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에서 유일무이 마탄 쏘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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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ypus
작품등록일 :
2024.07.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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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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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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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척.

총 모양의 손가락 형태 그대로, 로버의 손가락은 주인 방향으로 머리를 들이댔다.


“당신도 한패야?”

“아.. 아닙니다! 저 자가 이틀 전에 갑자기 쳐들어와서는 제 딸을 지하실에 인질로 묶어놓고 협박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주인은 목소리를 바들바들 떨며 답했다.

방금 로버의 손끝에서 나간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주인의 대답에 로버는 손을 거두었다.


“그럴 것 같았어.”


로버는 술집에 들어올 때부터 주인이 이상하게도 긴장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걱정과 두려움을 머금은 긴장임을 파악하고는 그가 이용당하고 있음을 짐작했다.

또한, 결정적으로 주인이 한패였다면 저 쓰러진 현상범을 굳이 밖으로 내놓을 필요가 없었다.

어딘가에 완전히 숨겼을 것이었다.

즉, 현상범은 주인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이 술집으로 숨어든 셈이다.

로버는 현상범에게로 걸었다.

쓰러진 그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움이 묻어 있는 만큼의 놀라움도 머금고 있었다.


“그거 좀 돌려주지.”

“어, 여기 아니, 여깄습니다.”


뒤에 있는 벨즈에게 손을 내밀어 수배 전단지를 돌려받았다.

벨즈는 마탄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했다.

마법사를 보는 것도 처음이라 놀라운데 어떻게 지팡이도 없이 마탄을 쏘냐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쓰러진 현상범의 피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저기 떨어진 저놈 지팡이도 가져다주면 고맙겠어. 당신은 딸한테 가보고.”

“넵. 크윽.”


주인이 허둥지둥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로버는 지팡이를 받고는 현상범 앞에서 자세를 낮췄다.

시선은 지팡이에 있었다.


“이름도 모를 잡나무들을 섞어서 만든 허접한 지팡이군. 이런 건 얼마 정도 하나? 500만 레온?”

“1000만 레온이다. 이 괴물아.”


현상범이 분노가 머금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로버는 그딴 건 신경도 안 썼다.


“헤에에-? 이딴 구더기가 1000만 레온이라고?”


눈은 생기 없이 가만히 있는데 입만 벌어지는 모습이 마치 만화 장면과도 같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놀란 척 연기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실제로 놀란 게 맞았다.

지팡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이 볼품없는 장비가 최상급 소총 몇 개를 살 수 있는 가격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딴 걸 1000만 레온이나 받고 팔다니. 수배는 그 새끼들한테 내려야 하는 거 아니야? 뭐,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아, 지팡이 구입할 때 이 안에 마력도 넉넉히 같이 구입해뒀겠지? 어디 쓸만한 마력인지 봐볼까?”


지팡이에 심어둔 마력은 총알처럼 쓸 수 있다.

사용자가 쏘면 마탄 형태로 발사되고 그 세기에 따라 다르게 출력된다.

가격도 천차만별. 심어둔 마력이 강할수록 값은 한없이 오른다. 더군다나 특정 주문이 적용된 마력이라면 그 값은 천정부지로 뛴다.

물론 이 정도 잡나무는 주문은커녕 거센 마력을 조금만 심어도 폭발할 것이라 기대도 되지 않는다.

단지 궁금할 뿐이다.

로버는 한 손은 지팡이를 잡으며 다른 손으로는 지팡이에 약간 거리를 둔 채 쓰다듬듯 훑었다.

자신의 마력을 흘려보내 지팡이에 남아있는 마력을 스캔하는 것이었다.


“우웩- 기대도 안 하긴 했다만 심어둔 마력도 최하급 중에 최하급이네. 이딴 거 쏴지기는 하냐?”


푸슝.


“끄아아아악!”


로버가 든 지팡이 끝에서 마력을 머금은 마탄이 나왔다.

조금 전에 현상범이 쓴 것과 같은 마탄이었지만 속도와 세기는 전혀 다른 수준이었다.

마탄은 현상범의 팔을 관통했다.


“나오긴 하네.”

“이 미친 새끼가!”


“엘런 뱅커.”


현상범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로버의 시선은 현상범이 아닌 수배 전단에 가 있었다.

그러면서 그로부터 나온 말은 수배자의 이름이었다.

윽박지르는 수배범 엘런을 앞에 두고 로버의 시선은 계속 수배 전단에 고정돼 있었다.


