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에서 유일무이 마탄 쏘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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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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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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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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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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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DUMMY

“저... 저래도 될까?”


대문을 나가며 벨즈가 물었다.

뒤를 돌아보니 농장은 불로 생긴 큰 연기에 휩싸이고 있었다.


“뭐가 문제야. 우리가 했다는 증거도 없는데.”

“이봐.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아니지.”

“뒤질래?”


벨즈는 움찔하다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그치만 제프에게서 이 농장을 대가로 거래한 거 아니야? 로버 당신이 농장을 불태웠단 걸 알면 제프가 우리를 다시 볼튼의 경호원 살인범으로 지목할지도 모른다고!”

“괜찮아. 그럴 일 없어.”

“우리가 불태웠단 증거가 없다 하더라도 녀석은 그저 심증만으로 우리를 살인범으로 지목할지도 몰라. 보안관은 그럴 수 있는 권한이 있어!”


“그래서 아까 사례금 받았잖아.”


로버가 귀찮단 듯이 제프로부터 받은 사례금 1레온을 벨즈의 눈앞에 흔들었다.


“응?”

“내가 왜 직접 이딴 푼돈을 챙겼겠어. 녀석은 악덕 고용주인 볼튼을 잡아줘서 고맙다며 보안관의 자격으로 우리에게 이렇게 사례금까지 줬잖아. 그런데 우리를 살인범으로 몬다고? 불가능하지.”


벨즈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까 1레온을.. 이봐! 정말 대단한데!”


벨즈가 어깨동무를 하자 로버는 그의 팔을 밀어냈다.


“친한 척하진 말고.”

“하하. 역시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 악랄하고 영리할 수가 있을까!”

“칭찬이지 욕인지 모르겠네.”

“칭찬이지! 그러면 우리는 뭐 걱정 없겠어..! 하하.”


로버는 벨즈의 표정을 살폈다.

어두운 낯빛이었고 로버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너, 여기 사람들이 걱정되는 거지?”

“응?”

“저기서 일하는 사람들말야. 농장이 사라지면 이제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거잖아.”

“...맞아.”


터벅터벅.

로버는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그건 네가 걱정할 게 아니야.”

“그렇긴 하지. 그치만 나는 여기서 오래 지냈다고.”

“그러면 더더욱 걱정할 필요 없지. 저 사람들은 볼튼 밑에 있을 때도 임금을 받지 못했어. 주인이 제프로 바뀐다고 다를 거 같아? 아마 똑같이 살 가능성이 높을 거야. 물론 그들이 잘못했다는 건 절대 아니야. 그렇지만 결국 손해를 보는 건 결국 저들 뿐이라고.”

“그래서 없앤 건가. 스스로 해보라고.”

“눈치는 있네. 저들 스스로 위기를 해결해나가며 자신의 권리를 챙겨야만 하지. 저 불에 타버릴 농장은 아마 제프가 가지지 않을 거야. 직접 땅을 개간하고 노력을 들일 위인은 아니니까. 그러면 마을 사람들의 몫이 되겠지.”

“알겠네. 고마워. 당신은 생각이 참 깊군.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챙겨라..”

“나도 있다 없어지니까 알게 되더군. 원래는 그런 걸 덜 신경 써도 되는 시대에 살았거든. 물론 거기서도 그곳에 맞는 신경은 써야 했지만 그래도 여기보단 덜 했거든.”


걷다보니 둘은 어느덧 마을 출구에 도달했다.


“이제 여기서 헤어지지.”

“당신은 엘런의 형인 에릭이란 놈을 만나러 가는 거지? 나도 같이 갈까? 어차피 이 마을 뜨려고 했으니 말이야.”

“됐어. 그냥 있어.”


로버의 눈에 비친 벨즈는 떠돌이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돈 때문에 나가려 했을 뿐이다.


“당신은 내가 찾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마을을 사랑하잖아. 볼튼도 없어져 떠날 필요도 사라졌으니 여기서 지내는 게 좋을 거라고.”

“···고맙네. 떠돌이 마법사.”

“고맙긴.”


로버는 오트럴 마을을 뒤로하고 터벅터벅 마을 밖으로 걸어나갔다. 따가운 햇빛이 그를 비추었다.

왔던 길을 또다시 걸어 가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밀려왔지만 올 때와는 달리 로버의 손에는 술집 주인으로부터 받은 술이 함께였다.

로버는 햇빛이 자신의 여정을 방해하지 않도록 괴상한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술병의 뚜껑을 땄다.



*



“꺼억-”


올 때는 술과 함께라 정말 금방이구나. 벌써 그릴즈 마을 입구다.


