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에게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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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2.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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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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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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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천축에서의 일상

DUMMY

융통무애(融通無碍)


무엇 하나 막히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노닌다.


그것이 지금 위지혁을 보고 있는 초승의 감상이었다. 분명 전신에 막힘없이 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제 아무리 무골을 타고난 이라도 어쩔 수 없이 혈도가 막혀 그럴 때마자 운기가 막히거나 지장이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무리 영기가 흘러넘치는 선계라고 해도 그것은 변함이 없었다.


‘.....이럴 수도 있는 건가?’


분명 조그만 기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던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단지 개안 했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것인지 초승은 궁금했다.


사실 개안이라는 말 자체도 미심쩍은 것이, 초승이 보는 관점에서는 그저 허울 좋은 말에 지나지 않았기에 더욱 그러했다.


‘힘은 힘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고?’


힘이란 것을 그렇게 편리하게 구사할 수 있다면 인간이 어찌 이렇게 살아가겠는가. 바라고 또 바라고 그럼에도 없을 수 없는 것. 그것이 힘이고 무공이었다. 처음부터 연약하기 그지없었던 인간이 간신히 쥐어짜낸 살기 위한 궁리.


초승이 생각하기론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광기와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이성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에게 덧없이 찾아오는 것이 무(武)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없이 가치 있는 것이지만, 역시나 덧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초승의 평소 지론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것도 엄연히 현실.


눈앞의 녀석이 선도를 걷는 선인, 수행자였다면 마을을 지키는 본존이 그냥 넘어갔을 리도 없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위지혁은 불가해의 존재라는 것을.


“훗.”


초승의 입에 자연스레 미소가 머금어졌다.


‘역시.....무(武)란....이해하려고 해도 이해 할 수 없는 것이야.’


생각하기를 포기한 초승은 그 순간부터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알아서 자유자재로 기를 운용하는 이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고민이었다.


초승은 한동안 마구잡이로 기를 휘두르는 위지혁을 지켜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위지혁을 보고 있자니 초승의 마음속에 무언가 맺히는 것이 있었다.


‘아아. 젠장.’


그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어이. 혁.”


“네.”


초승의 부름에 대답이 들려왔다.


“대련이다.”



***



콰당!!


스스로의 힘을 이기지 못한 육체가 요란스레 바닥에 넘어졌다.


“뭐하는 거냐, 일어나.”


힘에 취해 달려들었던 위지혁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큭.”


위지혁이 아무리 팔과 다리에 힘을 줘도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힘이 작용하는 무릎의 오금은 비틀어 제압당해있고 한쪽 팔은 초승에게 붙잡힌 채였다. 자유로운 손으로 아무리 일어나려고 해도 균형이 잡히지 않은 채 한손의 힘만으로는 무리였다.


“뭘 하고 있어!!! 일어나 보라니까.”


아무리 용을 써도 한 손으로 그저 몸을 띄우는 것이 고작일 뿐, 떠오른 몸은 곧 균형을 잃고 기울어졌다.


“힘만은, 완력만은 대단하다. 허나 그것뿐이야. 무공이란 힘을 쌓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다. 네 완력은 확실히 인간을 한참 벗어나있지. 허나 그런 힘을 가지고도 나 하나를 어쩌지 못하는 것이 너의 현실이다.”


초승은 위지혁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보고 느꼈던 그대로라고 생각했다. 힘은 넘쳐나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법은 졸렬 그 자체.


확실히 한 대라도 맞았으면 그것으로 승부가 결정되겠지만, 훤히 보이는 그런 공격을 순순히 맞아줄 상대가 어디 있던가.


“후우...”


초승이 속박하고 있던 양팔을 풀고 일어났다.


“일어나라.”


“후우...”


“어떠냐?”


“......깊군요. 무(武)라는 것은.”


“킥. 크하하하. 알면 됐다.”


초승은 안심했다. 그가 의도하고자 했던 대련의 목표를 위지혁이 단번에 깨달았으니. 초승의 눈에는 위지혁이 커다란 원석처럼 보였다.


분명 어떻게 다듬냐에 따라서 그 광채는 전혀 달라질 터.


