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에서 유일무이 마탄 쏘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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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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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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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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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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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DUMMY

“누구냐고. 술을 구매하러 온 상인은 아닌 거 같은데.”


로버를 가로막은 덩치 큰 사내가 눈을 내리깔았다.

꽤나 위압적이었지만 로버는 별 상관치 않고 답했다.


“거절당한 고객.”

“거절당한 고객?”


사내가 되묻자 로버는 친절하게도 자세히 답해줬다.


“술 좀 사러 왔는데 병이나 작은 단위로는 안 판다고 하는군. 그래서 돌아가는 길이야. 아, 혹시 당신이 여기 주인인 거면 나한테 팔 생각 있어?”

“외부인인가?”

“지 말만 하는군. 밖에서 왔으니까 외부인이겠지.”

“마켓에서 거래하는 상인인가를 묻는 거다.”

“어. 아니야. 누구 좀 찾으러 온 거야.”

“누구를.”


“그건 프라이버시고. 이 고릴라야.”


내리깔며 노려보는 덩치 큰 사내의 시선과, 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로버의 시선이 교차했다. 그러다 덩치 큰 사내가 먼저 물었다.


“···여기 캘든 마켓에 온 지는 얼마나 됐지.”

“20분 정도.”

“근본이라고는 전혀 없는 외부인이로군.”

“그럼 마켓 하나 오는데 근본까지 꼭 챙겨서 와야 하나. 그러면 네가 발급 좀 해주던가.”


“제이스 보스! 저놈이 우리 관리인을 이렇게 만들었어!”


로버의 뒤에서 일꾼들이 덩치 큰 사내를 보스라 부르며 소리쳤다.


“난 그저 돌아가고 있을 뿐이었는데. 봤잖아.”

“···더 이상의 분란은 일으키지 말지. 새로 온 외부인에게 팔 술 따윈 없으니 당장 나가. 그냥 보내줄 테니까.”

“그러지 뭐. 하나만 물어보고.”


로버는 제이스란 사내를 잠시 노려보며 골똘히 생각하다 말했다.


“당신이 여기 마켓장인가?”

“뭐?”

“마켓장이냐고.”


마켓장.

말 그대로 마켓을 관리하는 대표자를 칭한다. 뒤에 일꾼들이 제이스란 사내를 보스라 칭하기에 사내가 이 캘든 마켓의 마켓장인가 싶어 물었다. 자신에게 언제 왔는지 묻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갑자기 웬 멍청한 소리를 해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켓장이 아니다. 여기 주류 도매 상점의 주인이지. 알았으면 얼른 꺼져.”

“상점 주인에게 보스라고도 칭하나. 그나저나 다들 나보다도 입이 험하네. 아무튼 실례 많았어.”


로버는 밀릭을 데리고 상점 밖으로 나갔다. 서로 각자의 말에 올라탔다.


“그러니까 내가 들어가지 말자고 했잖아요.”

“네가 보기엔 어떠냐.”

“네?”

“저놈이 범인으로 보여?”

“누구요? 저 보스란 녀석이요?”

“응. 이 마켓에서 가장 큰 상점의 주인이잖아. 심지어 희한하게 일꾼들은 자기 상점 주인을 보스라고도 부르고 있고.”


밀릭은 놀라운 표정을 지어냈다. 설마 저 상점에 의도적으로 들어간 것이었던 건가.


“설마 일부러 저기 들어가서 행패부리신 거에요?”

“행패라니. 시비는 저 새끼들이 먼저 걸었어. 그리고 진짜로 목이 마르기도 하고.”


밀릭은 로버를 이상하게 바라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았다.


“저 보스란 녀석이 범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읊었다.


“숨어지내기에는 몸도 커서 무슨 짓을 하면 눈에 바로 띌 거 같고요. 이거 참, 얼굴을 모르니까 찾기가 힘드네요.”


판매상들에 대해서는 현재 수배만 내려진 상태. 판매상들의 얼굴들은커녕 이름조차도 알려지지 않았다. 즉, 알아서 증거를 찾고 알아서 추리하고 추적해 잡아내야만 했다.


“직접 안 하고 판매상들을 숨겨주거나 유통만 할 지도 모르지. 어찌됐든 여기서 가장 큰 상점 주인의 얼굴은 파악했으니 다음은 여기 마켓장을 만나보자. 판매상들과 관련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이 넓은 마켓에서 범인을 찾기에 딱 좋은 시작점이지. 한 번 만나볼 필요는 충분해.”

“와, 아무 생각 없이 다니는 주정뱅인 줄 알았는데 생각을 나름 하고 사시네요?”


젠장.

