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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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1.0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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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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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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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DUMMY

#1 (회의실, 결정)


커다란 자동문이 열린다. 아이언스의 본거지는 그 구조만 좀 다를 뿐 정신병원 같은 하얀 인테리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도플라는 익숙한 하얀 빛에 선글라스를 고쳐 쓴다.

아이언스 5명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 커다란 문 앞에 선다. 문 옆으로는 아이언스 두 명이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그리곤 그 옆으로 족히 미산트라 복장을 한 인간들이 무리 지어 있다. 바알의 도착과 함께 그곳에 있는 미산트라들은 모두 대열을 갖추고 경례한다.


“인간에게 죽음을.”

“쉬어.”


바알의 한마디에 모두가 올렸던 손을 내린다. 그중 하얀 미산트라 복장에 검은 완장을 차고 있는 두 명이 걸어 나온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바알.”

“드라칸, 자네만 하겠나? 가장 최북단에서 추울 텐데 고생이 많아.”


바알이 어깨를 다독이는 인물은 최북단 H사이트 미산트라 대장. 그는 언제 자른 지 확인도 되지 않는 긴 머리가 눈을 가리고 있다. 덥수룩한 수염 역시 그의 얼굴을 가리는데 한몫한다. 그런 그가 바알의 격려의 하얀 이를 드러낸다. 그 모습이 그가 식인한다는 미산트라 병사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을 사실처럼 보이게 한다.

도플라는 그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남겼다.

‘사람을 손으로 찢어 죽여 그 자리에서 씹어 먹을만한 인간.’

무기 하나 들지 않은 그의 커다랗고 두꺼운 손은 그 자체로 이미 무기였다.


“바알님. 인사드립니다.”

“카일. 자네도 오느라 고생 많았네.”


카일, 그는 위치상 끝 마을의 대칭이 되는 반대편 K사이트 지역을 담당하는 대장이다. 덩치는 드라칸과 비슷하다. 그러나 금발의 단정한 머리와 그의 푸른 눈은 드라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는 어쩐지 미산트라 보다는 독립군에 어울려 보인다. 어딘가 하나씩 고장이 나 있는 듯한 미산트라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너무 올곧고 선해 보인다.

도플라는 그런 그가 불안하다.

‘이 자식. 사람은 죽일 수 있는 거야?’

그런 그의 시선을 느낀 걸까? 카일은 바알 뒤에 서 있는 도플라에게 다가온다.


“자네군. 바알님이 꽤 신임하고 있다는 신입이.”


카일은 도플라에게 악수를 위한 손을 건넨다.

도플라는 관심 없단 듯 그 손을 무시하고 주머니에 있는 나뭇잎을 씹는다.

뒤에 있던 드라칸이 터벅터벅 걸어와 도플라의 목을 잡고 번쩍 든다. 가까이에서 보는 그의 인상은 훨씬 더 무섭고 난폭해 보인다.


“어이. 신입. 대장급이 우스워? 이 자리에서 찢어줄까?”

“하, 덩치에 안 맞게 입만 살아서는.”


도플라는 빠르게 단검을 꺼내 들어 드라칸의 팔목을 긋는다. 드라칸의 팔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새하얀 바닥에 붉은 피가 뿌려진다. 도플라는 드라칸의 두꺼운 팔을 양손으로 잡고 허리를 돌려 드라칸의 얼굴에 발차기한다.


퍽-.


큰 공격을 받았음에도 드라칸은 여전히 도플라의 목을 조르고 있다. 그리곤 도플라를 더 높게 들며 말한다.


“소원이라면 찢어주마.”


드라칸이 왼손을 높게 든다.

카일은 드라칸의 왼손을 진압봉으로 막는다.


“그쯤 해. 바알님이 보고 계신다.”


바알은 두 대장과 도플라를 말없이 쳐다보고 있다.

드라칸은 바알의 눈을 보고 침을 꿀꺽 삼키며 도플라를 내려놓는다. 도플라는 성난 개처럼 드라칸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그를 하야토가 뒤에서 붙잡으며 가까스로 말린다.


“그만해. 미친놈아.”

“이거 놔. 어차피 다 죽일 놈들. 이 자리에서 죽인다.”


바알은 도플라르 보며 인자하게 웃는다.


“진정해. 곧 피 맛은 충분히 보게 해줄게.”


드라칸은 고개를 돌려 흥분한 도플라를 바라본다.


“흥. 애송이 자식.”


드라칸은 맞은 턱을 어루만지며 아이언스 두 명을 지나쳐 회의실 문을 밀며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 뒤로 카일이 따라 들어간다. 바알은 문으로 들어가기 전 도플라에게 명령한다.


“도플라. 따라 들어와. 정식으로 널 소개해야겠다.”


도플라는 자신을 붙잡은 하야토의 손을 뿌리친다. 그리곤 드라칸이 졸랐던 목을 만지며 인상을 쓴다.


“좋아. 어디 얼마나 잘난 회의를 하는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보지.”


