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전쟁·밀리터리

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1.02 21:58
최근연재일 :
2024.02.14 21:2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761
추천수 :
67
글자수 :
291,223

작성
24.02.09 21:30
조회
9
추천
0
글자
13쪽

인간 말살 작전(3/12)

DUMMY

#1 (제은산, 전리품)


모닥불을 앞에 병사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불 위로는 고기가 구워진다. 병사들은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맛있게 고기를 먹는다.

바람은 고기를 구우며 순령에게 묻는다.


“순령이 형. 근데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순령은 고기를 먹으려다가 한심한 눈으로 바람을 쳐다본다.


“너 견백 형님 연설할 때 뭐 들었냐?”

“저런 걸 같은 선발대라 말하기 창피하다. 안 그러냐? 바토?”


쿄헤이는 바토를 툭툭 치며 말한다.

바토는 고기를 입안에 잔뜩 넣고 웅얼거린다.


“(웅얼거리며) 그렇지. 그걸 모른다니 실망인데?”


순령은 피식 웃으며 바토를 빤히 바라본다.


“뭐야? 순령이 형 왜 쳐다보는데?”

“바토. 그렇다면 네가 설명 좀 해줘라. 우리 어디 가는지.”

“흥. 못할까봐? 우리는! 음. 그러니까. 일단 그게. 음. 그게. 아! 아이언스를 때려잡으러 가는 거다!”

“그러니까 어디로?”


바토는 눈치를 보며 식은땀을 흘린다.

햇님은 바람이에게 고기를 하나 건네주며 말한다.


“바람아. 우리는 땅을 넓히기 위해 최종적으론 북쪽으로 갈 거야. 그런데 지금 가는 곳은 북쪽이 아니야. 북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해. 그래서 지금 향하는 곳엔 동쪽이야. K사이트 봉수산이 둘러싸고 있는 연향앞들 평야 아이언스 본거지를 공격할 거래. 그렇죠? 바토님?”

“응. 그렇지! 그렇지! 바람아. 선발대면 이런 걸 잘 알고 있어야 해. 으하하.”


바토는 바람의 등을 팡팡 치며 말한다.

바람은 한심하단 표정으로 바토를 바라본다.

그 둘을 한심하단 표정으로 순령과 쿄헤이가 바라본다.


사사삭-.


작은 인기척이 수풀에서 들려온다.


“조용.”


쿄헤이는 검지를 입에 가져가며 바람과 바토를 조용히 시킨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경계한다.

그 모습에 모든 병사가 무기를 챙겨 주변을 경계한다.

순령은 병사들을 향해 휘파람을 불며 모닥불을 끈다.

병사들도 순령을 따라 모래를 불을 향해 집어 부으며 불을 끈다.

아직 초저녁. 불이 사라진다고 완연한 어둠이 찾아오진 않는다. 그러나 공포심을 가져다 줄 만큼의 어둠이 찾아온다. 그 어둠 사이로 쿄헤이는 눈을 빠르게 돌린다.

수풀에서 무언가 꿈틀거린다.

쿄헤이는 서서히 검을 꺼내 든다.


#2 (옥산, 전리품)


미산트라 100명은 3부대로 나뉘어 빠르게 언덕 위를 향한다.

그중 하야토를 중심으로 30명이 부대가 불이 피어오르고 있는 언덕 아래에 몸을 숨기고 대기한다.

연기 나는 반대 방향 언덕으로 뛰는 36명의 전사는 드라칸을 따르는 H사이트의 병사들이다. 그들을 이끄는 인간은 부대장 우메르. 새하얀 얼굴에 드라칸처럼 머리를 땋았다. 그는 머리가 날릴 정도로 빠르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언덕으로 달려간다.

연기가 나는 언덕 위 수풀로 잠입하는 것은 카일의 부하들이다. 카일의 부대장 바오차오는 뚱뚱한 배를 씰룩이며 수풀에서 기어간다. 큰 덩치와는 다르게 몸이 유연하고 재빠르다. 오히려 빼빼 마른 다른 병사들은 바오차오를 쫓는 것을 힘겨워한다. 바오차오는 수풀로 천천히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바로 뒤로 접근한다.

