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에게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봉미
작품등록일 :
2023.12.19 07:48
최근연재일 :
2024.02.10 17:1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652
추천수 :
22
글자수 :
106,843

작성
24.02.04 16:55
조회
51
추천
0
글자
11쪽

17화 남섬부주

DUMMY

“그럼 난 다시 잠들 테니 잘 맡아두고 있으라고. 언제 먹어야 할지는 내가 말해줄 테니 말이다.”


‘어이 교대다.’


손오공이 속으로 위지혁을 불렀다.


‘.......다시는 이럴 일이 없으면 좋겠군.’


‘쯧. 너무하는구나. 아무리 그래도 생명의 은인한테 말이다.’


‘....그 점은 감사하지. 하지만 불쾌한 건 어쩔 수 없군.’


‘뭐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야. 하지만 어차피 한 몸에서 같이 지낼 수밖에 없어. 내 몸이라도 전부 되찾지 않는 이상 말이지. 어차피 내가 나올 수 있는 것도 죽음에 가까워질 때 정도니 너무 그렇게 질색하지는 말라고. 나는 온전한 영혼도 아닌 그저 죽은 자의 찌꺼기에 불과하니까.’


‘.......’


‘뭐 어차피 네 녀석이 날 필요로 할 때도 있을 꺼다. 오늘처럼 말이지. 다음에는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익혀두라고, 애. 송. 이’


둘의 짧은 만남은 그걸로 끝이었다. 다른 이들은 알 수 없는 내면속에서의 만남.


“후우.....”


위지혁이 깨어나자 체모는 순식간에 부셔지듯이 없어졌다.


“깨어나셨나요?”


명옥상이 바로 기다리고 있다 말을 건넸다.


“아아...”


마치 공중에 냅다 던져졌다 깨어난 느낌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위지혁이었다. 그런 그를 명옥상이 부축했다.


잠시 상태를 진정시킨 위지혁이 장이족들과 함께 잠이 든 마을 사람을 깨웠다.


한번 잠이 들었던 탓일까. 흥분이 가라앉은 탓인지 하운에 동조했던 이들 중 꽤나 많은 이들이 초승과 위지혁 쪽으로 돌아섰다.


다만 하운과 몇몇 이들은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그래서 기어코 저들과 함께 나가겠다고?”


초승이 몇 번을 이야기해도 하운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한번 마을을 나갔던 초승과 달리 낙명의 열렬한 신도인 하운을 실질적인 낙명의 후계자로 받아들이는 마을 사람들 또한 하운을 지지했다.


“그렇습니다.”


“후우....”


그렇게 천축 속에서 시간이 지나가는 도중 필연적으로 맞닥트려야 할 것이 찾아왔다. 오랜 시간 본존의 결계 속에서 보호받았던 천축도 결계가 사라진 이상 선계의 요괴나 짐승들의 습격을 피해갈 순 없었다.


삐이이이이익!!!!


천축에 비상용으로 간직하고 있던 호각이 수백 년 만에 울렸다. 추오는 물론 온갖 짐승들이 몰려왔다.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향이 그들을 유혹했다.


마을 사람들이 급하게 뛰쳐나와 대항했다. 허나 오랜 시간 평화에 안주하고 실전경험이 없던 이들이 역전의 용사가 될 수는 없는 법. 수백이나 되었던 이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하운도 예외는 아니었다. 축기기에 달한 만큼 제법 저항은 가능했지만 그것이 고작이었다. 추오 한 마리와 꼬리가 여럿 달린 여우에게 둘러쌓여 상처가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었다.


“도와주게.”


그것을 본 초승이 위지혁에게 말하고 도와주려는 찰나!


“오지 마!!”


“이런 미친. 지금 고집 부릴 때냐?”


“사형. 저는 저 놈에게 도움받을 바엔 이 자리에서 죽는 게 낫습니다.”


으드드득.


땅이 기울기 시작했다.


“정말 죽을 참이냐!!!”


“저는 인정 못 합니다. 저 놈!!”


카앙!


철과 손톱이 부딪쳐 불꽃을 만들어냈다. 하운은 말을 하면서 용케 추오의 손톱을 막아내고 있었다.


“저 놈이 오고 나서부터 모든 게 망가졌습니다. 나는 절대로 용서 못해. 네놈의 존재. 네놈의 그 쌍판. 말투와 사상까지 모두 인정 못해!!”


콰드드득!


손오공과 본존의 사투로 반쯤 무너져있던 지반이 마침내 붕괴했다.


하운이 있던 주변 지역이 통째로 무너지며 하운 또한 지하로 굴러 떨어졌다. 떨어지는 그의 마지막 말이 바닥아래서 메아리 울릴 뿐이었다. 공교롭게도 주변에 있던 낙명의 시체와 보검들도 제자가 떨어진 곳으로 같이 떨어지고 있었다.


