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일주일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공모전참가작 새글

zenithrone
작품등록일 :
2024.05.08 23:08
최근연재일 :
2024.09.20 18:00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506
추천수 :
0
글자수 :
390,044

작성
24.08.30 20:38
조회
7
추천
0
글자
22쪽

금요일

DUMMY

“아이구 그때 말이야 서울올림픽 끝나고 여행자유화가 풀려버렸잖아. 그전에는 뭐 높은 분들 업무차 나가는 거 말고는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해외여행 꿈도 못꿨어~.”

“아 예, 와~ 그땐 그랬어요?”

“그럼 그럼~ 그거 아직 삼십년도 안 된 얘기야~.”

이 아주머니 한 번 물고가 터진 말이 그냥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돌아보았던 신천역 부근을 지나쳐 그 한 정거장 뒤에 있는 종합운동장역을 기점으로 방사형 영업을 전개하였다.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서울만이 아닌 전국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알고 있을 만큼 여기는 사위 아파트먼트 하우스뿐이다. 그것 외에는 정말 보이는 거 없다. 저으~기 동편에서 모르도르의 사우론 탑 같은 모양으로 올라가고 있는 초대형 건물만 빼면.

이런 곳엔 으레 아파트먼트 하우스 덩어리초입마다 상가단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그 안에는 여행사들이 꼭이라 할 만큼 다수 포진해있다. 영업을 다니는 입장에서 이런데 몇 번만 거치면 그날의 목표량을 무난히 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초과달성까지 하게 되는 것도 그리 요원한 일은 아니다. 그런 연유로 한주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 보자는 의미에서 빡세게 달려대기 위해 상가건물들 위주로 움직일 계획을 세웠지만 아뿔사, 출입문 바로 옆에 붙어있는 조그마한 여행사에 발목이 잡혀 진도가 빠지질 않는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여사장님 혼자 계신 곳이었는데, 아 이 여사분 글쎄 사람 백만 년 만에 보는지 인사 한번 하러 들어온 날 앉혀놓고는 보내줄 생각을 안 하는 거다. 시간도 어느덧 점심시간으로 향해 가건만···. 정확히 말하면 안 보내준 다기보다는 오랜만에 자기 얘길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서 그랬을까, 웃으며 뜨여진 그 입이 쉴 새 없이 위아래도 움직여 내가 감히 자리를 뜰 수 없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다. 암튼 그렇게 잡혀 근 한 시간이 넘도록 멋진 노여사의 무용담에 귀를 기울임 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 그러니까아, 그때는 그냥 여권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직원들 월급 다주고 몇 백씩 가져갔었다니까~. 지금이야 뭐 구청들마다 다 발급해주지만 그때는 그런 게 어딨어? 다 여행사 와서 했지. 이게 그냥 그때 대박이 난거야. 다들 너도나도 여권 만들러오느라 아 어떤 집들은 여행 업무는 제쳐두고 아예 여권발급만 하기도 했었다니까? 그걸로 다들 아파트 사고 차도 몇 대씩 사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 좋~으셨겠수다. 그렇게 뭘 해도 돈 버는 시절에 돈을 벌어서. 우리는··· 지금 우리 젊은이들은 아주 죽겄소 그냥. 일할 곳이 없어서, 설혹 일한다 하더라도 한 몸 건사하기 힘든 돈만 받아가면서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데···.

“근데 요즘엔 영~ 아니야. 나라 경제가 이 모양이니 어째. 가장 먼저 사람들 힘들면 줄이는 게 해외여행 아냐. 그러니 그 많던 직원들 하나 둘 나가고 이렇게 혼자 남았지 그래 쯧쯧쯧···.”

“휴우~ 그러니까요. 그래도 사장님, 그때는 정말 재밌었겠어요. 가만있어도 사람들이 돈을 싸들고 왔으니.”

“그러엄~ 그때 여행사 차려놓고 돈 못 벌면 바보소리 들었어~. 근데 다 옛날 얘기지 뭐. 요즘은 그냥 너어~~무 힘들어. 아 우리야 그렇다 쳐, 그래도 한때 돈 만져봤으니까. 근데 어째··· 요즘 애들은 그런 것도 없잖아. 취업도 안 되고 다들 너무 힘들게 살어. 불쌍해 죽겠어 아주그냥···.”

