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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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1.02 21:58
최근연재일 :
2024.02.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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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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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DUMMY

#1 (훈련장, 결심)


위이이잉-.


애거시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평소에 자주 보이던 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앉아 있다. 애거시는 이상함을 느끼고 뚫어지라 새를 본다. 새의 눈에서 빨간색 불빛이 번쩍거린다.

1초. 애거시가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새에 발사한 시간이다.


탕-!

치직, 펑-.


커다란 총소리에 은고페페는 놀라서 자빠진다. 귀에서는 이명이 들린다. 그는 귀를 때리며 이명을 없애려 한다. 서서히 이명이 줄어든다. 고개를 들어 애거시를 본다. 애거시의 총구에서는 하얀 연기가 서서히 사라져 간다.

애거시는 총을 집어넣고 떨어진 새를 향해 걸어간다. 은고페페는 여전히 어지럽다. 그러나 정보부대라는 사명으로 한 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애거시를 따라 걷는다.

애거시는 땅에 떨어진 새의 흔적을 찾는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새는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기계 파편들만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주변을 살피던 애거시가 새의 머리를 찾는다. 새의 머리를 은고페페에게 보여준다.


“육지에 이런 물질로 이루어진 동물이 있습니까?”


은고페페는 새의 머리를 보며 답한다.


“살며 처음 봅니다.”

“역시. 이것은 아이언스의 것인 듯싶습니다. 감시당하고 있었군요.”

“감시라니···. 그나저나 방금 그 큰 소리를 내던 무기는 무엇입니까?”

“따라오세요.”


애거시는 손수건 하나를 꺼내 드론의 머리를 감싼 뒤, 훈련장으로 안내한다. 훈련장에 다다를수록 총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은고페페는 귀를 막으며 뒤따른다.

애거시가 멈춰 서 바라보는 곳에는 무시무시한 장면이 펼쳐진다. 수십 명의 병사가 아이언스 모양의 표적지를 향해 총을 발사하고 있다. 그 소리만으로도 이미 은고페페는 주눅이 들어 버린다. 애거시는 자신의 총을 하늘 위로 발사하며 소리친다.


탕-!


“전체 사격 중지!”

“독립!”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사격을 멈춘다. 고개를 돌린다. 총을 왼손으로 들어 등 뒤로 감춘다. 오른손으로 자신들의 왼 가슴을 치며 애거시를 향해 경례한다.

애거시는 12사로라 적힌 곳으로 들어간다.


“은고페페님. 이리로 오시지요.”

“아, 네.”


사로 안으로 들어온 은고페페에게 총의 사용법을 알려준다. 은고페페는 처음엔 어색해하다가 금세 총을 제대로 잡는다. 그리곤 애거시를 따라 표적지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탕-!

탕-!


은고페페의 첫 사격은 엉망이다. 두 발 중 한 발도 표적지를 맞추지 못했다. 그에 반해 애거시의 총알은 정확하게 표적지의 머리를 관통했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은고페페에게 애거시는 설명한다.


“총이라는 것입니다. 아이언스 살상 무기로 우리 측에서 개발한 무기입니다.”

“활과 비슷합니까?”

“위력이 다릅니다.”

“소리로는 어마어마하단 걸 알겠지만 얼마나 다를지 상상이 안 갑니다.”

“활은 아이언스의 방패를 뚫지 못합니다. 그러나 총은 아이언스의 방패를 뚫습니다.”


은고페페는 총을 빤히 바라본다. 그리고 방금 쏴봤던 자신의 손맛을 잊지 못한다. 영 재능은 없지만, 왠지 은고페페는 총이 싫지 않다.

애거시는 은고페페에게 총을 달라고 손을 뻗는다. 은고페페는 아쉬움에 총을 한 번 더 꽉 쥐어본 후 애거시에게 총을 건넨다.


“총이란 무기는 얼마나 만들어져 있습니까?”

