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에서 유일무이 마탄 쏘는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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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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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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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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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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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DUMMY

“증거물이 필요해.”


보안대가 에릭의 도박장으로 출동하기 전 보안대 사무소, 출동 준비를 하던 보안대 사이에서 레니가 로버에게 말했다.


“수배 전단지는 이미 뽑았지만 만약 에릭이 도망갈 경우에, 혹은 잡히더라도 증거를 빌미 삼아 자신의 수배에 대해 따지면 골치 아파져.”

“상관없어. 반드시 죽을 거니까.”

“할 수 있으면 생포하는 게 좋아. 놈이 불법으로 벌어들인 돈을 마을에 가져올 수 있어.”


로버는, 어차피 에릭이 가진 돈은 무슨 짓을 해서든 찾아내 대부분은 자신이 가져간 다음 명목 상 조금만 떼어줄 터라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목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참나. 증거까지 나한테 만들어 달라니. 주 보안관씩이나 돼서 염치도 없으시구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레니의 입장에서 볼 때 그녀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로버는 알고 있었다.

만약 에릭이 살아서 다른 곳으로 도망치거나 생포될 경우에 자신의 돈을 활용해 정식으로 항의하거나 따지면 역으로 레니가 타격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로버는 죽여도 되는 상대를 결코 살려둘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지만 그래도 레니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에릭을 잡기가 더 번거로웠을 테니 그녀의 제안에 응해주기로 했다.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잔 거야. 그곳을 습격하고서 쓸만한 걸 찾아본다던지.”

“됐어. 그럼 그건 내가 구해다 올게. 먼저 도박장으로 진입해. 나는 다른 문으로 들어가 증거품을 가지고 오지.”

“뭐? 혼자? 우리 보안대원 한 명이라도 같이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리고 만약 우리만 먼저 들어갔을 때 당신이 중간에 도망이라도 가면 우리는 에릭 패거리에게 꼼짝없이 당하고 말 거야.”

“그러겠지. 그런데 애초에 이 작전은 내가 없으면 실행 자체가 될 수 없는 작전 아니었던가. 도망은 걱정 안 해도 돼. 혼자가 활동하기 더 편해서 그런 거니까. 괜히 방해된다고.”


레니의 말문이 막혔다.

로버의 말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레니는 로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지만 엘런을 죽인 건 사실이니 분명 허세는 아니라 확신했다.


”내가 가지고 올 증거품은 아편이야. 그 녀석들, 아편 판매상으로부터 아편을 거래하고 있어. 곧 이 마을에 유통시킬 셈이겠지.”


“뭐?! 그게 정말이야?”


레니의 동공이 커졌다.

그녀도 당연히 몇 주 전에 발생한 아편 중독 사건과 판매상 검거를 위한 수색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그녀도 참여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자신의 관할 마을에서 녀석들과 거래하는 자가 있었다니.

심지어 그걸 보안대가 아닌, 외부인 바운티 헌터로부터 들었다.

레니는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젠장, 마을의 주 보안관이 돼서 그런 것도 파악 못하고 바운티 헌터에게 듣다니..”

“그렇게 상심하진 말라고. 내가 더 많이 뛰어난 것 뿐이니.”

“그런데 약이 있는 곳은 알고 있나? 혹시..”


보안관으로서 자존심에 금이 간 레니였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할 일은 잃지 않았다.

레니는 로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로버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걱정말라는 듯 말했다.


“스파이 아니니까 안심하고. 내가 스파이면 에릭 그놈 동생을 잡아 죽였겠나?”

“아. 바보 같은 실수를..”


‘강해 보이더니 꽤 긴장되나 보군.’


소수의 보안대 인원으로 에릭의 갱단에 쳐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긴장해 나올 수 있는 실수였다.


“걱정하지 마. 나는 모르는데 안에 아는 놈이 하나 있어.”



*



‘진입했나 보군.’


레니와 보안관들이 에릭의 도박장 정문으로 들어간 시각, 로버는 에릭 도박장 옆에 위치한, 자물쇠로 잠겨있는 문에 서성거렸다.


“크릉.”

“애마. 형 돈 벌어야 해. 저기로 가 있어 봐.”

“크릉!”


애마가 익숙한 듯 성깔을 한 번 내고는 터벅터벅 저만치 걸어갔다.

그러자 로버는 자신밖에 없는 그곳에서 마치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야, 귀쪽아. 들리지.”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에게 말하는 기분이 묘했지만 로버는 꿋꿋이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너 빼내어 줄게. 그러려면 내가 가져가야 할 게 있거든. 너 그놈들 아편 어딨는지 알고 있댔지. 지금 거기로 움직여. 내가 밖에서 지켜볼 테니까 그냥 거기로 네 몸만 가 있으면 돼.”