“이봐. 정지.”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배지를 찬 남자가 로버를 멈춰 세웠다.


“그릴즈 마을 보안대다. 출입 시 검문 중이니 거기 잠시 서 있어.”


로버를 가로막은 보안관이 코를 찡그렸다.

풍겨오는 술 냄새 때문이었다.

로버는 볼튼의 저택과는 달리 이번에는 굳이 감출 필요가 없어서 이번에는 감추지 않았다.

이 시대에 길거리에서 술 먹고 다니는 사람이야 널렸으니까 말이다.


“엘런 때문인가.”

“그래. 주정뱅이도 그건 아나 보네.”


여긴 아직 엘런이 죽은 것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엘런의 형이 있는 여기 그릴즈 마을이 엘런이 나타날 가장 가능성 높은 곳이니 수색 중인 것이다.


“그 새끼 오트럴 마을에서 잡혔는데. 딸꾹.”

“잡혔다고? 무슨 소리야. 보고 들어온 게 없는데.”


“무슨 일이야?”


마을 안에서 한 여자가 로버와 수색 중인 보안관에게로 걸어왔다.


“레니 보안관님. 여기 외부인이 엘런이 오트럴 마을에서 이미 잡혔다고 해서요.”


‘저 여자가 여기 마을 주 보안관인가.’


그래도 크기가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로버가 있었던 오트럴처럼 보안관이 극소수인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범죄자 검문 수색을 한 명이 하고 있었으니 보안관 인력이 어지간히 부족하긴 한가 보다.

그나저나 이 시대에 여자가 주 보안관이라니. 도박장에만 있어서 몰랐다. 얼마나 독한 성격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엘런이 잡혔다고? 오트럴에서?”


레니의 눈에 로버가 비쳤다.

그러더니 곧 한숨을 피식 한 번 쉬고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니의 눈동자 속에 있는 건 영락없는 꾀죄죄한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자네는 명색이 보안관이라는 놈이 신빙성 있는 말인지 아닌지도 구분 못 하나?”


‘믿던가 말던가.’


저들의 믿음 여부는 로버에게 있어 딱히 상관없었다.

그저 술을 마셔 말이 많아져서 그런 것일 뿐이니까.

레니에게 타박을 들은 부하가 쭈뼛거렸다.


“저는 그냥 이놈이 궁시렁대서.. 이봐. 아저씨. 그냥 가.”


“야! 검문 똑바로 안 해!?”

“누가 아저씨야?!”


로버와 레니의 분노가 겹쳤다.

잠깐의 정적 후 먼저 입을 뗀 건 레니였다.


“검문 똑바로 안 할래? 만약 저 사람이 주정뱅이로 위장한, 엘런과의 연결책이면 어떡할 거야!?”


‘연결책이라니. 내가 죽였는데.’


얼핏 보기에도 엘런의 연결책으로는 보이지 않는 인물이었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는 레니의 성격 상 넘어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죄송합니다.”

“됐어. 내가 하지. 아저씨. 잠시 검문 좀 하죠.”

“아저씨 아니라니까!”


비록 대한민국 시절의 몸은 아닐지라도 직접 생김새 설정까지 다 한 얼굴이다.

미남으로 구성했었는데. 아저씨라니.

술과 담배를 얼마나 해댄 걸까.


“예. 어찌 됐든 검문 좀 하겠습니다.”


로버가 팔을 위로 들어 올렸다.


“지닌 무기가 없네요?”

“온몸이 무기라.”

“그러시구나.”


레니는 로버가 무기가 없는 게 상당히 특이하다 생각했지만 주정뱅이라 그런가보다 판단하고 더 묻지 않았다.

아마 무기 살 돈도 술에 꼴아박은 거겠지.


“됐습니다. 들어가세요.”

“깐깐하시군.”

“당연한 거 아닌가요?”


로버가 잠시 멈칫하다 말을 남기고 들어갔다.


“그런가. 레니 보안관.”


‘..뭐야?’


잠시 레니의 눈에 들어온 로버의 모습이 무언가 달랐다.


‘방금은 주정뱅이처럼 안 보였는데.’


아무래도 일을 많이 해 생긴 착각인 듯싶었다.



*



“이리 오너라.”


담배 연기가 자욱한 곳. 로버와 비슷한 눈을 가진 자들이 넘치는 곳. 누가 들어오든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곳.

에릭이 운영하는 도박장이었다.


“로버. 진짜 왔네?”


도박장을 관리하는, 에릭의 갱단 부하들이 로버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당연하지. 이 사기꾼들아. 가서 에릭이나 불러와.”


