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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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1.02 21:58
최근연재일 :
2024.02.14 21:2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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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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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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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승리

DUMMY

#1 (산속, 죽음)


푹-.


찔렸다. 도플라의 시야가 어지러움에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바람은 동공이 커진 채 도플라와 엑스를 바라본다.

엑스는 도플라의 옆구리에 바람이 떨어뜨린 검을 깊게 찔러 넣었다.


“찌르기는 연한 부위를 깊게.”


엑스의 말에 도플라는 고개를 돌린다.


“하, 이 짐승 새끼가.”


도플라는 휘청거리며 일어난다. 그리고 옆구리에 꽂힌 검을 빼낸다.


“으아악!”


도플라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빼낸 검을 들고 엑스에게 다가간다.

엑스는 뒷걸음질도 치지 않고 바라본다.

바람은 빠르게 달려와 도플라를 발로 걷어찬다.

도플라는 검을 들고 나가떨어진다.

시선이 흐릿해지고 도플라는 바닥에서 비참하게 몸부림친다. 일어났다 쓰러지기를 반복하다 결국 쓰러진다. 그리곤 혼자 중얼거리며 자신의 옆구리를 부여잡는다.


“인간을 모두 죽여야 하는데. 하, 이대로 끝내면 안 되는데.”


바람은 정신을 잃은 도플라를 쳐다본다. 여전히 공포에 떨며.

바람의 떨림이 엑스에게도 느껴진다. 엑스는 무덤덤한 눈으로 도플라를 바라본다.


“죽음인가? 허무해.”


엑스의 퀭한 눈은 태어나 처음 죽음을 목격했다.


“내가, 내가 이겼어!”


엑스의 말을 들은 것인지 못 들은 건지 바람은 그저 하늘에 손을 뻗고 소리친다. 바람은 몸을 돌려 독립군에게 달려간다. 그저 신난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엑스는 도플라 옆에 떨어진 바람의 검을 집어 든다. 그리고 도플라의 선글라스를 벗겨준다.

벗긴 선글라스 안에 도플라의 눈은 편안히 감겨있다.

엑스는 도플라의 단검 두 자루도 마저 챙기려 한다. 그러나 한 자루는 도플라가 손으로 꽉 쥔 채 놓지 않는다. 집념이 느껴지는 그의 손아귀 힘에서 엑스는 왜인지 측은함을 느낀다.


“당신을 따라가도 괜찮을 거 같았는데.”


엑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뒤를 돈다. 그리곤 아이언스의 본거지로, 독립군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현장으로 걸어간다.


#2 (절벽 앞, 전쟁)


바람은 숨을 몰아쉬며 절벽을 바라본다.

당연히 승리하고 있을 거로 생각했던 독립군이 잔뜩 쓰러져 있다.

햇님이가 걱정되는 바람은 멀리 절벽 위를 바라본다.

절벽 위에 총기부대는 아이언스 30명에게 진압 당하고 있다. 총기부대를 엄호하는 선발대들이 가까스로 진영을 유지하며 총기부대를 지키려 한다.

피어라는 온몸이 피로 범벅이 된 상태이다. 그저 자신의 뒤에 두 여자아이를 지키고 있다.

와이비를 안고 있는 햇님을 보고 바람은 달리기 시작한다.


“으아아악!”


그동안 본 적 없는 바람의 속도. 절벽 위로 달리는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아이언스 한 명이 뒤를 돌아 달려오는 바람을 본다.


[뭐지? 우리 중에 이탈자는 없는데.]


그렇게 달려온 바람의 눈에는 이성이 없다. 어느새 아이언스 뒤까지 도착한 바람이다. 옷차림만 아니라면 그들 중 하나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바람은 아이언스 하나의 목을 잡고 들어 올린다.

아이언스는 자신이 들리는 모습에 당황한다.


[컥. 뭐야? 내가 들리고 있다고?]


바람은 아이언스를 잡고 절벽 아래로 던져 버린다.

아이언스가 떨어지는 모습에 다른 아이언스들도 바람에게 집중한다.

그 사이 선발대는 숨을 돌린다.

그 모습을 바라본 햇님은 소리친다.


“바람아! 안돼! 도망쳐!”


아이언스 하나는 빠르게 접근해 바람에게 진압봉을 휘두른다.

바람은 이미 의식이 날아가 버렸다. 그저 몸이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휘두르는 진압봉을 잡고 아이언스의 겨드랑이에 자신의 팔꿈치를 넣고 절벽 아래로 넘겨 버린다. 그렇게 달려드는 아이언스 둘 사이로 파고들어 한 명의 팔을 꺾는다. 아이언스는 팔이 꺾이며 진압봉을 떨어뜨린다. 바닥에 떨어지기 전의 진압봉을 잡기 위해 바람은 고개를 숙인다. 진압봉을 잡고 몸을 일으키며 다른 아이언스의 턱에 진압봉을 쳐올린다.

