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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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1.02 21:58
최근연재일 :
2024.02.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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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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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DUMMY

#1 (공원, 개구리)


우물 안 개구리.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작은 우물 밖 지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나 우물 밖 개구리. 그들도 아무것도 모른다. 작은 우물 안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말이다.

은고페페는 공원으로 나오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5000명이란 어마어마한 숫자를 들었을 때 짐작은 했다. 아주 많은 사람이 살고 있겠구나. 그러나 눈으로 직접 확인한 그 모습은 감히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의 모습이 아니었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들. 뛰어노는 아이들. 여기로 고개를 돌려도 사람, 저기로 고개를 돌려도 사람. 육지에서 살아남은 일평생 동안 인간이 이렇게 한곳에 모여 있는 장면은 본 적이 없다. 이러다 아이언스 눈에라도 띄면 모두 잡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은고페페는 많은 사람을 보며 애거시에게 묻는다.


“이 인원이 전체 5000명인 겁니까?”

“아니요. 지금 이곳에는 고작 1000명도 있지 않습니다. 이 큰 건물을 총 열 구역으로 나눠 생활 중입니다.”

“열 구역이요? 그러면 어림잡아 일만 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까?”

“네.”

“분명 5000명이라고?”

“아 그것은 저희 인간의 섬에서 온 인원만 그렇습니다. 나머지 5000여 명은 원래 이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 즉 아이언스에게 길러지던 사람들입니다.”

“아 애완인을 말하는 것이군요.”

“그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징그럽게. 견백 대장님은 그 표현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러지 견백 대장님을 만나실 땐 원주민이란 단어를 사용해주세요.”

“아, 네. 조심하겠습니다.”

“이곳은 공원이라 불리는 공간입니다. 그들이 원주민들의 생활터전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튼튼하게 지어진 건물이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건물 규모도 말도 안 되게 크고요. 이리로 오시지요.”


애거시는 공원 중앙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은고페페는 그의 뒤를 따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늘 아이언스의 본거지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인간을 어떻게 먹이고 키울까?’

그러면서 마음껏 상상했다. 그러나 자신의 상상이 현실에 얼마나 뒤처지는지를 깨닫고 있었다. 정보 부대라 불리기에 창피한 정보력을 가졌음에 반성하는 은고페페였다.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놓은 공원의 반쯤 걸어간다. 그러다 애거시가 우두커니 선 곳은 우렁찬 소리로 떨어지는 폭포수 앞이다. 그는 폭포수 옆에 작은 버튼 하나를 누른다. 무섭게 떨어지던 폭포수는 거짓말처럼 멈추고 커다란 벽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벽은 반으로 쪼개지며 바깥세상을 드러낸다.


끼이이이-.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찬란한 햇빛과 눈에 뒤덮인 넓은 공터가 나온다. 햇빛이 눈에 반사돼서일까? 문 안쪽에서는 바깥세상이 보이질 않는다.

은고페페는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빛에 팔로 눈을 감싼다.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흐른다. 어느 정도 적응을 했는지 은고페페는 서서히 팔을 치우고 바깥세상을 본다. 눈이 소복이 쌓인 드넓은 공터에서 수많은 병사가 훈련하고 있다. 애거시는 그 후광을 받으며 은고페페에게 이야기한다.


“보여드리죠. 인간의 섬 독립군의 모습을.”


애거시는 앞장서 걸어나간다. 은고페페는 홀린 듯 그 뒤를 쫓는다.


#2 (훈련장, 인간의 섬 독립군)


으랏차-!

하얏-!

악-!


다양한 기합 소리가 훈련장에 울려 퍼진다. 쏟아지는 함박눈을 신경도 쓰지 않고 얼굴이 빨개진 채로 훈련에 전념하는 병사들이다. 은고페페는 그들의 모습에서 어쩐지 가슴이 뛴다. 그렇게 애거시를 따라 끊임없이 걷는다.


“으악!”


쿄헤이가 소리를 치며 은고페페 앞으로 날아온다. 쿄헤이가 날아간 방향으로 눈은 길게 쓸려 있다. 쿄헤이는 주변의 눈을 '탁' 치며 짜증을 낸다.


“이건 불공평하다고! 저 자식 덩치 봐.”


쿄헤이가 가리킨 곳에는 바람이 서 있다. 커다란 나무들을 박아 만든 그들의 대련장이 보인다. 그 대련장 위로 바람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은고페페는 바람을 보고 기겁하며 자신의 검을 뽑아 든다.


“으악! 아이언스가 어떻게 이곳에? 모두 뭐합니까? 무기 드세요! 위험하다고요!”


검을 꺼내 들고 바람을 향해 소리치는 은고페페를 다들 덤덤하게 쳐다본다. 애거시는 은고페페의 손을 잡고 칼을 내리며 이야기한다.


“저 아이는 독립군 병사입니다. 아이언스가 아니에요. 그저 닮은 것뿐입니다.”

“애거시 중대장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서운하게 합니까? 안 닮았습니다!”


그 옆에서 엑스는 눈 위에 아이언스 두 명을 그린다. 그리고 바람의 등을 툭툭 치며 자신의 그림을 보여준다.


