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에서 유일무이 마탄 쏘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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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ypus
작품등록일 :
2024.07.22 22:17
최근연재일 :
2024.08.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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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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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프롤로그

DUMMY

“내가 이상한가?”


로버가 테이블에 놓인 패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네? 뭐라고요?”


허나 듣는 사내는 로버의 말에 관심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패에만 쏠려있을 뿐이었다.


“이 새끼가 사람 말을 귓등으로..”

“아아 들었어요. 그러니까 동부에서 여기 서부로 오셨다고요?”

“거기까지 듣고 흘렸군.”


도박판의 사내는 이상한 눈빛으로 로버의 전신을 훑었다.

로버는 사내의 이상한 눈빛이 의문스럽지 않았다. 여기 서부는 개발이 덜 된 땅이 많은 반면, 동부는 개발이 완료된 땅이었으니까.

로버의 말에 의문을 품는 건 당연했다.


“동부에서 직업이 뭐였는데요.”

“마법사.”

“푸흡-”


마법사라니.

그 재능 있고 선택 받은 자들이라는 마법사?

떠돌이 복장으로 도박판에서 판이란 판은 다 지고 있는 이 녀석이?


팍-


“아 씨발!”


뒷통수를 맞은 사내가 일어섰다.


“앉아.”

“...네”


사내가 도로 앉았다. 무서워서만은 아니었다.

싸우면 질 것 같긴 하다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 녀석, 무언가 싸하다.

눈에 초점이 없다.

도박판에서 미친놈들을 찾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놈은 결이 조금 다른 미친놈 같다.

이런 놈을 건드려봐야 좋을 게 없지.


“그래서 마법사 선생님은 왜 동부를 떠났는데요.”


사내의 어조에는 비아냥이 한 스푼 첨가된 듯했다.


“그곳에는 신분과 위계가 존재하더군. 모두가 마법사 놈들을 떠받들고 있고, 그들은 자연스레 특권 의식을 가지고 있는데도 아무도 그걸 지적하지 않아.”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로버는 초점 없는 눈으로 시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상하지 않아?”


사내는 뭐가 이상하냔 듯 답했다.


“모르겠는데요. 마법사는 태생부터 그렇게 잘나게끔 태어난 선택받은 놈들이잖아요. 혹시 선생님이 재능이 없어서 그 사이에서 왕따 당한 거 아니에요? 뭐, 진짜 마법사라 치고요.”

“마법사로서 재능은 내가 최고야.”

“아... 그러시구나. 근데 그걸 어떻게 아세요?”

“내 게임 캐릭터에 빙의했으니까. 마법 재능을 최고로 설정했거든.”


‘하 시발. 또 헛소리네.’


“진짜 미친 인간이구나. 엇-”


젠장.

여기까지 속으로 생각했어야 할 문장이었는데. 실수로 입 밖에까지 튀어나와 버렸다.

사내는 이전의 말을 덮으려 다른 말을 뱉었다.


“대, 대박이네요. 그래서 마법사들이 싫어서 서부로 온 거예요?”

“정확히는 그들의 사고방식과 시스템이 환멸이 나서. 그래서 서부로 왔지. 애초에 게임의 주 배경이 서부였기도 했고 말이야. 서부에 환상이 가득했거든. 낭만, 개척, 희망, 꿈 그런 것들 말이야.”


미친 소리를 계속 뱉는구나.


“그래서 그 낭만과 희망을 품고 이 서부 도박장에 오셨구나.”

“아니.”


로버가 다시 사내에게 물었다.


“아까 네가 귓등으로 들었던 질문을 다시 하지.”

“예.”

“어느 세상이 있어. 그 세상 속에서는, 죄가 있어 목록에 올라간 자는 민간인이 직접 그 자의 팔다리를 자르든, 실험을 하든, 심지어 살인까지 해도 아무 상관이 없어. 그리고 특정 권한을 가진 자는 그 권한을 악용하여 다른 권한을 만들어내고 있어. 또 돈이 많은 자는 돈만 충분하다면 다른 생명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가 있지. 마지막으로 재능 있는 자는 재능 그 자체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다른 이들보다 신분이 높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삶을 살아.”

“네.”

“이상하지 않아?”


사내는 잠시 생각해보다 입을 뗐다.


“어떤 세상이 아니라 그냥 사실 아니에요?”

“사실?”

“선생님이 말하는 그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사는 여기고. 말하는 그 사람들은 현상금 사냥꾼, 보안관, 부자, 마법사 그런 자들 아닙니까? 그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뭐가 이상하지?”

“그런가?”


로버는 돌렸던 고개를 다시 도박판으로 돌렸다.


“아무래도 내가 미친 게 맞나 보다.”

“수긍은 잘 하시네요.”


그러고는 중얼거렸다.


“그래서 포기해버렸어. 다들 나보고 미치거나 이상하다고 하니까. 근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이 미친 거 같거든. 그래서 내가 이 세상보다 더 미쳐보려고. 오직 내 즐거움만을 좇기로 했어. 그렇게 해도 이런 세상에서는 나를 지적할 수단이 그닥 없더라고. 그런데 만약 그럴 때 나를 진지하게 지적하는 어떤 이들이 있다면 그때 가서 그 사람들과 이야기할 거야. 이 세상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미친 내가 도대체 뭐가 잘못됐냐고 말이야.”


그저 패를 만지작거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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