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빼앗긴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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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우꾸우
작품등록일 :
2024.01.0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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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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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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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DUMMY

#1 (공원, 선발대)


끝 마을의 공원은 그야말로 낙원이다. 이 낙원을 보며 햇님은 생각한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천국을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햇님은 이런 천국같은 낙원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햇님은 주변에 몰려드는 인간들을 보며 처음 이곳에 온 날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지상낙원. 그 위에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상상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 그 꿈이 이루어진 지금이 영원히 끝나지 않길 기도해본다.


“언니 뭐해?”

“햇님아 견백 따라 하는 거야?”


월월-.


햇님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본다. 언제나 장난기 많고 밝은 바람이, 바람이 만큼 수다스러운 와이비, 그냥 귀여운 구르미. 그들을 보며 햇님은 참 예쁘게 웃는다.


“너희 빨리 오라고 기도했지.”

“햇님이 신났구나? 그럴만 하지. 이 몸이 드디어 선발대가 되시는 날이니까 으하하. (속삭이며) 햇님아. 너도 기대해도 좋다고 순령이 형이 살짝 귀띔해줬어.”

“오. 언니, 오빠 둘다 선발대? 그거 되는거야? 와이비도 그거할래!”

“훗. 넌 안돼. 이 꼬맹아. 엄청 위험하고 엄청 무서운 일 하거든?”


바람은 자신이 말해 놓고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햇님을 빤히 쳐다본다.


“햇님아. 너 선발대 뽑혀도 안 하면 안 될까? 이거 위험한데 진짜로. 나만 할게.”


햇님은 바람의 볼을 꼬집는다.


“바보야. 아직 뽑힐지 안 뽑힐지도 모르거든? 구름 태우지마. 그리고 너가 선발대 가고 나면 네 옆에 내가 없잖아. 그럼 난 누가 지켜줘?”


바람의 눈이 커진다.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이다.

바람을 설득하는 일은 햇님에게 무엇보다도 쉬운 일이다. 햇님은 그렇게 쉬운 바람이가 너무 좋다. 햇님은 바람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바람아. 우리 같이 선발대 돼서 꼭 나를 지켜줘.”

“응! 나만 믿어. 우리 꼭 같이 선발대 하는거야!”

“나도, 나도 한다고! 언니 나도. 오빠 나도.”


월월-.


“으하하하. 너희들은 안된다 꼬맹이들. 나랑 햇님이만 단 둘이 할거라고. 으하하!”

“주목!”


바토의 큰 목소리가 공원에 울린다.

모두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본다. 그곳에 견백이 바위 위로 오르고 있다.

바위 옆으로는 선발대 인원들이 자리를 잡는다. 피어라의 죽음으로 남은 선발대 인원은 단 3명뿐이다.

가장 왼쪽에는 바토가 선다. 바토는 자신의 주무기인 철퇴를 들고 있다.

가장 오른쪽에는 순령이 있다. 순령은 얇고 긴 자신의 장검을 어깨에 올려두고 웃는다.

그 가운데에는 괴테몰리가 있다. 괴테몰리는 오랜만에 군복을 입어 불편한지 계속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다.

인간들은 그들을 바라보며 모여든다. 바람과 햇님이도 그들을 바라본다. 수많은 독립군과 인간의 섬 인간들 그리고 새로 합류한 원주민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견백은 길게 뻗어진 일만 명이란 줄을 보며 말한다.


“이게 다 들릴까?”

“형님. 바보입니까? 들리겠습니까? 그래도 그냥 떠드십시오. 어차피 앞에서 들은 놈들이 전달합니다.”

“순령 입조심해라. 공식석상이다.”

“어련하시겠습니까? 영감님. 으휴 꼰대.”

“뭐라고!?”

“견백님 말씀하셔야 합니다. 둘 다 조용히 하십시오.”

“으디. 이 매머드 같은게 형님들한테.”


얼마나 긴 세월을 함께 한 건지 선발대의 대화는 정겹다. 그렇게 참으로도 볼품없고 격식없는 대화가 오간다.

그 모습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바람의 눈에는 색안경이 낀다.


“햇님아. 선발대 간부님들 회의하는 거 진짜 멋있지 않냐? 이제 곧 나도 선발대 일원이다.”


햇님은 바람의 눈치를 살짝 보며 말한다.


“회의라기 보단 그냥 실없는 소리들 하시는 거 같은데?”

“햇님아! 너 그게 무슨 예의 없는 소리야. 저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햇님은 바람의 색안경을 그대로 두기로 한다.

어느정도의 실없는 소리가 끝났는지 견백은 소리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새로운 선발대 3인을 차출합니다!”

“우와와!”

“독립군들은 들어라. 몇 가지의 시험을 통과한 이들 3인은 호명된 순간부터 중대장들과 같은 권한을 갖는다. 그러니 나이와 성별에 상관하지 말고 그들을 상사로서 독립군의 간부로서 대우하길 바란다.”

“독립!”


1000여명의 독립군 병사들이 우렁차게 대답한다.