“현재로서는 1000개 정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애거시의 말에 은고페페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감히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 정도 위력이라면 한 발씩만 발사해도 1000명의 아이언스들이 쓰러져 나간다.


“그렇다면 당장 전쟁이 나도 승리할 가능성이 큰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총알입니다.”

“총알이요?”

“총에서 발사되는 저 작은 구슬 같은 것 말입니다. 이것은 매머드의 어금니로 만들어집니다. 이 땅에 밟자마자 저희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매머드 사냥입니다.”


애거시의 말을 들은 은고페페는 생각한다.


‘아, 그래서 이 땅에 들어섰을 때, 매머드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구나. 육지의 최상위 포식자로 지배하는 매머드가 안 보인다 싶었는데···.’


은고페페의 생각이라도 들은 듯 애거시는 말을 이어나간다.


“매머드의 씨가 말라갑니다. 그래서 우리도 더 많은 총알을 수급하기 위해 북상의 꿈을 꾸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코끼리라는 동물도 있습니다. 코끼리의 상아도 꽤 단단합니다.”

“그렇긴 하나 강도와 유연성 모두 매머드와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게 우리 대장장이들의 의견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하루빨리 올라오셔야겠습니다. 1대대라 불리는 매머드 부대가 자리 잡은 S사이트는 그 이름처럼 매머드가 가장 많은 곳입니다. 또 S사이트보다 더 북단으로 가도 추운 지역이라 많이 서식합니다.”

“정말입니까? 참 반가운 소식이군요. 얼른 북상 계획을 세워야겠습니다.”


은고페페의 머릿속에는 작은 의심 하나가 자란다.

‘우리 병력으로 섬마을에서 올라온 이들을 통제할 수 있을까? 우리를 위협하진 않겠지?’

애거시는 은고페페의 두려움을 알아차린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견백님이 대장으로 있는 한, 독립군은 결코 동족을 향해 총구를 겨누지 않습니다.”

“아, 아닙니다.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일단 저는 지금 바로 올라가야겠습니다.”

“피곤하시지 않겠습니까?”

“저의 피로가 중요한가요? 인간의 역사를 바꿀 정보를 알았는걸요. 얼른 우리 독립군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 협력할 방안을 물색하겠습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많은 것들이 생소하고 어렵습니다. 함께하게 되길 바랍니다.”


애거시와 은고페페는 악수를 한다. 알 수 없는 불안과 기대를 품은 악수는 서로의 마음을 바쁘게 한다.


#2 (비봉산 절벽, 기약)


크낙새 부대는 모두 정렬한 채 견백 앞에 서 있다. 그들은 힘차게 견백을 향해 경례한다.


“독립!”

“독립.”


경례를 받은 견백은 은고페페와 악수한다.

은고페페는 병력을 이끌고 비봉산을 떠난다. 비봉산을 떠나던 그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본다. 어마어마한 인원이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밝은 미소지만 어쩐지 은고페페는 그들이 무섭다. 그렇기에 하루라도 빨리 올라가야 한다. 지금의 상황을 본부에 전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들을 포섭할 것인지, 아니면 그들에게 속할 것인지, 그도 아니면 그들을 점령할 것인지 말이다.

크낙새 부대가 떠나가자 주변에 날던 크낙새들도 일제히 비봉산 너머로 날아간다. 애거시는 그 모습을 보고 견백에게 다가와 이야기한다.


“대장님. 총알을 좀 쓰더라도 주변에 날아다니는 새들을 모두 사냥해야 할 듯싶습니다.”

“어째서?”


애거시는 가슴 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그 안에 있는 새의 머리를 보여준다. 견백은 그 머리를 잡아들며 이리저리 살핀다. 괴테몰리와 제임스가 견백 옆으로 와 드론을 같이 살핀다. 괴테몰리는 슬쩍 보더니 바로 이야기한다.


“흠. 기계구먼.”

“기계요?”

“그렇습니다. 애거시 중대장. 어디에 쓰는 물건 같은가?”

