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에서 유일무이 마탄 쏘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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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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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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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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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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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무법자들이 판을 치는 서부이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혹은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서부에서 총을 소지한 자를 발견하는 건 아주 우스운 일이다.

간혹 지팡이를 소지한 자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그만큼 서부는 위험하다.

이를 증명하는 걸까. 오트럴 마을의 한 술집에서는 현재 출입 시 무기 반입을 금하고 있다.


“들어올 때 총이나 지팡이 등의 무기는 저희에게 맡겨 주십쇼.”


술집의 나무 스윙 도어를 밀고 들어온 손님에게 주인이 한 말이다.


“이봐, 지팡이라니. 그런 값비싼 건 없다고. 그리고 마을 주민끼리 웬 경어야. 크크.”

“총도 마찬가지입니다.”


술집 주인이 손님의 옆구리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권총의 손잡이를 보며 말했다.


“에잇, 총도? 너무 야박한 거 아니야? 그럼 내 몸은 누가 지키라고.”

“여어, 벨즈. 그냥 맡겨. 우리도 다 맡겼다고”

“맞아. 여기 전부 없으니까 안심해. 하하.”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새로 입장한 벨즈라는 손님에게 말했다.

서로 아는 듯해 보였다.


“갑자기 웬 무기 압수야. 참 빡빡하구만. 쯧.”


벨즈는 궁시렁거렸지만 시키는 대로 옆구리 쪽에 있던 총을 빼냈다.

홀에 있는 점원이 걸레질을 중단하고 다가오자 그에게 총을 건넸다.

점원은 총을 받고는 벨즈의 몸수색을 시작했다.


“씨발. 뭐 하는 짓이야?”


점원의 예고 없던 행동에 벨즈는 화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죄송합니다. 최근 근처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해 무기 반입을 전면으로 금지하고 있어 하는 수색이니 너그러운 이해 부탁드립니다.”

“살인? 아, 저번 주에 옆 마을 그릴즈 마을에서 웬 미친놈이 마탄을 난사했다던데. 그거 말하는 건가? 그래서 경직돼 있군.”


주인의 말에 벨즈는 이해됐다는 듯 팔을 벌려 수색을 허용했다.


“끝났습니다.”


점원은 다시 걸레질을 하러 돌아갔고 벨즈는, 아는 손님들이 있는 테이블로 가 맥주를 주문했다.


“그릴즈 마을이면 이 마을보다는 규모가 큰 곳일 텐데 그런 데서 마탄 난사라니 쯧.”

“그래서 수배 현상금이 두둑이 걸렸다고. 돈에 환장해 현상범들을 잡아대는 바운티 헌터들에게 잡히는 건 시간 문제야.”

“오호. 현상금이 탐나는걸. 나도 그놈이나 잡으러 갈까?”

“벨즈 자네는 이제 그럴 필요 없지 않아?”

“하긴. 크으으으.”


떠드는 중에 주문한 맥주가 나오자 벨즈는 맥주를 한 모금 삼켰다.


“주인장. 여기서 제일 비싼 안주가 뭐야? 그걸로 하나 부탁하지. 크하하하.”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흠... 어차피 이제 마지막이니 알려줘 볼까. 볼튼 농장 알지? 뭐 모를 리가 있나. 이 마을에서 제일 큰 유일한 농장인데.”

“물론이죠. 거기서 일하시잖아요.”

“맞아. 내가 조금 전에 주인 영감탱이 돈을 좀 털었거든? 물론 영감탱이 입장에서는 없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이것만 마시고 이 마을을 뜰 셈이야. 크하하.”


덜컥.


스윙 도어가 또 안으로 밀려났다.

새로운 손님이었다.

그는 황색의 판초와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모자의 형태가 조금 특이했다.

카우보이 모자라고 하기에는 그것보다 윗부분이 조금 더 기다란 형태였다.

마치 마법사 모자와 카우보이 모자의 자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양새였다.


“어서 오세요.”

“손님, 죄송하지만 무기는 저희에게 맡겨 주시겠습니까? 최근 근처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해서요. 맡긴 무기는 나가실 때 돌려드리죠.”

“없는데.”


손님의 말에 앉아있던 벨즈 일행이 손님에게 이상한 시선을 보냈다.

무기 하나 없이 다닌다니.

언제 어디에서 위험이 튀어나올지 몰라 날붙이 하나 정도는 반드시 소지하고 다니는 게 당연한 세상에서 말이다.


“흐음. 그럼 잠시 저희 점원이 몸수색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좋을 대로.”


점원이 다가와 손님의 몸을 더듬었다.

그리고 주인을 향해 가로로 고개 저었다.


“웬 미친놈이 왔군.”

“객사하기 딱 좋은 놈이야 그래. 크크크.”


의아해하는 벨즈 일행을 뒤로하고 손님은 주인 앞 카운터 바에 앉았다.