“......피하세.”


하운의 마지막을 본 초승이 위지혁에게 말했다.


위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나긴 도피이자 싸움의 시작이었다. 결계를 중심으로 생겨난 선계 짐승들의 세력권은 결계가 사라지자마자 엉망이 되어 혼돈의 도가니였다.


사방에서 짐승과 요괴들이 덤벼들어왔고, 위지혁과 초승의 뒤를 따르던 이들은 하나 둘씩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밤낮을 가리지 앉고 도망 다니는 생활. 깊게 잠이 들면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른다.


“끄르륵.”


마을의 누군가가 잠시 잠이 든 사이 무엇인가가 몸통을 배어 물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짐승과 요괴들은 결코 일행을 쉬게 하지 않았다.


으적으적.


소처럼 보이기도 하고, 용처럼 보이기도 하는 뿔 달린 짐승이 큰 턱으로 사람을 씹기 시작했다.


“하아앗!”


사공혜가 담긴 보검이 쏜살같이 날아와 규룡의 목을 날렸다.


투우욱.


규룡의 입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허어억.”


사공혜의 부친이었다.


“......”


웅. 웅.


보검이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다. 검에 깃든 사공혜가 육친의 죽음을 앞두고 울고 있는 것이리라.


“......”


위지혁은 더없이 씁쓸한 표정으로 상처를 천으로 동여매고 있었다.


“크으으윽.”


그가 비명을 지르자 위지혁이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허어어억”


천이 금세 빨간색으로 물들고 피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그만.”


사공혜의 부친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고....고맙네.”


“뭐가 말이요.”


둘이 말하던 사이 초승이 둘의 근처로 다가왔다.


상처와 출혈을 본 초승은 바로 알았다. 이미 살기 어렵다는 것을.


“......딸 아이를 위해....쿨럭....자네가 싸워줬다고.....들었네. 우웩.”


“......”


“덕분에....딸 아이를 한번 팔아 넘겼지만....자네 덕분에 ...내가 또 한 번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네.”


죽기 직전의 회광반조 탓인지, 그의 말은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혜.....혜를 부탁하네. 아내도 이미 도망치던 중에 잃었고....혜 옆에는 자네뿐이라네. 비록 검의 모습이라지만....제발.”


“알겠소.”


위지혁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사공혜의 부친은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바로 숨을 거두었다.


웅. 웅. 웅.


그 날부터 검의 울음은 며칠 동안 멈추지 않았다.



***



“후우.....오늘도 사람이 몇이나 죽어나갔군.”


초승과 위지혁이 망을 보는 사이 말을 꺼냈다.


“.....너무 많이 죽었소.”


위지혁의 말대로였다. 수백이 넘었던 마을 사람들은 이미 백 명도 채 되지 않았다.

.

“후.....그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하더군.”


선계의 짐승들과 요괴들에게 있어 한데 모인 인간 집단은 더 없는 사냥감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고 있었다.


“어디 갈만한 곳은 없겠소?”


“갈만한 곳?”


“안심하고 쉴만한 곳 말이오.”


위지혁의 말에 초승이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확실하진 않지만......짚이는 곳은 있네.”


“어디요?”


위지혁의 물음에 초승이 기억을 다시 더듬기 시작했다.


“내가 마을에 반발해 뛰쳐나왔을 때, 이곳저곳을 떠돌다 풍문에 들었던 것이 있지.”


잠시 생각을 마친 초승이 말을 이었다.


“남쪽의 남섬부주(南閻浮提)에 선인 한명이 있음이니, 그가 동굴 속에서 제자들은 물론 방문객들까지 도를 가르친다고 하는 소문이었는데. 어떻게 가보겠는가?”


“도(道)?”


“아아. 선도에 맥이 닿은 자라 들었으니, 무공처럼 기를 닦는 것을 가르쳐 주지 않겠나.”


위지혁의 뇌리에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죽어간 이들은 물론, 손오공과의 일까지.



‘......힘이 필요한가 보군?’


‘뭐?! 뭐야 넌.’


‘급한 상황이다. 힘이 필요하다면 잠깐 나에게 맡겨라. 애송이.’


‘........맡기라니 뭘!’


‘시간이 없을 텐데. 자신의 실수로 누군가를 잃고 싶은 것이냐?’


‘................;


그의 손이 힘껏 쥐어졌다.


힘이 필요했다. 살아갈 힘이. 살아가기 위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힘이.


“갑시다. 그곳으로.”



