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에서 유일무이 마탄 쏘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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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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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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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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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DUMMY

“우리 보안대가 일을 안 해서 생긴 일이라고?”


로버의 말에 레니가 미간을 찌푸리며 제대로 경고를 놓았다.


“제대로 말해야 할 거야. 보안관에게 총을 겨눈 행위는 즉결 처형 사유로 충분하니까.”

“그러지.”


‘예상대로 여유는 있는 자군.’


레니가 홀스터에 총을 그대로 둔 채 꺼내지 않고 로버에게로 다가왔다.

보안관인 자신을 쏠 리는 없다는 생각 때문일까.

그러기엔 지금 겨누고 있는 잭도 보안관일 텐데.


‘역시 사유만 충분하다면 계획대로 행할 자이다.’


“처음 나한테 총을 겨눈 건 내가 아니라 여기 이 총구 앞에 있는 잭 보안관이야. 이자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데 그럼 보안관이라고 가만히 있을까? 내 몸 내가 지켜야지. 그리하여 이 실력 없는 보안관이 나한테 총을 뺏겼을 뿐이고.”

“아.. 아닙니다! 레니 보안관. 이 주정뱅이 놈이 보안대 사무소 앞에서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길래 제압하려 한 겁니다..!”

“나는 총은커녕 아무런 날붙이도 없어. 검문할 때 확인해서 알지 않아? 이 총도 당신네들 것이고 말이야. 그런데 무기 하나 없는 놈한테 보안관 3명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로버의 말에 잭을 포함한 부하 보안대원 3명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레니는 잭의 동료인 보안대원 2명에게 고개를 돌렸다.


“본인이 한 것보다 큰 책임을 지기 싫으면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마...맞습니다. 먼저 총구를 겨눈 건 잭입니다.”

“저 주정뱅이 놈이 보안대 사무소 앞을 얼쩡거려 잭이 쫓아내려 발길질을 했는데 그걸 다 피하자 화가 난 잭이 총으로 먼저 위협했습니다..”

“그저 취한 선량한 시민에게 발길질을 해대다니. 나는 그냥 레니 당신을 만나고 싶었을 뿐인데.”


레니가 로버를 바라봤다.


“나를 찾아왔다고? 용건이 뭐지..”

“레니 보안관! 이놈이 자기를 바운티 헌터라고 주장하며 주 보안관님께 접근하려 했습니다! 분명히 보안관님을 해치려 했던 게 분명해요!”


이때다 싶었는지 잭은 기다렸던 말을 쏟아냈다.


“바운티 헌터라고? 당신이?”

“맞아.”

“그래? 그럼 나를 만나려 한 이유는 뭔가.”

“아까 말했잖아. 보안관들이 보안관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고. 그래서 도와주려 했지.”


래니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재밌는 소리를 잘도 하는군. 그럼 듣기 전에 당신이 바운티 헌터라는 건 증명할 수 있나? 그래야 들을 가치라도 생길 거 같은데.”

“그게 뭐 자격증을 주는 직업은 아니지 않나?”

“그렇긴 하다만. 이 근방에서 활동하면 적어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지. 현상범을 넘길 때 이름은 말하니까.”

“근처 보안대에게 현상범을 넘긴 적은 없는데.”


레니의 표정이 찌푸려지는 반면 잭의 표정은 반대로 밝아졌다.


“거봐. 내 말이 맞지. 레니, 제가 이걸 알아보고 선제 조치를..”

“대신 사냥은 했는데. 엘런이라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여기 그릴즈 마을의 보안대가 현재 검문 수색 작업을 하는 이유인 놈의 이름이 로버의 입에서 나왔으니까 말이다.


“뭐?”

“엘런을 죽였다고. 아까 마을 들어올 때 말했잖아. 오트럴 마을에서 엘런이 죽었다고. 죽인 지 얼마 안 돼서 소식이 늦는 거야. 아마 곧 여기도 소식이 올 때 쯤 됐는데.”


그때였다.

멀리서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가 달려왔다.


“레니 보안관님. 빅 뉴스입니다! 엇, 이게 무슨...”

“괜찮으니 말하세요.”


남자는 로버가 잭을 겨눈 걸 보고 주저했지만 레니의 말에 안심했는지 말을 이어갔다.


“저... 엘런이 잡혔답니다. 저번 주에 마탄을 난사한 그놈이요. 오트럴 마을에서 사살당했대요.”

“그 말 진짜야?”

“엘런이 정말 죽었다고?”


