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검정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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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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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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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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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지구적응기 06

DUMMY


“아하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고모는 포복 절도라는 말이 딱 맞게 행동하고 있다.


약간 어둡고 진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의 스테이크 하우스에 왔는데 옆 테이블과의 간격이 넓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고모가 너무 요란하게 웃어서 근처 테이블 사람들이 다들 우리를 쳐다봤다.




“아!! 고모!! 좀 조용히 좀 해요!! 다 우리 쳐다봐요!!”



“아.. 근데 너무 웃겨. 아하하하하하”



“그게 뭐가 웃겨요!!!”




고모가 내 표정이 왜 이렇게 요상하냐는 질문을 해서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들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경계] 갤러리에서 그녀를 우연히 또 마주치고 머뭇거리다가 그냥 놓쳐버려서 스스로에게 화가나서 기분이 별로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가 뭐가 웃기다고 고모가 저렇게 요란하게 웃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고.. 미안 미안, 아하하하하하하. 너 너무 귀여워서 그래.”




고모네 사촌형이 두명 있다.


형들과 나도 거의 10살 정도의 나이차이가 있다.


우리 형과 누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다.


그래서 아빠나 고모에게 나는 완전 막둥이 아들 같은 취급을 받는다.


마냥 귀엽기만 할것 같은 꼬꼬마가 호감 가는 여자가 생겼다고 하니 재미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나는 이런 감정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고 나름 싱숭생숭한데 이렇게 대놓고 비웃어 주다니..


‘참.. 고..맙습니다.. 고모..’




“민준이 아니 너네 아빠한테 문자 와서 오늘 레온이 좀 심각한 얘기 할지도 몰라~ 하길래 무슨 이야기 인가.. 하고 왔더니 이성에 눈을 떴다는 이야기 였어?


하긴 그것도 주요한 문제기는 하다 그치?


그래서 고모가 뭘 알려주랴? 여자 꼬시는 법 같은게 알고 싶은거야?”




“아니!! 고모!! 이건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이라니까!!


나도 이런 일이 오늘 벌어질 줄은 몰랐거든!! 당연히 고모한테 물어볼게 이게 아니지!!!”




자꾸 깔깔거리는 고모에게 좀 화가 났다.




“아.. 그러네.. 어제 약속 잡을때 궁금하던 건 이게 아니겠구나..”




내가 화가 난것 같으니 고모는 급 정색을 하며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노력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목소리를 바꾸고 표정을 굳히려고 하는데 여전히 광대는 내려오지 않고 웃음을 억지로 억지로 참는 것이 보였다.



“그래.. 진지하게.. 우리 레온 그럼 무슨 고민이.. 푸흡, 아하하하하하


미안, 미안, 나 한번만 더 웃고 올게.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놔..”




나도 이제 다 컸는데.. 고모에게는 귀염둥이 꼬꼬마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고기를 쓸어먹고 디저트로 나온 달디단 브라우니까지 먹은 다음에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제서야 고모의 웃음끼가 멈추고 진지한 이야기를 할수 있었다.


테이크아웃 잔에 커피를 받아들고 [경계] 옆에 있는 피어66 공원에 갔다.


허드슨 강가를 바라볼수 있는 시야가 뻥 뚫린 멋진 공원이다.


벤치에 같이 앉아서 강가를 바라보며 고모와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 친구 만드는 법이라..”




“고모는 사람들하고 쉽게 친해지잖아요.


모르는 사람들 하고도 편하게 말도 잘하고.


친구도 엄청 많은 것 같고.”




“고모가 외향적인 편이기는 하지~


근데, 그게 친구가 많은건 아니야.


고모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




“그럼 그 아는 사람이랑 친구의 차이는 뭐에요?


어떻게 하면 친구가 될 수 있어요?”




“흠.. 그것도 딱히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서..


명확히 뭐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긴하네.. 흠.. 친구라.. 친구..”




한동안 고모도 나도 아무 말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봤다.


둘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해 봤다.


친구라는 건 뭘까?





