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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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1.0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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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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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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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말살 작전(1/12)

DUMMY

#1 (무한산, 정보)


무한산 평야에 하얀 백조 무리가 보인다. 하얀 군복에 하얀 피부, 하얀 눈동자. 모든 것이 하얀 아이언스 3000명이 평야에서 대기하고 있다.

그 백조 무리 앞으로 오리 새끼 100마리가 자리 잡는다. 아이언스처럼 하얀 군복을 입고 있으나 숨길 수 없는 피부색. 하얗고, 거멓고, 노란 제각각의 얼굴을 한 인간 무리가 아이언스 부대의 가장 앞선에 선다.


저벅저벅-.


바알은 그들 앞에 선다. 감출 수 없는 희열. 바알은 장엄한 군대를 보며 설렌다. 터지는 웃음을 가까스로 누르며 바알은 말한다.


[가자. 인간 말살 작전을 실행하러.]

“미산트라. 그동안 참느라 고생했다. 오늘은 학살의 날이다.”


바알은 말을 급하게 내뱉고 고개를 휙 돌려 걸어간다.

미산트라는 소리치며 그 뒤를 걸어간다.

미산트라를 등지고 걸어가는 바알의 입은 광대까지 찢어져 있다.

아이언스 3000명은 그 뒤를 묵묵히 따른다. 미산트라 100명까지 합쳐 총 3100명의 아이언스 군대가 끝 마을로 향한다.

야생인간의 씨를 말리기 위해. 지구를 지키기 위해.


클락-, 클락-.


크낙새 한 마리가 아이언스 군대가 떠난 자리로 날아온다.


“클락, 클락. 휘이.”


아이언스 본거지 어딘가에서 크낙새를 흉내 내는 소리가 들린다.

크낙새는 고개를 돌리며 두리번거린다.


“클락, 클락. 휘이.”


다시 선명하게 소리가 들린다. 크낙새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날아간다. 그곳에는 창살 속에 갇힌 크낙새 부대 5중대 1소대장 은태가 있다.

은태는 자신이 적은 쪽지를 창살 밖에 앉아있는 크낙새 다리에 묶는다.


“잘 부탁한다. 최대한 빨리.”


클락-, 클락-.


크낙새는 은태의 말이 끝나자 빠르게 날아간다.

은태는 크낙새를 보내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하얀 독방. 그는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한숨을 내쉰다.


“후우. 은고페페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독방을 돌던 아이언스 한 명이 진압봉으로 독방을 친다.


[밥 먹어.]


아이언스는 문 안으로 사료를 놓고 간다.

은태는 아이언스를 문밖의 아이언스와 사료를 번갈아 훑고는 그냥 뒤돌아 누워버린다.

아이언스는 은태의 뒷목을 잡아끌고 입을 벌려 억지로 사료를 입에 쑤셔 넣는다.


“제발. 그만. 제발 좀 그만해!”


은태의 절규 소리가 몇 명 남지 않은 아이언스 본거지에 울려퍼진다.


#2 (비봉산, 북상)


비봉산 절벽 아래, 건물 입구 앞. 독립군 800명이 줄지어 서 있다.

맨 앞선에는 바람과 햇님이 보인다. 어쩐지 그들의 복장이 조금은 달라져 있다. 어깨에는 선발대 간부를 나타내는 검은 완장이 보인다. 그들의 군복 가슴에는 선발대 마크가 적혀 있다. 그리고 그들의 계급을 나타내는 곳에는 X 모양의 작대기가 수 놓여있다.

바람은 그 표시와 완장을 보며 실실 웃는다.


“햇님아. 첫 출정이다. 그것도 선발대 간부로. 흠흠. 나 위엄있어 보여?”

“멋있어.”


햇님은 바람을 구름 태운다. 바람은 방방 뛰며 좋아한다.

쿄헤이는 그들에게 다가온다.


“이런 어린 것들하고 같은 위치라니. 참 세상 말세다.”

“쿄헤이님 오셨어요?”

“어이 동기. 왔는가?”


햇님은 깍듯하게 경례하고 바람은 깐족댄다. 쿄헤이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바람을 노려본다.