“아이언스가 이걸로 우리를 감시하는 듯싶습니다. 공원을 감시하던 기계처럼 빨간 불이 번쩍이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 불빛이 아니었다면 다른 새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이 생겼습니다.”


견백은 고개를 들어 수많은 새때를 본다.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 괴테몰리님. 어떻습니까? 저희도 이런 물건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음. 제임스야 네가 보기엔 어떠하냐?”

“안됩니다. 우리 수준을 한참을 뛰어넘은 물건입니다. 이곳에 있는 물건들도 6개월 동안 연구했지만, 실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이런 것에 관해 설명서 하나를 남겨 놓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가질 수 없는 물건이군요.”

“현재로는요.”

“그렇다면 애거시.”

“네.”

“일단은 활을 이용해 새 사냥을 시작한다. 활로 놓칠 거 같은 새들만 총을 쓰도록. 최대한 총알을 아껴야 한다.”

“독립!”


애거시는 견백에게 경례를 하고 절벽 아래로 내려간다.


#3 (오솔길, 산책)


와이비가 달린다. 아직은 어려 달리는 모양새가 영 불안하다. 꼭 꽃게처럼 옆으로 뛴다. 그런 와이비 뒤로 햇님이 달린다. 와이비가 넘어지면 잡아주기 위해 엉거주춤 뛰는 모습이 꽤 웃기다. 그 뒤로는 바람이 투덜대며 걸어온다. 바람의 옆으로는 애완견 구르미가 발맞춰 걷는다.


“저 꼬맹이 녀석 온 뒤로 햇님이랑 단둘이 놀지를 못해. 그치? 구르미야. 네 언니가 이제 더는 우리를 챙기질 않아. 이게 다 저 꼬맹이 자식 때문이야.”


월월 아오오오-.


대형견 구르미는 꼭 바람의 말에 대답하듯 짖고 하울링 한다. 그래도 바람은 와이비를 아끼는 햇님이 마냥 예쁘다. 햇님의 뒷모습을 보며 이내 바보처럼 웃는다.


“그래도 구르미야. 햇님이 너무 예쁘지 않냐? 어쩜 저리도 사람이 착하고 예쁘고 귀엽고. 후. 정말로 고달프다. 너무 착하니까 인생이 고달파. 저 꼬맹이도 모자라서 저 다 큰 애새끼도 챙겨야 하잖아?”


바람이는 고개를 돌려 엑스를 노려본다.

엑스는 바람의 눈빛에 그저 한숨 쉰다.


“왜 자꾸 따라오는 거야? 저 생쥐 자식. 구르미야. 가서 물어.”


월월-.


구르미는 엑스를 향해 달려간다. 달려오는 구르미에게 엑스는 잘라 논 닭고기를 물려준다. 구르미는 금세 좋다고 뒹굴뒹굴하며 엑스에게 배를 까뒤집는다.

그 모습을 노려보는 바람이 표정은 참 유치하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하나 같이 다 배신자들 천국이야.”

“꺅!”

“으앙!”


앞서 걷고 있던 햇님의 비명과 와이비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바람과 엑스는 눈이 마주친 뒤, 빠르게 달린다. 바람은 긴 검을 꺼내 들고 엑스는 일단 허리춤에 있는 단검보다 총을 먼저 꺼내 든다. 그들이 도착하자 햇님이가 와이비를 안고 있다. 그 앞으로는 독립군 선임 병사 셋이 햇님이와 와이비를 보며 어쩔 줄 몰라 절절매고 있다.

바람은 달려와 햇님를 보며 묻는다.


“햇님아 괜찮아?”

“응. 바람아. 괜찮아. 그저 놀라서 소리친 거야.”


엑스는 천천히 걸어오며 병사들 바구니에 가득한 죽은 새들을 보며 인상을 쓴다.


“다 죽인 거야?”