“실례했습니다. 뭐로 드릴까요?”


손님이 모자를 벗자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생기 없는 눈을 가졌는데 그의 눈은 주인을 의식하지 않은 채 오로지 그의 입만이 움직였다.


“가장 독한 걸로 한 잔 주시죠.”


눈과 마찬가지로 목소리 또한 무미건조했다.

주인은 바로 뒤에 있는 술을 꺼냈다.


“여깄습니다.”


꿀꺽.


“딱히 독하지는 않은데.”

“이런. 술에 강하신가 봅니다. 평소에도 술을 즐기시나요?”

“흠. 즐긴다기보다는 그나마 재밌는 게 이런 거밖에 없어서.”

“일상이 권태로우신가 봅니다. 얼핏 보기에도 여기 분은 아니신 거 같은데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이라. 비슷하죠. 낯선 곳에서 왔으니까.”

“실례가 안 된다면 성함과 출신을 여쭈어봐도 될까요?”

“이름은 로버고 출신은 말해도 모를 텐데. 대한민국이라고.”

“대한민국... 처음 듣는 이름인데. 아주 외진 곳에서 오셨나 보군요. 그럼 이곳에 오신지는 얼마나 되십니까?”


로버가 남은 위스키를 다 털어냈다.


“글쎄. 꽤 됐죠. 내 정신 상태도 여기에 맞춰 많이 변했을 정도니. 한 잔 더 부탁하죠.”


로버가 다 마신 빈 잔을 내밀자 주인은 똑같은 걸로 따라 건넸다.


“여깄습니다.”

“고맙.. 엇, 이런..”


받는 순간 로버의 손이 미끄러졌다.

잔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미안합니다. 걷느라 힘이 다 빠졌네. 저기요. 여기 좀 닦아주시겠어요.”


로버가 점원이 들고 있는 아주 기다란 대걸레를 가리키자 점원이 다가와 깨진 잔 조각들을 치웠다.

로버는 점원의 얼굴을 보며 감사 인사를 건넨 다음 주인을 바라봤다.


“고맙네요. 아, 당연히 떨어진 술의 금액까지 지불하죠. 방금 걸로 똑같이 하나 더 주시죠.”

“네... 네. 알겠습니다. 여깄습니다.”


로버가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주인에게 말을 건넸다.


“주인장, 혹시 잘못을 저지르고 도망치는 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죠?”


순간 홀에서 떠들던 소리들이 멈추고 조용해졌다.


“도망자요? 도망자라 하면 무엇을 말하는 건지..”

“무엇이긴. 남의 것을 앗아가는 그런 쓰레기를 말하는 거지.”


쾅-

홀에 있던 한 테이블로부터 큰 소리가 들려왔다.

벨즈의 테이블이었다.


“어이, 너 지금 그거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딱히 누구 들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었는데. 굳이 들어야 한다면 방금 말한 그 쓰레기 녀석이겠지.”


벨즈의 말에 로버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답했다.

로버의 답에 화가 제대로 난 벨즈가 그에게 걸어왔다.


“이 새끼가. 너 뭔데? 무슨 정의의 사도야?”

“아, 그런 부류는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예전에는 쓰레기들을 혐오하고 이곳에 실망했는데 지금은 놓아버렸으니까. 나도 그런 것들과 다를 바가 없지. 아니, 오히려 더할지도.”


다가온 벨즈는 로버의 몸통을 돌려 멱살을 쥐어잡았다.


“무기도 없는 주제에 무슨 배짱이야?”

“무기가 있어야만 바른말을 할 수 있다니. 역시나 낭만스러운 곳이야.”

“당연하지. 여긴 서부니까. 너 같은 놈 뒈져버리는 말든 아무도 신경 안 쓸 서부라고. 진짜 뒤지고 싶어?”


멱살을 잡혔음에도 로버의 목소리에는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생기가 없고 무미건조했다.


“쓰레기에게 딱 어울리는 곳이네.”

“이런 씨발.”


벨즈는 잡았던 멱살을 풀고 쿵쾅거리며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정확한 목적지는 그가 놓은 총이었다.

그걸 본 주인과 일행들은 소리 내어 말렸다.

걸레질을 하던 점원도 움찔했다.


철컥.

허나 벨즈는 총을 뽑고 다가와 로버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다.


“너 정체가 뭐야. 정의의 사도도 아니라면서 왜 시비야. 그냥 미친놈이야?”

“꽤 미친 건 사실인 거 같아.”


총구가 머리에 위치한 로버는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벨즈는 어이가 없었다.


“이 새끼 진짜 미친놈이네. 그럼 도박을 하던가 아니면 입 닥치고 그렇게 술이라도 말짱 처마시지. 왜 여기서 지랄이야.”

