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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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1.0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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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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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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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말살 작전(6/12)

DUMMY

#1 (비봉산, 함락)


엑스는 비봉산 능선을 걷는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크낙새들은 엑스를 보호하듯 엑스 주변을 맴돌며 낮게 난다.

엑스는 그들에게 손을 뻗는다.

크낙새 한 마리가 날아와 엑스의 손 위에 앉는다.

엑스는 크낙새를 쓰다듬는다.

크낙새는 기분이 좋은지 계속 엑스의 손에 머리를 비빈다.

갑자기 낮게 날던 크낙새들이 울며 높이 날아간다. 엑스 손 위에서 쉬고 있던 한 마리도 무리를 따라 높게 날아간다.

엑스는 능선 아래 연청산으로 이어지는 산 길목에 아이언스를 발견한다. 그 뒤로 셀 수 없이 많은 하얀 부대가 엑스가 서 있는 능선으로 오르고 있다. 엑스는 총을 꺼내 든다. 그리곤 몸을 돌린다. 그의 앞에는 앵글로와 6중대가 서 있다.


“드디어 잡았다.”


앵글로는 검을 꺼내 든다.

엑스는 총을 앵글로를 향해 겨누며 말한다.


“기회를 줄게. 돌아가.”


앵글로는 검 끝으로 총을 가리키며 말한다.


“고작 그거 하나 믿고 까부는 거야?”


엑스는 총을 한번 쳐다보고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여전히 뒤를 응시한 채 말을 이어나간다.


“정말이야. 마지막 기회야.”

“6중대. 당장 저 자식 잡아.”

“독립!”


6중대는 엑스를 향해 달려든다.

엑스는 가장 먼저 달려드는 병사의 머리에 총을 쏜다.


탕-!


총소리가 산속에서 메아리친다. 능선을 오르고 있던 아이언스들은 서로 눈이 마주친다. 그리곤 능선 위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엑스의 총알 한 발에 6중대는 주춤한다.

뒤에 서 있던 앵글로가 가슴팍에서 총을 꺼내 엑스를 향해 쏜다.


탕-, 탕-!


엑스는 나무 뒤로 몸을 숨긴다.

앵글로는 6중대에게 소리친다.


“뭘 쫄고 있어? 고작 한 명이다. 당장 잡아!”

“독립!”


6중대는 대답과 동시에 달려나간다. 그러나 앞선에 6중대의 움직임이 멈춘다. 엑스가 총을 쐈을 때보다 더 주춤거린다. 그들은 점점 뒷걸음질 친다.

앵글로는 답답함에 그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온다.


“이런 답답한 새끼들. 다 비켜.”


앵글로는 자신이 보는 광경을 의심한다.

아이언스. 한 둘이 아니다. 하얀 군복을 입은 아이언스 부대가 능선 아래까지 길게 줄지어 있다.

항상 당당하던 앵글로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다.


“엑스. 이 개자식! 너 정말 첩자였냐?”


엑스는 나무 뒤에 숨어서 얼굴만 빼꼼 내민 채 어깨를 으쓱한다.


“글쎄?”


앵글로는 상황 파악을 마친다.


“전군 퇴각! 당장 돌아가서 5중대와 합류하여 싸운다. 퇴각해!”


앵글로의 외침과 함께 6중대는 도망치기 시작한다.

가르텐은 누구보다 빨리 달린다. 겁이 많고 나약한 만큼 도망치는데 이골이 났다. 가파른 비봉산을 다람쥐처럼 잽싸게 타기 시작한다.

아이언스는 도망치는 독립군을 멀뚱멀뚱 바라본다.

그 뒤로 미산트라의 대장, 바알이 올라온다.


[뭐해? 작전을 까먹은 거야? 모두 죽여.]

[하지만 저들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다.]

[개소리 집어치워. 지금 저들을 놓치면 또 떼거리로 달려와 너희를 죽이고 자연을 파괴할 거야. 한 놈이라도 빨리 죽여!]


아이언스들의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간다. 눈동자가 멈춘다. 달리기 시작한다. 제대로 뛰기 시작한 아이언스는 순식간에 독립군을 따라잡는다.

