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에서 유일무이 마탄 쏘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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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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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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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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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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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UMMY

“살려고 헛소리하는 거면 죽일 거야.”


농담 반 진담 반이다.

굳이 죽여도 되는 상대를 살려두진 않지만 아무에게나 함부로 살인을 일삼진 않는다.

그러나 살인을 하지 않을 뿐이지 죽음보다 못한 상태로 만들어놓을 수는 있다.


“허, 헛소리라니. 정말이야. 며칠 전에 아편 판매상 놈들이 여기 왔다고. 에릭과 접촉했어.”

“판매상들이? 뭐하러.”


남자는 누가 들을까 걱정되는지 주위를 살피고는 말했다.


“도박장에 있는 어떤 방에서 아편을 거래하는 거 같았어.”

“아편을 거래한다고?”


이 새끼들 아편도 파는구나.

하긴. 온갖 불법적인 일은 다 하는 갱단이 아편만 안 판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긴 했다.

물론 로버는 아편은 안 한다.

몸에 나쁘다거나 그래서가 아니었다.

아편은 기본적으로 환각이 섞인 마취제이다.

그러나 로버에게 있어 정신 착란은 통하지 않았다.

그가 가진 환각에 대한 마법 저항력이 아편으로 인한 환각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각이 들어오면 그의 마력이 자동으로 해독시켜버린다.


그러면 도박과 술, 담배 등은 어떻게 하냐?

이것들과 아편은 엄연히 다르다.

이것들은 환각을 보여주는 것들이 아닐 뿐더러 아편이 발생시키는, 쾌락을 뿜어내 감각 기관을 산산조각내는 호르몬을 만들지 않는다.

천천히 한 번 빨 때마다, 한 번 패를 낼 때마다, 한 모금 할 때마다 조금씩 각각의 쾌락을 건네는 방식이다.

한 방의 강력한 쾌락을 뿜어내게 만드는 아편과는 달랐다.


“으응. 아편. 에릭이 한 뭉터기로 사더라고. 곧 이 마을에도 아편을 판매할 계획이야. 그때 들었어.”

“그렇군. 뭐 그 새끼들이 아편을 처하든 팔든, 일단 그걸 떠나 내가 궁금한 건 말이야.”


툭.

로버는 남자의 이마에 손가락을 갖다댔다.


“판매상 놈들이 네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장소에서 대놓고 자신들의 위치를 말했다고? 너는 네가 한 말이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


남자는 로버가 자신을 버리고 갈까 겁을 먹었다.

그러려면 자신이 어떻게 들었는지를 말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비밀을 밝히기로 했다.


“아, 알고 있어. 그... 그게.. 잠시 이리로.”


잠시 뜸을 들이더니 로버의 귀에 다가가 속삭였다.

로버는 속삭임이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잠자코 들었다.


“나.. 나 사실 귀쪽이야.”

“뭐?”


귀쪽이.

귀가 큰 종족이다.

별 능력은 없고 다른 종족보다 더 멀리 있는 거리의 소리, 그리고 더 미세한 정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로버의 마력이 감응하지 않은 걸 보아 마력으로 소리를 감지하는 건 아닌 듯했고, 외관상으로도 눈치를 못 챈 것도 당연했다.

왜냐하면 이 귀쪽이 녀석의 귀 크기가 로버의 귀 크기와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술했어. 알잖아. 서부에서도 귀쪽이들은 차별받는 거.”


자세히 쳐다보니 그의 귀에 수술 자국 비슷한 게 작게 남겨져 있었다.

아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말이다.

로버는 동부에서 일을 떠올렸다.

귀쪽이는 귀가 크단 것 말고는 모든 게 인간과 동일했지만 인간 이하 종족으로 분류됐다.

귀가 작으면 인간과 다른 바가 없으니 수술을 하는 귀쪽이들도 더러 존재했다.


“귀가 작아져도 청력은 그대로인가 보네?”

“응. 기분 탓인지 조금 줄어든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복도 하나 정도 건너 듣는 건 아무렇지 않아. 그 방의 서랍에서 아편을 꺼내는 소리까지 정확히 들었어. 그 방이 녀석들의 금고 같더라고. 돈을 계산하는 소리도 들렸으니까.”

“그렇군. 그래서 그곳이 어딘데.”

“나를 데리고 도망가면 알려줄게.”

“너를 데리고 도망가면 이놈들이 전부 나를 쫓아올 텐데. 내가 미쳤다고 그런 미친 짓을 하나.”

“처음 봤을 때부터 살짝 미쳐 보였는데 아니었어?”

“농담이 나오는 걸 보니 여기 종놈이 천직인가 보군. 간다.”

“아니! 아니, 잠깐!