“하하··· 뭐 어쩌겠습니까. 지금 태어나버렸는데···.”

그렇죠? 사장님 생각하기에도 그렇죠? 젊은 애들 살기 팍팍하다는 거. 본심이야 확인할 길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씀이라도 해주시는 거 정말 고오~맙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 나라 이렇게 망쳐 놓은 놈들이 죽일 놈들이지 뭐. 그런 나쁜 놈들한테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괜히 죄 없는 애들이나 들들 볶고 말야~. 나도 집에 애들 둘이 있는데 하나는 딸이고, 작은 애는 아들이고··· 그래가지고··· ···뭐 우리 애들도··· ···그랬었다니까? ···.”

졸지에 사장님의 자식 걱정하는 마음은 물론, 당신 자녀들 사진까지 확인하고 난 다음에야 오늘 마수걸이가 마무리 되어질 낌새 슬슬 보여 온다.

“아 그런데, 어디서 오셨다고?”

“아 예. 인차투어요. 인도차이나 전문랜드사입니다.”

“아 맞다, 인차투어 인차투어. 아까 인차투어라 그랬지~.”

“예. 그렇습니다.”

“그래요 그럼. 내 우리, 팀 들어오면 그쪽에다가 붙여 줄께.”

“아유 고맙습니다 사장님!”

“고맙긴 뭘~. 다 그렇게 사는 거지. 그래요 여기 동네가 동네인지라 팀이 자주 들어와. 그쪽 동네 문의 들어오면 내 천 대리한테 연락 줄께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아유 그래요 그래. 늙은이가 주책없이 바쁜 사람 붙잡고 있었네~.”

“아뇨 무슨 말씀을요.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아이구 말도 이쁘게 하네~. 암튼 고맙구, 자주 와요. 여기 오면 꼭 들르구~?”

“아 예 그러믄요 사장님.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래요 잘가요~.”

“옙 또 오겠습니다.”

나름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재밌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행업의 역사와 그 소용돌이를 헤쳐온 분의 산 경험도 듣고, 그리고 또 대화하던 도중 자꾸 권해주는 다과도 쏠쏠히 까먹는 재미가 있어 좋았다. 밥시간 될 때까지 이곳 한 집밖에 방문하지 못한 게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그런데 뭐 이런 거 저런 거 다 필요 없다. 우리사장대형 말씀대로 고객만 유치해 주면 된다. 그거 하나면 말씀이 많든, 하루에 한 곳을 들리든 그게 뭐든 간에 아무 상관없다. 단지 그거 하나면.


어디보자, 월요일은 돼지고기너비튀김, 화요일은 부대찌개, 수요일은 김치찌개, 그리고 목요일은··· 짜장면. 음, 이정도면 꽤 균형 잡힌 식단 아니었나 사료된다. 그렇다면 이 주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불금엔 뭐가 어울릴라나···. 그렇지!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면 되겠다. 영양분은 우선 먹고 난 다음에 대충 알아서 짜 맞추기로 하고. 언제는 뭐 그런 거 따져가며 움직였냐?

진짜 정말 근처에서 별로 움직이지 않을 요량으로 다리를 붙이고 선 채 윗몸만 움직여 주위를 쭈욱 둘러보았다.

「최부자집 뼈다귀 해장국」

응? 좋아, 오늘은 저기다! 그간 결핍 증세를 호소해오던 칼슘과 비타민D를 보충하여 더욱더 건강한 나로 거듭나보는 거다.

나는 점심시간 사람들이 몰리는 틈에 같이 끼어 복작거리고 싶지 않아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적당히 자리를 잡고는 차림표도 보지 아니하고 바로 주문에 들어갔다.

“뼈다구 해장국이요~.”