그리곤 독립군에 머리에 진압봉을 휘두른다. 독립군이 진압봉에 맞아 쓰러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장면이 연출된다. 독립군에 머리는 풍선이 터지듯 ‘펑’ 소리와 함께 피를 뿌리며 터진다. 아이언스들에게 걸려있던 한계선이 해제되었다. 그들은 더는 구조가 목적이 아니다. 그들은 오로지 죽이기 위해 휘두른다.


펑-, 펑-, 펑,펑,펑,펑,펑,펑,펑, 펑-!


순식간에 비봉산 나무는 피로 뒤덮인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는 미산트라는 경악한다. 아이언스와 함께 움직였으나 그들이 그 정도로 강할지 상상조차 한 적 없다. 이런 무서운 광경에도 당황하지 않는 것은 바알 뿐이다. 오히려 바알은 침착하다. 평소처럼 미친 듯이 웃지도 않는다. 그저 흐뭇한 미소만을 띠고 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듯이.

엑스는 그를 보고 눈을 깜빡인다.


“너 욕망 덩어리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성에 미산트라 모두가 고개를 돌린다.

도플라는 나무 옆에 서 있는 엑스를 보고 자신의 옆구리를 매만지며 웃는다.


“이런 개자식. 반갑다. 지금 죽여줄게.”

“되겠어? 이번엔 옆구리가 아니고 네 머리통일 텐데.”


엑스는 달려들려는 도플라의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눈다.

도플라는 멈칫한다.

바알은 자상하게 웃으며 엑스를 본다.


“흠. 소년은 누구지?”


바알의 질문에 왼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로 입술 주변을 만지며 중얼거린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 나는 누구지?”


엑스는 생각을 멈추고 바알과 눈을 맞추며 묻는다.


“어이 욕망 덩어리. 네가 대답해봐. 너는 누구지?”

“나는 바알. 벌레만도 못한 인간을 이 지구상에서 없애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미산트라의 수장 바알이다.”


바알의 말에 엑스는 또 생각에 빠진다.

그때 드라칸이 바알 옆으로 와 말한다.


“바알님. 어찌 저리 조그마한 놈을 상대해 주십니까? 제가 금방 처리하겠습니다.”


도플라는 드라칸을 보며 웃는다.


“멍청한 놈. 한발 다가가는 순간, 네 머리통에 구멍이 날 것이다.”

“저런 조그만 놈에게 겁먹는 꼴로 미산트라의 간부 자리를 탐했느냐? 창피하다. 우메르!”

“네. 대장.”

“보여줘라. 미산트라의 용맹함을.”

“네.”


미산트라 H사이트의 부대장 우메르는 자신의 땋은 머리를 한번 쓸고는 그 손으로 검을 꺼내 든다. 그리고 천천히 엑스를 향해 걸어간다.


“소년. 날 원망하지 마라. 어차피 인간은 누구든 우리 손에···.”


탕-!


“풉! 으하하! 아, 멍청한 새끼들. 꼭 알려줘도 저 지랄이네. 으하하.”


도플라는 배꼽을 잡고 쓰러진다.

우메르는 머리에 구멍이 난 채로 누워 있다.

드라칸은 일그러지는 얼굴로 우메르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곤 피 흘리는 우메르의 얼굴을 잡고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입 닥쳐라. 도플라. 네 놈은 저 새끼를 죽이고 나서 죽여주마.”


드라칸은 죽은 우메르를 방패처럼 집어 들고 엑스를 향해 달려든다.

엑스는 드라칸을 향해 총을 한 발 더 발사한다.


탕-!


우메르의 시체에서 피가 한 번 더 튄다.

엑스는 한 손으로는 총 안에 총알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남는 한 손으로는 단검을 꺼내 들고 자세를 잡는다.

도플라는 그 모습을 보며 감탄한다.


“오. 금수 새끼보다 나은데? 저 정도면 이미 선발대에 뽑혔겠군.”


드라칸은 엑스 앞에 바짝 붙어서 우메르의 시체를 휘두른다.

엑스는 그 아래로 빠르게 구르며 단검으로 드라칸의 아킬레스건을 노린다.

드라칸은 발을 빠르게 빼고 구르고 있는 엑스를 오른발로 찍어 누른다. 가까스로 피하는 엑스를 향해 오른발, 왼발 번갈아 가며 찍어 누른다.