“이게 아이언스. 이건 너. 똑같아.”

“이 생쥐 같은 자식이. 너 올라와! 당장 한판 붙어!”


순령과 바토는 대련장 위에서 배를 잡고 자지러진다. 그러고 바토는 엑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이야. 너 그림 잘 그린다.”


와이비 쫄쫄 다가와 그림을 보고 바람에게 달려가 말한다.


“아이언스 오빠! 우리 숨바꼭질하자!”

“와이비야. 바람이 오빠 놀리면 안 돼.”


햇님이는 와이비를 번쩍 안는다. 와이비는 해맑게 웃으며 바람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아이언스라고 연신 소리친다.

바람의 머리에서 김이 올라온다. 열이 받았는지 바람은 소리치며 엑스에게 달려든다.


“더는 못 참아! 한 판 붙자고. 이 생쥐 자식아!”

“덩치만 큰 게. 덤비든가.”


엑스는 작은 덩치로 밀리지 않고 목검을 집어 든다. 그 둘 사이를 바토가 중재한다.


“어이. 바람 들어가. 엑스의 이번 상대는 햇님이다. 만약 엑스가 햇님이를 이긴다면 너희 둘은 결승에서 만나겠네. 그때 시원하게 한 판 붙어라.”

“흥! 저딴 놈이 올라올 수나 있겠어? 햇님아. 아주 묵사발을 내버려!”


햇님이는 안고 있던 와이비를 내려놓는다. 그리곤 머리를 묶기 시작한다. 머리를 다 묶은 햇님은 대련장 옆에 걸려 있는 목검 하나를 집어 든다. 그리곤 허공에 여러 차례 목검을 휘둘러 본다.

그 모습을 쭉 보고 있던 은고페페는 애거시에게 묻는다.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오늘은 대련이 있는 날입니다. 선발대를 뽑기 위한 대련입니다.”

“선발대요?”

“네. 독립군 부대에서 가장 전투력이 높은 병사들은 선발대에 속하게 됩니다. 가장 위험한 일,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언제나 전선의 앞선에 선 위대한 전사들입니다.”

“그럼 지금 저 여자아이도? 상대가 되겠습니까? 남자아이가 좀 덩치가 작아 보여도 남자인데. 하물며 저 여자아이는 너무 작지 않습니까?”

“검을 쓰는 일에 남, 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타고난 재능과 비교 불가한 노력만이 존재할 뿐이죠.”


은고페페는 애거시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저 작은 아이 둘이 최고의 전사 후보라니. 아이언스를 닮은 아이를 제외하고는 하나 같이 약해 보이는 아이들뿐이다. 대련 시작 전, 우물 밖 개구리 은고페페는 확신한다.

‘역시. 망태 어르신이 압도적인 것이었어. 고작 저런 아이들이 최고의 전사 후보라면 이곳 독립군 전력도 알만하네.’

은고페페의 생각이 끝나자 개구리 두 마리는 각자 목검을 들고 대련장으로 들어간다. 대련장 가운데 바토가 서 있다. 바토를 가운데 두고 햇님과 엑스는 서로를 바라본다. 바토는 서로를 번갈아 보며 말한다.


“자 규칙 잘 알고 있지? 규칙은 단 하나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승리해라.”


바토는 두 발 물러난다. 그러곤 소리친다.


“싸워!”


바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햇님은 목검을 들고 엑스에게 달려든다. 수만 번 그 무거운 손도끼를 휘두르던 햇님이다. 목검은 햇님에게 매우 가벼운 무기다. 빠른 속도로 햇님은 엑스의 머리를 향해 정확하게 내려친다.

엑스는 다 귀찮다는 듯 건성으로 검을 든다. 일 합. 검이 막힌 햇님은 빠르게 한 발 무른 뒤 이번엔 횡으로 검을 휘두른다. 그 역시 엑스는 손쉽게 막는다. 같은 동작이 반복된다. 다만, 속도는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빨라진다.

대련장 밖에서 바람은 소리친다.


“으하하! 엑스 자식 막기 바쁜 거봐라. 떨어져 버려! 여기서 떨어져 버리라고!”


순령은 그런 바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한다.


“너 그럼 결승에서 햇님이랑 싸워야 해.”


바람의 턱이 땅에 떨어질 듯 벌어져 있다. 순령은 그런 바람을 보고 한심하단 듯 고개를 절레절레 돌린다. 와이비는 순령 옆에서 순령을 따라 하며 말한다.


“바람 오빠는 바보야.”

“으어어. 어떡하지. 햇님이 이겨라! 아니, 햇님이 져라. 아니, 엑스 놈만 져라! 그럼 햇님이가 이기는데 햇님이랑 결승에서 못 싸우는데. 나 선발대 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혼자서 난리 치는 바람이다. 와이비는 바람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흔든다. 바람이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와이비는 바람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손짓한다. 바람은 울 거 같은 표정으로 쪼그려 앉아 와이비를 쳐다본다. 그런 바람에게 와이비는 귓속말을 한다.