모닥불을 피는 이들 쪽에서는 하하호호 소리가 들린다.

바오차오는 고개를 든다. 오른쪽 언덕에 자리 잡은 우메르를 찾는다.

우메르는 모닥불이 피는 곳보다 높은 곳에서 주변을 살핀다. 모닥불은 하나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메르는 주변에 불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벌떡 일어나 소리친다.


“미산트라. 공격!”


하야토와 병사들은 언덕 아래에서 무기를 꺼내 들고 소리친다.


“공격!”


달려나가려는 하야토의 어깨를 도플라가 붙잡는다.

도플라는 얼마나 달려왔는지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며 묻는다.


“후우. 바알이 뭐라 그랬어?”

“바알이? 바알님이 네 친구냐? 꺼져. 여기 있는 100명을 모두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으면.”


도플라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들고 하야토 목에 겨눈다.


“뭐라고 했냐고? 두 번 묻게 하지마. 진짜 죽여.”


하야토는 도플라를 보며 긴장한다. 검을 들고 있는 손을 더 꽉 쥔다. 그러나 검이 덜덜 떨리는 소리를 감추지 못한다.

도플라는 그런 하야토 목에 단검을 더 깊게 들이밀며 압박한다.


“아 시팔. 알았어. 알았다고. 저기 위에 있는 벌레들 처리하기 전에 마음껏 놀다 죽여도 된다고 하셨어.”

“마음껏 놀다니?”

“왜 이렇게 말을 못알아 처먹어? 뻔하잖아. 남자들이면 고문하면서 데리고 놀다 죽이면 되고, 여자면 뭐 재미 좀 보는 거고, 아이들이 많으면 그건 모르겠다. 난 그쪽 취향은 아니라.”

“크크크크크.”


도플라는 단검을 거두고 혼자 낄낄대며 웃는다. 얼마나 웃긴지 배를 부여잡고 쪼그려 앉아 웃는다.

하야토는 그런 정신이 나간 도플라를 보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친다.


“야 할 말 다 했지? 나도 올라간다?”

“거기서. 새끼야.”


웃음을 멈춘 도플라는 하야토를 멈춰 세운다.


“잘 대답해. 이 자리에서 너 죽을 수 있어.”

“아니. 왜 나한테만 지랄인데!”

“너는 왜 인간 사냥을 하는 거냐?”

“뭐···? 그야 벌레를 사냥하는 일이 우리 미산트라의 숙명이니까.”

“벌레라 사냥하는거라고?”

“그래. 짐승 같은 인간 새끼들은 모조리 죽어야지. 너도 그걸 공감하니까 미산트라에 들어온 거 아니야?”

“그렇지. 그런데 도대체 어떤 병신들이 짐승이랑 교미하고 벌레를 고문하며 희열을 느끼냐?”


하야토는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도플라를 쳐다본다.

도플라는 그 모습에서 과거 이 찬의 모습이 보인다.

도플라와 이 찬은 새벽오름에서 멀리 있는 육지를 쳐다보고 있다. 그러다 도플라가 몸을 돌려 이 찬을 보며 묻는다.


“찬아. 대답해봐라. 넌 인간과 짐승의 차이가 뭐라 생각하냐?”

“음. 글쎄요. 본능대로 살아가지 않는 거?”

“인간도 욕망이 있잖아? 그 욕망 때문에 얼마든지 더러운 짓도 하는거고.”

“그러면 중대장님은 욕망이 없는 분이십니까?”


도플라는 말없이 찬이를 바라본다.


“전 살며 중대장님이 더러운 짓 하는 놈들, 용서하는 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중대장님이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도플라는 말없이 쳐다본다. 그 대상이 찬이가 아니라 하야토일 뿐.

하야토는 짜증이 난다는 듯 인상을 구기며 말한다.


“뭔 소리를 하는거야? 시팔. 너나 나나 인간. 말인즉슨 짐승 새끼들이라고. 우리도 때 되면 바알님이 죽여주실 거다. 그때까지는 짐승답게, 벌레처럼 살아. 제발 나 좀 내버려 두고.”


하야토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다 도망가듯이 언덕 위로 오른다.