역시나 이러한 곳은 멋들어진 롱부츠를 신은 아가씨들이 제일 부담스러워할 좌식형 실내.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 밥상머리 있는 쪽을 빼고 옆으로 뒤로 자꾸만 부딪히곤 하니 빨리 먹고 빠지는 것이 상책이렸다. 나오는 대로 어서 해치우고 잽싸게 빠져나가 또 어디에선가 따스한 봄기운 느끼며 남은 몇 십분 내내 잠 한 숨 때려야겠다.

“예~ 식사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오옷~ 벌써?

가격도 5500원으로 매우 저렴한데 거기다 빨리 나오기까지 하다니 심히 흡족하구나.

뼈다귀 해장국은 내가 또 아주 좋아하는 식단이기도 하지만 곳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이런 집을 올 때마다 늘 궁금한 것은 도대체 이 고물가시대에서 어떻게 5000원 남짓한 가격으로 요러한 음식을 뽑아 낼 수가 있느냐 하는 거다. 음··· 아무래도 모르겠다. 뭐 어쨌거나 무슨 방법이 있겠지. 방법이 있으니까 지금 여기 내 눈 앞에 나온 거겠지. 난 고마운 마음으로 먹기만 하면 되고.

그리 금방 가라앉을 것 같지 않은 탕기안의 부글거림을 후후 불어가며 황공하옵게 밥상 위까지 올라오신 땅님의 녹봉에 숟가락을 묻어보았다. 뒤이어 넘어온 얼큰한 국물이 인간을 위해 희생되어진 돼지를 향한 아슴찮은 가슴속에 열기를 더했다. 음식이란 참 소중한 것이다. 그게 지금 너무 흔해져 마치 그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물과 공기처럼 다들 대수롭잖게 여기고 있는 현실이 자못 안쓰러울 뿐···. 인간은 돈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음식 없이는 살 수 없다. 생각해보라. 지난세기말 유행처럼 번졌었던 어떤 식으로의 종말이 실제 일어나 모든 것이 사라지고난 다음, 남겨진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두고 싸우게 될지. 이 간단한 논리를 망각한 채 우린 너무나도 쉽게 먹거리를 남기고 또 버리고들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남의 집에 가서는 음식을 약간 남겨야 하는 게 예의다.」 라는 말은 그저 배곯던 힘든 시절 그래도 놓기 싫었던 알량한 자존심에서 발현된 쓸데없는 허영심이었음을 지금 모르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터, 이제는 그따위 갖잖은 예절차림 대신 아깝게 버려지고 있는 음식물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나는 주장하는 바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지금 현재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100%가까이 자급 가능한 쌀을 포함한 수치라서 그렇지, 이걸 제하고 나면 더욱더 형편없이 곤두박질친다. 이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무역이 중단되면 그리 멀지 않은 시일 안에 한국 인구의 절반 훨씬 웃도는 사람이 아사한다는 걸 뜻한다. 게다가 이 땅은 육지 속의 섬이라 가상속의 재난이 정말로 닥쳐왔을 때 달리 도망갈 곳도 없다. 이 무시무시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지···. 최소 내 주변으로도 대학에서 같이 농업경제학을 공부한 친구들과 그걸 가르쳐준 교수님들을 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 실지 전 세계적으로도 식량자급율이 완벽에 가까운 나라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가 않다. 어느 사이 세상의 많은 나라들이 알게 모르게 다른 누군가에 의해 자신들의 식량사정을 지배당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은 또한 총칼을 들이미는 옛 시절의 무례한 제국주의 대신 신사적인 얼굴 뒤에 숨겨놓은 오라로 서서히 숨통을 쥐어가는 경제적 신제국주의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어 가고 있음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몇 세기 전, 민중 개개인의 정신적 성숙도가 높지 못했을 때에는 지구상 많은 땅들이 강대국의 무력에 놀아났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며 식민지의 지성수준 또한 같이 성장하여 다행히 그들의 압제는 물러나는 순서를 밟게 되었는데··· 그러나, 현시점에는 그러한 높은 지성을 갖추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묘하게 스며드는 누군가의 손길을 눈뜨고도 막지 못해 서서히 그 새로운 제국주의의 질서아래 자기나라가 재편 되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일들이 세계 여러 곳에서 소리 소문 없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전쟁이라는 개폭망을 겪은 후 쌀국의 PL480법에 의한 전후처리지원계획에 의해 옥수수와 밀로 지배당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옥수수와 밀 산업이 우리의 손이 아닌 다른 나라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 당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며, 정말로 국제시장의 곡물가격이 널뛰기 할 때마다 그 여파가 해일이 되어 몰려와 국내의 곡물시장은 물론, 거기에 큰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축산업과 육류시장까지 덩달아 몹쓸 영향을 받게 되는 슬픈 현실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한 나라의 「식량주권」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크나큰 실례라 아니 할 수 없겠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상황은 여기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점점 다른 식량산업 전체로까지 그 마수를 뻗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는 그걸 깨우치지 못하고 이 귀한 식량들을 아무 생각 없이 음식물쓰레기화하여 내버리고 있다니··· 그저 아깝다는 생각만 조금 하면서.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헛소리 속아 넘어가들 혼수 비용 상승에 지대한 해악을 끼치게 한 것으로도 부족한 그 양문형 냉장고에 귀한 돈 들여 그득 그득 묶음 상품 쌓아놓고는 몇 번 먹지도 못한 채 있는 것도 까먹고 있다가 날짜 지났다고 죄 내다버리는··· 그런 미친···. 그렇게 썩혀진 식료품들을 음식물쓰레기통에 주기적으로 헌납하고는 다시 그 빈 공간을 메우러 대형마트로 잘도 간다들. 사람들은··· 지구가 예비로 몇 개쯤 더 있다 생각하고들 사나보다. 이거 하나 잘 간수하지 못해 작살나면 다 끝이라는 걸··· 모르는 것인가 정녕? 멍청하게 스리.