그러기 위해선 우선 군더더기를 깎아내야만 했다. 넘치는 힘에 그저 힘에 막힌 서투른 공격들.


제대로 싸울 줄 아는 이들에게 희롱당하기 딱 좋기에,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앞으로 큰 고생길이 열릴 것이다. 위지혁 자신에게든, 위지혁을 가르치는 자신에게도.


“좋아, 그걸 깨달았으면 오늘 수업은 끝이나. 왜 당했는지, 잘 고민하고 다음 대련에서는 좀 더 나아지도록 노력해볼 것.”


초승은 짐각했다. 위지혁같은 특이한 종류의 녀석에게는 이론적인 수업보다는 감각적인 수업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스스로 성찰하는 것을 목표로 주고 이끌고자 했다. 감각적으로 얻은 것은 잊혀지기도 어렵고, 또 어떨 때는 한순간에 진보해 나갈 수도 있기에.


‘......내가 키우고자 하는 것이 그저 하룻강아지일까, 그도 아니면 용일까.’


초승은 그저 기대되고 또 궁금했다. 저 녀석, 위지혁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런 세상 속에서 메마를 대로 메말랐다고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었지만 지금만은 달랐다.


초승은 간만의 즐거움에 젖은 채 자리를 떠났다.


그대로 수업이 끝나자 위지혁은 배정받은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옆에는 자연스레 명옥상이 따라붙은 채였다.


“은공. 은공은 저 사람이 마음에 드시나요?”


“.....들다니? 들고 말고 할 게 있나?”


뚱딴지같은 소리에 위지혁이 되물었다. 그저 이 마을에 신세지고 있는 자신이 이 마을의 사람을 어떻게 평가한단 말인가. 또 평가해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그저 이 마을에 적응하려는 위지혁에게 있어선 뜬금없다 못해 괴이한 질문이었다.


“저는 저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


위지혁에게 있어 굉장히 치기어린 말처럼 들렸다. 자신이나 그녀가 그런 것을 따질 처지던가?


위지혁에게 호감을 가진 그녀에게 있어, 그를 괴롭게 하고 깔고 앉은 것은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가능하면 저 사람과 마주하고 싶지 않네요.”


그렇게 말을 마친 명옥상은 다리를 바삐 움직여 먼저 숙소로 들어가버렸다.


‘아니.....그럼 내 뒤를 찰싹 따라붙지 않으면 되잖아...’


태어나서 여심을 제대로 겪어본 적이 없는 그가 어찌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겠는가.


그저 그녀의 마음과 행동을 헤아리기 어렵다고 느낄 뿐이었다.


“후우....”


한숨을 내쉰 위지혁이 숙소 안으로 향했다.



***



천축의 일상은 평온했다. 소란과 참상이 벌어지는 바깥의 사정과는 전혀 달랐다. 장이족의 결계처럼 바깥과의 단절이 되고 있는 탓에 누구하나 얼굴에 그늘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위지혁이 머무는 숙소 주변에 있는 이들 또한 그러했다.


“하하하.”


위지혁에게 뛰어드는 있는 아이는 주변에 사는 부부의 딸이었다. 이름은 사공혜(司空暳)로나이가 있는 부부가 늘그막에 얻은 것인지 부모와는 나이차가 상당히 났는데, 그 탓인지 아주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


“헉헉. 오라버니.”


지금까지 없었던 이가 마을에 새로 찾아왔다는 것에 신기함을 느꼈는지, 틈날 때마다 지금처럼 달라붙어왔다.


“조심해야지.”


“헤헤....”


구김살 없는 웃음이었다. 위지혁은 그 웃음을 보자 떠오른 것은 자신들의 친족들이었다. 떠돌아다닐 때 자신의 친족들이나 가족이 한 번이라도 저렇게 웃을 수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 봐도 찾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마을에 더욱 정이 가는 위지혁이었다.


그의 손길이 아이의 머리로 향했다.


“히히히.”


위지혁의 쓰다듬기에 기분이 좋았는지 아이가 연신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바깥 이야기 해주세요. 오라버니.”


“.....바깥..?”


