는 길이나 꺾이는 길은 아직까지는 초보자 티를 내는 위지혁이었다.

“계속해서 힘을 주고 계시면 안 됩니다.”


뒤에서 뒤따르던 장이족이 말을 건넸다.


그의 이름은 명륜(冥輪)으로 얼마 남지 않은 장이족들 중에서도 소수인 남자였다.


명옥상과 함께 마을의 사냥을 도와주러 나온 그가 명옥상과 함께 위지혁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미 멀리 떨어져 버렸군.”


어느샌가 시야에서 사라진 초승 일행을 찾던 위지혁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길눈이 밟은 저희들이 있으니 바로 합류하실 수 있을 겁니다.”


초승과 명이족들은 혹시나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서로가 말을 꺼냈고 그 예상은 맞아떨어진 것이다.


생전 처음 무공을 익혀 몸을 이제 막 쓰는 이가 어찌 바로 다른 이들과 똑같이 할 수 있을까.


초승 또한 그러한 점을 십분 예상해 장이족들이 꺼낸 말을 받아들인 것이다. 나무 위를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장이족과 아주 단단한 몸을 지닌 위지혁이라면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 여기고 말이다.


“힘에 너무 의존하시지 마시고, 때로는 힘을 빼셔야 할 때도 있습니다.”


“힘을 뺀다?”


“그렇죠. 직진으로 달리는 길이라면 그렇게 해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이런 숲속에서는 무리지요.”


사실 갑자기 얻은 힘을 바로 조종하라는 것이 더 무리인 이야기였다. 위지혁도 힘을 뺀다고 뺐지만, 아직까지도 힘의 가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더 가까웠기에.


이제껏 없던 꼬리가 돋아났다고 한다면 그것을 바로 자유자재로 부린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허으으으응!!”


갑작스레 어디선가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멀리서 들려옴에도 그 소리에 실린 위압감과 흉악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명륜!”


“네!”


서로 눈빛과 말을 주고받은 명륜과 위지혁이 뛰기 시작했다.


타닥!


위에서 주변을 감시하던 명옥상이 아래로 내려와 위지혁의 옆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명륜이 먼저 길을 틀 겁니다.”


명옥상이 달리는 와중에도 여유롭게 말했다.


“아아.”


그와 대조적으로 깊게 답변할 여유도 없는 위지혁이 짧게 답했다.


“커엉!”


달리는 와중에도 들리는 소리가 위지혁을 계속해 부채질했다.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어나간다는 것, 그것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친족들이 얼마전 선계인에게 죽어나간 기억까지 스멀스멀 떠오르기에 위지혁의 머리가 점점 뜨거워졌다.



***



“조심해!”


추오의 그림자를 발견하자마자 놈의 동향을 살피던 일행이었지만 놈은 금새 그 낌새를 알아차렸다.


냄새였을까? 그도 아니면 숨기지 못한 작은 흥분이 전해진 탓일까?


확실한 것은 누구도 몰랐다.


단지 중요한 것은 놈이 눈치를 챘고, 이쪽으로 향해 공격해 온다는 점이었다.


“허으으으응!!”


놈이 선전포고를 하듯 털과 몸을 곧추 세우며 울부짖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여태껏 봐왔던 놈들과는 크기부터가 틀렸다.


“조심해라. 보통 놈이 아니다.”


선계에서 오래 살아온 만큼, 초승이 바로 일행들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그 경고가 무색하게 놈의 움직임은 섬전과도 같았다.


“헉!!”


순식간에 시야에서 벗어나 옆에서 공격해오는 손톱에 무인이 날라갔다.


“허어어억.”


우당탕.


날아가던 몸이 두툼한 나무 몇 개를 부수고 나서야 멈추었다. 아래로 떨어진 몸이 바닥을 뒹굴었다.


“컥.”


즉사는 아니었다. 오랜 세월 닦아온 감각으로 무의식적으로 검을 들어 방어하지 않았다면 분명 즉사였을 터.


하지만 그럼에도 무인은 지금 이 자리에서 죽지 않았다 뿐이었지, 바로 일어나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싸우는 것은 너무나도 먼 세계의 이야기, 그저 고통과 책임감 사이에서 혼절하지 않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모습을 눈길에 담은 무인들이 긴장했다. 커다란 위험과 직면했다는 사실을 머리가 먼저 인지하기도 전에 몸으로 느낀 것이다.


“조심해라!!”


초승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격려뿐이었다. 그조차도 한순간 놓쳤을 정도인데 다른 이들이라고 어떻게 보고 피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이 자리를 책임지는 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다해야만 했다.


너무나도 빠른 거대 추오의 움직임에 일행이 취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무리 지어 도주하기엔 놈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


그렇다고 차륜전(車輪戰)을 펼치기에도 무리인 것이, 이만큼이나 서로 간에 속도 차이가 있다면 홀로 먹이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연스레 그들이 진법을 펼쳐 추오의 공격을 기다렸다.