“이 주 전 옆 그릴즈 마을에서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마탄을 난사한 뒤 도주해 현상금이 붙었지?”

“닥쳐. 이 싸이코 같은 새끼야. 무슨 꼼수를 써 손구녕에서 마탄이 튀어나오는지는 몰라도 나한테 이러고도 무사할 줄... 끄아아악!”


엘런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지팡이가 자신의 상처 속으로 후벼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지팡이와 바닥은 엘런의 피로 흥건해졌다.


“시끄러워. 나 화나게 하지 마. 너 아니어도 매일 매일이 화나 있는 인간이니까. 한 번만 더 짜증나게하면 바로 죽여버린다.”


엘런은 잠시 조용해졌다 입을 뗐다.


“...원하는 게 뭐야? 돈이냐?”

“바운티 헌터가 뭘 원하겠어. 네놈 팔아치우고 받아먹을 현상금이겠지.”


로버는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귀찮아했다.


“내, 내가 내 목에 걸린 현상금보다 더 높은 금액을 줄게.”

“엥. 너가?”


로버 뒤에 있던 벨즈가 의문했다.

그는 로버가 보여준 행위가 워낙 위압적이라 겉으로는 강력하게 티는 못 내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비웃고 있었다.

도망자인 엘런이 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저 살아남으려 무슨 말이든 하는 듯했다.

그러나 곧 엘런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게 됐다.


“내 형이 그릴즈 마을에서 여러 가게들을 운영하고 있어. 형한테 돈을 달라 하면 충분히 줄 거야. 못 믿겠다면 나를 인질로 데리고 가서 직접 거래해. 가서 원하는 만큼 받아내면 되니까. 현상금의 2배. 아니, 3배도 받을 수 있을 거야.”


로버는 돈에 관한 말을 들었음에도 별 반응이 없었다.

대신 눈을 내리깔았다.


“에릭 벵커.”

“어... 어?”


엘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릴즈 마을에 있다는 네 형 이름. 에릭 뱅커잖냐.”

“아, 알고 있었나 보군. 맞아. 우리 형이...”

“유명한 갱이지. 아니 갱인 척하는 건달인가. 여튼 양아치잖아.”

“....”


로버의 말에 엘런의 말문이 막혔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엘런의 형인 에릭은 그릴즈 마을을 장악하고 있는 갱단의 두목이었다.


“도박, 매춘, 사채. 온갖 더러운 건 다 하고 있는 놈이 가게 운영? 어디서 속이려 들어. 뒤질라고. 콱.”


로버가 지팡이를 들자 엘런이 움찔했다.


“히익. 쏘, 쏘지 마!”

“안 쏴. 이딴 싸구려. 쐈다간 오히려 내 마력만 더럽혀질 것 같은 기분이거든.”


로버는 한 손은 지팡이를 쥐고 한 손은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그걸 본 엘런이 쫄았던 손을 풀고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우리 형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자신의 형인 에릭은 갱단의 두목이긴 하지만 현상금이 걸린 수배범은 아니다.

게다가 활동 반경도 그릴즈 마을 안 뿐이라 외부인이 알 만큼 유명하지도 않을 텐데.


“내가 니네 형이 있는 그릴즈 마을에서 오는 길이거든.”

“그, 그렇군. 그런데 우리가 형제인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


엘런이 궁금한 건 어째서 자신을 노렸는가이다.

우연히 지나가다 자신이 근처에 있다는 정보가 있길래 잡으러 온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형에게 원한이 있어 복수하려던 걸까.


“처음부터라. 수배 전단을 보고 알았지. 빚이 있어서 갚으려고 돈 벌 사냥감을 탐색해보는데 수배 전단에 익숙한 이름이 있더군. 그래서 조금 알아보니 에릭 뱅커의 동생이라지 뭐야. 그래서 알게 됐지.”

“그,그러면 알면서도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 우리 형님이 갱단 두목인 걸 알고 있었다면 나를 보안대에 팔아넘길 경우, 형님이 가만있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을 텐데? 역시 더 높은 몸값으로 거래하기 위함인가? 그게 아니면 형님에게 원한이 있나?”

“아니. 빚이 있다고 했잖아.”


로버는 귀찮은 듯 답했다.


“빚?”

“응. 내가 네놈 형이 운영하는 도박장에 빚이 있거든.”

“어...어떤 빚이지?”


