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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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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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1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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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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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6쪽

베이컨의 상태가 이상하다

DUMMY

가까스로 노란 조폭들을 떨쳐낸 우리 셋은 탈진한 나머지, 땅에 퍼질러 앉아 한참을 숨을 몰아쉬며 쉬어야 했다.


술통을 여전히 껴안은 아버지의 이마에서 피가 연신 흘러내렸다.


‘하아! 어쩜 저렇게 얄미울 수가! 다쳤어도 우리보다, 그리고 자기보다 술통을 먼저 챙기고 있는 꼴이라니! 그래, 맞아! 전에도 이랬지! 세상이 바뀐다고 제 버릇 고칠 리 없는 거겠지!’


너무 화가 난 나는 아버지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완력으로 코코넛을 뺏어서 땅에 내팽개쳐버렸다.


“아니! 저 아까운걸. 아이고! 어째!”


다시 코코넛을 주우려고 달려드는 아버지 앞을 막고 수가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아빠, 그거 알아? 엄마가 아빠랑 이혼하려고 했었어!”


순간 아버지의 몸이 얼어붙었다.




나와 수는 충격에 정신을 놓고 있던 아버지를 부축해 온천탕으로 갔다.


그 다음, 수는 동굴에 몰래 들어가 어머니가 쓰는 약초와 육식초에서 얻은 끈끈이, 그리고 상처에 덧댈 가죽을 빼왔다.


그러고 나서 온천 근처에서 아버지의 상처를 깨끗한 물로 씻겨주고 상처를 치료해줬다.


치료하는 내내 수나 아버지나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대로 동생에게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하아! 답답해 죽겠네!’


참다못한 내가 소리쳤다.


“계속 우리 따돌리고 술 마시고 다녔던 거예요? 어?”




언성을 높이는 나를 보고 아버지는 더욱 풀이 죽어서 고개를 푹 숙였고, 동생은 아주 조용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분명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때 나오는 수의 버릇이었다.


“오빠! 나 아빠랑 할 말이 있어. 자리 좀 비켜줄래?”


수가 내 손위에 자신의 손을 얹고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 순간 나는 최면이라도 걸린 듯,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대답이 먼저 나왔다.


“어! 그래!”


잠시 후 수와 아버지를 힐끔힐끔 뒤돌아보며 하는 수 없이 나는 동굴로 향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오고 있던 나는 동굴 입구에서, 바구니에 마를 한가득 캐서 돌아오던, 어머니와 마주쳤다.


“경우야! 아버지랑 수는? 같이 안 돌아와?”


“네? 아!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서 먼저 돌아가라고 해서 왔어요.”


나는 어머니의 눈을 피하면서 거짓말을 늘어놨다.


아까 노랑이들과의 추격전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기력이 소진됐던 일 덕분에 나는 간단히 어머니를 속일 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다가와 내 이마를 짚어보더니 걱정하며 말했다.


“그러게. 열이 좀 있는 것 같다. 들어가서 물 좀 마시고 쉬어라. 마 구워줄게. 좀 먹고! 그런데 베이컨이 돌아왔는데 상태가 영 이상해. 들어가서 한 번 좀 봐라!”


어머니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놈은 항상 상태가 이상했지!’


베이컨이 또 뭔 짓을 하고 있나 생각하며 나는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그때 놈은 ‘뀌익! 뀌엑! 뀌이릭!’ 소리를 내며 동굴 안을 헤집고 있었다.


그런데 몸을 비틀거리며 벽에 자꾸 머리를 처박는 것이 참 많이 이상하긴 했다.


나는 베이컨을 간신히 붙잡아 놈을 살펴봤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그놈 입에서 달콤한 술 냄새가 났다.


‘아차! 내가 팽개친 코코넛 술을 집어 먹었구나!’


몹시 당황한 내게 그때 마침, 동굴로 들어오던 어머니가 물었다.


“이상하지? 뭘 잘못 먹은 것 같지? 코가 예민하고 똑똑해서 그럴 리가 없는데 아까 돌아와서는 무슨 술 취한 놈처럼 여기저기 행패를 부리고 다닌다!”




‘아! 이놈 제압할 힘도 없는데···! 근데, 자꾸 이 지X 하면 어머니가 눈치 챌지도 모르는데···!’


걱정이 앞선 나는 어머니를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어, 배고파서 상한 건지 모르고 아무거나 집어 먹었나보죠. 아마도 지금 배가 아파서 날뛰나 봐요. 내가 말썽 못 피우게 해 볼게요!”


‘하효! 근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나는 우선 기력을 채우기 위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어머니가 아껴두었던, 말린 과일들을 꺼내 허겁지겁 먹었다.


그리고 베이컨을 유인하기 위해 남은 말린 과일을 손바닥에 놓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녀석을 불렀다.


“베이커언! 이리 와! 착하지. 이것 먹자.”




곧 먹을 것을 보자마자, 이제는 큰 개만큼 커진, 베이컨이 내게 전속력으로 돌진해왔다.


그 모습을 보고 덜컥 겁이 난 나는 재빨리 말린 과일을 땅에 떨어뜨렸고 거기에 베이컨이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놈의 목 부분을 두 팔로 강하게 감싸 안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머니는 그런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구! 아파서 그런가 본데, 살살 해라!”


“끄으응! 끙! 네! 어머니! 걱정마세요. 안 다치게 할게요.”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간신히 대답했다.


무슨 힘이 그렇게 센지 내 팔이 다 저릴 지경이었다.




얼마가 지나자 꽥꽥 소리를 내던 놈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나는 서서히 팔 힘을 풀었다.


그러자 놈이 옆으로 ‘픽’ 쓰러졌다.


혹시나 죽었나 하는 걱정에 나는 베이컨의 입 근처에 귀를 갖다 댔다.


'크으으! 커어어어! 쿠우우으!'


다행스럽게도 그놈은 술 취한 사람처럼 코를 골고 자고 있었다.


'하아! 썩을 놈! 왜 이렇게 힘이 센 거야. 죽는 줄 알았네!'


긴장이 풀린 나는 그놈 배에 머리를 기대고 금세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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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컨의 상태가 이상하다 24.05.27 68 3 6쪽
17 아버지와 노랑이들 24.05.26 70 2 7쪽
16 환상의 맛, 코코넛 게 24.05.25 70 4 7쪽
15 최상위 포식자, 그레이를 만나다 24.05.24 75 5 6쪽
14 죽이기엔 너무 사랑스러운 햄망이 24.05.23 77 3 8쪽
13 우연히 발견한 부싯돌 24.05.22 81 3 6쪽
12 오해를 풀고 베이컨과 다시 친해지다 24.05.21 84 3 6쪽
11 온몸을 던져 구명지은을 갚다 24.05.20 85 3 6쪽
10 단란하고도 어색했던 온천탕에서 만난, 오리새 24.05.19 97 3 6쪽
9 원수 같던 동생 놈이 목숨을 살려줬다 24.05.18 108 3 7쪽
8 육식초 24.05.17 116 5 7쪽
7 만 년 후, 눈물의 재회 24.05.16 128 6 8쪽
6 불의 발견 +1 24.05.15 135 3 7쪽
5 먼저 깨어난 아버지와 베이컨 24.05.14 147 6 8쪽
4 실험에 참여했는데, 모르는 곳에서 깨어났다 24.05.13 148 6 9쪽
3 자, 이제 출발이다 +1 24.05.12 150 4 9쪽
2 세상 살기 너무 힘들다 +1 24.05.11 171 7 11쪽
1 쥐구멍엔 볕 뜰 날이 없다 +1 24.05.10 226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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