도플라는 더는 하야토에게서 찬이가 보이질 않는다. 그는 몸을 털며 일어난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언덕 위를 본다. 언덕 위에서는 모닥불이 꺼지고 여자들의 비명소리와 남자들의 절규가 울린다.

도플라는 그 소리를 듣고 검을 꽉 쥐고 돌아선다. 그리곤 언덕 아래로 내려간다.


“찬아. 너는 인간으로 살아가라.”


#3 (제은산, 전리품)


수풀에서 무언가 꿈틀거린다.

선발대 간부들은 빠르게 수풀 주변을 감싼다.


야옹-.


“하, 또 속네. 또 속아. 고양이다! 긴장 풀어.”


쿄헤이는 검을 땅바닥에 던지며 털썩 주저앉는다.

수풀 주변으로 자리 잡던 선발대도 모두 자리로 돌아온다.

나머지 병사들은 긴장돼서 참고 있던 숨을 내쉬며 모두 모닥불 앞에 앉는다.


타다다닥-.


“여기 어디쯤이라 하지 않았어?”

“분명 이쯤에서 불이 올라오는 것을 내가 봤다니까?”

“그런데 불이 안 보이잖아?”

“어어. 저기, 저기. 사람 보인다.”

“하하하! 오늘은 폭식하겠구나. 모두 공격!”

“으아아아!”


언덕 아래 8명의 거지꼴을 한 야생인간들이 독립군을 향해 달려든다.

독립군은 다시 모닥불을 피우다가 그들을 돌아본다.

야생인간들은 독립군의 말도 안 되는 숫자를 보고 달려오다 멈춰 선다.

제일 먼저 앞선에서 달려오던 이는 이 거지들의 대장인 에르페다. 검은 얼굴의 노란 짧은 머리. 그는 당황함에 머리를 긁적이며 해맑게 웃는다. 그의 검은 얼굴에 새하얀 이가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난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저희가 길을 헷갈려서 그럼 이만.”


에르페는 고개를 꾸벅하고 돌아선다. 돌아서니 이미 자신의 동료들은 독립군에게 붙잡혀 있다.

순령은 천천히 걸어와 에르페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묻는다.


“아니야 너희 길 잘 찾아 왔어. 반가워 친구. 환영해.”


에르페는 허탈하게 웃는다.


“으허. 하하. 으허허허. 허허. 으하하하.”

“하하하하. 으하하하.”


순령도 따라 웃는다.

둘은 갑자기 신이 나서 웃기 시작한다.

그러다 에르페가 무릎을 꿇고 손을 싹싹 빌기 시작한다.


“잘 못 했습니다. 살려주세요. 그저 배가 고팠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불빛이 보였고 가까이 오니 맛있는 냄새가 산중에 진동하여 허기를 달랠 생각에 올라왔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에르페가 무릎 꿇고 빌자 그 뒤에 있던 야생인간들도 무릎을 꿇고 싹싹 빌기 시작한다.

건물에서는 견백과 괴테몰리 그리고 제임스가 걸어오고 있다.

모든 병력은 고개를 돌려 견백을 향해 경례한다.


“독립!”


우렁찬 경례 소리와 그들의 절도 있는 행동에 에르페는 더 당황한다. 에르페는 무릎 꿇고 기어가 견백의 발을 붙잡고 이야기한다.


“어이구. 독립군들인 줄 알았으면 이 산에 오를 엄두도 안 냈을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제발 저희 부족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독립군이 아닌 다른 인간이면 어찌하려고 했나?”


에르페는 견백의 질문에 고개를 살짝 든다. 그리곤 노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싸워서 빼앗았겠지요? 협박이 통하면 싸우지 않고 빼앗았을 것이고요.”


에르페의 말에 견백 표정이 어두워진다.

에르페는 그 표정을 보고 다시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저희가 어찌 독립군들에게 그리하겠습니까? 돌아가려 했습니다.”

“약한 인간이면 빼앗고 강한 인간이면 싸워보지도 않는단 말이냐?”

“그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자연의 섭리가 그러한걸요.”

“지랄.”


견백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

독립군은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견백을 본다.

