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에서 유일무이 마탄 쏘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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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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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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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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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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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UMMY

“탕!”


어느 누구라도 볼튼의 서재에 있는 자들 중 먼저 총을 쏜 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들려온 소리가 총알이 탄피를 벗기고 날아가며 발생한 소리가 아닌 입으로부터 난 소리였으니까 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로버의 손에서 발생한 소리보다 입에서 나온 소리가 더 컸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로버가 쏜 마탄이 경비원 무리 중 맨 앞에 있던 경비원을 관통한 다음 뒤에 있던 경비원에게까지 도달했다.

소리와 동시에 두 명이 즉사했다.

그 중 뒤에 있던 이는 대문에서 보초를 서던 경비였다.

로버가 노린 첫 목표였다.


“입이 싼 놈은 책임을 져야지.”

“미친. 저 새끼 뭐야!?”


볼튼과 경비원 무리가 처음 보는 현상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그걸 본 벨즈는 기쁨의 외침을 던졌다.


“캬캬. 어떠냐 볼튼! 우리 형이야!”

“닥쳐. 너도 쏴버리기 전에.”


입을 다문 벨즈와는 달리 볼튼과 경비원들의 입은 한없이 벌어져 있었다.

쏘려던 총도 잠시 멈출 정도로 말이다.


“이봐, 경비대장. 자네 용병 출신이라 했지?”

“그렇습니다.”


볼튼의 물음에 바로 옆에 있는 덩치가 크고 험상궂은 얼굴을 한 경비원 한 명이 답했다.


“저거 마법이지? 마법사가 왜 여기 서부에 있는 거야.”

“...잘 모르겠습니다. 마력을 이용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공격이란 건 분명하지만 마법과 마력은 다르니까요...”


경비 대장은 놀란 표정을 애써 감추며 말을 이어갔다.


“저렇게 맨손으로 직접 마력을 발사하는 건... 여러 전장을 돌아다니며 마법사들에 대해 듣긴 했지만, 뛰어난 마법사들조차 마력을 저런 식으로 사용한다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놈이 왜 여기 있는 거냐고! 이길 수 있어?”


경비 대장은 입을 꾹 다물다 눈빛을 바꿨다.


“이길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놈이라도 이 좁은 공간에 이 정도 인원 앞에서는 못 빠져나갑니다.”

“그래야지. 내가 네놈들한테 쓰는 돈이 얼마인데. 어서 죽여버려.”


볼튼의 말에 경비 대장이 로버에게 외쳤다.


“이봐. 신비한 재주를 가진 도둑놈. 너 정체가 뭐야?”

“나도 모르겠는데. 지금은 당신 말대로 그냥 도둑인 거 같네. 아니지. 이 머리통이랑 맞바꾸자 했잖아. 그럼 도둑은 아니지.”


로버는 볼튼더러 가져가란 듯이 엘런의 머리통을 발로 밀어냈다.

볼튼은 머리통의 뜬 눈을 보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경비 대장에게 빨리 죽여버리라는 눈빛을 보냈다.


“조금 전에 한 건 어떻게 한 거지? 연금술인가? 아니면 이종족 특성? 그것도 아니면 진짜 마법사인가? 마법사라도 그런 걸 할 수 있는지는 몰랐는데.”

“마법사들을 안 좋아하긴 하지만 나도 마법을 쓸 줄 아니 마법사인 건 맞지.”

“정말 마법사였군. 그런데 마법사가 왜 그런 거지 같은 복장으로 이 좁은 마을에서 도둑질 같은 거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군. 아니, 애초에 동부에 있지 않고 왜 이 서부에 있는 거야.”


서부에는 마법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부와는 달리 도시가 발달하지 않고 대부분이 개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땅과 직업을 가지러 온 사람들만이 존재하는데.

마법사들은 선택받았으며 희소한 자들. 대부분 태어날 때부터 뛰어난 집안이다.

그들이 굳이 서부로 올 이유 따윈 없었다.


“여기는 좀 다를 줄 알았거든. 지금은 거의 포기했지만. 그래도 아직 찾고 있어.”

“가지고 태어난 게 많아 배에 기름이 차니 그런 소리도 하는군.”

“내가 재능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돈이 많은 건 아닌데. 심지어 지금은 빚까지 있어서 재산은 마이너스라고.”