서로간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진법이라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몇몇 뿐이 아니라 모두가 선택한 결과였다.


초승 또한 진법의 안에서 자세를 갖추고 놈이 공격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추오가 무언가를 느꼈는지 일행을 쏘아보기 시작했다.


‘허.....제 놈이 영물이라도 된다는 건가.’


여태껏 상대해온 놈들은 그저 짐승과 별 다른 바가 없었기에 더욱 놀란 초승이었다.


‘오늘 길보다는 흉이 많겠구나.’


처음 놈의 몸 크기만 보고 좋아했던 자신을 후회하며 초승이 중얼거렸다. 마을 사람들의 배를 채워줄 고기를 구하기 전에 자신들이 추오의 뱃속의 고기가 될 판이었다.


추오는 호시탐탐 일행을 노려보다가 갑작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카앙!! 캉!


초승의 검격과 일행의 창공격에 추오가 물러났다. 추오는 몇 번이나 방향을 바꾸며 진법을 들쑤셨다. 점차 공방이 격렬하고 빨라졌다.


그러던 와중 어느 사이에 진법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이 노림수라는 듯이 추오는 더욱 공세의 정도를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진법의 한축이 무너졌다. 무리에서 완전히 떠밀린 무사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추오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달려들어 앞발로 후려쳤다.


“커엉”


무사가 방어 채로 날아갔다.


“큭”


그나마 저 멀리 바닥을 뒹굴고 있는 이처럼 전투능력을 잃은 것은 아니었지만, 온 몸에 격통이 달려 꼼짝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피햇! 멍청아”


초승이 급하게 외쳤다. 허지만 의지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을 모를 초승도 아니지만 안타까움에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추오의 공격이 하나의 고혼을 만들기 직전, 그 사이에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까앙!!


손톱과 피육이 부딪쳤지만 들리는 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뭐야 이건.”


“크르르르릉”


예상치 못한 일에 추오가 경계하며 물러났다.


“뭐야, 도망가려는 거냐??”


“크아아아아아앙!!!!!!!”


위지혁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추오가 괴성을 질렀다. 야생의 오기에 불이 붙은 것처럼.


“조심해라. 놈의 손톱은 도검보다도 날카롭고 매섭다!!”


비록 위지혁이 막아내는 모습을 보고도 초승이 외쳤다. 한번은 견디었어도 두 번 세 번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 허나 그의 우려와는 달리 추오의 손톱은 위지혁의 몸에 상처하나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육중한 타격을 제자리에서 상처하나 없이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어....금.....”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은 금강불괴지체였다.


중인들의 경악과는 상관없이 숲의 제왕과 인간의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숲의 제왕으로 살아온 추오로서는 참을 수 없었다. 여태껏 마주쳐왔던 눈앞의 것들은 모두 자신의 한입거리 였거늘. 상처하나 입지 않고 대항해오다니. 거기다 저신이 물러날 때마다 보여오는 도발적인 몸짓은 지능이 썩 높지 않은 추오도 알 수 있었다.


상대가 자신을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추오의 몸놀임이 일행하고 싸울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빨라졌다. 그 탓인지 추오의 입에선 빨간 입김이 흘러나왔다.


“크오오오오....”


처음의 기세는 어디 갔는지 다소 지친 모습으로 숨을 내쉬었다.


“이제 끝났나 보군. 이제 내 차례지?”


위지혁이 손을 위아래로 돌리며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간다!”


작가의말

핸드폰으로 쓰는 것이 익숙치 않아 어색한 부분이 있을것같아 나중에 다시 퇴고해서 올려보겠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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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남섬부주 24.02.04 51 0 11쪽
17 16화 단(丹) 24.02.03 43 0 12쪽
16 15화 분열 24.02.01 84 0 11쪽
15 14화 최후 24.01.31 69 0 12쪽
14 13화 대결 24.01.30 43 0 11쪽
13 12화 되살아나는 자 24.01.28 38 0 14쪽
12 11화 살아간다는 것 24.01.26 52 0 12쪽
11 10화 천축의 진실 24.01.25 40 1 11쪽
10 9화 이상(異常) 24.01.24 61 1 11쪽
» 8화 사냥 24.01.23 73 1 12쪽
8 7화 천축에서의 일상 24.01.21 61 1 11쪽
7 6화 무공입문 24.01.20 70 2 13쪽
6 5화 천축 24.01.12 74 2 16쪽
5 4화 제천대성 24.01.10 130 2 11쪽
4 3화 혼세암주 24.01.07 127 3 12쪽
3 2화 장이족 24.01.06 150 2 11쪽
2 1화 혈원불사 24.01.06 169 3 12쪽
1 서(序) 24.01.06 242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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