엘런의 사망 소식에 보안관들 모두가 놀랐다.

바운티 헌터라고 주장하던 주정뱅이의 말이 진짜였다니.


“네. 오트럴 마을의 제프 보안관이 사살했답니다. 그래서 지금 에릭 패거리 분위기가 난리입니다.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다들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저번 엘런처럼 그렇게 마탄 난사라도 하면...”

“괜찮으니 안심하고 들어가세요. 이번에는 그렇게 두지 않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는 레니 보안관님만 믿고..”

“잠깐. 그런데 제프 보안관이 잡았다고?”


레니는 로버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미소를 짓고 있는 로버의 얼굴이 들어왔다.

자신의 말이 맞았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레니는 제프라는 자에 대해 알고 있었다.

같은 보안관이지만 게으르며 책임 의식이라곤 없는 인물.

그런 녀석이 엘릭을 체포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말로 저 로버라는 녀석이 잡아 무슨 수를 쓴 게 분명했다.


“아닙니다. 소식 고마워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에릭 패거리 분위기가 아주 심상치가 않아요. 꼭 해결 좀 부탁드립니다.”

“네. 반드시 조치할게요.”


소식을 들려준 남자가 떠났다.

그러고는 로버가 레니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내 의도는 확인된 건가.”

“그래. 알겠으니 잭을 풀고 총을 돌려줘.”


레니의 대답에 로버는 잭의 목을 둘렀던 팔을 풀고는 잭에게 총을 돌려주기 위해 팔을 뻗었다.


“아니. 잭 말고 나한테.”

“보, 보안관님...”


레니의 의도를 알아챈 로버가 팔의 방향을 레니에게로 변경했다.


“잭, 당신은 보안관으로서 함부로 행동했을 뿐만 아니라 총까지 마음대로 쓰려 했어. 심지어 총을 뺏겨 보안대 전체를 위험에 빠지게 만들었지.”

“.....”

“며칠 쉬다 와. 징계는 이게 다야. 더는 책임을 묻지 않지. 그리고 너희들도 원래라면 조치를 취해야만 하지만 이번에는 따로 징계하지 않겠어.”


부하 보안대원 2명은 대답이 없었다. 할 말이 없었기 떄문이다. 징계를 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잭은 수긍하지 못하는 듯했다.


“씨발. 보안관이 겨우 이런 이유로 징계?”

“이봐. 잭.”

“그만해. 잭.”


레니에게 화를 분출하는 잭을 부하 보안대원들이 말렸다.

그러나 잭은 멈추지 않았다. 분노를 폭발시켜버렸다.


“이래서 계집이 위에 있으면 안 된다니까!”


잭이 주먹을 쥐고 레니에게로 달려들었다.


“네년이랑 저놈 둘 다 죽여버린 다음 어디 묻어 버리면 그만이야. 이 서부에서 원칙은 무슨 원칙!”


‘저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진짜 죽여버릴까.’


로버는 잠시 잭을 제압할까 생각했지만 행하지 않았다.

저놈의 대상이 자신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딱히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퍽-


‘오호.’


달려드는 잭의 움직임을 뒤로 피한 레니는 발길질로 잭의 움직임을 무너뜨렸다.

그리곤 자신의 총을 빼내어 탄창 부위로 잭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으억!”

“잭. 당신은 상관 모욕죄로 즉결 처벌이야. 총기는 내가 영구 압수하지. 너희! 잭의 보안관 뱃지랑 의복 수거한 다음에 구금 조치해.”

“예!”


주 보안관인 레니의 말에 부하 보안대원 두 명이 잭을 끌고 갔다.

잭은 기절한 듯했다.


“나를 만나러 온 이유가 정확히 뭐지. 그걸 답 안 했는데.”

“계속 말했을 텐데 보안대가 보안관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장난치지 말고 알아듣게 말하..”


“에릭 뱅커.”


레니는 내려던 화를 집어넣고 입을 다문 채 로버를 쳐다봤다.

로버의 말이 그녀 마음의 어느 한 부분을 관통했기 때문이다.


“그 녀석의 패거리가 이 마을에서 대놓고 도박, 창관 등의 일을 벌이고 있는데 보안대가 그걸 가만히 묵인하고 있잖아.”

“.....”


로버가 관통한 그녀 마음의 어느 한 부분은 보안관으로서의 책임 의식이었다.

로버가 보았을 때 레니는 마을의 훌륭한 책임자였다.

그런 자가 에릭을 묵인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


“맹세코 뒷돈같은 건..”