‘제대로 들린 건가.’


이렇게 혼자만 말을 해대니 실제로 귀쪽이 녀석이 들었을지 안 들었을지 퍽 헷갈린다.

하지만 움직임을 확인하면 바로 알 수가 있지.


‘움직였다.’


로버의 마력에 웬 허둥지둥 대는 형태, 즉 생명체가 감지됐다.

두리번거리며 도박장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반면 생명체의 주변에서 녀석 외에 사람은 감지되지 않았다.


‘정문으로 처들어간 보안대 탓이겠지.’


감지된 생명체는 잠시 주춤거리더니 이내 한 곳을 향해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어라. 그쪽은?’


생명체는 한동안 달려가더니 움직임을 멈췄다.

이내 로버는 자신의 마력에, 달리던 생명체가 아닌 다른 생명체가 감지됐음을 알게 됐다.


‘저기구나.’


두 생명체가 옥신각신 중이었다.

아마 다른 생명체는 에릭의 부하겠지.

이 소란 중에도 남아있는 이유는 저곳이 중요한 장소란 것.

갑자기 귀쪽이가 그곳으로 오자 에릭의 부하가 녀석과 다투는 것이었다.

즉, 저기가 약을 보관하는 장소임을 로버는 직감했다.

위치를 확인한 로버는 자물쇠로 잠겨진 문에서 떨어져 그것과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문을 향해 팔을 뻗고 총 모양의 손가락을 만들었다.


“붐 샷.”


로버가 만든 손가락 끝에서 마력이 일렁였다.

전에 쐈던 마탄과는 손가락의 모양이 조금 달랐는데 전에는 검지와 중지를 펴고 약지와 소지를 접은 반면, 이번 붐 샷은 검지와 중지에다 추가로 약지를 펴고 오직 소지만을 접었다.

그리하여 지금 일렁이는 마력의 크기는 전에 만들었던 마탄의 크기보다 더욱 크고 두꺼웠다.

물론 일반인의 육안으로는 확인 불가능한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펑-!


로버의 손가락에서 응축된 마탄이 문에 도달하더니 즉시 폭발했다.

혹시라도 에릭 패거리가 모인 곳까지 파편이 튀거나 소리가 들리면 증거품을 확보하는 데 피곤해지기에 로버는 마력 응축도를 최소한으로 조절하여 세기를 가장 약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과 그 주변 벽을 전부 조각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마탄의 파괴력은 상당했다.

로버는 마력을 실은 발걸음으로 감지된 두 생명체가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몸을 옮겼다.


“그리 멀지 않네.”


마력을 실은 발걸음이라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귀쪽이. 에릭의 부하로 보이는 놈에게 멱살을 잡히고 있었다.


“그러니까 조용히 방에 처박혀 있어야 할 놈이 여기에는 왜 왔냐고 이 새끼야! 방금 들린 소리랑 관련 있는 거 아니야? 너 뭐 알고 온 거지? 대답 안 해!?”

“저는 그게 아니라... 어, 형님!”


어느새 형님이 된 로버를 보며 귀쪽이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너는 또 뭐... 어라? 너 아까 빚 갚아서 말 찾고 갔던 도박꾼 새끼 아니야? 네가 여길 왜 와. 너도 한패야? 저리 안 꺼져!?”

“안 비키면 다친다. 원래 비켜도 다치는데 오늘은 그냥 봐줄... 아니다. 귀찮다. 뭘 봐줘. 그냥 다쳐라.”


탕.


“컥-”


로버의 자비 없는 마탄이 부하의 다리에 직행하자 부하는 정신을 잃고 무너졌다.


“형님. 역시 구하러 오셨군요! 저 다 듣고 있었습니다! 형님 말대로 여기 왔어요!”

“닥쳐. 저기야?”

“네, 맞습니다! 저기 있는 서랍에서 매일매일 물건을 넣고 빼는 소리가 들렸어요.”


귀쪽이의 말이 맞았다.

서랍 중 한 곳에 아편들이 쌓여있었으며 그 옆에는 돈뭉치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에릭 패거리가 중요품을 보관하는 장소인 듯싶었다.


“역시 아편이랑 돈이랑 같이 있었어. 근본 없는 깡패들이라 금고같은 거에 넣지도 않으니 얼마나 좋아.”


사실 이것이 보안대의 지원 없이 로버가 혼자 온 이유였다.

물론 혼자가 편한 것도 맞았지만 이래야 여유롭게 돈을 가로챌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나쁜 새끼들! 이렇게 돈도 많은데도 나를 도박 빚에 빠뜨리다니.”

“너 같은 놈 등쳐먹어서 번 거겠지.”

“그건 형님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사실 떼인 돈은 나보다 형님이 훨씬 클 텐데.”

“그냥 여기 계속 썩을래?”