멜서스의 인구론이 18세기 말 제창된 후 촉발되었던 위기관념은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비약적으로 발전된 원양어업과 발달된 비료산업에 의해 논파되었다고 여겨졌다. 그로부터 2세기밖에 흐르지 않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어획량은 급감하였고 비단 우리나라의 예만 보더라도 그 넘쳐나던 명태와 오징어가 더 이상 잡히지 않거나 확연히 줄어들었음은 무론 그나마 올라오는 여타 어패류들의 크기도 현저하게 작아졌다. 육지 사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증가하는 인구에 비례하여 농업용지는 나날이 그 면적이 줄어들어 그로인한 부족분을 바다 너머 있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사와야 할 처지에 이르게 되었으니···. 그런데 만약 그 나라들도 이제 자기네들 먹을 것도 부족하다며 더 이상은 팔지 않겠다고 공언해 버리는 날이 온다면? 아까 언급했듯 이 나라 안에 있는 인간들 중 부유층 포함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2/3 또는 그 이상은 그냥 굶어죽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진실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땅한 순간에, 그걸 모르고 흥청망청 처먹고 마시고 남은 건 다 갖다버리고···. 지금 이 자리에도 나보다 먼저 끼니를 때우고 일어난 사람들의 자리엔 미처 다 먹지도 못하고 간 이러저러한 음식들이 상 위에 널브러진 채로 냄새나는 플라스틱 통속에 들어갈 서차만을 기다리고 있음이다. 며칠 전 왕과 커피 값을 갖고 옥신각신할 때 꺼냈던 얘기도 ‘지구 인구의 9억 명은 아직도 굶주리고 있다.’였는데···. 같은 별 어딘가에선 풀죽 한 그릇 제대로 먹지 못해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고 또 그럴 바라보며 울고 있는 어머니들이 있을 텐데, 우린 그 단장의 고통을 겪지 않는 나라에 있다고 하여 너무나 하찮게 음식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주위를 돌아봐야 할 때가 되지는 않았을까.