“고모가 생각하기에 친구는 필요가 없어도 보고싶은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




“필요가 없어도 보고싶은 사람이요?”




“음.. 일 때문이건, 아니면 취미생활 하면서 보는 사람이건, 아니면 연애를 하더라도 말이야 [필요] 한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이 있으면 일을 쉽게 할수 있다거나, 아니면 인맥이 좋아서 도움을 받는다거나 그런 사람들 말이야.



취미로 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 혼자 할수 없으니 상대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은 동료 라고도 부르고 멤버, 파트너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부를 수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 친구인 사람도 있고 친구가 아닌 사람도 있지.


친구와 친구가 아닌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만약에 그 사람이 없어지면 또 다른 누군가로 대체가 되면 그건 친구가 아니고 그 사람의 역할을 누군가가 대신 해줘도 계속 그 사람이 보고 싶다면 그게 친구 아닐까?


필요에 의해서 만나는게 아니라 내가 마음을 준 상대방.


그리고 반대로 상대방도 나에게 마음을 줘서 서로를 아끼고 좋아하는 사이가 된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해.”



“고모 말을 들어보면 그런것 같기도 한데..


그럼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것과 친구가 된건 뭐가 다른거에요?”




“어.. 어.. 비슷한것 같은데? 근데 친구가 되면 마음의 교류를 하는 사이가 되는것.


그런데 다 : 다의 교류가 가능한 것이 친구.


그것에 플러스 다른 사람과는 할수 없는 둘만의 1:1 교류를 하면 사랑 이런거 아닌가?”




“요즘 오픈 릴레이션쉽도 있고.. 다 : 다 사랑도.. 있는것 같은데.”




“인마! 이상한거 하지마 그건 사랑이 아니야!!


아닌가.. 그런것도 사랑인가?


아.. 모르겠다.. 어렵네.. 어려워.. 고모도 잘 모르겠다.


정작 질문을 받고 보니 친구가 뭔지,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네..”




고모랑 그렇게 한참을 우정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나보다는 고모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고 혼자 고민 할때 보다 더 깊이있게 생각을 진행할수 있었다.


둘다 당연히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컨셉들은 이렇게 명확한 것이 아니라 모호하다.


흑과 백 처럼 선을 그을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 이다.




평소에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일을 하는 고모도 앞으로도 영원히 그 경계선은 유동적일 것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사실 우리의 삶속에서 모두 자신만의 경계를 확정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면 또 새로운 환경과 조건이 생겨나고 또 그에 맞춰 경게선은 흔들린다.


오늘의 대화는 친구에 이어져 사랑까지 번져갔지만 내일은 또 다른 컨셉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정답은 없다.


진동하는 양자의 파동처럼 우리는 영원히 고정될수 없고 모든 언어가 낳은 개념도 끊임없이 진동할 것이다.


고모는 계속 고민해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에 또 같이 이야기 해보자고 하셨다.


함께 갤러리 입구 까지 걸어와서 고모는 다시 일하러 들어간다고 하셨다.




“레온! 친구가 생길까 걱정 하지마.


어떻게 하면 친구를 만들지도 고민하지 말고.


그냥 네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을 정하고 나면 자연스레 너와 같은 방향을 보는 사람들이 보일거야.


그리고 그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서로 마음을 나누고 친구가 되어 있을거야.


보통 사랑에 빠진다고 하지, 아무도 사랑하는 사람 만들어야지~ 라고 말하지 않잖아.


우정도 니가 만드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피어날거야!”




“그러다가 영원히 친구가 안 생기면요.. 평생 외톨이가 되면..”




“오늘 우리 꼬마 신사가 사랑에 빠졌잖아~ 이렇게 될줄 알았니? 이렇게 다 찾아온다니까!”




“아~!! 고모!! 사랑에 빠진거 아니라고요.. 그건 그냥!!”




“레온, 이제 시작이야~ 조급해 하지마.


친구도 사랑도 다 찾아올거야.


재미있는 일들이 가득할거란다.”




고모와 인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걸어갔다.