아이언스의 얼굴이 터져 버린다.


펑-.


또 그 불빛이다.

피어라는 다시 보는 불빛의 인상을 쓴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소리친다.


“애거시! 총기부대 정렬시켜!”


쓰러져 있던 애거시도 정신을 차리며 자신의 총을 들고 아이언스의 머리에 총을 발사한다.


탕-!


아이언스의 머리가 또 하나 터진다. 애거시는 빠르게 부대원들에게 명령한다.


“전원 바람을 엄호해!”


쓰러져 있던 총기부대원들은 무릎 꿇고 앉아서 총을 쏘기 시작한다.


탕, 탕, 탕탕, 탕-.


그러나 쓰러져 나가는 아이언스들 사이로 남은 아이언스가 총기부대에 달려든다. 한 주먹에 두 명이 날아간다. 아이언스들은 총을 쏘는 부대원들을 절벽 아래로 던진다.

선발대는 필사적으로 그런 아이언스를 베고 찌른다.

그러나 아이언스들은 그들의 공격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칼을 들고 덤비는 병사를 잡고 방패로 쓴다. 그리곤 병사를 방패 삼아 총기부대에게 접근, 총기부대원을 걷어찬다. 순식간에 애거시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당했다.

선방하던 바람도 날아온다. 엄청난 모래바람과 함께 굴러온다. 햇님과 피어라 앞까지 날아온 바람은 그제야 정신이 든다.


“으...”

“바람아 괜찮아?”


햇님은 바람에게 달려온다.

바람은 아파하며 햇님이를 본다.


“햇님아. 내가 이겼어. 내가 도플라를 이겼어.”


피어라는 그제야 바람의 양팔에 흐르는 피를 본다.


“하, 이 무식한 자식이. 이제 쉬면서 햇님이랑 꼬마 아이만 지켜. 지금부턴 내가 한다.”


피어라는 양손에 손도끼를 꽉 쥔다.

아이언스 하나가 피어라에게 달려든다.

피어라는 고개를 숙여 아이언스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양쪽 아킬레스건을 끊어 낸다.

아이언스는 휘청이며 쓰러진다. 몸부림치는 아이언스의 머리통이 “펑” 소리와 함께 터진다.

애거시는 쓰러진 아이언스에게 총을 쏘고 빠르게 탄창에 총을 두 발 넣고 있다.


“피어라님. 엄호는 제가 맞겠습니다.”

“잘 부탁해.”


애거시는 탄창을 갈자마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이언스의 머리통에 총을 발사한다.

다른 아이언스는 애거시에게 달려든다.

피어라는 빠르게 아이언스의 경로를 차단하며 도끼로 목을 긋는다.

달려오던 아이언스는 목을 부여잡는다. 관성을 이기지 못한 아이언스가 애거시 옆으로 쓰러진다.

애거시는 아직 죽지 않은 아이언스의 머리통에 다시 총을 발사한다.


탕-!


순식간에 둘이 쓰러지는 것을 확인한 아이언스는 서로를 한 번씩 쳐다본 뒤 다 같이 달려든다.

피어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 아이언스들 무리로 달려든다.

뒤에서 지켜보던 바람도 일어나 합류하려 한다. 그러나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할 양팔에 피가 철철 흐르고 있다. 바람은 땅을 짚고 일어나다 쓰러지기를 반복한다.

그런 처절한 몸부림에 햇님은 옆에서 울며 바람을 말린다.

그때 피어라가 아이언스의 주먹을 맞고 뒹군다. 옆에 떨어진 손도끼를 다시 잡고 일어난다.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다. 고작 한 대, 그 어마무시한 주먹에 피어라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쓰러질 거 같은 공포에도 꿋꿋이 선다. 뒤를 돌아 바람과 햇님을 보며 멋지게 웃어 보인다.


“쓰러져 있어. 새끼야. 누나가 해줄게.”


쿵, 쿵, 쿵.


절벽 아래, 거대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언스와 독립군 모두 아래를 내려다본다.

견백을 필두로 살아남은 독립군 병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견백은 위에서 고전하는 피어라를 보며 소리친다.


“모두 빠르게 절벽을 올라 피어라를 도와라!”

“독립!”


그중 가장 빠르게 바토가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한다. 피어라를 바라보는 바토는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채로 웃으며 달려오고 있다.

견백도 그 뒤에서 대검을 높게 쳐들며 달린다.

피어라는 그제야 손에 가까스로 쥐고 있던 손도끼를 내려놓는다.


탁-.


손도끼가 떨어지고 피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리친다.


“대장!”


퍽-!


그 순간, 아이언스 하나는 피어라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는다. 피어라는 피를 뿜으며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날아가며 견백을 바라본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견백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 모습에 달려오던 바토는 이성을 잃는다.


“피어라!”