병사들이 아닌 인간들은 그 모습을 보며 든든해 한다.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군가의 형, 누나, 또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이들은 모두를 지킨다.

이제는 그들 어깨의 무게가 더 무거워진다. 지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이제 북상할 계획을 세운다. 인간을 위해 더 많은 것을 갖기로 한다.

그 위대한 여정이 지금 견백의 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선발대 3명 호명은 이야기가 끝난 후 진행합니다. 모두에게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견백의 말이 시작되자 공원은 고요해진다. 일만 명의 사람들이 모두가 집중한다. 거짓말처럼 견백의 목소리는 고요함을 타고 공원 끝까지 메아리쳐 닿는다.

그 고요함 속에서 견백은 잠시 눈을 감는다.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일에 앞서 짧은 명상을 시작한다. 모두가 견백의 들숨 날숨에 집중한다. 숨소리 하나까지 공원에 끝까지 닿는다.

견백이 눈을 뜨고 고요함 속에서 말을 잇는다.


“500년에 가까운 세월을 이곳에서 쫓겨나 섬에서 생활했습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그곳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제대로 된 식량이 없어 한 해에 몇십 명씩 죽어 나갔습니다. 저 견백. 더는 그때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밟고 있는 끝마을 역시 드넓은 땅 중 하나이나 여기서 만족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 작은 땅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제 올라가 이 드넓은 땅의 모든 자연을 차지할 것입니다. 아이언스 놈들이 독차지하는 그 땅을 빼앗고 당당히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던 시절로 돌려놓겠습니다.”


견백의 말이 끝났다. 견백에게 집중하던 사람들 마음속에 작은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인간의 섬에서 이주한 인간들에게 견백은 신이다. 신이 지금 인간에게 말하고 있다.


“많은 것을 주겠노라. 더 많은 것을 누리게 하겠노라. 더 많은 것을 보게 하겠노라.”


신의 뜻을 직접들은 인간 중 그 말을 거스를 인간은 단 하나도 없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그들은 더욱 열광한다. 환호한다.

나머지 5000명. 즉 공원에서 나고 자라서 길러지던 인간들은 어떨까?

그들에겐 이들의 환호와 삶이 두렵다. 이제 막 약에서 깨어나 생각이란 것을 하기 시작했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는데 약 기운이 사라지니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다. 몇몇 인간들은 약을 받던 시기를 그리워한다. 아무 걱정 없던 시절. 그저 먹기만 하면 되던 시절.

그러나 이들이 오고 난 후부터 모든 게 변했다. 정신이 들기 시작한 인간들은 일을 시켰다. 그저 거닐고 먹고 자던 시절이 끝났다. 성욕이 왕성해지면 아무나 잡고 번식하던 자유로움은 죄가 된다. 때가 되어 발정이 난 이들은 아이언스들이 알아서 번식장으로 몰아넣었다.

그 당연한 욕구를 이들은 거부한다. 당연한 욕구를 이들이 방해한다. 그래서 몇몇은 과거를, 아이언스를 그리워한다.

공원에 커다랗게 들리던 박수소리와 함성이 잦아든다.

견백은 고요함이 찾아오니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그렇다면 새로 차출된 선발대를 발표한다. 지금부터는 독립군의 이야기니 병사가 아닌 분들은 각자 볼일을 보셔도 좋습니다.”


웅성웅성-.


몇몇 사람들이 자리에서 이탈한다. 대부분 원주민이다.

씨엠은 어느새 군복을 입은 독립군이 되어있다. 그런 씨엠은 자리를 이탈하는 원주민을 보고 인상을 쓴다.


“저 자식들이. 아직도 약에 취해있나? 정신을 못차리고.”

“그만해. 씨엠 훈련병. 앞을 봐라.”


가르텐은 무게를 잡으며 말한다. 가르텐의 가슴팍에는 어느새 일병 딱지가 붙어 있다.

씨엠은 이 약골 놈이 선임이랍시고 각잡는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언젠간 내가 이 약골 놈 바지에 오줌 지리게 만들어준다.’

도토리만 한 가르텐과 씨엠은 묘한 신경전을 펼친다.

바람은 앞에 있는 도토리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곤 앞을 본다. 바위 위에 서 있는 견백과 눈이 마주친다.

견백은 바람을 보며 씩웃는다.

바람의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자 호명한다. 첫 번째 선발대로 뽑힌 인원은 바로 대련 우승자 바람이다. 바람은 앞으로.”


우와와와-!


이 장난기 많고 덩치만 큰 곰 같은 아이가 사랑받고 있다. 독립군들은 그들 중 누구도 바람이 선발대가 되는 것을 한마음으로 축하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 전쟁에서 수많은 아이언스들을 때려잡았다. 그 속에서 바람에게 목숨을 빚진 이들이 한둘은 아니었을 거다. 그렇기에 저 큰 소년이 선발대가 되길 모두가 기대했다. 그리고 그 기대가 채워지는 순간이다.


“바람. 한 마디해라.”