엑스는 뒤로 뛰어올라 거리를 벌리며 총을 쏜다.


탕-, 탕-!


드라칸은 여전히 우메르를 방패 삼는다. 우메르의 시체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튀고 흐른다. 드라칸은 우메르의 시체를 한 번 보더니 더 분노한다.


“이 자식이! 나의 부하에게 무슨 짓거리를 하는 거냐?”


엑스는 소리치는 드라칸을 보며 어이없어한다.


“뭐 저런 병신이.”


드라칸은 우메르의 시체를 엑스에게 집어던진다.

엑스는 시체를 피하려다 중심을 잃는다.

그런 엑스 위로 드라칸이 날아서 덮친다.

엑스는 패배를 감지하고 눈을 감는다.


쿵-.


큰 소리가 나고 엑스는 감은 눈을 뜬다.

드라칸은 자신의 앞에 엎드려 있고 그 위에는 바알이 올라타 있다.

도플라는 선글라스를 벗어 바알을 본다.


“저 자식. 눈에 보이지도 않았어. 저거 진짜 정체가 뭐야?”


엑스는 눈을 뜨고 바알을 본다.

바알은 흥미롭다는 듯 쳐다본다. 엑스가 아닌 엑스가 들고 있는 무기를.


“소년이여. 그 무기가 총이라는 거죠?”

“응. 네 머리에 구멍을 내줄 무기지.”


엑스는 한 손으로 빠르게 총알을 넣고 바알의 머리에 총을 겨눈다. 총을 들고 있어야 할 그의 왼손이 빈손이다.

어느새 총을 빼앗은 바알은 경이롭다는 듯 그 물건을 쳐다보고 있다.


“날아가는 게 보이지도 않았어. 이런 걸 얼마나 가지고 있지요?”

“아마 한 자루 더?”


엑스는 허리춤에서 총 하나를 더 꺼내 바알의 머리통을 향해 쏜다.


탕-!


#2 (비봉산, 퇴각)


가르텐은 누구보다 빠르게 초소 앞에 도착한다.

가르텐이 달려오는 모습에 왕리는 초소에서 내려온다.


“가르텐. 무슨 일이지? 6중대 병사들은 누구에게 쫓기고 있는 거야?”

“전, 전쟁입니다! 아이언스가 쳐들어옵니다.”

“5중대 전체 총기 들어! 비봉산 절벽을 오르는 아이언스를 쏜다.”


초소에서 대기하던 모든 병사는 내려와 절벽 너머를 총을 들고 겨눈다. 현재로서는 독립군들만 달려오고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도망치고 있는 6중대 인원들의 표정에서 상황의 심각함을 본다.

절벽 너머 능선에서 6중대 병사 하나가 뛰어오르며 소리친다.


“살려줘!”


펑-!


그 뒤로 아이언스가 날듯 뛰어올라 병사의 머리를 터트린다.

그 경악스러운 장면을 5중대는 총기를 들고 멍하니 쳐다본다.

왕리만이 정신을 차리고 소리친다.


“5중대! 일제히 격발!”

“격발!”


탕-, 탕-, 탕,탕,탕,탕,탕-!


5중대의 총구가 불빛으로 번쩍인다. 뛰어오르는 아이언스들은 우후죽순으로 쓰러져 나간다. 그러나 그들의 숫자가 너무 많다. 총알을 재장전하는 사이, 점점 더 많은 아이언스가 절벽 위에 오르는 것에 성공한다.

당황한 5중대 병사들은 아군과 적을 구분하지 못하고 달려오는 6중대 인원까지 맞춘다.

왕리는 빠르게 다음 명령을 내린다.


“5중대 퇴각! 절벽 아래에서 공원 입구를 봉쇄하고 다시 자리 잡는다!”

“독립!”


독립군은 초소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아이언스는 그들을 쫓는다.

가르텐은 땅에 떨어진 총을 들고 아이언스 머리에 한 발 쏜다. 한 명이 쓰러지고 다른 아이언스가 그를 쳐다본다.


“에이씨!”


틱-,틱-.


한 발 발사된 총에는 총알이 없다. 가르텐은 총을 아이언스에게 집어 던지고 절벽 아래로 뛰어 내려간다.