바토와 함께 남은 독립군들도 괴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그 모습에 아이언스 한 명이 명령을 내린다.


[남은 아이언스는 당장 퇴각한다. 북서 방향 J사이트 무한산 평야 본거지로 이동한다.]


아이언스들은 일사불란하게 달려간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바람이 달려온 산 쪽이다.

독립군들은 그들을 쫓지만 역부족이다.

굉장히 빠르게 지나치고 간 자리 옆으로 엑스가 서 있다. 바람의 검과 도플라의 단검 하나를 들고. 아이언스 하나는 지나치며 엑스와 눈이 마주친다.


[그 장난감은? 이런.]


엑스와 눈이 마주친 아이언스는 더 빠른 속도로 먼저 치며 달려나간다. 그렇게 남은 아이언스들은 모두 퇴각했다.

전쟁은 독립군의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그들은 승리를 만끽하기도 전에 남은 병사들을 챙겨야 했다. 부상에 몸부림치는 병사들, 죽은 동료를 끌어안고 울부짖는 병사들.

그중에는 바토도 있다. 바토는 피어라를 부여잡고 울고 있다.

피어라는 끊어지려는 숨을 부여잡으며 바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바토···. 대장님은?”


바토의 뒤에 견백이 서 있다.

피어라는 견백을 보자 눈물을 터트린다. 그리곤 바토에게 부탁한다.


“바토, 대장님과 이야기 할 수 있게 해줘.”


바토는 힘겹게 안고 있는 피어라의 몸을 일으켜 준다. 그리곤 견백에게 인사하고 돌아선다.

순령은 그런 바토를 안아준다.

견백은 무릎 꿇고 앉아 피어라의 손을 부여잡는다.


“포기하지 마라. 살 수 있다.”

“대장님. 아니 견백님.”

“그래.”

“그거 아세요?”


피어라는 말을 내뱉으며 괴로운지 견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그런 피어라의 어깨를 잡으며 견백이 말한다.


“말하지 마. 살아 돌아가서 다 이야기하자.”

“견백님이 절 구한 그날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견백님을 존경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그만 말해. 제발. 살 수 있어. 피어라야. 제발.”


견백의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이제는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안다. 그는 그리 단단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흐느끼며 자신에게 기댄 피어라를 안는다.

피어라는 그런 견백을 안으며 속삭인다.


“이리도 여린 사람이니,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죄송합니다. 견백님이 만든 세상 못 보고 먼저 갑니다.”


그렇게 피어라는 견백에게 안겨 숨을 거뒀다.

그날 독립군의 울음이 남쪽 땅 전역에 흘렀다.

아이언스들은 달리며 짐승들의 울음소리에 잠시 멈춰 섰지만 이내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는 그 현장에 엑스만이 멍하니 서 있다.


“허무하기만 한 건 아닌가.”


엑스는 처음 보는 괴이한 현상에 그저 퀭한 눈으로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저게 진짜 하늘.”


그렇게 독립군은 맑은 날 비 내리는 승리를 거뒀다.


#3 (산속, 퇴각)


먼저 달리던 아이언스는 산속에 쓰러져 있는 도플라를 발견한다. 아이언스는 도플라에게 다가간 뒤, 코에 손을 가져다 댄다.


[우리 아가. 역시 살아남았구나. 금방 살려줄게.]


나머지 아이언스들이 도플라와 아이언스를 지나쳐 달린다.

먼저 달려온 아이언스도 응급처치를 끝낸 뒤, 도플라를 들쳐 메고 다른 아이언스들을 뒤따른다.

아이언스 어깨 위에서 잠시 눈을 뜬 도플라는 혼잣말을 내뱉는다.


“제발 그냥 죽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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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인간 말살 작전(1/12) 24.02.07 9 0 13쪽
44 죽음 24.02.06 6 0 13쪽
43 독립군 24.02.05 12 0 13쪽
42 운명 24.02.04 6 0 12쪽
41 전보 24.02.03 8 1 13쪽
40 씨앗 24.02.02 7 1 13쪽
39 작전 24.02.01 7 1 13쪽
38 전쟁 준비 24.01.31 9 1 13쪽
37 우물 24.01.30 8 1 13쪽
36 짐승 24.01.29 8 1 12쪽
35 협력 24.01.28 11 1 12쪽
34 화양연화 24.01.27 8 1 12쪽
33 불씨 24.01.26 10 1 12쪽
32 동족 24.01.25 17 1 11쪽
31 바알 24.01.24 9 1 13쪽
30 미산트라 24.01.23 12 1 12쪽
29 정착 24.01.22 13 1 13쪽
28 미래 24.01.18 15 1 14쪽
» 승리 24.01.17 11 1 12쪽
26 전쟁(2/2) 24.01.16 17 2 13쪽
25 전쟁(1/2) 24.01.15 14 2 12쪽
24 조우 24.01.14 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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