“흠흠. 그, 그게. 잘 들으십십십시오다. 이제는 내가 간부, 선임입니다? 이다! 내가 제일 쎄다. 아니, 쎈 건 맞는다. 아니다. 그렇다! 고맙다!”


바람은 고장났다. 평소 말도 잘하고 수다스러운 바람은 유감스럽게도 무대 체질은 아니었다. 멍석을 깔아주니 영 시원치 않다.

그러나 바람만 모른다. 이곳에 병사들은 모두 바람의 그런 모습을 사랑한다는 것을 말이다. 독립군은 바람이 말이 끝나자 얼른 내려가라고 야유하고 장난친다.

바람이 실망하면서 내려와 햇님이 뒤에 숨어 운다. 독립군들은 그 모습을 귀여워하며 웃는다. 바람은 햇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땡깡을 쓴다.

견백은 그런 바람에게 큰소리로 말한다.


“바람아. 햇님이 놔줘라. 햇님이가 다음 차례로 호명될 선발대다. 선발대 대련에서도 자그마치 최후의 4인까지 올랐으며 애거시가 낸 모든 필기시험에 만점 받은 귀한 인재다. 햇님아 앞으로 올라와라.”


우와와와와와와-!


정확히 두 배. 바람이를 환호할 때보다 정확히 두 배 더 큰 목소리가 공원에 울린다. 햇님이는 그 자체로 인기가 많다. 공원에 생활하는 모든 이들에게 빛과 같은 존재다. 언제나 빛이 나고 언제나 모두를 챙긴다. 그런 모습에 많은 병사 눈에 하트가 그려진다.

바람은 그 하트를 터트리고 다니라 분주하다.

또 햇님이 선발대가 되는 모습을 공원 원주민들도 뚫어지게 쳐다본다.

면역자들은 햇님에게 감사하며 쳐다본다.

그러나 약 기운에서 깨어나는 원주민들에게 그녀는 재앙이다.


“정말 제가 선발대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모두가 기억하고 마음에 담은 피어라 간부님처럼. 살아가겠습니다. 그녀의 유산을 들고 이 아름다운 자연과 사랑하는 인간을 잘 지켜내 보겠습니다.”


햇님은 피어라의 손도끼를 가슴에 올린다. 모두가 잠시 숙연해진다.

바토는 눈물을 훔치며 소리친다.


“박수!”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햇님이 내려간다.

바람이는 무대 체질인 햇님을 보며 부러워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이 호명된다.


“올라와라. 쿄헤이.”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바위로 걸어가는 쿄헤이를 본다.

쿄헤이 본인도 얼떨떨해하며 바위 위로 오른다. 쿄헤이는 아직 선발대 간부가 된 소감도 말하기 전부터 눈물을 흘린다. 바위에 오른 그의 눈은 이미 눈물, 콧물로 가득하다.

바위에 오른 쿄헤이를 견백이 안으며 말한다.


“너를 위한 자리를 있을거다 말하지 않았느냐?”

“으어어. 견백님. 감사합니다. 충성을 다하... 흑흑.”


순령은 바위 아래서 혀를 찬다.


“쯧. 저저 울보새끼랑 같은 선발대라니. 선발대 위상이 다 죽었어. 아, 피어라 그립다.”

“너나 잘해. 이것아.”


괴테몰리는 순령의 엉덩이를 걷어찬다. 그렇게 공원의 해는 저물어간다. 점점 어두워지고 밤이 찾아온다. 모두가 떠난 그 바위 위를 누군가는 떠나지 않고 쳐다보고 있다.

철창에 갇힌 엑스는 자신의 독방에서 그곳을 쳐다본다. 그는 얼마나 벽을 쳐댔는지 주먹에 피가 흐르고 있다. 엑스의 눈은 이전으로 돌아가 있다. 퀭하고 덤덤한 눈.

그러나 그의 눈에 보이지 않던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내 것인데? 시발. 내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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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인간 말살 작전(2/12) 24.02.08 8 0 13쪽
45 인간 말살 작전(1/12) 24.02.07 9 0 13쪽
» 죽음 24.02.06 7 0 13쪽
43 독립군 24.02.05 12 0 13쪽
42 운명 24.02.04 6 0 12쪽
41 전보 24.02.03 8 1 13쪽
40 씨앗 24.02.02 8 1 13쪽
39 작전 24.02.01 8 1 13쪽
38 전쟁 준비 24.01.31 9 1 13쪽
37 우물 24.01.30 8 1 13쪽
36 짐승 24.01.29 8 1 12쪽
35 협력 24.01.28 11 1 12쪽
34 화양연화 24.01.27 9 1 12쪽
33 불씨 24.01.26 11 1 12쪽
32 동족 24.01.25 17 1 11쪽
31 바알 24.01.24 9 1 13쪽
30 미산트라 24.01.23 12 1 12쪽
29 정착 24.01.22 13 1 13쪽
28 미래 24.01.18 15 1 14쪽
27 승리 24.01.17 11 1 12쪽
26 전쟁(2/2) 24.01.16 17 2 13쪽
25 전쟁(1/2) 24.01.15 15 2 12쪽
24 조우 24.01.14 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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