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에서 유일무이 마탄 쏘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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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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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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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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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웬 놈들이야.”


로버가 커다란 농장을 소유한 저택의 대문 앞에 서자 출입을 관리하는 경비원이 가로막았다.

로버는 대문을 보자 짜증이 샘솟았다.


‘쥐똥만 한 마을에 이것만 더럽게 크네. 딱 보니 이 농장이 마을의 핵심이군. 이런 농장의 주인이 돈을 안 주는 거면 마을에 미칠 영향이 크겠는데.’


볼튼의 농장은 멀리서도 한눈에 띌 만큼 이것만 마을에서 유달리 컸다.

마치 농장이 마을의 주인인 듯 마냥.

경비원이 여기서 일하는 벨즈의 얼굴을 알아봤다.


“어라, 너는 여기서 일하는 일꾼이잖아. 옆에 그 녀석은 누구야? 거지 같은 판초에다 괴상한 모자를 쓰고 있는 게 꼭 구걸하러 온 녀석 같은데.”

“안녕하십니까. 같이 온 이 녀석은 오늘 면접 보기로 한 면접자입니다.”

“면접을 본다고? 그런 연락은 받지 못했는데.”

“하하. 전달이 잘 안 됐나 보군요. 주인님께서 저더러 데리고 오라고 하셔서 주인님께 데리고 들어가는 길입니다. 아마 제가 같이 들어가니 따로 전달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벨즈는 로버를 면접자인 척 둔갑시켜 정문을 통과할 셈이었다.


“흠. 그래? 그런데 지금 시간이면 곧 볼튼이 낮잠을 자러 갈 때 아닌가?”


햇빛이 정수리 바로 위로 올라갔다 조금 내려오는 시간.

땅이 가장 더울 시간인 2시 경에 볼튼은 낮잠을 자러 간다.

그래서 이들은 그걸 노렸다.

볼튼이 방으로 자러 가는 틈을 타 그의 금고에 있는 돈을 털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도 2시가 되기 직전인 지금의 시간을 택한 것.

2시가 넘으면 서재로 들어가는 걸 수상스럽게 생각할 것임이 분명해 2시 직전에 들어가 서둘러서 볼튼을 만나야 할 시급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물론 서재까지 가는 동안에 이미 2시가 지나 볼튼은 방으로 자러 갈 것이지만 말이다.


“그러니까요. 곧 2시니 빠듯하네요. 얼른 가야죠. 더 늦으면 주인님이 화낼 테니까요. 하하.”

“그렇겠지. 볼튼은 2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러 가니까. 그런데 면접 보는 저 놈의 표정은 왜 저런 거지. 얼굴이 빨간데. 설마 볼튼 농장의 일꾼으로 면접을 보는데 술을 마셨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술이라뇨. 그럴리가요. 원래 인상이 안 좋습니다.”


대문을 지키는 경비원은 화를 더 내려다 거두었다.

킁킁거리며 로버의 체취를 맡아봤지만 술 냄새는커녕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게 로버는 마력을 사용해 자신에게 묻어있는 냄새를 말끔히 지워냈다.

더불어 그는 술 냄새 뿐만 아니라 등 뒤에 천으로 감싸져 있는, 엘런의 잘린 머리통으로부터 풍기는 썩은 피 냄새도 지워냈다.

자신의 얼굴에 올라와 있는 홍조는 귀찮아서 감추지 않았지만 말이다.


“좋아. 들어가. 그리고 너, 앞으로 여기서 일하게 될 때도 그런 표정이라면 볼튼 씨나 우리에게 고생 꽤나 할 거야.”

“옙-”


로버는 경쾌하게 답한 뒤 경비원이 연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경비원은 로버의 톤이 무언가 기분 나쁘게 느껴졌지만 뭐 어쩔 수 없었다.

겉으로는 깔끔하고 담백한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광경은 볼튼이 머무는 저택으로 가는 일자의 큰 길이었다.

그곳에서는 양쪽으로 일꾼들이 농작물을 재배 중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아무 냄새도 안 나잖아. 당신 뒤에 매고 있는 게 사람 머리통이라곤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못하겠어. 새삼 마법의 힘이란 게 놀랍군.”

“냄새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 머리통을 뒤에 지니고 다니는 거 자체가 정신 나간 시대라고는 생각 안 하나?”

“당신 직업이 바운티 헌터 아니야? 현상금 사냥꾼이 현상범 잡은 건데 그게 왜 정신 나간 짓이지?”

“그런가.”


로버는 엘런의 머리통을 퉁퉁거리며 걸어 들어갔다.


“그나저나 볼튼을 주인님이라 하던데. 단순히 몫을 받고 일하는 게 아닌 주종 관계인 건가?”