“죄송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야, 여기 말고 놈들이 수상하게 들락거리는 데 더 없어?”


로버는 다른 서랍들도 모두 뒤집어봤다.


“딱히 다른 곳에서 들린 소리는 없는데요.”

“그래? 알겠어. 일단 이거나 들고 따라와.”


로버는, 돈은 전부 자신의 품에 넣고 증거품으로 쓰일 아편들은 귀쪽이에게로 넘겼다.


“이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녀석들에게 가자.”

“우리라니 과찬이십니다. 크하하.”

“나랑 그 아편 말한 거야.”

“아.”


증거물을 발견해낸 로버와 아편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도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이봐, 레니. 이게 무슨 짓이지? 아무리 보안관이라고 해도 남의 신성한 영업장을 이렇게 함부로 들어와도 되는 건가?”


에릭과 그의 부하들의 뒤에서 레니를 무섭게 노려봤다.


“안 그래도 지금 보안관이라는 직업에 화를 풀고 싶은데 말이야.”


불법적인 일들을 하고 있음이 공공연함에도 에릭은 보안대 앞에서 기가 죽은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상생이라는 것을 말이다.

저들이 경고나 엄포는 놓을 수 있을지라도 실질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이판사판으로 덤빈다면 보안대도 타격을 입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마을 전체 치안의 위협으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까 말이다.

보안대를 상대로 기세가 등등한 에릭 앞에 레니가 나섰다.


“에릭, 당신을 체포하겠다.”

“뭐? 크하하.”


에릭의 짜증이 비웃음으로 변모했다.


“이봐. 보안관 양반. 나를 무슨 근거로 체포하지? 내가 수배범도 아닌데 말이야.”

“에릭, 당신은 이제 수배범이야.”


척.


레니는 수배 전단지를 들이댔다.

거기에는 떡하니 에릭의 이름과 얼굴이 박혀있었다.


“....이봐 레니. 정말 미쳐버린 건가? 나를 현상범으로 수배했다고? 적당히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 아니었나? 우리가 이 마을에서 대놓고 난동을 부려도 감당이 되나 보지?”

“...얌전히 체포나 되시지.”


레니가 총을 겨누었다.


“크하하. 이봐. 그 겁먹은 얼굴이나 제대로 감추시지. 아가씨.”

“감히 보안관을 조롱하다니..! 당장 체포해!”


주 보안관인 레니의 지시에 보안대원들이 에릭에게로 나아갔지만 곧 발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에릭의 일행들이 총을 빼내 들어 자신들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걸음만 더 움직이면 발포하겠다.”

“흥. 먼저 공격해주면 좋지. 나야 네놈을 쏠 명분을 제대로 얻는 셈이니까.”


에릭은 비록 보안관 앞이었지만 강경했다.


“이봐. 레니. 지금껏 잘 지내다가 왜 이제서야 나를 잡으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너 혼자 죽어도 네 부하들은 너랑 같은 생각일까? 너희는 나를 현상범으로 수배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잖아.”


보안대원들이 움찔한다. 맞는 말이다.

에릭의 수배는 레니의 결정.

로버가 가져온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면 에릭을 수배범으로 잡아 감당할 만큼의 책임감을 가지지는 않았다.

에릭은 자신을 겨눈 총구 앞에서도 여유롭게 팔짱을 끼며 자신을 체포하러 온 레니와 흥정을 하고 있었다.

증거의 부재와 수적 우위로 인해 보안관 앞에서도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이제껏 잘 지내왔잖아. 증거도 없이 선량한 시민한테 이러지 말자고. 아니면 혹시 이제부터라도 상납금을 달라고 이러는 거야? 그런 거면 이러지 말고 말로 하자고.”


“탕.”


“으아아악!”


그때 울린 총성.

은 아니고 총성을 흉내낸 음성이었다.

그 음성과 함께 에릭의 팔이 한 쪽이 관통됐다.


“선량한 시민 같은 소리 하시네.”


에릭 패거리 뒤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법적인 일들만 골라 하는 데다 도박에 사기까지 치는 놈이 선량한 시민? 웃기고 있네.”

“씨발! 너 누구야!? 어? 너 아까 말 찾고 갔던 바운티 헌터 새끼 아니야?”

“니네 사기 도박에 당한 피해자이기도 하지. 야 줘 봐.”

“여깄습니다.”


척.


“찾았구나!”

“저.. 저건..!”


모습을 드러낸 사내는 바로 로버였다.

그는 생채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에릭 패거리의 아편 뭉치를 들고 도박장에 나타났다.

그가 든 아편 뭉치는 에릭 패거리와 보안대에게 이제 서로가 싸울 명분이 충분함을 공표하는 신호탄이었다.

양측은 즉시 언쟁을 멈추고 총격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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