날아오는 총을 아이언스는 잡는다. 그리고 그 총을 다시 가르텐에게 집어던진다. 가르텐의 머리에 맞기 직전, 왕리가 도끼로 그의 머리를 보호해준다.


탱-.


총이 옆으로 굴러떨어지고 가르텐은 놀라서 왕리를 본다.


“감, 감사합니다.”

“인사는 나중에. 뛰어!”

“네!”


5중대는 왕리의 빠른 판단으로 큰 피해 없이 공원에 도착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씨엠이 5중대 인원이 모두 공원으로 피신하자 문의 입구를 닫는다. 그리고 그들은 창문을 열고 절벽 위에서 내려오는 아이언스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한 소대가 먼저 총을 발사하고 총을 장전한다. 그러면 장전하는 사이에 다음 소대가 창문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빠르게 차례로 일이 진행된다.

절벽 위에서 내려오던 아이언스들은 공원 입구에서 시체 밭이 된다. 절벽 위에 아이언스들은 더는 내려오지 않는다. 그저 진압봉을 들고 상황을 바라본다.

왕리는 절벽 위에서 쳐다보는 아이언스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아이언스는 절벽 위에서 몸을 숨기며 피한다. 더는 절벽 위에 아이언스가 보이지 않는다.

그제야 독립군은 숨을 돌린다.

왕리는 고개를 돌려 가르텐을 보며 소리친다.


“어떻게 된 거야? 앵글로 중대장은?”

“엑스가 정말 첩, 첩자였던 거 같습니다. 엑, 엑스를 발견했는데 그 뒤, 뒤로 셀 수 없이 많은 아이언스가 오고 있었습니다.”

“이 개자식! 결국, 그 새끼가 모든 일을 망치고 있어.”


씨엠이 소리를 친다. 공원에 남아 있던 독립군 대원들은 당황한다.

왕리는 소리친다.


“일단 모든 문을 걸어 잠가!”

“독립!”


왕리의 명령과 함께 독립군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하늘에 떠 있는 해는 야속하게 점점 지고 있다. 붉은 노을은 여기저기를 비춘다.

새로운 욕망을 마주한 바알과 엑스를, 욕망을 저지하려는 도플라를, 그저 지키려는 왕리를 비롯한 독립군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아이언스에게 길러지고 싶은 욕망을 품는 공원의 애완인들을.

그렇게 붉은 노을은 그들의 욕망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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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인간 말살 작전(8/12) 24.02.14 6 0 13쪽
51 인간 말살 작전(7/12) 24.02.13 7 0 13쪽
» 인간 말살 작전(6/12) 24.02.12 6 0 13쪽
49 인간 말살 작전(5/12) 24.02.11 9 0 12쪽
48 인간 말살 작전(4/12) 24.02.10 8 0 12쪽
47 인간 말살 작전(3/12) 24.02.09 9 0 13쪽
46 인간 말살 작전(2/12) 24.02.08 7 0 13쪽
45 인간 말살 작전(1/12) 24.02.07 8 0 13쪽
44 죽음 24.02.06 6 0 13쪽
43 독립군 24.02.05 11 0 13쪽
42 운명 24.02.04 6 0 12쪽
41 전보 24.02.03 8 1 13쪽
40 씨앗 24.02.02 7 1 13쪽
39 작전 24.02.01 7 1 13쪽
38 전쟁 준비 24.01.31 9 1 13쪽
37 우물 24.01.30 7 1 13쪽
36 짐승 24.01.29 7 1 12쪽
35 협력 24.01.28 11 1 12쪽
34 화양연화 24.01.27 8 1 12쪽
33 불씨 24.01.26 10 1 12쪽
32 동족 24.01.25 17 1 11쪽
31 바알 24.01.24 9 1 13쪽
30 미산트라 24.01.23 11 1 12쪽
29 정착 24.01.22 12 1 13쪽
28 미래 24.01.18 15 1 14쪽
27 승리 24.01.17 10 1 12쪽
26 전쟁(2/2) 24.01.16 16 2 13쪽
25 전쟁(1/2) 24.01.15 14 2 12쪽
24 조우 24.01.14 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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