“흥. 여유롭긴. 아까 그 공격은 마력을 응축시켜 총알처럼 발사한 거지? 하긴, 그 정도 마력을 맨 손으로 다룰 정도의 재능을 가졌으니 이렇게 여유로운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가. 그렇지만 전쟁에서는 실력이 뛰어나다고 반드시 이기는 건 아니라고!”


탕!

탕!탕!탕!탕!탕!


경비대장이 총을 쏘자 다른 경비원들도 연이어 총을 발사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로버가 책상 뒤로 몸을 던진 뒤였다.

책상 뒤에 있던 벨즈도 덩달아 고개를 숙였다.


“그래. 이제야 서부답네.”


탕!탕!탕!탕!탕!


계속된 총알에 벨즈가 경악했다.


“젠장, 총알 봐.”


벨즈의 말처럼 경비원들의 총알은 틈을 주지 않았다.

전투 경험 가득한 경비 대장의 노련한 지시 때문이었다.


“나뉘어서 절반씩 사격한다! 사격 중인 인원들의 총알이 다 떨어지면 장전할 동안 나머지 반이 사격한다! 이걸 반복하며 한 걸음씩 나간다!”

“크하하! 좋아. 이래야 돈 쓴 보람이 있지.”


‘용병 출신이었단 게 사실이었군.’


실력이 뛰어난지는 모르겠으나 지휘관으로서는 꽤 훌륭한 인물이다.

수적 우위로 인한 방심도 하지 않으며 침착하게 부하들을 이끌고 있다.


“어떡하죠? 고개를 들어야 총을 쏠 수 있을 텐데요.”

“안 그래도 돼.”

“네?”


안 그래도 된다니.

마탄이라 해도 로버 쪽에서는 지금 경비원들을 보지 못한다.

보지 못하니 놈들의 위치도 몰라 조준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하려는 거지 싶은 그 순간 로버가 자신의 마력을 의식했다.


그가 마력을 의식하는 건 마치 ‘감각’과도 같았다.

후각을 통해 냄새를 맡고 촉각을 통해 촉감을 느끼듯, 지금은 그가 가지고 있는 아주 높은 민감도를 가진 마력이 움직이는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로버는 알 수 있었다. 시야에 그들이 비치지 않아도 그의 마력이 뒤에서 다가오는 경비원들 각각의 위치를 알려주었으니까.


척-


위치를 파악한 로버가 검지를 들었다.

활짝 핀 모양이 아닌, 관절이 곡선을 그리며 구부러진 모양이었다.

검지의 끝은 그렇게 구부러지다 경비원이 있는 책상 앞을 향했다.

로버가 검지 앞에 마력을 모으자 웅웅거리는 작은 마탄이 만들어졌다.

그는 마탄을 가벼이 툭 건드리듯 밀어냈다.

그러자 마탄이 로버의 검지 형태와 같은 곡률을 그리며 날아갔다.

일반 총으로는 불가능한, 곡선의 경로였다.


“커억!”


날아간 마탄은 순식간에 경로 위의 경비원 4명을 관통했다.

실로 놀라운 정확도였다. 로버가 마력을 통해 파악한 그들의 위치 정확도와, 마력을 행사한 수준 자체가 뛰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거기다 마탄이 지나간 곡률은 삐뚤삐뚤 튀어나온 부분이라고는 일절 없는 매끄러운 곡선이었는데, 이는 4명의 신체가 마탄에 단 1의 영향도 주지 못할 만큼 마탄의 출력이 강력하단 뜻이었다.


“저, 저게 뭐야!”


볼튼과 경비원들이 다시금 놀라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순간, 연이어 쏟아지던 총알에 빈틈이 발생했고.

로버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탕! 탕!탕!탕!탕!”


쏜살같이 책상 밖으로 튀어나간 로버는, 검지만 들어 올렸던 손 모양에서 일반적인 총 모양으로 손가락을 바꾼 다음 마탄을 쏘아댔다.

방금 전보다 강력한 출력이었다.


“으악!”


로버가 마탄을 쏘아댄, 1초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이 지나자 남아있는 경비원은 단 한 명 뿐이었다.

경비 대장만이 남았고 모두 로버의 손에 쓰러졌다.

로버는 경비 대장과 볼튼을 쳐다봤다.


“히익. 겨,경비대장.. 이제 어쩔 거야. 가서.. 가서 죽여!”


경비 대장이 총을 떨어뜨렸다.


“드디어 품에 감춘 걸 꺼낼 건가 보군.”