또 거꾸로 말했다.


“뒤질래? 안 닥쳐?”

“죄송합니다. 그런데 마켓장이 만나줄까요? 마켓장이면 높은 직책일텐데.”

“몰라. 일단 가보면 알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갈까요?”

“아니. 일단 저기부터.”


밀릭은 로버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여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여관의 스윙 도어 너머로 보이는 광경으로 보아 일 층에는 술집을 같이 하고 있는 듯했다. 결국 또 술집이다.


“저런 건 귀신같이도 찾아내네.”

“어차피 우리 머무를 곳은 있어야 돼. 가자, 애마.”

“푸릉.”



*



“어서 오십쇼.”


로버와 밀릭이 밖에 말을 묶어두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스윙 도어 너머로 보인 대로 여관의 일층은 술집이었다. 둘은 주인 앞의 바로 가 앉았다.


“가장 독한 걸로 두 잔.”

“저는 독한 거 못 먹어요. 하나는 가벼운 걸로 부탁합니다.”

“두 잔 다 내 꺼야. 네 껀 네가 사먹어.”

“···.저는 오렌지 주스 하나요.”


“하하, 여깄습니다.”


로버는 받자마자 즉시 입에다 한 잔을 털어냈다. 정말 목이 말랐는지 거침없는 목넘김이었다.


“캘든 마켓에 물건을 거래하러 온 상인은··· 아니신 거 같고. 지나가다 들른 여행자이신가요?”

“비슷하지. 그런 김에 여기 방 좀 잡죠. 일단 하루만.”

“네, 알겠습니다. 방 잡아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로버는 두 잔 중 다른 잔의 술잔을 들고 휙휙 돌리며 여관 주인에게 물었다.


“이 근방에 있는 것들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마켓이라 듣긴 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마켓의 규모가 더 상당하군요.”

“맞습니다. 특히나 요즘에는 뭔가 더 커지는 거 같습니다.”

“흠. 상점의 숫자가 증가하나요?”

“요줌 서부로 오는 인원이 늘어나다 보니 그런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뭐랄까, 최근 들어 규모가 커져 부자가 되는 상점이 많은 것 같아요. 뭐 마켓이 번성하니 덕분에 저 같은 여관 주인은 득을 보고 있어 좋은 일이죠. 하하하.”

“규모가 커졌다라. 신기하네.”


로버는 남은 한 잔을 곧바로 털어냈다.

그리고 잔들을 주인 앞으로 스윽 밀어냈다.


“이제야 목이 좀 풀리네. 더 독한 거 없나요. 없으면 같은 걸로 두 잔 더 마시죠.”

“하하. 이게 저희 캘든 마켓에서 가장 독한 술입니다. 오면서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마켓 내에 있는 상점 중 가장 큰 상점에서 팔고 있는 거죠.”

“오면서 봤습니다. 그 상점도 최근에 커진 건가요?”

“최근에 커졌다기보단··· 어서 오세요.”


여관 주인이 말하는 중 스윙 도어가 안으로 밀려났다.


터벅터벅.


두 명의 사내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둘은 방이 있는 위로 올라가지 않고 바에도 앉지 않았다.

들어와서 홀 전체를 둘러보고는 모두에게 말했다.


“여기 최근 외부에서 온 인원 있어?”


한 명은 여관 주인이 있는 바 쪽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한 명은 홀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에게 언제 캘든 마켓에 왔는지 취조해댔다.

마치 범인을 찾는 형사와도 같았다.

바 쪽으로 온 한 명이 주인에게 숙박객이나 손님 중 최근에 온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바로 자신의 앞에, 직전에 온 손님 두 명이 앉아 있으니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계속된 독촉과 추궁에 주인이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자 로버가 나섰다.


“나 외부인인데. 방금 왔어.”


새로 들어온 이가 주인의 추궁을 멈추고 로버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앉아서 술을 마시는 로버의 행색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기대 없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물었다.


“오는 길에 뭐 이상한 거 본 거 있으면 말해봐.”


녀석은 로버에게 질문은 했지만 답변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의 시선은 홀에서 다른 사람들을 추궁하는 자신의 동료에 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걸까.”

“그냥 본 거 있으면 아무거나 말해봐. 없으면 그냥 입 닥치고 있고. 낭비할 시간 없으니까.”


“왜 나한테 이렇게들 알아서 말을 험하게 하는지. 고맙게도 말이야.”


“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아니야. 혼잣말이었어.”

“미친놈인가. 할 말 없으면 괜히 봉변 당하지 말고 그냥 술이나 쳐먹어.”


사내가 홀 쪽에 있는 동료에 힘을 보태려고 몸을 돌렸다. 그때 로버가 사내에게 말했다.