도플라도 바알을 지나쳐 회의실 문으로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회의실 문을 열고 바알이 들어선다.


회의실 안쪽. 거대한 스크린이 띄워져 있다. 그 앞으로 달랑 하나 있는 책상에는 아이언스 한 명이 앉아 있다. 그 옆에는 작은 카메라가 놓여있다. 그의 머리는 뚜껑처럼 열려 있다. 뇌 속 작은 칩과 카메라는 작은 실선으로 팽팽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이언스는 고개를 돌려 바알을 쳐다본다.


[왔는가? 바알.]

[바로 시작하지.]


바알은 스크린 앞에 선다. 드라칸과 카일은 회의실 문 옆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도플라도 구석진 어딘가에 삐딱하게 기대어 바알을 쳐다본다.

바알은 머리를 열고 있는 아이언스에게 묻는다.


[몇 명이나 보고 있지?]

[걱정하지 마라. 지구에 사는 모든 아이언스에게 회의 내용이 전달 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니.]

[좋아. 그럼 시작하지.]


바알은 스크린을 향해 손을 튕긴다.

스크린은 화면이 전환되며 드넓은 하늘이 보인다. 하늘을 비추는 것은 다름 아닌 새를 닮은 드론이다. 화면에는 다양한 종류의 새들과 멋진 풍경들이 보인다. 드론은 허공을 떠돌다 어느 지점에서 멈춘다. 그리곤 아래를 비춘다.

수많은 초소가 있고 끝 마을 사람들이 보인다. 끝 마을 인간들은 나무를 자르고 풀을 캐고 동물을 사냥하고 있다. 불을 지펴 음식을 하는 인간들도 있고 그저 뛰노는 아이들도 보인다. 드론은 정말 새처럼 공원의 지붕인 돔 위에 걸터앉는다. 그곳에서 머리를 돌리며 이리저리 바라본다.

그러다 화면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린다.


탕-!


드론은 소리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나무에 걸터앉는다.

화면 속에는 애거시가 보인다.

도플라는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낸다.


“애거시···?”


애거시는 드론과 눈이 마주친다. 애거시는 드론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드론이 다시 날아오르려는 순간, 애거시는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발사한다.


탕-!

치직-.


드론이 비추던 화면이 꺼지고 스크린에는 검은 화면만이 남는다.

바알은 고개를 돌려 머리통이 열려 있는 아이언스를 보며 묻는다.


[보았는가?]

[보았다.]

[무슨 생각이 드는가?]

[위험하다.]

[이래도 끝 마을에 있는 인간들을 구조해야 한다 생각하나?]

[...]


아이언스는 말이 없다. 아이언스는 눈을 감는다. 그리곤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위험해.]

[결정해야 해.]

[이전까지 하지 않았던 일이야.]

[혹시 우리가 질 가능성은?]

[그렇다면 지구는 어떻게 되지?]

[무슨 선택을 하든 지구를···.]


쾅-!


바알은 스크린 옆에 벽을 세게 친다. 혼자서 중얼거리던 아이언스는 큰 소리에 감았던 눈을 뜨고 바알을 본다.

바알은 무서운 표정으로 아이언스를 노려보며 말을 한다.


[어이. 너희들 잘 들어. 끝 마을은 무조건 모두 사살해야 한다.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지금은 그동안의 상황과 달라. 끝 마을에 자그마치 인간이 5000명이 넘는 인원이 정착했어. 너희가 기르던 애완인과 합쳐 총 일만 명이 넘게 살고 있어. 그들이 저 총이라는 무기를 모두 장착하고 북상하면 너희 막을 수 있어? 자신 있어? 현재 얼마나 많은 총이 만들었는지 몇 명이나 그걸 사용할 수 있을지 정보가 없어. 지금 가진 정보는 6개월 전 야생인간 반란 당시 대략 50명이 좀 넘는 인간만이 총을 썼다는 거야. 그 정도면 아직 우리가 이길 수 있어.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끝 마을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 이게 얼마나 급한 사항인지 알아?]

[안다.]

[아는 새끼들이 그렇게 여유를 부려? 벌써 6개월이 지났다고. 아니면 너희도 저 총이란 무기를 만들던가. 할 수 있잖아?]

[말했지만 그건 절대 안 된다. 책과 총은 남아 있어서는 안 돼.]

[답답하네. 그렇다면 나에게 아이언스 2000명만 지원해. 끝 마을 모두를 쓸어버릴게.]

[전투 능력이 없는 인간들을 구조할 방법을 찾는다. 그다음···.]

[저기 있는 모두가! 전투가 가능하다고 이 개새끼들아!]

[...]


아이언스는 또 대답이 없다. 바알은 아이언스에게서 눈을 떼고 도플라를 바라본다.

도플라는 자신을 쳐다보니 당황한다.


“왜?”

“도플라. 앞으로 나와.”

“싫어. 내가 왜.”

“드라칸, 카일 잡아 와.”

“네.”