사내는 가차 없이 돌아서는 로버를 붙잡았다.


“바, 방법이 있어! 나를 보안대에 데려간 다음 그 판매상 녀석들의 위치를 말하면 돼. 그리고 판매상들이 잡힐 때까지만 숨어있으면 된다고. 그러면 나에게 포상금이 나올 테니까. 그걸로 다시 이곳으로 와 정당히 내 빚을 갚는 거지. 그러면 합법이야. 문제 될 게 없어! 포상금은 당신이랑 나눠 가질 거고.”


남자가 방법을 설명했다.

그럴듯하다. 전혀 설득력이 없는 말은 아니었다.

허나.


“그렇게까지 안 해도 더 재밌는 방법이 있는 거 같은데.”

“뭐?”


로버의 머리에 더욱 재밌는 방법이 떠올랐다.

이걸 실제로 구현해볼까 말까 고민하던 중에 사기꾼 조직원이 로버를 불렀다.


“어이! 안 와? 네 말 안 찾을 거야?”

“어. 간다. 사기꾼들아.”


로버는 손짓으로 간다는 신호를 보냈다.


“내 애마 좀 찾고 생각하지.”

“제발! 제발 나 좀 데려가 줘. 부탁이야.”

“그래. 긍정적으로 검토해볼게.”

“고, 고마워! 내 이름은 밀릭이야!”

“그래. 밀리.”

“밀릭..! 밀.릭.”

“어어. 밀릭. 밀릭.”


로버는 에릭의 조직원을 따라 도박장 뒤편으로 갔다.

그곳에 가니 마구간이 하나 있었다.

똥을 제대로 치우지 않는지 말똥 냄새가 자욱했다.


“아씨, 똥 좀 치워라. 똥 냄새 때문에 도박장 안의 안 씻은 인간들 냄새는 생각도 안 나네.”

“이거 다 네놈 말이 싼 똥이야. 여기 있는 다른 말들의 먹이까지 다 뺏어 먹더니 똥만 더럽게 많이 싸고 있어. 아까 두목이 늦었으면 팔아버린다고 했던 게 똥 때문이었을 거다. 자, 빨리 가져가 버려.”

“애마야.”

“크릉!”


애마다.

얼마 만에 보는 애마인가.

보자마자 발길질을 해대는 걸 보니 여전히 성격은 더럽고 기운이 넘치는가 보다.


“하여튼 조그만 놈이 성격은 더럽다니까.”


애마는 말치고는 작은 편에 속했다.

그 덕분에 날쌔고 유연하기도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워워. 진정해. 너 여기 있는 다른 애들 밥까지도 뺏어 먹었다며. 어디 가서 주눅 들고 다니진 않는구나. 이 똥을 전부 네가 싼 거야? 거 뒤지게 많이도 쌌···”


마구간에 있는 건 애마만이 아니었다.

다른 말들은 애마가 싫은지 애마와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애마 뒤에는 사람이 있었다.

거지꼴의 모습을 한 사람이었다.

로버가 에릭의 부하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뭐지?”

“누구? 아, 팔 거.”


사람더러 팔 거라니.

아직도 이건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빚이 있나?”

“그러니까 잡혔지.”


잡혔다면 뻔하다.

아까 붙잡던 놈처럼 도박 빚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물어본 이유가 있었다.

도박을 할 나이로는 안 보였기 때문이다.


“도박 빚을 지기에는 너무 어린데.”


부하는 뻔한 걸 물어보냔 듯이 답했다.


“뭘 그런 걸 물어. 당연히 저놈이 아니라 저놈 애미가 진 거지.”

“애미는?”

“크릉.”

“너 말고.”


애마가 울자 진정시켰다.

부하가 답했다.


“팔아넘겼지. 그런데도 부족하니 자식까지 잡았고.”

“그렇군. 말은 이제 가져가지.”

“푸릉릉.”


로버는 도박장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뒤는 돌아보지 않고 허공에 외쳤다.


“밀릭. 기다려.”


마음을 정했다.

귀쪽이라면 이 정도 거리에서도 들릴 게 충분했기에 그에게 말을 남기고는 애마에 탔다.


“이랴.”

“푸르르릉.”


애마는 날쌔게 달려나갔다.

원래 빠른 녀석인데 오랜만에 달리느라 더 신난 듯했다.

의욕 없는 주인과는 정반대 녀석이었다.

덕분에 먹은 술이 올라와 토할 것만 같았다.


“야.. 야, 천천히. 애마야, 천천히 달려. 꾸읍.”

“푸릉!”


애마는 자신의 등에 토하면 낙마시켜버리겠다는 암시를 한번 하고는 계속 거리를 달려나갔다.

토를 참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꾸억.”