“혼자 말 타고 오던 놈과 만났는데.”

“뭐? 구체적으로 어땠는데.”


홀 쪽으로 가려던 사내가 로버에게로 관심을 돌려 로버가 만난 이의 행색을 물었다.

로버는 자신이 봤던 그 자의 행색을 기억나는 대로 말했다. 대충 기억나는 대로 말하는 거라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행색을 말하자 홀 쪽에 있던 동료도 하던 탐색을 멈추고 자리에 서서 로버를 주시했다.


“맞다. 그리고 직업이 바운티 헌터라고 했었는데.”

“뭐?!”


홀 쪽에 있던 동료가 화들짝 놀라며 로버 쪽으로 다가왔다.

반면 밀릭은 조용히 자신의 오렌지 주스를 챙겨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몇 번 겪어본 그의 경험이 움직이라 외치고 있었다.


“바운티 헌터란 걸 왜 이제야 말해! 만나서 무슨 일이 있었어? 어디로 갔어?”


사내가 말이 빨라진 채 추궁했다.

그에 비해 로버의 어조는 변함없이 건조했다.


“답을 듣고 싶으면 태도를 조금 더 공손히 하지 그래.”

“허-“


사내가 로버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면상이 코 앞 가까이 보이자 로버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 새끼가. 건방떨지 말고 제대로 말 안 해? 이렇게 대우하는 걸 감사히 알아. 당장 죽여버릴 수도 있어.”

“이야, 그렇게 무섭게 말하니 말할 수 밖에 없겠네.”


꿀꺽.


로버는 생기없는 미소에 술을 한 모금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그가 원하는 대로 여과 없이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웃으면서 약 탄 술과 물을 건네길래 다 마시고는 죽여버린 다음 말을 뺏어 탔어. 동료 바운티 헌터 두 명이 보복하러 올 거라던데 그게 너희들인가 보군.”

“뭐?!”


로버의 말에 추궁하던 두 명을 포함해 여관에 있던 모두가 벙찐 듯 로버를 바라봤다.

허나 로버는 알 바 아니란 듯 자신이 할 말만을 이어갔다.


“꽤 빨리 왔네. 조금만 더 빨리 오지 그랬어. 그러면 그 멍청한 놈이랑 한날 한시에 저승으로 보낼 수 있었을텐데.”


“이 새끼가!!”


쾅-


로버의 머리가 카운터 바에 쳐박혔다. 바의 나무가 조각났고 그 여파로 로버가 마시던 잔이 여관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남아있던 술이 바닥에 흘렀다.


철컥.


“이 미친 새끼가 무슨 배짱으로 바운티 헌터를 건드려? 행동에 대한 각오는 돼 있겠지?”


한 사내는 로버의 머리를 잡고 있었고 다른 사내는 총을 로버의 뒤통수에 가져다댔다.


“아.. 다 못 마셨는데···”


로버는 머리가 바에 박혀 붙잡힌 그대로 바닥에 흐르는 술을 바라봤다. 고개가 바에 처박힌 채라 아무도 볼 수 없었지만 표정에는 아쉬움이 깃들어 있었다. 사내들이 로버에게 엄포를 놓았다.


“우리가 올 거라는 걸 듣고도 동료를 죽인 거면 이 정도 각오는 당연히 했겠지? 곱게 죽이진 않을 거다. 우리가 해야 할 게 있었는데 네놈 때문에 같이 할 손이 하나 줄어들었거든. 그만큼 보상을 받아내야겠다.”


“나도.”

“뭐?”

“뭐, 뭐야, 이 녀석···”


로버가 처박힌 고개를 서서히 들며 일어났다.

동시에 로버를 붙잡고 있었던 사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분명히 힘을 주고 있는데.

이를 무시한 채 아무런 저항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뭐해. 똑바로 잡아!”

“잡고 있어.. 이 새끼 힘이 장난이 아니야···!”


로버는 바닥에 엎질러진 술을 한 번 보더니 자신을 겨누고 있는 둘에게 곁눈질했다.


“오늘 말이야. 나한테 말을 함부로 한 녀석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 그렇지만 참았어. 술을 마셔서 목을 축이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그런데 아직 갈증이 다 해소되지 않은 중에 네 녀석들이 내 술을 엎질렀어. 전부 보상 받아낼 거야. 편하게 죽을 생각 하지 마.”


사내 둘의 목에 원인 모를 소름이 돋았다.

미리 스윙 도어 밖으로 가있던 밀릭은, 잠시 후 애마와 함께 스윙 도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오렌지 주스의 맛을 음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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