그래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거의 20년 정도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삶을 살아왔는데,


며칠 전부터 급 가속 버튼을 누른것 처럼 확확 전개가 바뀌는 것 같다.


내가 궁금하던 친구가 무엇인지, 어떻게 친구를 만들 수 있는건지에 대한 대답은 하나도 듣지 못했지만


가슴 위에 돌을 얹어 놓은 것처럼 묵직하게 답답하던 것들이 사라진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시 검은머리 여자아이 생각이 났다.



“또, 만날 수 있을까?”




뉴욕에 여행을 온 관광객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이기를 간절히 빌었다.


미술관에 이어서 갤러리에서 마주친걸 보면 나처럼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혹시나 나처럼 아트스쿨에 다니는 학생인거 아니야? NYU에 가면 있는거 아니야?


희망회로가 가동 되며 마음속이 행복으로 가득찼다.


앞으로 틈만나면 첼시의 미술관과 갤러리들을 돌아야 겠다.


이제 아트스쿨에서 컨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연구를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건 모두 공부다 공부!!


이제 난 대학생이잖아~ 공부 열심히 해야지.


절대 여자 꽁무니 쫓아다니는 게 아니다.


나는 현대 미술의 트렌드를 읽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서.. ㅎㅎㅎㅎ


내가 생각해도 내 모습이 바보 같다.


그래도 어떤 이유에서이건 내일은 무엇을 해야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지! 하는 다짐이 생긴건 오래간만 인것 같다.


연구소에서 살던 시절에는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하는 삶이었다.


정기적으로 검사받고 알려주는 것들을 배우고 신체능력에 대한 테스트를 했다.


그 종목이나 시간순서 등도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소에서 통지하는대로 나는 수행하는 것 뿐이었다.


법원에서 나에 대한 판결이 나오면서 그런 스케줄이 끝난 것은 아니고 그보다 2년 정도 전에 18살이 되면서 정기적인 검사에 대한 스케줄이 확 줄었다.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서 굳이 그렇게 빡빡하게 할 필요 없다는 것 이었다.


그리고 학교 수업도 모든 수업을 수료 했다며 졸업식 없는 졸업을 했다.


그때부터 연구동을 기웃거리며 박사님들과 함께 내가 관심있던 분야에 대한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


논문을 쓰고 연구주제를 정하면서 부터 겨우 스스로 주도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고를 수 있는 몇개의 옵션 중에 선택권을 얻게 된 것이지 완전한 백지에 자유주제로 그림을 그린것은 아니었다.


지구로 와서 사는 삶.


대학을 선택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것이 좀 막막 하기도 하다.


하지만 하얀 도화지를 받아들고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레기도 한다.


지금은 정말로 내 인생이 어디로 흐르게 될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이 좋다.


경계가 분명하지 않고 모호한 것이 싫기도하고 좋기도 하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 걸이다.


이게 인간의 마음인 건지, 나라는 녀석이 특이한 건지는 모르겠다.


추워서 싫은데 시원해서 좋다.


배불러서 행복한데 짜증이 난다.


이런 이상한 양가감정을 느낄수 있는것도 인간의 특징일 것이다.


빨리 입학하고 강의를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더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갈지 알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혹시나 학교에서 그녀를 마주칠지도 모르잖아~ 하는 막연한 기대도 차 올랐다.




‘아.. 이러지 말자. 그냥 지나가다 예쁜 여자 본거잖아. 오버 좀 그만 하자.’




자꾸 그녀에게 빠져드는 생각을 털어내려고 노력했다.


너무 달에서 오래 살았다.


현실이 아니라 소설과 컨텐츠 같은것에 너무 빠져 살았어.


삶은 판타지 소설이 아닌데 말이야.


그녀에 대한 생각은 그만하자.


내일은 ID카드 발급 받고 학교 입학처에 가서 마지막 서류작업 마무리 하고 와야겠다.


상상을 현실로 끌어내려 땅에 발을 대고 있어야지.


너무 붕붕 공중을 날아다니지 말자.


지구에서의 하루는 참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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