“너 이 자식. 어디서 반말이야?”

“선발대는 그 누구라도 서로 동등하게 대우한다. 뭐 존대나 반말은 제 자유지 뭐. 안 그러냐? 바람아?”


순령이 뒤에서 걸어오며 바람의 편을 든다.

바람은 씩 웃으며 손을 흔든다.


“역시 순령이가 뭘 좀 아네. 오늘부터 잘 부탁한다. 순... 으아아악!”


바로 반말하는 바람을 순령이 쥐어패기 시작한다.

쿄헤이도 질세라 같이 바람을 쥐어박는다.

괴테몰리와 바토는 그들 모습을 보고 웃으며 걸어온다.

햇님은 그들에게 모두 깍듯하게 경례한다.

괴테몰리는 햇님에게 다가가 인사를 받는다.


“반갑네. 새로운 간부님. 햇님아. 바람이처럼 너무 위아래 없는 것도 안 좋지만, 그렇다고 같은 위치에 너무 격식을 차리는 것도 견백님이 바라진 않으실거다. 모두가 친구처럼, 그저 형제처럼 편하게 하자꾸나.”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래그래. 이제 너도 어엿한 선발대 간부야. 피어라가 보면 정말 뿌듯해했겠어.”


괴테몰리의 말에 바토가 또 눈물을 훔친다.

모두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 견백이 준비를 마치고 나온다. 견백은 그들 앞에 서서 자신의 대검을 높게 든다.


“제군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절대 지지 않는다. 이번 출정으로 동쪽 땅을 점령한다.”

“독립!”


우렁찬 독립군의 경례 소리가 끝 마을에 퍼진다.

견백은 길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뒤돌아 비봉산 동쪽으로 나아간다. 그 뒤를 선발대 간부들이 바짝 뒤쫓는다.

그리고 100명이 넘는 중대를 이끄는 중대장들도 차례차례 선발대 뒤를 따른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무기와 총을 소지한다. 나무총은 소대장급까지 주어진다.

1중대, 중대장 김 한민. 그의 부대는 대부분 한민처럼 FM의 검을 사용한다. 그들의 걸음은 오와 열을 정확히 맞추며 독립군의 위상을 보여준다.

2중대, 중대장 사발레타. 중대장부터가 산적처럼 보이는 외형을 가지고 있다. 우락부락한 그녀의 부대는 강인함 그 자체다.

3중대, 중대장 애거시. 나무총 두 자루와 책이 든 가방. 그의 부대에는 특색은 없다. 다만 그를 따르는 병사는 소대장급이 아니더라도 모두 다 총을 소지한다. 3중대 자체를 총기부대로 재편성 했다.

4중대, 중대장 이 찬. 도플라가 이끌던 시절 4중대는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오와 열은 맞출 줄 몰랐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그런 부대. 그러나 그들은 도플라를 잃은 뒤 모두 이 찬과 함께 머리를 밀고 오와 열을 맞춘다. 도플라를 찾을 때까진 자유롭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그렇게 출정은 4중대까지만 나간다.

만약의 사태와 아직은 확실히 신뢰할 수 없는 원주민들의 관리를 위해 5중대와 6중대는 비봉산에 남는다. 5중대, 6중대 인원들은 출정을 나가는 부대원들을 보며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경례한다.

5중대, 중대장 왕리. 그녀는 가장 앞선에서 경례하고 있다. 망태가 죽고 그녀는 중대장이 되었다. 본래는 검을 사용했으나 망태의 의지를 받겠다는 일념으로 그처럼 거대 도끼를 사용한다. 몸에 맞지 않는 무기를 등에 업고 걷는 그녀를 바라보는 중대원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는 않아 보인다. 5중대의 마지막에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하. 우리 중대장 믿어도 되는 거냐?”

“그러니까. 견백님은 뭘 믿고 저런 어린 년을 중대장으로 세웠대?”

“내 말이 그 말이다. 못 미덥다. 못 미더워.”

“건방지다. 중대장을 의심해? 뒤지려고.”