“주종 관계는 아니야. 그저 볼튼 그놈이 으스대고 싶어서 은근슬쩍 자기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라고 해 이러는 거지.”

“저질스러운 놈이네. 노예 살 돈은 아깝고 주인 행세는 하고 싶고. 그래서 보초 서던 경비원 놈도 말투가 저러는 거고?”

“맞아. 우리들이 볼튼 그 자식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니 경비원들도 우리를 노예라고 생각하는 거지. 어쩌면 볼튼이 경비원들더러 우리를 그렇게 대하라고 뒤에서 시켰을 지도 모르고.”


로버는 사방을 훑었다. 다시 봐도 놀라웠고 짜증이 났다. 이 좁아터진 마을에 이렇게 큰 농장이라니.

헌데 이 유일한 거대 농장의 농장주 성격은 괴팍하고 보안관은 게으르니 엘런이 이 마을에 왔겠지.

로버가 아니었다면 엘런은 아마 들키지 않고 마을에 잘 숨어들었을 것이었다.

벨즈와 이야기하며 가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2시를 넘어갔고 둘은 저택의 문 앞까지 도달했다.

그때 로버가 벨즈에게 모퉁이를 향해 고갯짓했다.


“모퉁이 너머에 누군가 있는데.”

“정말?”


벨즈가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퉁이 너머는 둘의 시야에선 전혀 보이지 않았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명이야. 그닥 좋은 대화는 아니군.”


그때 모퉁이 너머에서 누구나 들릴 만큼 큰 소리가 들렸다.


“...한 달 치 만이라도 주세요! 집에 먹을 게 다 떨어졌습니다.”


둘은 몸을 숨긴 채 모퉁이로 다가가 등을 비스듬히 기대어 너머를 쳐다봤다.

로버의 말대로 너머에 있는 사람은 둘이었다.


“볼튼이야. 앞에 있는 사람은 같이 일하는 일꾼이고. 젠장, 왜 아직 이 시간까지도 자러 가지 않은 거지?”


둘의 시야에 들어온 볼튼의 표정은 짜증인 반면, 일꾼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볼튼이 표정에 부합하는 행동을 취했다.


“네놈 먹을 게 다 떨어진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한 달 치 만이라도 주라니? 누가 보면 내가 월급을 안 주는 줄 알 거 아니야. 매달 여기서 재배하는 밀로 대체해서 줬잖아!”

“주신 밀의 양으로는 저희 가족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습니다. 봉급에 알맞은 양으로 대체 해주시지 않으셨잖아요! 못 받은 만큼 레온으로 주세요!”


일꾼이 볼튼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자 볼튼은 발로 일꾼의 얼굴을 걷어찼다.


“이 종 놈이! 감히 누구를 잡아!”


볼튼은 날아간 일꾼에게 걸어가 일꾼의 몸을 발로 짓밟았다.


“그냥! 주면! 주는 대로 받을 것이지! 어디서 더 돈을 뜯어내려고! 내가 없으면 이 마을이 제대로 돌아가기나 할 거 같아? 너 포함해서 이 마을 놈들 대다수가 내 농장에서 일하고 있어. 내가 없으면 전부 굶어 죽을 거라고! 그런데도 내 말에 토를 달아!?”


일꾼은 볼튼의 구타를 저항도 없이 그저 맞고만 있었다.

원래부터 구타를 각오하고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여기서 말을 더 했다가는 해고될 것임이 분명하다.

여기까지는 볼튼이 시원하게 때리고 나면 볼튼은 선심 쓰듯 소량의 밀이라도 던져 준다.

늘상 있는 일이었다.

지금 이건 볼튼이 주인으로서 자신의 만족감을 충족하는 행위였다.


“이봐 마법사.”

“응.”


볼튼과 일꾼에 시선이 계속 머무른 벨즈가 말을 건넸다.


“금고에는 분명히 꽤 많은 돈이 들어있을 거야.”

“그래야만 하지. 그래서 온 거니까.”

“여기 일꾼들 임금을 갈취하면서 얻은 것들까지도 거기 전부 있겠지. 그들의 몫 정도는 여기 일꾼들에게 줘도 되나?”


로버는 벨즈의 표정이 궁금해 자신의 생기 없는 눈으로 살피려 했지만 그가 계속 모퉁이 너머를 쳐다보고 있어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대충 짐작이 가능했다.


“그러던지. 그래 봐야 전체 비율로 따지면 푼돈일 테니까. 그런데 그렇게 하려는 건 동정심인가? 아니면 당신과 같은 위치에 있는 자에게 이입해 느끼는 분노?”


질문하는 로버의 눈에서 미묘한 생기가 일어났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치만.. 그렇게 하고 싶어.”