로버는 이곳을 정상적인 영업장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갱단이 운영해서도 있지만, 자신의 돈을 모두 따갈 만큼 사기가 판을 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미친 도박주정뱅이 새끼가. 감히 보스를 함부로.”

“도박주정뱅이는 뭐야. 그렇게 혀가 기니 사기도 칠 수 있는 건가.”

“뭐? 빚이고 뭐고 여기서 한 번..”


“됐어.”


자욱한 담배 연기 사이로 누군가 부하들을 이끌고 걸어왔다.

이 도박장의 관리인이자 갱단 두목인 에릭이었다.


“이봐, 로버. 정말 돈을 가지고 온 거야?”

“그럼. 나는 너희와는 달리 사기 치지 않는다고. 여기.”


에릭은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로버가 주는 돈봉투를 받았다.


“오호. 진짜잖아. 이거 어떻게 번 거야?”


차마 니 동생 목 썬 다음 팔아 넘겨서라고 답을 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둘러댔다.


“일을 잘해서.”

“바운티 헌터라길래 미친 소리인 줄 알았는데. 진짠가 보네?”

“정확히는 바운티 헌터인 마법사라 했는데.”

“그래 그래.”


이 새끼도 미법사인 걸 안 믿는다.

상관없다. 누구한테 인정받고자 사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내 애마는.”

“마구간에 잘 있어. 조금만 늦었으면 팔려나갈 뻔했다고.”

“안 그러길 잘 생각했어. 팔려고 했으면 날뛰어서 몇몇은 죽었을 거야.”

“크크. 허세는. 좋아. 약속대로 담보로 맡아두었던 네놈 말은 돌려주지. 그리고 우리는 사기꾼들이 아니라고. 정당한 사업자들이지.”


갱단이 개소리를 지껄였지만 로버는 신경 개의치 않고 그들을 따라갔다.

그때, 누군가 로버의 팔을 붙잡았다.


“이...이봐. 로버..”


마력에 살기나 공격성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팔을 붙잡는 걸 막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지는 몰라 말을 하지는 않고 바라만 봤다.

그냥 도박꾼인가 싶었지만 청소부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소부라기엔 얼굴에 파란 멍들이 들었고 안색은 창백했다.

결론적으로 종합하자면 이놈은.


‘돈을 탕진해 몸으로 때우는 놈이군.’


취기에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빚까지 졌지만 로버와는 달리 맡길 담보나 빚을 갚을 재주가 없어 몸으로 때우는 놈이다.

물론 그 빚의 이자는 하루하루 일해서 갚는 양보다 훨씬 늘어나 영원히 못 갚을 테지만 말이다.

갱단이 운영하는 도박장에서 자주 쓰는 방식이라 여러 도박장을 돌아본 로버는 잘 알고 있었다.


“나.. 나야. 저번에 나한테 말했잖아. 당신이 마법사라고 막. 동부는 환멸이 나고. 서부는 무법이라고 했던..”

“...아.”


로버의 기억에 녀석이 스쳐 지나갔다.

그놈이구나.

그때 사기를 쳐서 내 돈을 따가더니 여기 종이 되었구나.

아니지. 여기 종이 된 거면 한 패는 아니었나 보구나.


“너는 한 패가 아니었나 보군.”

“응?”

“내 돈을 사기 쳐서 따간 놈들 말이야. 아니면 팽 당한 건가. 뭐, 어찌 됐든 더 이상 이 도박장에서는 게임 안 할 거니 상관없겠지.”

“네 돈은 사기가 아니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봐, 로버. 나 좀 구해줘.”

“싫어.”


단칼에 뿌리치고 가려는 로버를 다시 붙잡았다.


“한 번만 더 붙잡으면 죽인다.”

“공짜로 구해달란 건 아니야... 정보.. 정보를 줄게. 제발 도와줘...!”


로버는 관심이 생긴 눈빛으로 돌아봤다.


“혹시 이놈들이 사기 친 증거가 있나?”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 몇 주 전에 발생했던 아편 중독 사건 알지?”


로버는 기억을 더듬었다.

몇 주 전에 근처 보안관들이 대대적으로 아편을 판매한 이들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같았다.


“내가 그 판매상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 그걸 찾는 걸 도와줄게.”


도박 사기 발각이 아니란 걸 듣고 약간 실망했지만 기쁘기도 했다.

애마를 되찾느라 수중에 돈이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녀석의 말에 관심이 생긴 로버는 놈이 무슨 말을 하는지나 귀 기울여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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