***



일행은 남쪽이라는 정보만을 믿고 그저 남쪽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우연찮게 사람을 만나 물어도 대부분이 모르는 눈치였다.


“남섬부주? 뭔가 그게?”


추레한 모습의 중년인이 말했다. 그의 모습이 추레한 것은 그의 성정 탓이 아니라 그저 그만큼 삶이 고단하기 때문일 터. 바뀌어버린 세상에서 인간의 삶이란 어디나 비슷비슷했다.


도망 그도 아니면 숨어 사는 것.


이 중년인 또한 그저 오두막에서 홀로 작은 짐승이나 잡으며 살아가는 이였다. 오랜만에 사람을 맞이한 탓인지 말투마저 어눌했다.


이런 식의 만남을 열 번 가까이 거치고서야 선계의 이 종족에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이 남섬부주였다.


“남섬부주? 아아. 선인동(仙人洞) 여기서 남서쪽으로 좀만 가면 있다고는 들었는데.”


일행의 물음에 피부에 비늘이 돋아단 인어족의 여자가 답했다.


“감사하오.”


초승과 위지혁이 정중히 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청했다. 위지혁이 다시 길을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뒤를 돌아보았다.


“돌아보지 말게.”


“.....너무 많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후회하나?”


“......약간은.”


“그러면 다시 본존 밑으로 돌아가서 자네는 물론이고 저 사람들도 다시 돼지처럼 살길 바라나?”


“그건....아닙니다.”


“흔들리지 마라. 네가 선택한 길을 돌아가려 하지 마라. 나는 물론이고 지금 모두가 너를 보고 따라온 것이다.”


“.......후욱. 무겁군요. 누군가의 목숨이란.”


위지혁이 각오를 다지듯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들 또한 선택한 것이다. 본존 밑에서 죽어있는 채로 살기보다는 인간답게 살기를.”


둘의 대화가 계속되던 와중에 마침내 하나의 동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굴 위에 거대한 석판에 글자가 써있었다.


남섬부주(南閻浮提) 선인동(仙人洞)


도를 원하는가? 도를 원한다면 비워라.


무언가 알 듯 말 듯한 말이었다. 어찌 되었든 지금 일행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목표로 한 곳에 도달했으니 이 개월이 넘는 여행길 동안 지쳤던 몸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몸을 위탁해야만 했다.


초승과 위지혁이 동굴에 근처에 가니 접근을 가로 막는 큰 대문이 존재했다. 둘이 다가가 문을 두들기니 곧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선하기 그지없는 얼굴과 음성의 앳된 청년이 문을 열고 나왔다. 청년이라기엔 너무 앳 되 보였고, 소년이라기엔 키가 컸다.


“이곳에서 도를, 선인이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게 맞소?”


위지혁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잃어가며 당도한 곳이다. 그 결과가 허탕이라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가 없는 일. 그렇기에 위지혁의 표정은 더없이 무거웠다.


“음. 예 맞습니다.”


위지혁이 굳은 표정으로 말하는 것과 달리 청년의 말은 선선히 흘러나왔다.


“허면 일행들이 여기에 묶으면서 그 선도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겠소?”


“예 머무는 것은 가능하지만......배우는 것에는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시험?”


“예. 제 스승님께서 시험을 주관하고 계시니, 그 시험을 통과한 이후에나 입문이 가능하실 겁니다.”


작가의말

잘린 부분이 있어 수정했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선인들에게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 24.02.15 47 0 -
공지 제목 수정 공지 24.01.26 84 0 -
20 19화 여선자 24.02.10 32 0 12쪽
19 18화 시험 24.02.08 35 0 14쪽
» 17화 남섬부주 24.02.04 52 0 11쪽
17 16화 단(丹) 24.02.03 44 0 12쪽
16 15화 분열 24.02.01 84 0 11쪽
15 14화 최후 24.01.31 70 0 12쪽
14 13화 대결 24.01.30 43 0 11쪽
13 12화 되살아나는 자 24.01.28 38 0 14쪽
12 11화 살아간다는 것 24.01.26 53 0 12쪽
11 10화 천축의 진실 24.01.25 41 1 11쪽
10 9화 이상(異常) 24.01.24 61 1 11쪽
9 8화 사냥 24.01.23 73 1 12쪽
8 7화 천축에서의 일상 24.01.21 61 1 11쪽
7 6화 무공입문 24.01.20 70 2 13쪽
6 5화 천축 24.01.12 75 2 16쪽
5 4화 제천대성 24.01.10 130 2 11쪽
4 3화 혼세암주 24.01.07 127 3 12쪽
3 2화 장이족 24.01.06 150 2 11쪽
2 1화 혈원불사 24.01.06 169 3 12쪽
1 서(序) 24.01.06 243 4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