경비 대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대단한데. 마법사는 그런 것도 알 수 있는 건가?”

“내가 유독 뛰어난 편이긴 하지.”

“크하하. 사실이니 자랑이라고도 할 수 없겠군.”


경비 대장은 품에서 또 하나의 다른 총을 꺼냈다.


“...저건... 마총이야!”


경비 대장의 품에서 나온 걸 보고는 벨즈가 소리쳤다.


“맞아. 나와 수많은 전장을 함께 해온 총이다. 네놈이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 해도 이 거리에서 마총을 피할 수는 없을 테지.”


마총.

마력을 머금은 총이다.

각각의 상품 능력치에 따라 가격은 상이하지만 엘런이 가졌던 쓰레기 지팡이보다는 저 정도의 준수한 마총이 위력도 정확도도 높을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느 정도 경력 있는 용병이 겨눈 마총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상당히 위험했다.


“하나만 묻지. 왜 굳이 이런 잡스러운 인간의 돈을 터는 거지?”


경비 대장이 볼튼을 가리켰다.

더 이상 예의를 차릴 필요 없다고 생각한 듯싶었다.


“딱 잘라서 말하기는 어려운데.”

“통째로 들어주지,”

“개판인 거 같아서.”

“개판?”

“응.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그래서 나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 뿐이고. 명분만 충분하다면 사람이 사람을 죽여도 아무도 제재하지 않거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


로버는 씨익 웃었다.


“괜찮아. 나도 너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도 너희의 이해를 바라진 않으니까. 그저 이런 식으로 질문할 뿐.”


“끄어어어억!!”


로버는 살금살금 도망가려는 볼튼의 다리에 작은 마탄을 선물했다.

볼튼이 쓰러졌고 그의 다리에서는 피가 새어 나왔다.


“신념 같은 건가? 용병인 나는 특히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신념을 가진 사내는 존중 받을 만하지.”


로버는 총 모양의 손가락을 경비 대장에게로 겨눴다.


“당신은 살려달란 말은 안 하는군. 사실 내 뜻만 맞으면 그냥 금고만 넘기고 당신 목숨 정도는 봐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뭐, 당신 같은 마법사와 같이 죽을 수 있다라. 용병 출신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최후거든. 그리고 말이야.”


탕.


“끄어어어어어억!”


경비 대장의 마총에서 마탄이 발사됐다.

로버의, 마력을 응축시킨 마탄과는 달리 물리적인 총알에 마력이 씐 형태였다.

그것의 세기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보통 총알과는 확연히 다른 속도와 위력을 자랑했다.

날아간 마탄은 볼튼의, 로버가 관통했던 부위를 또 다시 관통해갔으며 볼튼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나는 죽을 생각이 없어. 마법사인 네놈을 죽이고 금고는 내가 가져가겠다. 무려 마법사의 목을 딴 용병이 되는 거라고.”


로버는 경비대장의 말을 비웃었다.


“그래? 아쉽게 됐네. 나도 아직은 죽을 생각이 없거든. 이 세상이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아주 간간히 즐거움은 존재한다고. 예를 들면 도박이나 술, 범죄자 살인 같은 거.”


경비 대장은 마총을 다시 로버에게 겨눴다.


“나를, 그리고 이 녀석을 너무 우습게 보는군. 당신이라도 이 거리에서는 못 피해. 당신의 신념도 오늘로써 끝이야.”

“마지막까지 도망가지 않았으니 조금은 제대로 상대해주지. 강력한 최후가 될 거야.”


탕!!

둘의 대화가 끝남과 동시에 총성이 울렸다.

손과 총구에서 각자의 탄이 튀어나왔다.


풀썩-


“..어..어떻게..”


허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진 건 오직 경비 대장 한 명 뿐이었다.

그는 구멍 난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감쌌다.


“제대로 상대해준다고 했잖아. 지금까지 쏜 것들보다 마력을 첨예하게 응축시켜봤어.”

“그게 마총의 총알도 뚫을 뚫어버릴 정도인가.”

“더 될걸.”


경비 대장은 죽어가는 눈으로 자신이 쏜 두 동강 난 총알을 바라봤다.


“크크크... 하여간.. 재능은 못 이긴다니까... 큭..”


경비 대장은 눈 뜬 그대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로버는 경비 대장의, 빛을 잃은 눈에다 눈빛을 한 번 던져주고는 원래의 목표를 향해 주저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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