빚이라니.

아무래도 원한인 거 같다. 도박장에서 속임수를 썼나? 사랑하는 사람이 볼모로 잡혀있나? 도박장의 부하들이 이 녀석의 무언가를 건드렸나? 아니면 다른 류의 원한이 있나?

어쨌든 직업 특성 상 분명 좋은 일은 아닐 것이고 책임이 있다면 그건 분명 형이 운영하는 도박장 쪽일 것이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하니까.

긴장하던 때에 로버의 답이 돌아왔다.


“어떤 빚이긴. 말 그대로 빚, 부채. 도박에서 계속 졌어. 처음에 연달아 잃길래 테이블을 바꿔 돌아 다녀봤지만 전부 지더군. 젠장, 무언가 속임수가 있는 게 분명해. 내 마력으로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의 속임수라니. 대단한 녀석들이야.”

“....여러 테이블에서 계속 진 거면 그건 그냥 당신이 못하는 거 아니야?”


듣고 있던 벨즈가 순수한 의문을 제시하자 로버는 쥐고 있던 피 묻은 지팡이를 그쪽으로 돌렸다.


“싸구려 마탄 맞고 싶어?”

“미안. 그래서 그 빚을 갚기 위해 현상금을 벌러 온 거고?”

“그렇지. 도박 빚 담보로 내가 타던 애마를 맡겨놔서 찾아야만 하거든. 덕분에 이 마을까지 걸어왔지 뭐야. 하아.”

“아까 나한테 꾸준히 도박한다는 이야기가 허풍이 아니었군.”

“그렇지. 난 항상 질서와 낭만이라곤 없는 이 정신 나간 세상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고.”


로버는 상당히 진지했다.


“잠깐, 그런데 저놈 형에게 빚이 있다는 이유가, 많고 많은 현상범들 중에서 굳이 엘런 저놈을 잡을 이유는 안 되지 않나? 목적이 거래도 아니라며. 오히려 아까 저놈 말대로 더욱 원한만 살 텐데?”

“맞아. 내 말이 그 말이라고! 앞뒤가 안 맞잖아. 동생인 나를 왜 잡는 건데! 아니면 거래를 해서 이득을 챙기던가!”


엘런이 씩씩거리자 로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물론 이번에도 눈은 웃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굉장히 어색한 모양새였다.

로버는 그저 자신의 마력 감응과 출력 실력과는 달리 감정 감응과 출력이 서툴 뿐이었다.


“이미 잡았으니 거래를 하라고? 내가 네놈을 들고 간다 해도 에릭 그 양아치 놈이 자신의 동생을 끌고 온 나를 과연 살려두겠냐?”


엘런의 말문이 막혔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자신이 노렸던 것이기도 했고 말이다.

자신을 거래 용도로 데리고 가면 에릭은 거래는커녕 로버를 죽이려고 할 게 뻔했다.

결국 로버 이 녀석은 자신을 보안대에게 넘길 것임이 확고해 보였다.

그렇다면 마지막 방법이다.


“그럼 질질 끌지 말고 그냥 빨리 보안대에 넘겨.”


더 크게 소문이 나기 전에 보안대에 잡혀있는 걸 에릭이 돈을 주고 빼오는 것이다.

몸 몇 군데에 구멍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채로 잡혔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했다.

수배 전단지의 현상범들은 dead or alive로 명시돼 있어 시체로 잡혔어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잠시 물러나고 차후에 에릭의 곁으로 돌아가 지금 뚫린 구멍 개수만큼 저 녀석에게 다시 돌려주면 된다.


“그 전에 먼저 답할 게 있지. 벨즈라고 했나? 왜 많고 많은 현상범들 중에서 하필 엘런 저 녀석을 잡냐 물었지.”


로버가 일어나며 벨즈가 했던 질문에 답을 했다.

허나 그것은 말이 아니었다.


“그 답은 조금 전에 바로 답했을 텐데. 다시 한번 해주지.”


푸슝.


“커-”


엘런이 든 지팡이로부터 출발한 마탄이 엘런의 목을 관통했다.

그러자 엘런은 비명 소리도 끝마치지 못한 채 즉사했다.


“난 항상 질서와 낭만이라곤 없는 이 정신 나간 세상에서 한 줄기의 즐거움을 추구한다고. 생사 여부가 상관이 없는 녀석들이라면 죽이는 게 더 재밌는 짓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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