경례를 하던 6중대, 중대장 앵글로가 입을 나불거리는 병사 두 명 앞으로 걸어온다. 그는 중대장이 된 후로 빠르게 인정받았다. 1중대장 김 한민에게 배운 FM 마인드와 확실한 일 처리는 6중대 병사들에게 높은 신뢰를 얻었다. 그러나 그렇게 빠른 인정을 받는 데 따르는 부작용이 있다. 그것은 모두가 그를 냉혈한이라 부르는 것. 정이 많은 한민과는 다르게 피도 눈물도 없는 중대장이라 평가받는다.

그런 그에게 지금 찍혔다는 것은 이 병사들은 보나 마나 독방 신세라는 것이다.

앵글로에겐 용서가 없으니 말이다.


“너희 둘. 독방이다. 야 독방에 가둬.”

“독립!”


병사를 끌고 가려고 하자 왕 리가 나선다.


“그쯤 하시죠. 6중대장님. 제 소속 병사들입니다. 잘못은 제가 묻습니다.”


앵글로는 왕 리를 슬쩍 보고는 한심하단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자신의 병사들에게 다시 독방으로 데리고 가라는 신호를 준다.


“그렇게 물러 빠졌으니 여기저기서 씹히는 겁니다. 왕 리 중대장님. 네?”

“제가 알아서 하니 그만하시라 했습니다.”


왕 리는 자신의 어깨에서 거대 도끼를 꺼내서 가볍게 던진다. 도끼는 날아가 독방으로 끌려가던 병사 두 명 앞에 떨어진다.

여리여리한 몸으로 도끼를 가볍게 다루는 모습에 모든 병사의 입이 벌어진다.

앵글로는 웃으며 6중대에게 지시한다.


“6중대 모두 5중대 일에는 관심 끄고 자리로 복귀한다. 실시!”

“독립!”


6중대는 각자 위치로 흩어진다.

왕 리는 걸어가 거대 도끼를 어깨에 멘다. 그리곤 자신을 뒤에서 씹던 병사 두 명을 본다.

병사들은 무릎을 꿇고 왕리에게 빌기 시작한다.


“중대장님.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저희가 뒷담화를 한 것이 아니라 혹시 무기가 무겁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잠시 이야기를 나눈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왕리는 무릎 꿇은 그들 앞에 양반다리로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 그 둘을 보며 웃는다.


“제가 잘하겠습니다. 망태님 자리를 모두 채울 순 없겠지만 부족해 보이진 않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중대원들 모두 저를 좀 믿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왕 리는 양반다리 한 채로 머리를 땅에 받으며 부탁한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5중대 인원들은 가슴에 주먹을 올린다.


“독립!”


인간들은 모두 어디론가 향한다. 각자의 위치를 찾기 위해. 아직 어디론가 향하지 못하는 인물만이 마음속 어둠을 키워나갈 뿐이다.


#3 (삼각사, 바퀴벌레)


“영감님! 영감님!”


어두운 밤, 삼각사 불이 켜진 곳으로 만덕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만덕이 도착한 곳에는 작은 불이 키워 져 있고 그 위에 돌판이 올라가 있다. 스님 몇 명과 차이펑 영감이 그곳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옆에는 흐엉뛰엔도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차이펑 영감은 고기를 한점 물고 씹으며 만덕이를 본다. 그리곤 손으로 대충 집어 만덕이한테 던져 준다.


“만덕이 이놈아. 먹고 말해.”

“아니여라. 영감님. 말하고 먹을라유. 아주아주 재밌는 일이 있어라.”

“애새끼 참. 먹고 말하라고.”


차이펑 영감은 땅에 식어가는 고기를 본 뒤, 만덕을 무섭게 노려본다.

만덕은 급하게 고기를 주워 먹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제야 차이펑 영감은 밝게 웃는다. 영감은 돌판 위에 있는 뜨거운 고기를 또 맨손으로 집어 이번에는 흐엉뛰엔에게 던진다.


“어이. 영웅. 이거 먹어. 아들놈이 근육이 탄탄해서 좀 질기긴 한데 그래도 어려서 맛있어. 먹어봐.”


흐엉뛰엔은 땅에 떨어진 고기를 보며 흐느낀다. 그리고 고기를 먹지도 만지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운다.