“엑스 얀마. 네가 아무리 선발대 후보라고 해도 엄연히 체계가 있어. 반말하지 마. 그리고 바람이 빼곤 아직 다 합격한 것도 아니잖아.”

“닥치고. 다 죽인 거냐고?”

“이 자식이 그래도.”


병사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온다. 엑스는 들고 있던 총을 집어넣고 단검을 꺼낸다.

햇님은 그 사이를 막아서며 엑스를 노려본다.


“엑스. 그 단검 집어넣어. 한 번 더 같은 병사를 위협하면 참지 않아.”


바람이는 구르미와 와이비를 자신의 양어깨에 올려두고 뿌듯하게 웃는다.


“드디어 햇님이가 정신을 차렸어. 후후. 모자란 엑스 놈을 더 혼내라고! 으하하.”


와이비와 구르미는 바람이를 한심하게 보며 혀를 내두른다.

햇님이는 바구니의 가득 담긴 새를 보고 병사 셋을 향해 말한다.


“상병님들이 한 짓, 견백님께 보고 하겠습니다.”


그중 가장 앞에 서 있던 루 상병이 걸어 나오며 말한다.


“햇님아. 견백님 명령이야.”

“네?”


햇님은 당황한다.


“견백님이 시키셨다고요?”

“그렇다니까. 우리도 귀찮아 죽겠어. 온 마을에 있는 새를 다 사냥하라잖아. 새고기는 맛도 없는데 갑자기 왜 그러시는지. 너희는 당분간 선발대 시험 때문에 쉬고 있어서 모르겠지만 이 일로 지금 병사들 비상이야.”


루 상병이 말을 마치자 햇님은 하늘을 들어 주변을 살핀다. 여기저기서 새들이 활에 맞아 죽어 나간다. 새들은 각자의 울음소리를 내며 무리 지어 흩어진다.


“욕망, 더러운 욕망···.”


엑스는 단검을 들고 오솔길 아래로 빠르게 달려간다. 엑스의 모습에 햇님이는 정신을 차리며 바람에게 소리친다.


“바람아. 엑스 잡아!”

“아, 응!”


바람이 엑스가 떠난 방향으로 달린다. 구르미는 바람의 옆에 바짝 붙어 달린다. 햇님이 역시 와이비를 안고 달린다.

공포에 사로잡힌 새는 여기저기 지저귀며 다가오는 위험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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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인간 말살 작전(7/12) 24.02.13 7 0 13쪽
50 인간 말살 작전(6/12) 24.02.12 6 0 13쪽
49 인간 말살 작전(5/12) 24.02.11 9 0 12쪽
48 인간 말살 작전(4/12) 24.02.10 9 0 12쪽
47 인간 말살 작전(3/12) 24.02.09 10 0 13쪽
46 인간 말살 작전(2/12) 24.02.08 8 0 13쪽
45 인간 말살 작전(1/12) 24.02.07 9 0 13쪽
44 죽음 24.02.06 6 0 13쪽
43 독립군 24.02.05 12 0 13쪽
42 운명 24.02.04 6 0 12쪽
41 전보 24.02.03 8 1 13쪽
» 씨앗 24.02.02 8 1 13쪽
39 작전 24.02.01 7 1 13쪽
38 전쟁 준비 24.01.31 9 1 13쪽
37 우물 24.01.30 8 1 13쪽
36 짐승 24.01.29 8 1 12쪽
35 협력 24.01.28 11 1 12쪽
34 화양연화 24.01.27 9 1 12쪽
33 불씨 24.01.26 11 1 12쪽
32 동족 24.01.25 17 1 11쪽
31 바알 24.01.24 9 1 13쪽
30 미산트라 24.01.23 12 1 12쪽
29 정착 24.01.22 13 1 13쪽
28 미래 24.01.18 15 1 14쪽
27 승리 24.01.17 11 1 12쪽
26 전쟁(2/2) 24.01.16 17 2 13쪽
25 전쟁(1/2) 24.01.15 15 2 12쪽
24 조우 24.01.14 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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