에르페는 두려움에 고개도 들지 못한다.


“그것이 인간이더냐? 같은 인간을 약하단 이유로 약탈하는. 그런 건 짐승이다. 어찌 인생을 그리도 짐승같이 산단 말이냐?!”


견백의 호통에 에르페가 고개를 든다. 에르페의 얼굴에는 남아 있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의 표정에는 그저 역겨움이 남아 있다. 그는 겁을 상실했는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주변 병사들이 모두 그의 움직임을 주목하며 무기를 꺼낸다.

견백은 손을 들어 그들을 물린다.

에르페는 얼굴을 잔뜩 구기며 견백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부딪치며 말한다.


“하. 가증스러운 새끼 같으니라고. 그냥 죽여 새끼야.”

“뭐라고?”

“너희 독립군 놈들은 우리에게서 가족을 빼앗아가고, 아이언스 앞잡이 놈들은 틈만 나면 우리를 죽여댄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그저 당하고만 살라는 거냐?”


뒤에 있던 햇님이 에르페에 말에 당황하며 묻는다.


“그게 무슨 소리죠? 독립군이 가족을 빼앗아간다니요?”


에르페는 햇님을 노려본다. 그리고 견백을 지나쳐 햇님에게 다가간다.

그 앞을 바람이 막아선다.

에르페는 바람을 보고 뒷걸음질 친다.


“뭐야? 너희 아이언스 앞잡이였어?”

“아이씨. 아이언스 아니라고.”


바람은 욱하며 에르페에게 다가간다.


“그만.”


견백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숨을 죽인다. 견백은 에르페에게 다가와 말한다.


“자네가 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네.”

“무슨 소리야? 자세히 듣고 말고 할 게 어딨어? 너희 독립군이잖아. 복장만 봐도···.”


에르페는 그들의 군복을 본다. 어딘가 기존의 독립군과 묘하게 다른 군복. 색은 비슷하나 그들과는 묘하게 다르다. 심지어 자신들을 바라보는 표정마저도 이질감이 느껴진다.


“너희 뭐야?”

“우리는 섬에서 올라온 독립군이다. 이곳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자네 부족을 지켜주고 고기를 제공하겠네.”


에르페는 주변을 둘러본다. 모닥불 위로 맛있게 익고 있는 고기를 본다. 그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인다.

인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전리품을 취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오후 9시 30분으로 변경합니다. 24.01.02 10 0 -
52 인간 말살 작전(8/12) 24.02.14 6 0 13쪽
51 인간 말살 작전(7/12) 24.02.13 7 0 13쪽
50 인간 말살 작전(6/12) 24.02.12 6 0 13쪽
49 인간 말살 작전(5/12) 24.02.11 9 0 12쪽
48 인간 말살 작전(4/12) 24.02.10 9 0 12쪽
» 인간 말살 작전(3/12) 24.02.09 10 0 13쪽
46 인간 말살 작전(2/12) 24.02.08 8 0 13쪽
45 인간 말살 작전(1/12) 24.02.07 9 0 13쪽
44 죽음 24.02.06 6 0 13쪽
43 독립군 24.02.05 12 0 13쪽
42 운명 24.02.04 6 0 12쪽
41 전보 24.02.03 8 1 13쪽
40 씨앗 24.02.02 7 1 13쪽
39 작전 24.02.01 7 1 13쪽
38 전쟁 준비 24.01.31 9 1 13쪽
37 우물 24.01.30 8 1 13쪽
36 짐승 24.01.29 8 1 12쪽
35 협력 24.01.28 11 1 12쪽
34 화양연화 24.01.27 9 1 12쪽
33 불씨 24.01.26 11 1 12쪽
32 동족 24.01.25 17 1 11쪽
31 바알 24.01.24 9 1 13쪽
30 미산트라 24.01.23 12 1 12쪽
29 정착 24.01.22 13 1 13쪽
28 미래 24.01.18 15 1 14쪽
27 승리 24.01.17 11 1 12쪽
26 전쟁(2/2) 24.01.16 17 2 13쪽
25 전쟁(1/2) 24.01.15 14 2 12쪽
24 조우 24.01.14 9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