“받지 않았겠지. 그리고.”


로버는 레니가 잘 들리게끔 또박또박 말했다.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겠지.”

“...”


로버는 레니의 옆으로 걸어가 그녀와 빗대어 섰다.


“이 마을에 있는 작은 보안관의 규모로는 녀석들을 타진할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선택한 게 상생이겠지. 녀석들이 불법적인 행위를 어느 정도 묵인하는 대신 여기 민간인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기로 하면서.”


레니는 할 말을 잃었다.

처음에 그저 주정뱅이로 여겼던 바운티 헌터라는 녀석에게 정확히 정곡을 찔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야. 보안관님.”


로버가 돌아섰다.


“엘런을 죽인 게 보안관이잖아. 이제 어떡할 거지?”

“무슨 말이지?”

“자신의 동생을 죽인 에릭이 보안대에게 원한을 품고 쳐들어오면 막을 수는 있나?”

“!!”


레니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최선이라 했던 지금까지의 선택이 이제 자신에게로 칼이 되어 돌아오게 생겼다.

그동안 에릭의 세력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레니의 직접적인 말에 로버는 용건을 던졌다.


“에릭을 수배해.”

“뭐?”


예상치 못한 답에 레니의 동공이 커졌다.


“에릭을 현상범으로 수배하면 내가 녀석의 패거리를 치는 데 힘을 보태지. 바운티 헌터라 놈의 목을 가져다가 돈을 벌고 싶거든. 수배 사유는 녀석이 여기서 활동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거 같은데.”

“그치만...”


망설이는 레니에게 로버는 쐐기를 박았다.


“혹시나 에릭을 죽일 때 마을의 평화가 무너질 거 같다는 멍청하고 나약한 말을 뱉을 거면 집어치워.”


“...”

“큰 변화를 하려면 그에 따른 반동은 감수하라고.”

“...실력은 자신있고?”

“엘런 그놈이 마력 지팡이로 마탄을 쏜 건 알지? 그런 녀석 잡은 거면 어느 정도 증명된 듯한데.”

“....시간을 줘.”

“얼마나? 오래는 못 기다려.”

“몇 분이면 돼.”


그렇게 가만히 서서 흘러간 몇 분 뒤.

레니가 입을 뗐다.


“좋아. 수배 내리고 올게.”

“얼마나 걸리지. 최대한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은데.”


도박장이라고는 전부 사기밖에 없는 이곳에서 오래 있긴 싫다.

더군다나 판매상 녀석들도 시간이 지나면 거처를 옮길 지도 몰라 최대한 빨리 일을 치르고 떠나는 게 좋았다.

레니는 사무소로 걸어가며 답했다.


“지금 바로 돼.”

“...놀랍군.”


사람 한 명을 죽이는 허가를 이렇게 곧바로 하다니.

물론 에릭의 범죄 여부를 따로 입증하지 않아도 되어 그렇겠지만 역시 보안관이 참 막강한 세계관이다.



*



퍽- 퍽-


에릭의 도박장.

평소라면 알코올, 담배 냄새와 함께 영혼이 가출한 도박꾼들로 붐벼야 할 곳이지만 오늘은 다른 녀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에릭의 패거리였다.


“씨발, 네가 그 제픈지 뭔지인지 하는 새끼는 괜찮다며.”

“끄어어억-”


에릭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는 부하의 목.

부하는 발을 허공에 버둥거린 채 에릭의 손을 툭툭 쳐봤지만 텅텅 소리만 날 뿐 별다른 영향은 주지 못했다.


뚜둑-


에릭의 부하는 결국 목뼈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를 뒤에 버려두고 에릭은 앞에 모인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당장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와. 보안관에게 잡혔다고 해도 엘런은 무조건 거래를 제안했을 거다. 사살당했을 리는 없어. 분명히..”


덜컥.


에릭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도박장의 출입문이 활짝 젖히며 어두운 실내에로 환한 빛이 들어왔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어디 씨발. 큰형님 말씀하시는데.”


탕-


“웬 총소리야!? 도박꾼이 행패라도 부리는 거야? 그런 건 니네 선에서 정리해야지. 이 멍청한 새끼들.”

“그... 그게..”

“더듬지 말고 또박또박 말해. 니들도 죽여버리기 전에.”


에릭이 다그치자 문을 연 부하가 더듬거리며 에릭에게 말했다.

표정에는 겁이 깃들어 있었다.


“보안대.. 보안대가 쳐들어왔습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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