이래서 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옛말에도 있듯 일년지대계로는 농사만한 것이 없고 십년지대계로는 수목을 심는 것 만한 게 없으며 백년지대계로는 교육만한 것이 없다고. 그렇다. 향후 세대의 미래가 어느 쪽으로 나아갈지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정말 교육밖에는 없는 것 같다. 자꾸 말 나오는 서유럽도 선진국적인 면모가 어느 순간 뚝딱하고 나타난 것은 결코 아니었다. 물론 옛날부터 잘 살긴 했다. 그랬으니 총칼을 들고 지구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지 않았겠는가. 내가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그들의 「강대국」적인 모습이 아닌 「선진국」적인 측면을 바라보고자 하는 대에 있다.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근 100년 전, 세계 특히 유럽지역은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거대한 전쟁의 포화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 전란이 가까스로 진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차 일어난 전쟁은 먼저의 그것을 몇 배나 상회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규모로 지구라는 행성을 뒤흔들어 놓았다. 허무하게 지나간 반세기. 그들은, 유럽사회는 총성이 멎자 과도한 엘리트주의의 교육이 다수의 우매한 민중을 선동하여 얼마나 불행한 세상을 열어 나갈 수 있는 가에 대해 깨닫고 자신들의 교육제도를 근간부터 뜯어 고치기 시작했다. 몇 몇의 명석한 이들을 위함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똑똑해질 수 있는 그런 교육으로. 그래야만 높은 자리에 있는 치들이 엇나갔을 때 많은 국민들이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민중을 위한 교육의 평준화를 일궈갔고, 자신들의 오랜 역사와 함께했던 소르본느, 라이프찌히 등등의 이름 높은 대학들 또한 예외 없이 그 물결로 잘들 닦아나갔다. 그 결과··· 이제는 지구상 어느 한 나라 말고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선진시대를 이룩해내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눈이 무서워 정신 나간 짓을 할 수 없었고, 설혹 한다 해도 똑똑한 민중은 흔한 도서관에서조차 찾아보고 분석할 수 있는 정부정책들을 확인하여 잘못된 사람들을 규탄해 나간다. 이러니 나라가 어찌 아니 잘 돌아가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새로운 나라로 건국한지 100년 되었다하지만 아직도 일제강점기 때 들여왔던 구닥다리방식을 고집스럽게 지속해오고 있으니···. 이 방법은 벌써 한참도 전에 유럽 사람들이 사용했던 것이고 이로 인해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게 되어 지금은 아예 폐기물장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교육방식인데···. 그런데 그걸 21세기가 된 지금에 와서도 열을 올리며 목을 메고 있으니 사회가 잘 돌아가기가 더 힘들지 않겠나. 이와는 약간 다른 각도에서, 서양인들이 처음에 그것을 보고 극찬해 마지않았다고 하는 동양의 과거제도. 먼 옛날 중국 수문제 대에 만들어져 우리나라 고려 광종 치세에 들어와 근대 직전까지 이어진 그 관리 선발제도의 마지막은 또 이러했다. 조선 중·후기에 이르러 그 시험 한번 보겠다고 10만 명이 몰린 것으로도 부족해 나중에는 고관대작들의 권력 유지수단으로 전락해가다가 종당은 유력 가문 자제들을 위해 시험내용을 지네 끼리들만 공유하는, 거의 음서제와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이는 막장의 막장까지 다다른 끝에··· 결국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세상의 진리를 다시금 증명하며 우리 조선을 확실한 망국의 길로 이끌었다. 이때의 그 모습과 지 자식새끼 초일류대학 보내겠답시고 학원가와 어머니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첩보전과 정보전이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시대만 다르다는 대동소이한 점 말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도다!

그저 멀고먼 옛날의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한 세기 약간 전에 우리에게 분명히 일어났었던 일이다. 이렇듯 교육이 무너지면 그 다음 단계로 반드시 나라가 망가진다. 이것은 필연적인 절차이다. 몇 백만 수험생들 중에서 단 몇 할의 학생들에게만 빠끔히 열려있는 명문대의 길. 그리고 그 길을 걷지 못한 나머지 모든 청소년소녀들을 실패자로 낙인 찍어버리는 기가 막힌 세상. 극소수의 성공자와 극대다수의 실패자만이 있는 사회가 참으로 우리나라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겠다. 명문대를 위한 명문대에 의한 그리고 명문대의 나라가 되어버린 이 조그만 땅덩어리···. 그 잘난 대학들을 들여보내기 위해 부족한 걸 굳이 들쑤셔내어 어떻게든 보충해주려는 교육이 아닌, 잘하는 걸 찾아내어 북돋워주는 그런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한다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더욱 행복해 할 텐데···.