차이펑 영감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스님들 빗자루를 들고 흐엉뛰엔을 패기 시작한다.


“아니. 샹놈의 새끼가 지금 밥맛 떨어지게 질질 짜! 야이 씨발롬아. 네가 죽여 놓고 왜 지랄이야? 지랄은.”


한참을 패던 차이펑 영감은 숨을 돌리고 앉아 컵에 따라진 술을 벌컥벌컥 마신다.

그 모습을 본 볼에 깊게 칼빵이 나 있는 스님 하나가 웃으며 말한다.


“허허. 영감님. 그리 운동하게 급하게 술 마시면 체한다니까요? 천천히 드세요.”

“아이, 주지 스님이 그거 몰라서 하는 소리요. 이게 이렇게 몸을 쓰고 먹어야 맛있는 거리니까.”


차이펑은 주지 스님과 낄낄대며 웃다가 고개를 돌려 만덕을 본다.

만덕은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바보 같은 얼굴로 차이펑을 본다.


“만덕이 이제 말해봐. 뭔 일인데?”

“아, 영감님. 그 신고산에 자리 잡은 독립군 놈들 말이유. 그놈들이 글쎄 자리를 몽땅 비우고 어디론가 훌쩍 가버렸다는디. 이거 큰일 아니어라?”


차이펑은 빗자루를 다시 들고 만덕이를 후드러 패기 시작한다.


“이 썅놈아. 그 이야기를 왜 인제 하는 거야? 이 개자슥은 왜 이리 멍청해?”

“잘못했어라. 아 참말로 지가 잘못했어라.”


차이펑 영감보다 2배는 커 보이는 만덕은 손을 싹싹 빌며 잘못을 구한다.

차이펑은 고개를 돌려 주지 스님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따. 스님. 우리 이 거지 같은 삼각사에 벗어나서 삐까삐까한 건물에 살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허허. 그게 다 부처의 뜻이라면 그리해야지요.”

“허허. 시불. 부처는 개뿔. 이게 다 바퀴 신의 뜻이지요.”

“누구면 어떠합니까? 그저 풍족해지면 그만이지요.”

“크크. 그렇지요?”


차이펑과 주지 스님은 낄낄대며 술을 마신다. 이미 마음속에 어둠을 키운 인간들은 언제나 갈 방향이 정해져 있다.

언제나 그렇듯 아직 어디론가 향하지 못하는 인물만이 마음속 어둠을 키워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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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인간 말살 작전(8/12) 24.02.14 6 0 13쪽
51 인간 말살 작전(7/12) 24.02.13 7 0 13쪽
50 인간 말살 작전(6/12) 24.02.12 6 0 13쪽
49 인간 말살 작전(5/12) 24.02.11 9 0 12쪽
48 인간 말살 작전(4/12) 24.02.10 8 0 12쪽
47 인간 말살 작전(3/12) 24.02.09 9 0 13쪽
46 인간 말살 작전(2/12) 24.02.08 7 0 13쪽
» 인간 말살 작전(1/12) 24.02.07 9 0 13쪽
44 죽음 24.02.06 6 0 13쪽
43 독립군 24.02.05 11 0 13쪽
42 운명 24.02.04 6 0 12쪽
41 전보 24.02.03 8 1 13쪽
40 씨앗 24.02.02 7 1 13쪽
39 작전 24.02.01 7 1 13쪽
38 전쟁 준비 24.01.31 9 1 13쪽
37 우물 24.01.30 8 1 13쪽
36 짐승 24.01.29 7 1 12쪽
35 협력 24.01.28 11 1 12쪽
34 화양연화 24.01.27 8 1 12쪽
33 불씨 24.01.26 10 1 12쪽
32 동족 24.01.25 17 1 11쪽
31 바알 24.01.24 9 1 13쪽
30 미산트라 24.01.23 11 1 12쪽
29 정착 24.01.22 13 1 13쪽
28 미래 24.01.18 15 1 14쪽
27 승리 24.01.17 10 1 12쪽
26 전쟁(2/2) 24.01.16 16 2 13쪽
25 전쟁(1/2) 24.01.15 14 2 12쪽
24 조우 24.01.14 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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