도플라가 단검을 들어 드라칸과 카일에게 맞선다. 그러나 둘의 완력에 맥없이 앞으로 끌려 나온다. 두 명의 대장에게 양팔을 잡힌 도플라는 아이언스 앞에 선다. 아이언스는 도플라를 쳐다보며 바알에게 묻는다.


[이 자는 왜?]


도플라도 바알을 쳐다보며 묻는다.


“그니까. 나는 왜?”


바알의 사악한 웃음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는 도플라를 쳐다보며 말한다. 깊은 눈으로 설득하듯, 아니 협박하듯.


“자 도플라. 네가 말해. 저기 있는 모두가, 아이, 노인, 여자 할 거 없이 모두 전투 능력이 있지?”

“시팔. 이러려고 날 데려온 거구나?”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거지.”

[우리의 말로 해라. 인간들.]

[이 자가 할 말이 있다네. 잠시만 기다려.]

“자 도플라. 너의 말 한마디가 인간 말살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거야.”

“크크. 이제 알겠어. 당신이란 인간을. 도저히 속을 알 수 없었거든.”

“서운한데? 난 한 번도 너에게 감춘 적이 없다고?”

“지금 내 꼴을 봐. 감춘 적이 없어?”

“그건 사과하지. 일종의 선물이네. 깜짝 선물.”

“선물은 그런 게 아니지.”

“그럼 뭐가 선물이지?”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J사이트 대장 자리를 줘. 날 붙잡고 있는 이 두 놈과 같은 권한이 있는.”

“음. 그러려면 최소 30명 이상의 미산트라 병사들이 필요해. 우리에겐 그만한 병력이 없고.”

“있어. 끝 마을 사는 놈 중 몇 명만 살려. 쓸만한 놈들로 차출해서 내가 문제없이 인간 사냥에 적응하게 할게.”


바알은 도플라를 바라본다. 선글라스 낀 도플라 눈이 보이지 않는다. 바알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고민한다. 그러다 도플라에게 다가가 선글라스를 살짝 벗겨 그의 눈을 본다. 광기 어린 도플라의 눈에 바알은 히죽거린다.


“좋아. 그렇게 해주지.”


그리곤 고개를 돌려 아이언스를 보며 말한다.


[자, 이제 이자가 설명할 거야.]

[뭘 설명해?]


도플라는 옆에 있는 드라칸과 카일을 쳐다보며 말한다.


“이 손 놔. 건방진 자식들아. 이젠 너희나 나나 똑같은 위치니까.”


드라칸과 카일은 바알을 본다. 바알을 그렇게 하라는 손짓을 보인다. 드라칸과 카일이 손을 놓고 물러난다.

도플라는 아이언스에게 다가가 선글라스를 벗어 자신의 망가진 눈을 보여주며 말한다.


[내 눈깔 보여? 이게 고작 열일곱 살짜리 여자아이가 만든 상처다. 전투 능력이 없는 자들은 구조할 방법이 없냐고? 저들이 위로 올라올 때 후회하지 말고 당장 내일이라도 무기 챙겨서 끝 마을 인간들을 말살시켜 멍청이들아. 내가 태어난 인간의 섬은 세상 밖에 나오는 순간부터 칼을 잡아야 하니까.]


도플라의 과장을 조금 보탠 말은 아이언스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이언스는 또 눈을 감고 혼잣말을 퍼붓기 시작한다. 아까보다는 조금 더 빠르고 격양된 느낌으로. 그러나 그들이 격양됐을 리는 없다. 감정이 없는 이들이니. 단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뇌 회전이 빨라질 뿐이다.


[좋아. 그렇게 결정하지.]


아이언스의 감은 눈이 떠진다. 그는 동공 없는 눈으로 바알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이언스 3000명을 지원하지. 다만 작전을 꼭 성공시켜. 이번 작전에서 실패한다면 너희에게만 주던 특혜는 거둔다.]


“으히히. 크크.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풉. 크크.”


바알은 또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히죽거린다. 고개를 돌려 아이언스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 조건 마음에 드네. 꼭 성공시켜줄게.]


도플라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인간의 섬에선 태어나는 순간부터 칼을 잡아야 한다.

그 칼이 전투를 위한 칼이 아닐 뿐. 그 칼은 그저 생존을 위한 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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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운명 24.02.04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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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 24.02.01 8 1 13쪽
38 전쟁 준비 24.01.31 9 1 13쪽
37 우물 24.01.30 8 1 13쪽
36 짐승 24.01.29 8 1 12쪽
35 협력 24.01.28 11 1 12쪽
34 화양연화 24.01.27 9 1 12쪽
33 불씨 24.01.26 11 1 12쪽
32 동족 24.01.25 17 1 11쪽
31 바알 24.01.24 9 1 13쪽
30 미산트라 24.01.23 12 1 12쪽
29 정착 24.01.22 13 1 13쪽
28 미래 24.01.18 15 1 14쪽
27 승리 24.01.17 11 1 12쪽
26 전쟁(2/2) 24.01.16 17 2 13쪽
25 전쟁(1/2) 24.01.15 15 2 12쪽
24 조우 24.01.14 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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