어린 시절부터 노동법과 세법, 근로자법 같은 각종 사회관련 현안부터 교육받기 시작해 성장된 지성으로 소수 권력자들의 어긋난 행동을 절대 두고 보지 못하는 서유럽 어느 나라와 같이 우리 역시 그 꼴나신 일류대를 가기 위해 필요한 국영수의 경쟁력 따위가 아닌, 인류와 그런 우리를 품어주고 있는 지구 대자연에 대한 거시적, 또 모두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향에 대한 미시적 관점의 차원에서 교육이 선행된다면 특정 중요 과목들만 우선시하여 거기에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엘리트들을 선별한 뒤 그들에게만 온갖 특혜를 주고 기득권에 편입시키고는 나머지 그 경쟁에서 뒤쳐진 모든 이들을 떨거지 취급하며 대충 사회 곳곳에 아무렇게나 쑤셔 박는 지금의 이 쓰레기만도 못한 교육방식과, 그렇게 뽑혀진 높은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데 그걸 모른 채 어두운 사회의 이면에 틀어박힘 당해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눈멀고 귀 막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의 재분배에서 점차 소외되어 가는 이 거지같은 현실에 깔려 죽어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이 펼쳐지는 게 가능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여기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이 지식적 무기로 국민 개개인이 무장되었을 때 나라 내의 부조리와 불합리한 폐단은 물론, 앞서 예기한 식량을 무기화하여 아무 기척 없이 우리 사이로 침투해 오고 있는 등속 나라 외부서 오는 그 어떠한 위협들까지 벼락같이 알아차리고 이에 당당히 문제점을 제기한 뒤 즉시 맞설 수 있는 혜안을 갖추게 됨이 그저 요원하기만 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일이 그렇게까지 된다면야··· 내가 이렇게 주변에서 너무 쉽게 버려지는 음식물들을 보고 안타까워할 나위 따위는 가질 필요도 없겠지. 사람들이 공기와 물과 음식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에 대해 따로 일깨워 줄 가치조차 없을 테니까. 역시 역시, 이 모든 것들의 근원적인 문제는 결국 교육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었구나. 진짜 정말 참~ 멋진 말이다. 옛 현인들께서 전해주신 그 「교육은 백년지대계라」하는 격언.

이러한 생각을 하며 탕기 바닥에 남아있던 국물 한 방울, 보시기마다 담겨져 있는 찬 한 올까지 남김없이 싹싹 비워가는 나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아름다운 일주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금요일 NEW 7시간 전 2 0 23쪽
51 금요일 24.09.11 2 0 24쪽
50 금요일 24.09.07 4 0 24쪽
» 금요일 24.08.30 8 0 22쪽
48 금요일 24.08.22 9 0 27쪽
47 금요일 24.08.16 8 0 20쪽
46 목요일 24.08.08 8 0 22쪽
45 목요일 24.08.03 8 0 18쪽
44 목요일 24.07.27 8 0 18쪽
43 목요일 24.07.18 8 0 20쪽
42 목요일 24.07.12 6 0 20쪽
41 목요일 24.07.05 8 0 22쪽
40 목요일 24.06.28 8 0 12쪽
39 목요일 24.06.20 10 0 22쪽
38 목요일 24.06.15 13 0 26쪽
37 수요일 24.06.13 10 0 24쪽
36 수요일 24.06.12 8 0 26쪽
35 수요일 24.06.11 7 0 23쪽
34 수요일 24.06.11 9 0 24쪽
33 수요일 24.06.09 6 0 13쪽
32 수요일 24.06.09 7 0 13쪽
31 수요일 24.06.07 10 0 15쪽
30 화요일 24.06.06 7 0 14쪽
29 화요일 24.06.05 10 0 14쪽
28 화요일 24.06.04 8 0 15쪽
27 화요일 24.06.03 6 0 14쪽
26 화요일 24.06.02 8 0 13쪽
25 화요일 24.06.01 5 0 18쪽
24 화요일 24.05.31 11 0 13쪽
23 화요일 24.05.30 8 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