“바보야. 엑스 오빠가 햇님 언니를 이기고 바람 오빠가 복수해주면 되잖아!”

“오오!”


바람은 어린 와이비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와이비는 별거 아니라는 듯 머리를 치며 우쭐한다. 바람은 와이비에게 엄지척 하며 벌떡 일어나 응원을 시작한다.


“으하하. 엑스놈 이겨라! 이기면 내가 햇님의 복수를 해주마. 엑스 이겨라!”


대련장 안에서 엑스는 바람을 한심하게 쳐다본다.

햇님은 그런 엑스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소리친다.


“한눈팔지 마! 엑스.”


햇님은 엑스의 목을 향해 정확하게 칼을 꽂는다. 엑스의 잔상이 남고 햇님은 고개를 돌려 엑스를 찾는다. 엑스는 햇님의 다리를 목검으로 내리쳐 무릎 꿇린다. 그리곤 햇님의 어깨를 세게 내리친다.


“아!”


햇님은 어깨를 부여잡고 아파하며 뒤로 물러난다.

그 모습에 바람이 또 난리가 난다.


“야이 생쥐 자식아! 누굴 때려. 당장 나와 죽여버린다. 햇님이 때리지 말고 이기라고!”


와이비와 순령은 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돌리며 바람을 한심하게 쳐다본다.

대련장 안에서는 긴 싸움의 끝이 보인다. 쉼 없이 몰아친 햇님과 받아치기만 하던 엑스의 체력은 현저하게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햇님이 어깨를 붙잡고 숨을 고른다. 그 틈을 주지 않는 엑스는 햇님을 향해 목검을 휘두른다.

햇님은 가까스로 엑스가 휘두르는 검을 쳐낸다. 그러나 점점 대련장 기둥 쪽으로 밀린다. 결국, 햇님은 코너에 선다. 햇님은 양손으로 목검을 잡고 엑스를 쳐다본다. 엑스는 목검을 땅에 짚으며 무덤덤하게 말한다.


“포기해.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포기 안 해. 방심하지 마. 난 절대 안 질 거야.”


햇님의 눈은 독기로 가득하다. 순수하고 해맑던 그 소녀를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여전히 작고 여리지만, 소녀의 눈은 이미 전사가 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은고페페는 그들의 싸움을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다. 아직 그의 넋을 잃게 할 더 큰 일이 남아 있음에도 말이다.


탕-!


대련장 멀리서 큰 총소리가 울려 퍼진다. 은고페페는 깜짝 총소리 나는 방향으로 놀라 고개를 돌린다. 애거시는 관심도 없다는 듯 덤덤하게 아이들의 결투를 바라보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 대련이 끝나면 알려드리죠.”


은고페페가 다시 고개를 돌린다. 엑스 역시 총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엑스는 총소리를 향해 혼잣말한다.


“아 총 쏘고 싶다. 칼싸움은 재미없어.”

“방심하지 말라고!”


햇님은 먼 곳을 바라보는 엑스의 머리를 향해 늘 연습하던 베기를 다시 내리친다. 아주 정확한 자세로 연습했던 그대로 빠르게.


후웅-.


검은 그대로 빠른 속도로 내려가 눈이 가득한 바닥에 꽂힌다. 엑스는 한 걸음 옆에 서서 햇님을 향해 같은 자세로 목검을 내리치며 말한다.


“아플 거야. 미안.”


탁-!


햇님의 머리에서 목검의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햇님은 정신을 잃고 무릎 꿇는다. 무릎 꿇은 햇님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 엑스의 배에 목검을 꽂아 넣었다. 엑스는 배에 닿은 목검을 보며 중얼거린다.


“이건 또 무슨 감정이려나? 흠, 갈 길이 멀다.”


우물 안의 개구리들은 그렇게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었다.

우물을 무너뜨릴 정도로 거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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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인간 말살 작전(2/12) 24.02.08 7 0 13쪽
45 인간 말살 작전(1/12) 24.02.07 8 0 13쪽
44 죽음 24.02.06 6 0 13쪽
43 독립군 24.02.05 11 0 13쪽
42 운명 24.02.04 6 0 12쪽
41 전보 24.02.03 8 1 13쪽
40 씨앗 24.02.02 7 1 13쪽
39 작전 24.02.01 7 1 13쪽
38 전쟁 준비 24.01.31 9 1 13쪽
» 우물 24.01.30 8 1 13쪽
36 짐승 24.01.29 7 1 12쪽
35 협력 24.01.28 11 1 12쪽
34 화양연화 24.01.27 8 1 12쪽
33 불씨 24.01.26 10 1 12쪽
32 동족 24.01.25 17 1 11쪽
31 바알 24.01.24 9 1 13쪽
30 미산트라 24.01.23 11 1 12쪽
29 정착 24.01.22 13 1 13쪽
28 미래 24.01.18 15 1 14쪽
27 승리 24.01.17 10 1 12쪽
26 전쟁(2/2) 24.01.16 16 2 13쪽
25 전쟁(1/2) 24.01.15 14 2 12쪽
24 조우 24.01.14 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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