“알겠어. 이만 가지.”


로버는 더 묻지 않았고 둘은 저택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계속 저럴 거야. 한 번 구타를 시작하면 꽤 오랫동안 멈추지 않으니까. 그동안 순식간에 털고 나가자고.”

“잠긴 금고를 여는 건 난데 말은 쉽게도 하는군. 내 속도를 어떻게 장담하고.”

“크크크. 아까 모퉁이 너머에 있는 볼튼을 알아챈 거랑 지금까지 보여준 것들로 보면 금고 정도는 순식간에 털 거 같은데? 여차하면 마탄으로 부수면 되잖아.”

“글쎄. 마력으로 보호된 금고라면 그렇게 쉽게는 안 부서질 텐데.”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마력으로 보호된 금고일 가능성은 희박했다.

아무리 큰 농장일지라도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나오는 돈을 보호하는 데에 그 정도로 값나가는 금고를 사용할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저택의 문을 열고 순식간에 계단을 올라가 곧바로 볼튼의 서재에 진입했다.

벨즈는 볼튼이 안에는 따로 경비원들을 두지 않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저기 있어!”


발견한 금고에 벨즈가 달려갔다.


“이거야.”

“허. 볼튼이라는 놈, 돈은 정말 끔찍이 여기나 보네. 절대 뺏기기 싫은가 보군.”

“뭐?”


금고에 다가가기도 전에 로버는 알 수 있었다.

금고는 마력으로 보호돼 있다.


쾅-


“이 쥐새끼 같은 놈들.”


다가간 로버의 손이 금고에 닿으려는 순간, 볼튼이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혼자가 아닌 경비원 여럿을 대동한 채 말이다.


“어... 어떻게 알아챈 거지?”


서재로 들어온, 볼튼과 경비원들을 본 벨즈가 당황했다.

작전은 완벽했는데. 뭐가 문제였던 걸까.

그때 경비원 중 한 명에서 익숙함이 느껴졌다. 그가 입을 뗐다.

그는 저택의 대문을 지키던 경비원이었다.


“역시 내 말이 맞았다니까요. 무조건 복종 받길 좋아하는 볼튼 씨가 저렇게 눈에 초점 없고 인상 더러운 놈을 쓸 리가 없죠. 여기서 일하는 제정신 박힌 놈이라면 저런 놈을 데리고 올 리가 없어요.”


맙소사.

들킨 이유가 로버의 인상이 더러워서라니.

이렇게까지 계획하지는 못했는데.


“어이, 벨즈. 일거리 주고 먹여줬더니 감히 나를 배신하고 금고를 털려 해? 이런 배은망덕한 놈. 배신자의 본보기로 네놈 목을 잘라 대문 위에 꽂아주마.”


볼튼이 손짓하자 경비원들이 다가왔다.


“제, 젠장. 이봐. 마법사. 어떻게 마법으로 도망은 못 칠까?”


벨즈가 뒤로 주춤거렸다.


“나는 되겠지. 당신의 머리는 저놈들에게 엘런처럼 잘려 대문에 꽂히겠지만 말이야.”


겁먹은 벨즈와는 달리 로버는 딱히 달라짐 없이 태연했다.

그저 경비원들을 똑바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지만 오늘 잘린 머리는 엘런 머리 뿐이야. 그리고 이렇게 된 게 나쁘진 않아. 내심 바랬던 것도 있거든.”

“겁대가리 없는 놈.”


맨 앞에 있는 경비원이 품에서 총을 꺼내 로버를 겨눴다.


“벨즈만 남기고 저 녀석은 그냥 쏴버려.”

“이 무자비한 것들.”


볼튼의 지시에 총을 든 경비원이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미 장전이 되어 있었는지 총알이 총구에서 곧바로 튀어나와 로버의 머리로 돌진했다.


퍽.


경비원이 쏜 총알이 머리에 박혔다.

그러자 둘러쌌던 천이 벗겨져 모습을 드러낸 머리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씨,씨발. 이거 뭐야!”


바닥에 나뒹구는 머리통은 엘런의 머리통이었다.

로버가 날아오는 총알에 맞춰 엘런의 머리를 방패 삼은 것이었다.


“선물. 그거랑 금고랑 맞교환하자. 걔 수배범이라 보안관한테 들고 가면 돈 줄 거야. 너 가져. 난 이 금고 가질게.”

“이 미친 새끼가! 다 쏴버려!”


볼튼의 지시에 경비원들은 일제히 총을 꺼냈다.

이에 질세라 로버도 남들과는 조금 다른, 자신만의 특별한 총을 들어 올렸다.

방 안에서는 첫발을 시작으로 한동안 연이은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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