로버는 내리자마자 토사물을 뱉어냈다.

덕분에 술은 거의 깬 듯했다.


“야 이 미친 망아지야. 내가 천천히 달리랬지. 왜 말을 안 듣고, 꾸억.”


남아있는 토사물을 뱉어내는데 여럿이 다가왔다.


“너 뭐야. 임마.”


모자와 부츠를 착용하고 있었고 가슴에는 은색 뱃지를 차고 있었다.

보안관들이었다.


“이 주정뱅이 놈이 감히 보안대 사무소 앞에서 토를 하고 있네.”


퍽.


보안관 한 명이 찬 발길질에 로버가 뒤로 넘어갔다.

아프진 않았다.

그저 어지러울 뿐이었다.


“너 뭐야?”

“바운티 헌터.”

“네 같은 주정뱅이가 바운티 헌터라고?”


쓰러진 자세 그대로 말했다.

보안관들이 미친놈 보듯 쳐다봤다.


“허, 뭐 그럼 수배범이라도 잡아왔나?”

“아니, 이제 잡으려 가려고. 그래서 여기 주 보안관을 만나야 할 거 같은데. 레니라고 했나?”


정체 모를 주정뱅이 입에서 주 보안관의 이름이 나오자 보안관들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당연했다.

보안관들이 마구 권력을 행사하는 시대이다.

심지어 그냥 보안관도 아닌 마을의 주 보안관 이름을 막 언급하다니.


“이 주정뱅이 새끼가.”


퍽. 퍽.


쓰러진 로버에게로 한 보안대원이 발길질을 해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로버에게는 그의 발이 닿지 않았다.

술에 취해 꿈틀거리는 로버의 움직임이 보안대원의 발길질을 전부 피했기 때문이다.

물론 로버에게 있어 살의 없는 보안대원의 발길질은 피해야 한다는 의지조차 요구되지 않는 움직임이었지만 말이다.


“이봐. 잭. 보안관이 주정뱅이 한 명도 못 때리면 어떡해? 큭큭.”

“잭, 네가 취한 거 아니지?”


계속된 헛발길질에 뒤에 서 있던 동료 보안대원들이 놀리자 잭은 화가 치밀었는지 지니고 있던 총을 꺼내 들었다.


“이 주정뱅이 새끼. 지금 감히 보안관을 조롱하는 거야?! 뒤지고 싶어?”


총을 든 잭의 모습을 보자 동료 보안대원들이 깜짝 놀라 말렸다.


“이봐. 잭. 뭘 총까지 꺼내 들고 그래.”

“진정해 잭. 그냥 취한 놈이야.”

“너희! 이놈이 지금 우리 보안대를 무시하고 있어! 충분한 대가를 치러야 해. 어차피 사람 하나 죽어도 모를 이 서부에서 아무 데나 묻어버리면 그만이야.”


씩씩거리는 잭의 말을 듣던 로버가 갑자기 일어섰다.


“나는 당신을 무시한 적이 없어. 그냥 당신이 급발진 한 거지.”


그리고 잭에게 다가갔다.


“설령 무시 비슷한 걸 했다 하더라도. 뭐, 사람 하나 죽어도 모를 이 땅 어딘가에 묻어버리면 된다고? 사람 하나 죽어도 모르니까? 크큭. 그래? 그러면.···”


로버는 순식간에 마력을 감싼 손으로 총을 들고 있던 잭의 손뼈를 부러뜨렸다.

손뼈가 부러지자 주인 잃은 총이 재빠르게 떨어졌고 로버는 그걸 낚아채 총구를 잭의 이마에 겨눴다.

상황이 뒤바뀐 것이었다.


“끄아아악!!”

“너 뭐야..! 총 내려..!”

“총 꺼내면 쏜다.”


로버의 엄포에 동료 보안대원 둘은 총을 꺼내지도 못했다.

어차피 선택권은 없었다. 순식간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로버가 진작 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이미 쏘고도 남았을 속도였다.


“잭이라고 했나? 그러면 내가 당신을 쏴 죽이고 사람 하나 죽어도 모를 이 서부 땅 어딘가에 묻어버려도 되겠네? 아니야?”

“끄으으윽! 이 개자식이! 감히 보안관을!”


끼이익.

그때 보안대 사무소의 문이 열렸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레니 보안관님!”


안에서 나온 건 레니 보안관.

그녀는 문 앞에 서서 상황을 한번 훑어보고는 로버를 보며 말했다.


“이봐. 당신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아나?”

“물론.”

“그런데도 그렇게 배짱이야?”


잭을 포함한 보안관 4명을 앞에 둔 로버였지만 그럼에도 로버는 오히려 당당했다.


“이게 다 여기 보안대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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