다만 곤란한 것은 그녀는 아직 세상을 모르기에 가본 적 없는 바깥 이야기를 계속해서 동경하고 졸라왔다.


‘후우...’


곤란했다. 있는 그대로 설명하기에는 아이에게는 너무 잔혹한 세상이었다. 그저 오늘도 거짓으로 꾸며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그저 거대한 풍경을 묘사해서 들려주자 아이는 눈빛을 초롱초롱 빛냈다.


“우와아아. 정말 그렇게 큰 강이 있어요?”


“그래.”


이 주변에 있는 통천하라는 강의 모습을 듣고는 아이가 탄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에 그녀의 부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들이 사공혜에게 손짓했다.


“헤헤. 가봐야겠네요.”


“그래.”


“다음에 또 들려주세요. 오라버니.”


“......그래.”


위지혁이 대답을 듣자마자 그녀는 자신의 부모에게로 뛰기 시작했다.


“후우.....”


아무리 생각해도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들려주기에도 부담스러운 일.


그렇게 잠깐 고민하는 그의 옆에서 명옥상이 떨어져 내려왔다. 바로 옆에 있던 나무에서 머물고 있던 그녀였다.


“고민이 있으신가요?”


“......저 아이가 계속 바깥에 동경을 품고 있는 것 같아....그것이 좀 마음에 걸렸을 뿐이오.”


“.......”


그녀로서도 마땅히 답을 들려주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대들이면 어떻게 하겠소?”


“.....무슨 말씀이신지?”


“그대들 장이족들이라면 저런 아이가 있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이오.”


“아...”


위지혁의 설명에 그녀가 그때가 되어서야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글쎄요...저희들에겐 거의 없는 일이라.....갑자기 답을 드리기는 어렵군요.”


“.....어째서요?”


“......저희들의 시간은 인간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그렇기에 정신의 성숙 또한 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어느 정도 몸이 자라면 바깥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은 대부분 없어지게 되지요. 아니 그보다는 바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인지하게 되는 것에 가깝겠군요. 부모와 함께 세상을 몇 번 왕래하다 보니.”


“.......”


확실히 그러했다. 나무 위를 절묘하게 이동하는 그들의 기술이라면... 바깥의 왕래 같은 건 쉬운 일이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깨달을 수 있다면.....


위지혁의 한쪽 턱에 힘이 들어갔다.


“은공?”


“......”


위지혁의 감정을 느낀 탓인지 명옥상이 불렀다. 그리고 손을 뻗어왔다. 그녀가 위지혁의 손을 붙잡고는 입을 열었다.


“잠깐 옛날 일이 떠올랐을 뿐이오.”


위지혁이 손을 잡아 빼자 명옥상이 엷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놓았다.


“여기는 편안한 곳이오.”


위지혁이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걸리는 점도 있소. 물론 그대들에겐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들도 여기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소? 의외로군.”


“뭐랄까 바로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뭔가 인위적인 분위기라도 해야 할까요.”


“.......”


위지혁으로선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세상 경험이 많지 않은 그가 그런 것을 어찌 안단 말인가. 마을 자체가 처음이거늘.


이때까지만 해도 분명 위지혁은 마을이 마음에 들었었다. 단지 앞으로 찾아올 일을 모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가 운명이 언제나 자신을 앞질러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는 지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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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대결 24.01.30 43 0 11쪽
13 12화 되살아나는 자 24.01.28 38 0 14쪽
12 11화 살아간다는 것 24.01.26 52 0 12쪽
11 10화 천축의 진실 24.01.25 40 1 11쪽
10 9화 이상(異常) 24.01.24 61 1 11쪽
9 8화 사냥 24.01.23 72 1 12쪽
» 7화 천축에서의 일상 24.01.21 61 1 11쪽
7 6화 무공입문 24.01.20 70 2 13쪽
6 5화 천축 24.01.12 74 2 16쪽
5 4화 제천대성 24.01.10 130 2 11쪽
4 3화 혼세암주 24.01.07 127 3 12쪽
3 2화 장이족 24.01.06 150 2 11쪽
2 1화 혈원불사 24.01.06 169 3 12쪽
1 서(序) 24.01.06 242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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