“그런 건 꾸준히 하고 있지. 아,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아까 그 쓰레기를 잡으려고야.”

“뭐?”


벨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너.. 뭔데? 혹시.. 바운티 헌터라도 되나?”

“딱히 그렇게 불리고 싶진 않지만, 현상 수배범들을 잡으니깐 맞긴 하지.”


“바운티 헌터!”


로버의 말에 주변에서 반응들이 일어났다.

현상 수배범들을 잡아다 현상금을 받아먹는 ‘바운티 헌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주인은 땀을 뻘뻘 흘리고 점원은 어느새 주인 옆으로 가 걸레를 꽉 쥔 채 움츠렸다.


“크크크크. 멍청한 녀석.”


그러나 벨즈는 비웃었다.


“네 녀석이 바운티 헌터라고 해도 나를 대체 무슨 근거로 잡을 건데? 내가 수배 전단이 내려졌어? 아니면 신고라도 들어왔어? 어차피 영감탱이 농장 주인한테 그 정도 금액 정도는 없어진 지도 모를 거란 말이야.”


로버는 마시던 잔을 내려놓고 손을 판초 안에 넣었다.

그러자 가게에 있던 모두가 움찔거렸다.


“뭐야? 손 안 빼?”

“겁먹기는. 아까 입구에서 몸수색했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럼 거기에 손은 왜 넣는 거야?”

“총은 없으니까 걱정 마. 아, 물론 지팡이도 없고. 단지 수배 전단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야.”


로버가 수배 전단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벨즈에게 건네자 벨즈는 눈이 휘등그레지며 두루마리를 펼쳤다.


“뭐? 정말로 수배 전단이 내려왔다고? 겨우 돈 몇 푼 훔쳤다고? 믿을 수 없어. 게다가 보안관 그 게으름뱅이들이 일을 이렇게 빨리 처리했단 말이야?”


불가능하다. 보안관들이야 판단이 제멋대로인 것들이라 수배를 내리려면 내릴 수야 있겠지만 겨우 이 정도 일로 수배까지 내리다니.

게다가 돈을 훔친 건 오늘 오전. 농장주가 이렇게 빨리 알아차린 것도 이상한데. 보안관이 굳이 이렇게 신속히 할 리가.


“그럴 리가 없.. 이봐. 바운티 헌터, 이거 나 아니잖아!? 지금 장난쳐!?”

“너라고 한 적 없는데?”

“그럼 누구.. 어라?”


순간 벨즈의 시선이 다른 곳에 꽂혔다. 방향은 주인이 서 있는 카운터 바 뒤였다.

그러고는 즉시 그 방향으로 총구를 겨눴다.


“사, 살려주세요!”


총구를 들이밀자 주인이 소리쳤다.

그러나 벨즈의 총구의 끝에 있는 건 주인이 아니었다.

뒤였다.


“멍청한 놈! 바운티 헌터라는 놈이 무기 하나 없이 들어오다니!”


주인 뒤에 숨어있던 점원이 지팡이를 겨누었다.

바닥에는 대걸레가 쓰러져 있었다. 이제야 일반적인 대걸레의 크기처럼 보였다.

대걸레의 윗부분에 지팡이를 붙여 위장한 것이었다.


철컥.


벨즈는 총구를 고정한 채로 장전했다.

저 점원은 무기가 없는 이 로버라는 녀석보다는 지금 무기를 가진 자신을 노릴 게 분명하다.

먼저 쓰러뜨려야 한다.


‘젠장, 늦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건 소총. 사격까지 약간의 시간은 필수적이다.

반면 저 수배범 점원 놈이 든 건 지팡이다.

지팡이는 마탄을 쏠 수 있다.

총과는 달리 장전을 요구하지 않아 즉시 쏠 수 있는 데다 공격 범위도 총알보다 넓어 정조준을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위력은 지팡이와 사용자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최대 출력을 낸다면 총알의 위력을 웃도는 건 우스운 게 일반적이다.


탕.


“컥-”


들고 있던 지팡이와 함께 점원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복부에 난 출혈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어... 어떻게?”


쓰러진 점원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로버를 바라봤다.

상처의 고통보다 놀라움이 더 큰 듯했다.

그리고 놀라움은 점원만이 아니라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뭐.. 뭐를 쏜 거야?”

“지팡이나 총은 없었잖아?”

“어디서 나간 거야?”


탄의 출발지가 로버의, 총 모양을 한 손가락 끝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마력을 머금은 마탄이었다.


“당신 지금 손가락으로 마탄을 쏜 거야? 총이나 지팡이도 없이?”


로버는 대답 대신 마탄이 나간 손가락 끝을 입 앞으로 가져가고는 후 불어댔다.

손가락에서 연기가 나진 않았지만 마치 이전에 보던 서부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그는 여전히 생기가 없었고 무미건조한 눈을 한 채 다음 액션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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